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시엘 푸이그(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야시엘 푸이그(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엠스플뉴스]

2013년 혜성처럼 등장했을 때만 해도, LA 다저스의 미래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각종 기행과 부상, 이어진 부진으로 인해 클럽 하우스의 암 세포 같은 존재가 됐다. 설상가상으로 '한시라도 가치가 있을 때 트레이드 돼야 한다'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그렇지만 한층 성숙된 자세를 보이며 마침내 팀에 녹아들었고,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도전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퍼즐로 자리매김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쿠바산 '야생마' 야시엘 푸이그(26)다.

푸이그는 8월 1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 7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전, 3-4로 뒤진 9회말 1사 1, 3루 기회에서 좌중간을 가르는 끝내기 안타를 터뜨리며 팀에게 극적인 승리를 안겨줬다. 본인의 커리어 통산 세 번째 끝내기 안타였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푸이그는 2013년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데뷔 당시부터 화끈한 타격과 쇼맨십, 강한 어깨를 선보이며 이목을 끌었던 그는 류현진의 절칠한 동료이자, 다저스의 활력소 역할을 담당하며 국내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다저스의 전담 중계를 맡았던 캐스터 빈 스컬리도 멈추지 않는 푸이그의 질주를 보며, '야생마(Wild Horse)'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단순히 임팩트만 강렬했던 것도 아니었다. 푸이그의 등장은 다저스의 성적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2013년 6월 4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홈경기를 통해 빅 리그 데뷔전을 치른 푸이그는 4타수 2안타를 기록, 다저스 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 9회초에는 플라이 타구를 잡아낸데 이어, 강력한 1루 송구로 아웃카운트 두 개를 혼자 책임지며 경기의 마침표를 찍기도했다. 이튿날 샌디에이고전에서는 홈런 두 방을 포함, 4타수 3안타 5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9-7 역전승을 이끌었다.

2013년 7월 29일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때려냈던 야시엘 푸이그(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2013년 7월 29일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때려냈던 야시엘 푸이그(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강렬했던 임팩트는 팀 성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푸이그가 로스터에 합류한 이후 다저스는 50경기에서 42승 8패를 기록했고, 결국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제치고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하는데 성공했다.

개인 성적 역시도 훌륭했다. 104경기에 나서 타율 .319, 19홈런 42타점의 성적을 낸 푸이그는 팬그래프닷컴 기준 war(이하 fwar)에서 4.1을 기록, 클레이튼 커쇼(7.1), 핸리 라미레즈(5.1), 후안 유리베(5.0)에 이어 팀 내 네 번째로 높은 fwar을 기록했다. 이 같은 활약을 바탕으로, 푸이그는 호세 페르난데스(12승 6패 평균자책 2.19, fwar 4.1)에 이어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 2위에 이름을 올렸다.

2014년에도 좋은 활약을 이어나갔다. 푸이그는 148경기에 출전, 타율 .296, 16홈런 69타점의 괜찮은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조금씩 푸이그를 둘러 싸고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잦은 돌발행동으로 팀 케미스트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팀 내에서도 푸이그에 대한 분위기가 호의적이지 않다는 소식이 하나 둘씩 전해졌다. 푸이그와 함께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유리베, 애드리안 곤잘레스 등 베테랑들이 조언을 건네기도 했지만, 푸이그에게서 변화를 보기는 어려웠다. 이 가운데 스캇 반 슬라이크의 아버지 앤디 반 슬라이크는 미국 'CBS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다저스 팀 내 최고 연봉 선수(커쇼로 추정)가 구단 측에 푸이그 트레이드를 요청했다"는 사실을 폭로하기까지 했다.

푸이그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졌다. 다저스 프런트는 2016년 후반기, 푸이그를 트리플A로 내려보내며 "메이저리그에 다시 올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 속에 푸이그의 웨이버 공시 가능성까지도 제기됐다. 그렇게 다저스의 미래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최고의 유망주는 어느새 계륵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2017시즌에 들어서며 푸이그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체중 감량과 함께 타구를 띄우는 방향으로 스윙을 개선한 푸이그는 팀의 8번 타자로, 묵묵하게 자신의 임무에 최선을 다했다.

여전히 스윙과 주루, 수비에서는 예전의 활력이 느껴졌다. 하지만 예전과는 달리 차분함을 유지하며 더그아웃과 그라운드에서 동료들의 신임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타석에 들어섰을 때, 과거에는 넘치는 흥을 주체하지 못하며 마구 배트를 휘둘러댔던 경향이 있었지만, 올 시즌에는 보다 끈질기게 공을 지켜보며 팀을 위한 스윙을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끝내기 안타 후 기쁨을 나누고 있는 클레이튼 커쇼와 야시엘 푸이그(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끝내기 안타 후 기쁨을 나누고 있는 클레이튼 커쇼와 야시엘 푸이그(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푸이그를 대하는 동료들의 모습 역시 달라진 느낌이다. 끝내기 안타를 쳐낸 화이트삭스전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푸이그가 팀 승리의 마침표를 찍어낸 가운데, 가장 먼저 달려와 푸이그를 껴안은 선수는 다름 아닌 '푸이그의 트레이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커쇼였다. 단순히 끝내기 안타의 기쁨을 나눈 것이 아닌, '푸이그가 마침내 이 팀의 진정한 일원이 됐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 장면이라고 볼 수 있었다.

푸이그는 달라졌다. 시즌 타율은 .253으로 커리어를 놓고 봤을 때 가장 낮다. 하지만 21홈런으로 자신의 커리어 최다 홈런(2013년 19홈런)을 어느새 경신했고, 57타점을 기록하며 본인의 한 시즌 최다 타점 기록(2014년 69타점) 경신까지도 넘보고 있다.

단순 수치뿐만 아니라 그라운드와 더그아웃에서 보이는 모습, 그를 둘러싼 동료들과 코칭스태프의 태도 역시도 과거와는 달라졌다. 푸이그는 과거 더그아웃에서 코칭스태프, 또는 유리베나 애드리안 곤잘레스 등 베테랑들의 조언을 대놓고 무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스스로 그들에게 다가가 조언을 구하거나, 앞장서서 동료들을 응원하며 팀의 분위기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데 적극 동참하고 있다.

이제서야 진정한 다저스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마침내 절제력, 팀 케미스트리의 중요성까지 인식한 푸이그가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있어,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될지 주목해보자.

국재환 기자 shoulda88@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