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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현의 다저스 칼럼] 류현진, 승리를 가져왔던 커브 사용법

  • 기사입력 2017.05.20 06:00:11   |   최종수정 2017.05.19 17:3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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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2승째를 거둔 류현진 (사진=조미예 특파원) 시즌 2승째를 거둔 류현진 (사진=조미예 특파원)

 

[엠스플뉴스] 

 

류현진이 이겼다. 쉽지는 않았지만 지난 12일 콜로라도 로키스전 10실점(5자책점)의 충격에서 벗어나 시즌 2승째(5패)를 올렸다. 

 

5월 19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 홈경기에서 5.1이닝 동안 7안타 볼넷 2개로 2실점했다. 이번에도 부진하면 선발 로테이션에서 제외돼도 아무런 항변조차 할 수 없던 상황에서 거둔 승리였다.

 

잘 듣는 쪽으로 밀고 간 것이 우선 좋았다. 초반 류현진은 체인지업이 좋지 않았다.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났고 밋밋했다. 대신 커브볼은 움직임이 훨씬 좋았다. 3회까지 모두 12개를 던졌다. 이때까지 던졌던 42개 중 28.6%. 앞선 6번의 등판에서 류현진이 커브볼을 가장 많이 던졌던 경기는 4월 25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의 17.7%였다. 전경기까지 시즌 평균은 12.4%다.

 

4회부터는 커브볼을 던지는 비중을 줄였지만 이날 모두 19개로 전체 투구수의 24.1%를 차지했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뒤 커브볼 구사 비중이 20% 이상이었던 경기는 이전까지 모두 6번. 2013년에 1회(2013년 9월 17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 2014년에는 5차례였다. 하지만 19일 마이애미전 비중이 가장 높았다. 종전에 가장 많은 커브볼을 기록했던 경기는 2014년 7월 14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으로 커브볼 비중이 22.8%를 차지했다.

 

종전 류현진은 커브볼을 초구 스트라이크 잡는 용도로 주로 사용했지만 이날은 앞서가는 볼카운트를 만드는 용도 외에 삼진을 잡아내거나 범타를 유도해 냈다. 사용한 4가지 구종 중 유일하게 안타를 허용하지 않은 것이 커브볼이기도 했다.

 

바로 앞선 콜로라도전 패전의 부담까지 자신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구종인 체인지업에 의존하려는 마음이 컸을 경기였다. 하지만 초반에 체인지업이 마음에 들지 않자 미련을 버리는 용기를 냈다. 이 점에서는 포수 야스마니 그랜달 역시 함께 칭찬 받아 마땅하다.

 

두 번째로 마이애미의 중심타선을 상대하게 된 4회부터는 레퍼토리를 바꿨다. 이 때는 커브볼이나 체인지업 보다 슬라이더를 많이 던졌다. 4회 이후 6회 교체 될 때까지 던진 슬라이더는 모두 11개. 같은 동안 투구수 37개의 1/3에 이르렀고 패스트볼(13개)에 이어 가장 많이 던졌다. 달라진 레퍼토리로 인해 마이애미 타자들은 타석에서 공략해야 할 지점을 놓칠 수 밖에 없었다. 

 

 

 

패스트볼 자신감 가졌나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 있게 봤던 순간은 5-2로 앞서던 4회 1사 1루에서 마이애미 J.T. 레알무토 타석이었다. 이날 류현진의 실점은 홈런 두 발에 의해 나왔다. 2회 저스틴 보어, 3회 크리스티안 옐리치에게 패스트볼을 던지다 걸렸다. 

 

특히 옐리치와는 볼카운트 1-2로 앞선 상황에서 포수 그랜달이 요구한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높은 패스트볼이 잘 못 됐다. 조금 더 높은 쪽으로 갔어야 하지만 스트라이크 존을 살짝 벗어났기 때문에 헛스윙 삼진이 아닌 홈런이 됐다.

 

류현진은 4회 레알무토에게 초구 커브 볼로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여기서 과연 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을까. 몸쪽 낮은 쪽으로 패스트볼(91마일)을 던져 볼카운트 0-2를 만든 다음 다시 스트라이

크 존을 벗어나는 높은 곳으로 패스트볼(90마일)을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다. 류현진은 4월 19일 콜로라도전에서 홈런 3개를 허용한 뒤 패스트볼에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날도 초반에 패스트볼로 장타를 허용했기 때문에 4회 이후 얼마나 던질지가 궁금했다. 하지만 교체 될 때까지 꾸준하게 초반과 같은 패스트볼 구사비율을 지켰다.

