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런 저지와 코디 벨린저(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애런 저지와 코디 벨린저(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엠스플뉴스]

올 시즌 메이저리그 전반기의 아이콘은 '괴물 신인' 애런 저지(25, 뉴욕 양키스)와 코디 벨린저(22, LA 다저스)였다. 루키였음에도 불구, 저지와 벨린저는 전반기 동안 각각 30개, 25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날려 보내며 메이저리그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저지는 타율(.329), 타점(66타점) 부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강력한 아메리칸리그 신인왕과 MVP를 동시 석권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저지와 벨린저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전히 벨린저가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는 반면, 저지는 극심한 슬럼프를 겪으면서 무너지고 있다.

전반기만 놓고 보면 저지의 임팩트는 단연 메이저리그 최고라고 볼 수 있었다. 저지는 아메리칸리그 홈런 1위, 타율 2위, 타점 2위에 오르며 신인답지 않은 존재감을 발휘했다. 출루율(.448)과 장타율(.691) 부문에서는 그 누구도 저지를 넘지 못했다. 팬그래프닷컴 기준 war(이하 fwar)은 5.8로 크리스 세일(5.3), 맥스 슈어저(4.3), 호세 알투베(4.2) 등을 제치고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올랐다. 전반기 동안 저지보다 뛰어난 선수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었다.

벨린저의 활약도 대단했다. 4월 말 빅 리그 콜업 기회를 잡은 벨린저는 당초, 주전 1루수 애드리안 곤잘레스가 부상에서 돌아오면 다시 마이너리그행 통보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는 100% 오산이었다. 벨린저는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뒤, 전반기 동안 70경기에 출전해 타율 .261, 25홈런 58타점, 출루율 .342 장타율 .619로 대활약을 펼쳤다. 시즌 개막을 마이너리그에서 맞이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벨린저는 전반기 fwar 야수 전체 27위(2.4)에 오르며 활약상을 인정 받았다.

전반기 동안 양대 리그에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킨 저지와 벨린저의 만남은 올스타전 홈런 더비 2라운드에서 성사됐다. 여기서도 두 선수 모두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했지만, 저지의 임팩트가 훨씬 더 압도적이었다. 저지는 1라운드에서 23홈런을 기록, 22홈런을 때려낸 저스틴 보어를 꺾고 2라운드에 진출했다. 벨린저는 극적인 승부 끝에 찰리 블랙몬을 제압하고 2라운드 진출 티켓을 따냈다.

괴물 신인들의 만남은 홈런 더비 2라운드에서 이뤄졌다. 수많은 이들이 저지와 벨린저의 맞대결에 관심을 보냈다. 하지만 둘의 맞대결은 다소 싱겁게도 저지의 완승으로 막을 내렸다. 저지는 513피트(약 156m)짜리 홈런을 터뜨리는 등 엄청난 파괴력을 과시한 끝에, 제한 시간 1분 여를 남겨두고 벨린저에게 13-12로 승리를 거뒀다. 이어 저지는 결승전에서 만난 미겔 사노를 제한 시간 57초를 남겨두고 11-10으로 제압,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데 성공했다.

홈런 더비에서도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준 만큼, 부상 등의 별다른 변수만 없다면 저지와 벨린저 모두 후반기에도 좋은 활약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후반기 시작과 함께 저지의 추락이 시작됐다.

저지는 후반기 첫 10경기에서 타율 .171, 2홈런 7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출루율은 .318로 타율과 1할 이상의 차이를 나타냈지만, 장타율이 .343에 불과할 만큼 정확성과 펀치력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반면 벨린저는 같은 기간 10경기에서 타율 .324, 3홈런 9타점으로 저지에 비해 월등히 좋은 성적을 거뒀다. 출루율과 장타율도 각각 .405, .649로 뛰어났다.

후반기 시작이 좋지 못했지만, 그래도 저지의 슬럼프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았다. 공을 맞히는 데서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출루율이 타율에 비해 1할 이상 높았던 데다, 이 기간 동안 BABIP(인플레이 된 타구의 안타 비율)이 .200으로 운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저지는 반등에 실패했다. 8월 10일까지 저지의 후반기 성적은 타율 .167, 5홈런 12타점에 불과하다. 출루율(.330)과 장타율(.345)에서도 후반기 첫 10경기와 큰 변화가 없다. 시즌 타율은 어느새 .294까지 떨어졌다. 그 사이 지안카를로 스탠튼에게 메이저리그 홈런 전체 1위 자리까지 내주고 말았다. 반면 벨린저는 후반기 들어서도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벨린저의 후반기 성적은 타율 .274, 8홈런 18타점, 출루율 .344 장타율 .571로 저지에 비해 확연히 뛰어나다. 상대 투수들의 집중 견제에 힘겨워하고 있는 저지와 달리, 벨린저는 이를 잘 견뎌내며 시즌 타율을 .267로 잘 유지해가고 있다.

벨린저의 후반기 fwar이 0.6인 반면, 저지의 후반기 fwar은 0.1밖에 되지 않는다. 단순한 숫자일 수도 있지만, 수치만 놓고 본다면 저지는 MVP급 타자에서 없어도 무방한 수준의 타자가 되어버린 셈이다.

저지는 최악의 부진을 딛고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 후반기 들어 벨린저가 보다 뛰어난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저지 역시 전반기 내내 보여준 아메리칸리그 최고 신인이자, 최고 타자의 위용을 다시 한 번 선보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국재환 기자 shoulda88@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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