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오승환(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엠스플뉴스]

어느덧 2017 메이저리그도 반환점에 거의 도달했다. 아직까지 지구 1위,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을 논하기에는 다소 이르다고도 볼 수 있지만 서서히 각 팀들은 바이어(Buyer)가 될지, 또는 셀러(Seller)가 될지 결정을 내릴 준비에 들어간다.

시즌이 중반으로 접어든 가운데, 오승환(35,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트레이드설이 제기됐다.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선두를 달리고 있는 워싱턴 내셔널스가 오승환 영입을 노릴 수도 있다는 미국 현지 보도가 등장한 것이다. 뒷문이 헐거운 워싱턴 입장에서, 오승환 영입에 성공하게 된다면 약점을 메울 수 있다는 게 주요 골자였다.

워싱턴 불펜의 상황은 어느 정도일까. 일단 맥스 슈어저,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지오 곤잘레스, 태너 로어크, 조 로스 등으로 구성된 워싱턴 선발진은 리그 정상급 수준을 자랑한다. 팀 선발 평균자책은 3.83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4위에 올라 있으며, 탈삼진 1위(478개), 이닝 당 출루허용률(WHIP)은 1.22로 리그 전체 2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선발진과 비교해보면, 워싱턴 불펜진은 말 그대로 처참한 수준이다. 워싱턴 불펜진의 평균자책은 4.88로 빅 리그 전체 26위에 머물러 있다. 볼넷은 73개로 가장 적게 내줬지만, 피안타율은 .270으로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공동 27위를 형성하고 있다. 블론세이브는 무려 12개에 달한다. 자연스럽게 역전패를 허용하거나 접전에서 경기를 내준 적도 적지 않았다.

내부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워싱턴 불펜 자원들의 성적은 한숨이 나올 정도다. 세이브 상황에서 가장 많이 등판했던 코디 글로버는 8세이브를 따냈지만, 평균자책은 5.12에 달한다. 피안타율도 .267로 안정성과는 거리가 멀다.

'노장' 조 블랜튼은 20경기에 나서 평균자책 9.00의 처참한 성적을 기록 중이며, 블레이크 트레이넨(5.63), 숀 켈리(7.00), 새미 솔리스(8.31), 트레버 고트(22.50) 등도 믿기 힘든 평균자책을 선보이고 있다. 맷 앨버스(1.95), 맷 그레이스(2.92), 에니 로메로(3.34)가 그나마 버텨주고 있지만, 불펜 전체를 따져봐도 그나마 믿고 맏길 자원은 앨버스 하나 정도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워싱턴으로서도 오승환 영입에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하고 볼 수 있다. 빅 리그 2년차를 맞이한 오승환은 32경기에 등판해 1승 4패 16세이브 평균자책 3.60을 기록 중이다. 지난 시즌(6승 3패 19세이브, 평균자책 1.92)에 비한다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 성적이지만, 오승환은 꾸준히 팀의 뒷문을 지키며 메이저리그 전체 세이브 부문 단독 10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세인트루이스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현재 세인트루이스는 34승 40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에 놓여있지만, 지구 1위 밀워키 브루어스(41승 37패)와의 격차가 5경기에 불과한 만큼 포스트시즌 진출을 결코 포기할 단계는 아니다. 트레이드 마감시한인 7월 31일(이하 한국시간)까지 지금의 격차를 유지하거나, 또는 좁힌다면 세인트루이스가 바이어로 나설 가능성도 충분한 상황이다. 오승환의 트레이드 가능성도 그만큼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의 제리 크라스닉에 따르면, 세인트루이스의 존 모젤리악 단장 역시 "바이어가 될지 셀러가 될지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렇더라도 세인트루이스가 셀러로 나설 경우, 오승환의 워싱턴행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약 한 달 뒤의 성적, 그리고 주변 상황들을 좀 더 지켜볼 필요는 있겠지만 오승환이 트레이드를 통해 워싱턴으로 갈 가능성도 그리 높아보이지 않는다.

지난해에 비해 성적이 다소 하락했더라도, 오승환은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클로저라고 볼 수 있다. 세인트루이스가 오승환을 매물로 내놓을 경우 워싱턴의 상위 유망주들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워싱턴 팜에 세인트루이스의 구미를 당길 만한 수준 높은 유망주가 그리 많지가 않다.

'베이스볼 아메리카'가 선정(2017년 5월 12일 기준)한 메이저리그 전체 탑 100 유망주 중, 워싱턴 소속의 유망주는 총 네 명인데 전체 9위에 오른 외야수 빅터 로블레스를 제외하곤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없다. 우완투수 에릭 페데(49위), 외야수 후안 소토(59위), 유격수 카터 키붐(98위)은 중하위권으로 분류돼 있다. 워싱턴이 로블레스를 내어줄 가능성은 희박하고, 세인트루이스가 나머지 세 명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도 구상하기는 쉽지가 않다.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들 중에서도 카드를 맞출 만한 자원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

이와 별개로 크라스닉은 오승환을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기에는 위험도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유는 기량과 나이였다.

크라스닉은 "세인트루이스가 셀러로 나서더라도, 몇몇 주축 선수들을 트레이드 카드로 쓰기엔 다소 제한적인 부분이 있다"면서 "최근 워싱턴이 불펜 보강을 위해 오승환과 로젠탈 영입에 나설 수도 있다는 소식이 있었다. 하지만 로젠탈의 경우 90마일 중후반대의 구속을 갖고도 아직까지 엘리트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오승환의 경우, 나이도 적지 않고 시즌 WHIP가 1.34로 안정성이 떨어진다. 게다가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해오며 많은 이닝을 던졌던 점도 문제로 손꼽힌다"고 언급했다.

아직은 세인트루이스의 성적, 트레이드 시장의 방향 등 다각적으로 따져볼 점들이 많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상황과 평가 등만 놓고 본다면, 오승환의 워싱턴행 가능성은 그리 높아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국재환 기자 shoulda88@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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