 

물론 마이애미전에서 던진 패스트볼 비율이 36.7%로 여전히 적다. 하지만 이날 중반 이후 구속이나 구위로 보아 다음 번에는 좀 더 자신감을 갖고 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류현진은 이날 6회에도 93마일을 찍었다. 3회를 넘기고 나면 대부분이 80마일대에 머물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대부분 90마일에 도달했다.

  

 

 

■19일 마이애미전 류현진 이닝별 투구

 

 

■19일 마이애미전 류현진 구종별 피안타

 

 

 

 

준비했던 타격

 

타격 이야기도 해야 할 것 같다. 류현진은 이날 2회 첫 타석에서 우중간으로 가는 2루타를 날렸다. 야시엘 푸이그가 1-1 균형을 깨는 2점 홈런을 날린 다음이었다. 자신의 올시즌 3번째 안타. 시즌 9타수 3안타로 타율 .333가 됐다. 개인 통산 6번째 2루타이자 올시즌 다저스 투수 중에 처음 만들어낸 장타였다. 두 번째 타석에서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해 100% 출루도 기록했다. 시즌 OPS는 .944가 됐다.

 

2015년 어깨 수술을 받았던 류현진은 공 보다 배트를 먼저(?) 잡았다. 수술 후 재활훈련을 시작했던 류현진은 몇 주 후 실외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하기 시작했다. 아직 볼을 던지려면 많은 시간이 남았던 때였다. 필드에서 당시 마크 맥과이어 타격코치의 아들들과 만난 류현진은 펑고 배트를 들었다. 우타자여서 좌측 어깨에 무리가 생기지 않도록 할 수 있었는지 한 동안 아이들에게 펑고 타구를 날려주는 류현진을 지켜 보면서 ‘정말 야구가 그리운 모양이구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류현진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팀 투수 중 클레이튼 커쇼에 이어 두 번째로 타격 훈련을 시작했다. 막 라이브 BP에서 피칭을 시작한 때였지만 타격훈련에 임하면서 좀 더 좋은 모습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스프링캠프에서 준비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아쉬웠던 점. 당연히 6회를 마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류현진은 5이닝을 64개의 피칭으로 마쳤다. 3회 18개로 투구수가 좀 많았지만 나머지 이닝에서 투구수 관리도 아주 좋았다. 잘 하면 어깨수술서 복귀 후 처음으로 7이닝 피칭도 바라 볼 수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6회 1사 후 지안카를로 스탠튼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했고 이어 저스틴 보어에게 내야 안타를 내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보어가 친 타구가 류현진의 다리에 맞은 뒤 3루수 저스틴 터너 쪽으로 굴절 됐다. 처음 류현진은 그대로 피칭에 임할 것으로 보였지만 1루수 아드리안 곤살레스가 벤치 쪽에 체크를 요구하는 사인을 보냈고 결국 바로 크리스 해처로 교체 됐다. 부상 때문이라고 해도 주자 2명을 남겨 둔 것 까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었다.

 

류현진이 시즌 2승째를 거뒀지만 앞으로 일정에 대해서는 누구도 쉽게 예상하기는 힘들다(물론 선발 로테이션에 잔류해야 되는 이유는 이날 경기로 보여줬다). 당장 류현진이 6회 수비 도중 저스틴 보어가 친 타구에 다리를 맞자 현지 기자가 자신의 SNS에 ‘팀이 류현진을 10일 DL에 올릴 좋은 핑계가 생겼다’는 멘션을 남겼을 정도다. 

 

다저스가 류현진은 물론이고 브랜든 매카시, 마에다 겐타 등을 갑작스럽게 DL에 올린 전력이 있음을 풍자한 것이기는 해도 마냥 웃기만 할 일도 아니다. 이날 경기 후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약간 까진 정도다. 심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카시가 (볼을 던지지 않는)좌측 어깨 통증으로 DL등재가 발표되기 전날에도 로버츠 감독은 “볼을 던지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다저스는 올시즌 10일 DL이 생긴 것을 최대한 활용해 넘쳐나는 선발 투수들의 등판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글 : 박승현 MBC SPORTS+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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