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3경기에서 1승 12패를 기록한 LA 다저스(사진=엠스플뉴스 조미예 특파원)
최근 13경기에서 1승 12패를 기록한 LA 다저스(사진=엠스플뉴스 조미예 특파원)

[엠스플뉴스]

LA 다저스의 추락이 심상치 않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마저 연패를 막지 못했다. 7연패 수렁에 빠지는 것과 함께 최근 13경기 성적은 1승 12패로 곤두박질쳤다. 8월 말까지 맹렬한 질주를 펼친 덕에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 가능성은 기정 사실화돼 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을 약 한 달여 앞둔 가운데 찾아온 예기치 못한 부진이 결코 반가울 수만은 없다. 다저스의 부진은 가을 야구를 위한 예방 주사일까, 아니면 또 한 번 켜진 포스트시즌 경고등일까.

누구도 다저스의 질주를 막을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다저스는 8월 26일(이하 한국시간)까지 91승 36패를 기록, 올 시즌 가장 먼저 90승 고지를 넘어선 팀으로 자리매김했다. 지구 2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71승 58패, 8월 26일 기준)와의 격차는 무려 21경기에 달했다. 무엇보다 7월 막바지부터 커쇼, 브랜든 맥카시, 알렉스 우드 등 주축 선발 자원들이 부상으로 이탈했음에도 불구, 다저스는 투타 양면에서 짜임새 있는 전력을 과시하며 압도적인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의 위용을 뽐냈다. 미국 현지 언론들도 '최고의 팀'이라며 다저스가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 승 기록(116승)까지 깨뜨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8월 27일을 기점으로 거짓말같은 추락이 시작됐다. 다저스는 8월 27일을 시작으로 밀워키에게 2연패를 당했고, 8월 30일부터 시작된 애리조나 원정 3연전마저 모조리 내줬다. 힐과 류현진, 마에다 겐타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무너졌고, 5연패 기간 동안 타선도 13점밖에 뽑지 못하는 등 선발진과 타선 모두 집단 부진에 빠졌다.

한 차례 연패를 끊는데 성공하기는 했다. 다저스는 9월 2일 부상에서 돌아온 커쇼의 6이닝 2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을 앞세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1-0으로 제압했다. '에이스'가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렀던 만큼, 이날 경기는 다저스가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는 일종의 변곡점이 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다저스는 기세를 이어가는데 실패했다. 이튿날 다저스는 샌디에이고와의 더블 헤더에서 모두 패했다. 1차전은 브록 스튜어트가 임시 선발로 나섰던 만큼 어느 정도 힘겨운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이 됐다. 하지만 더블 헤더 2차전에서 선발로 나선 다르빗슈 유가 3이닝 5실점으로 무너지면서 또 한 번 연패와 마주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9월 3일, 부상에서 돌아온 우드가 선발로 나섰지만 또 한 차례 샌디에이고에게 패하며 3연패 수렁에까지 빠지게 됐다.

예상치 못한 연패를 마주하게 됐지만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초연했다. 팀이 이른 시일 내에 연패를 끊어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로버츠 감독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샌디에이고를 상대로 3연패를 당한 다저스는 9월 5일부터 홈에서 열린 애리조나와의 3연전에서도 싹쓸이 패배를 당했다. 이번에는 선발로 나선 힐(6이닝 2실점), 류현진(6이닝 1실점), 마에다(5이닝 1실점)가 제 몫을 해냈지만, 불펜진의 난조와 타선의 빈타 속에 연패를 끊어내는데 실패했다. 애리조나 3연전에서 불펜이 내어준 점수는 무려 15점에 달했고, 타선은 도합 2점을 뽑아내는데 그쳤다. 그렇게 다저스는 5연패를 넘어 시즌 첫 6연패까지 조우하게 됐다.

암울한 상황에서 마주하게 된 상대는 콜로라도 로키스였다. 커쇼가 선발로 나서게 된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연패 탈출 가능성은 높아 보였다. 하지만 커쇼는 1회 3점 홈런 한 방을 맞았고, 3.2이닝 4실점으로 조기에 마운드를 내려오고 말았다. 다저스 타선은 단 1점밖에 뽑지 못했고, 불펜도 5점을 추가로 내주며 1-9 패배와 함께 7연패를 자초하고 말았다.

투타 양면에서 총체적 난국이었다. 지난 2주간 다저스의 팀 타율은 .214로 메이저리그 전체 최하위에 그쳤다. 시즌 팀 타율 .252(ML 전체 19위)에 비해 약 4푼 가까이 낮은 수치였다. 득점 역시 메이저리그 최하위(35점)에 불과했다. 코디 벨린저, 코리 시거가 각각 발목 부상,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하긴 했지만, 좀처럼 설명이 어려울 정도로 다저스 타선은 너무나도 무기력한 모습이었다.

투수진 역시도 할 말이 없는 수준이었다. 지난 2주간 다저스의 팀 평균자책은 4.82로 메이저리그 전체 19위에 불과했다. 시즌 팀 평균자책 3.29(ML 전체 1위)와 비교하자면 천지 차이였다. 연패 기간 다저스가 보여준 모습은 메이저리그 최하위 그룹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필라델피아 필리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비슷하거나, 미치지 못한 수준이었다. 연패가 길어지면서 시즌 최다승 기록 경신에 대한 기대감도 눈 녹듯 사려졌다.

8월 말부터 시작된 다저스의 부진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야구에는 분명 사이클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극심한 슬럼프를 겪고 있지만, 이를 이겨내고 상승세를 탄다면 포스트시즌에서도 가장 좋았을 때의 모습을 재현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 연패를 끊어내더라도, 흐름을 이어가지 못한다면 지금의 슬럼프는 포스트시즌에서 트라우마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다저스는 디비전 시리즈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은 애리조나를 상대로 최근 6차례 만남에서 완벽하게 압도당하는 모습이었다.

지금의 슬럼프는 다저스에게 예방 주사가 될까, 아니면 또 한 번 포스트시즌에서 고배를 들이키게 되는 경고등일까. 다저스가 지금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내고, 포스트시즌까지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국재환 기자 shoulda88@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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