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류현진(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엠스플뉴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0, LA 다저스)의 후반기 질주가 심상치 않다. 전반기에는 다소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이며 어깨 부상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듯 했지만, 후반기 들어 대반전 시나리오를 써내려가고 있다. 득점 지원, 승운이 따르지 않으며 5승밖에 거두지 못했지만, 후반기 평균자책은 1.54로 메이저리그 전체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시즌 평균자책도 이 기간 동안 4.21에서 3.34까지 수직낙하했다. 류현진의 올 시즌 내셔널리그 재기 선수상 수상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앞서 미국 'CBS 스포츠'는 8월 12일(이하 한국시간) 류현진을 내셔널리그 올해의 재기 선수상 후보 중 한 명으로 꼽은 바 있다. 하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유력한 후보는 아니었다. 이 매체는 유력한 올 시즌 재기 선수상 후보로 잭 그레인키, 그렉 홀랜드, 랜스 린, 앤드류 맥커친, 에릭 테임즈를 선정했다. 류현진은 부연 설명 없이 지오 곤잘레스, A. J. 폴락과 함께 '이 외의 후보' 중 한 명으로 선정됐을 뿐이었다.

다른 후보들에 비해 다소 임팩트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었다. 먼저 그레인키는 지난해 13승 7패 평균자책 4.37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다저스 시절(2013-2015년) 그레인키는 3년간 51승 15패 평균자책 2.30의 뛰어난 성적을 거뒀지만, 애리조나 이적 후 첫 시즌에는 이름값에 걸맞지 못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14승 6패 평균자책 3.16으로 반등에 성공했고, 소속 팀의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1위 질주를 이끌고 있다.

부상으로 전 시즌을 날렸던 홀랜드, 린 역시도 인상적인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홀랜드는 올 시즌 콜로라도 로키스의 마무리로 2승 5패 36세이브 평균자책 3.69를 기록, 팀의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2위 수성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린은 10승 6패 평균자책 3.17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우승 경쟁을 이끄는 중이다.

'해적선장' 맥커친도 완벽하게 반등을 이뤄냈다. 맥커친은 지난해 타율 .256, 24홈런 79타점을 기록했다. 홈런 갯수는 예년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타율과 타점이 예년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상징과도 같았던 그였지만, 하락세를 겪으며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될 것이라는 논란에 직면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타율 .285, 23홈런 73타점으로 통산 첫 번째 30홈런-100타점 고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NC 다이노스에서 활약한 뒤, 밀워키 브루어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로 복귀한 테임즈 역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테임즈는 올 시즌 112경기에 출전해 타율 .242, 27홈런 52타점을 기록 중이다. 특히 4월 한 달간 타율 .345, 11홈런 19타점을 기록하며 현지 언론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밖에 곤잘레스는 12승 5패 평균자책 2.39, 폴락은 타율 .264, 6홈런 22타점으로 각각 워싱턴 내셔널스의 동부지구 1위 질주, 애리조나의 와일드카드 1위 수성에 힘을 보태는 중이다.

이들에 비해 류현진의 성적은 다소 초라해보인다고 볼 수도 있다. 류현진은 8월 25일 피츠버그전을 포함, 20경기(선발 19경기)에 나서 5승 6패 평균자책 3.34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어깨 부상으로 지난 두 시즌간 한 경기밖에 뛰지 못했음에도 불구, 류현진은 다저스의 무한 선발 경쟁을 뚫고 여전히 선발 로테이션에서 살아 남았다. 그리고 후반기 2승 평균자책 1.54의 성적을 거두며, 클레이튼 커쇼, 알렉스 우드, 다르빗슈 유, 브랜든 맥카시 등이 부상으로 이탈해 있는 다저스 선발진의 중심까지 잡아주고 있다.

그러나 냉정히 바라보면 류현진의 올해의 재기상 수상 가능성은 그리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후반기 들어 부진을 겪고 있는 테임즈, 홀랜드, 폴락 등에 비해서는 보다 경쟁력이 높다고 할 수 있지만, 그레인키를 위시한 나머지 경쟁자들의 이름값과 성적이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레인키는 여전히 애리조나의 1선발로 제 몫을 해주고 있다. 린은 부상을 딛고 돌아와 애덤 웨인라이트, 마이클 와카를 대신해 사실상 팀의 1선발 노릇을 하고 있다. 맥커친의 경우, 피츠버그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낮지만 과거 MVP(2013년)를 수상했던 선수의 부활이라는 스토리 측면에서 상징성이 높다.

곤잘레스 역시 맥스 슈어저,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등이 부상으로 주춤한 가운데, 워싱턴 선발진의 핵심 역할을 소화 중이다. 게다가 후반기 평균자책은 1.29로 류현진을 제치고 이 부문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올라 있다. 류현진 역시 어깨 부상을 딛고 2년 만에 과거의 위용을 선보이고 있지만, 성적 뿐만 아니라 외적인 부분에서도 경쟁자들에 비해 조금은 부족한 부분이 눈에 더 띈다고 볼 수 있다.

올해의 재기상까지 수상할 수 있다면 류현진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한 해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상을 수상하지 못하더라도, 건강하게 돌아와 예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류현진의 현재와 미래는 더욱 빛난다고 볼 수 있다.

재활 및 복귀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는 어깨 부상을 뒤로 한 채 팬들이 봐왔던, 그리고 팬들이 바라던 류현진의 질주가 계속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국재환 기자 shoulda88@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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