루이스 곤잘레스(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루이스 곤잘레스(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1999년 5월 19일(한국시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외야수 루이스 곤잘레스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1회 2점 홈런을 때려내며 메이저리그 역사상 37번째로 30경기 연속 안타를 달성한 선수가 됐다."

'곤조gonzo' 루이스 곤잘레스는 과거 김병현의 팀 동료이자, 2001시즌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마리아노 리베라를 상대로 끝내기 안타를 친 활약을 통해 국내 메이저리그 팬 사이에서도 널리 알려진 선수다.

곤잘레스는 첫 풀타임 시즌이었던 1991년, 신인으로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던 중 어깨 부상을 입었고, 이후 1997년까지 2할 중반대 타율에 10개 내외의 홈런을 기록하던 평범한 타자였다. 그러던 그가 달라질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던 것은 1998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로 트레이드되면서부터였다.

디트로이트로 이적한 첫해 곤잘레스는 오픈 스탠스로 타격 자세를 수정했고, 그해 단일시즌 23개의 홈런을 쳐냈다. 일반적으로 오픈 스텐스는 앞쪽 발을 홈플레이트로부터 멀리 둔 자세로 상체가 투수 쪽으로 열려있기에 시야가 넓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장타를 치기엔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더 많은 홈런을 칠 수 있었던 것은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파워를 보강함으로써 오픈 스탠스의 약점을 극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트로이트는 리빌딩의 일환으로 곤잘레스를 애리조나로 트레이드했다. * 이때 곤잘레스의 대가는 98년 '베이스볼아메리카' 선정 유망주 랭킹 7위를 기록하기도 했던 카름 가르시아(롯데, 한화에서 뛰었던 외국인 선수)였다.

신생팀 애리조나로 이적한 곤잘레스는 본격적으로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1999년 30경기 연속 안타를 포함해 타율 .336 26홈런 111타점을 기록하며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킨 것. 이해 곤잘레스가 기록한 206안타는 내셔널리그(NL)에서 가장 많은 기록이었다. 아무튼, 30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했던 18년 전 오늘로 되돌아가 보자.

1999시즌 30경기 연속 안타

당시 곤잘레스는 시즌 초반부터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당대의 강타자였던 3B 맷 윌리엄스와 CF 스티브 핀리를 제치고 당당히 주전 3번 타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반면, 그를 상대하는 샌프란시스코의 선발은 크리스 브락. 만 29세였던 이해 처음으로 풀타임을 보장받은 우완 투수였다. 그러니 경험 면에서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곤잘레스는1회 초 2번타자 제이 벨이 출루한 상태에서 브락을 맞아 우측 담장을 깊게 넘기는 투런 홈런을 만들어냈다. 이어 5회 초에는 선두타자로 나서 중견수 방면으로 날카로운 타구를 만들어내며 2안타를, 7회 초에는 무사 1루 상황에서 바뀐 투수 리치 로드리게스를 맞아 2루타를 기록하며 1경기 3안타를 뽑아냈다. 경기는 7-3 애리조나의 완승으로 끝났다.

하지만 이어지는 20일,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3-8로 패한 경기에서 4타수 무안타 3삼진을 기록하며 곤잘레스의 연속 안타 경기는 30경기에서 끝났다.

2001년 월드시리즈 7차전 끝내기 안타

곤잘레스는 2000시즌에도 타율 .311 31홈런 114타점을 기록하며, 1999년 성적이 요행수가 아니었음을 입증해냈다. 그리고 마침내 2001시즌 팀 역사에 남을 시즌을 만들었다. 타율 .325 57홈런 142타점을 기록한 것. 게다가 이해 '악의 제국' 양키스를 월드시리즈에서 만나, 7차전에서 당시 포스트시즌 0블론 행진 중이던 리베라와의 승부에서 끝내기 안타를 쳐내기도 했다.

2001년 애리조나의 월드시리즈 우승의 1등 공신은 물론 메이저리그 최고의 원투펀치로 꼽히는 랜디 존슨과 커트 실링 듀오였지만, 타자 중에서만 꼽자면 단연 곤잘레스였다. 곤잘레스의 활약은 2002, 2003시즌에도 이어졌다. 2001년의 괴물 같은 성적은 아니었지만, 3할을 넘나드는 타율과 25홈런+ 100타점+를 2년 연속으로 기록했다.

영광스러운 은퇴,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약물 의혹

하지만 그런 그도 세월을 피할 순 없었다. 만 35세를 넘어서자 곤잘레스의 성적은 급격히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애리조나는 2006년을 끝으로 그를 붙잡지 않았다. 그리고 애리조나에서의 마지막 홈경기, 관중은 기립박수를 치며 곤잘레스를 환송했다. 당시 콜로라도 로키스의 선발 투수는 김병현이었다.

김병현은 신발 끈을 일부러 고쳐 묶으며 예전 팀 동료가 박수받는 시간을 오래 갖도록 배려를 해주기도 했다. 곤잘레스는 이후 다저스와 말린스에서 각각 1시즌씩을 더 뛰고 만 41세의 나이로 은퇴했다. 이어 2009년부터는 애리조나의 특별 고문으로 합류했고, 2010년에는 애리조나가 그의 등번호 20번을 팀 최초의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

선수로서 무척이나 영광스러운 은퇴다. 그러나 스테로이드 시대를 관통해서 뛰었던 만큼, 곤잘레스 역시 약물 의혹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2006년 팀 동료였던 불펜 제이슨 그림슬리가 성장호르몬을 비롯한 약물 복용 사실이 적발되었을 당시, 곤잘레스 역시 약물을 복용했다고 물고 늘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곤잘레스는 즉각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약물 복용 사실을 부인했지만, 2001시즌 급작스러운 홈런 증가(2001년을 제외한 곤잘레스의 단일 최고 기록은 31홈런에 불과하다) 등 정황 증거를 근거로 곤잘레스의 약물 복용에 대해 의심을 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은 것도 사실이다. 약물 검사나, 공급책 수사를 통해 적발된 적이 없기에 무조건적인 의심은 금물이겠지만 말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를 지켜볼 때마다 '한 팀의 레전드에게 조차도 의심을 완전히 거두지 못하는 것'이야 말로 스테로이드 시대가 팬들에게 남긴 가장 큰 상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루이스 곤잘레스의 통산 성적

# 올스타 선정 5회(1999, 2001~2003, 2005)

# 실버 슬러거 1회(2001)

# 올스타 홈런 더비 우승(2001)

# 월드 시리즈 우승(2001)

#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영구결번(#20)

# 통산 2591경기 2591안타 354홈런 1439타점 .283 .367 .479(타/출/장) fWAR 55.2

이현우 기자 hwl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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