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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뉴스 : Sports & Entertainment

 

[이현우의 MLB+] '가을 좀비' 세인트루이스의 깨어난 가을 본능

  • 기사입력 2017.09.13 15:17:07   |   최종수정 2017.09.14 12:4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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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끝내기 홈런을 친 토미 팸과 팀 동료들(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지난달 26일 끝내기 홈런을 친 토미 팸과 팀 동료들(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엠스플뉴스]

 

  | '가을 좀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9월 들어 12승 2패를 기록, 지구 1위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 차를 2게임까지 줄였다. 강력한 선발 로테이션과 한층 안정된 불펜진, 그리고 세인트루이스 특유의 '깜짝 스타'들이 가세한 덕분이다. 세인트루이스는 드디어 그들 본연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 지금 기세를 이어갈수만 있다면 포스트시즌 진출도 결코 불가능한 꿈만은 아니다.

 

 

메이저리그에는 가을이면 어김없이 깨어나는 좀비 군단이 있다.

 

'가을 좀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다. 메이저리그에서 뉴욕 양키스(27회) 다음으로 월드시리즈 우승 횟수(11회)가 많은 이 명문 팀은 가을야구에 유독 강했다. 특별한 강점은 없다. 하지만 끈질기게 상대방의 약점을 물고 늘어진다. 그러다 보면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선 상대도 결국엔 무너지고야 만다. 그래서 세인트루이스는 가을 좀비라고 불린다.

 

'가을 좀비'는 한국에서만 쓰이는 별명은 아니다. 스포츠전문매체 ESPN 칼럼니스트 버스터 올니는 2014시즌 내셔널리그(NL) 챔피언십시리즈(CS)를 가리켜 "좀비와 바퀴벌레의 대결"이라고 말했다. 좀비는 세인트루이스를 말한다. 바퀴벌레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다. 이는 그만큼 끈질긴 두 팀이 만났다는 뜻에서 한 말이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연속 가을에 세인트루이스가 보여준 모습을 떠올려보면 이해 못 할 반응은 아니다. 세인트루이스는 와일드카드(2011, 2012)로라도 기어코 포스트시즌(PS)에 진출했고, 네 번 중 두 번은 월드시리즈(2011, 2013)에 올랐다. 그리고 그 가운데 한 번은 우승(2011)을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은 이런 세인트루이스의 명성에 금이 간 해로 남아있다. 단 1경기 차이로 NL 와일드카드 획득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잘 안 알려진 사실도 있다. 세인트루이스는 '지난해에도' 정규시즌 마지막 4경기를 모두 이겼다. 뉴욕 메츠와 샌프란시스코 가운데 한 팀만 삐끗했으면 전력에서 뒤처지는 세인트루이스에 와일드카드 자리를 뺏길 뻔했다.

 

이런 세인트루이스의 가을 본능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세인트루이스는 지난달 1일까지만 해도 52승 54패에 그치며 지구 선두 시카고 컵스와 5.5게임 차, 와일드카드 2위(애리조나 디백스)와는 8경기 차로 뒤처져 있었다. 하지만 13일(한국시간) 현재 세인트루이스와 컵스, 세인트루이스와 와일드카드 2위와의 게임 차는 어느덧 각각 2경기, 3.5경기 차이로 좁혀졌다.

 

가을 냄새를 맡은 세인트루이스가 9월 들어서만 12승 2패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신시내티와의 경기에서 승리, 4연승을 거둔 세인트루이스의 성적은 76승 68패가 됐다.

 

강력한 선발 로테이션, 그리고 니카시오 트레이드

 

 

 

올가을 세인트루이스 상승세의 비결은 무엇일까. 첫 번째 요소는 단연 선발 로테이션이다. *세인트루이스의 선발 투수들은 9월 12일(현지 기준)까지 10경기에서 평균자책 1.95를 기록했다. 이는 12일까지 19연승을 내달리고 있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선발진(ERA 1.97)보다 좋은 기록으로, 세인트루이스는 해당 부문에서 동기간 30개 팀 가운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 13일 코리 클루버의 완봉과 랜스 린의 5이닝 3자책점으로 순위가 역전됐다.

 

에이스 카를로스 마르티네스(1승 15.0이닝 ERA 1.20), 랜스 린(1승 1패 19.0이닝 ERA 1.89), 마이클 와카(2승 14.0이닝 ERA 1.93), 루크 위버(2승 12.2이닝 ERA 1.42)로 이어지는 1~4선발 로테이션이 고루 활약해준 덕분이다. 게다가 첫 등판에서 4이닝 5실점으로 호된 신고식을 치렀던 신인 선발 잭 플레허티도 두 번째 등판에선 5이닝 1실점으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한편, 안정세를 찾은 불펜진의 활약에 대한 언급도 빼놓을 순 없다. 시즌 전체로 따졌을 때 평균자책 3.96을 기록 중인 세인트루이스의 불펜진은 9월 들어 평균자책을 2.96까지 낮췄다. 기존 불펜진 브렛 시슬, 맷 보우먼, 타일러 라이온스가 폼을 회복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여기엔 새로 합류한 후안 니카시오(31)의 공이 컸다(2경기 2.1이닝 2세이브 평균자책 0.00).

 

불펜으로 전업한 니카시오는 2017시즌 3승 5패 63.2이닝 평균자책 2.69를 기록 중인 투수. 그를 영입한 것은 오승환의 부진, 트레버 로젠탈의 시즌 아웃으로 인한 마무리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실리적인 목적보다 더 중요한 소득이 있었다. 바로 니카시오 영입을 통해 프런트오피스가 선수단에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에 부응하기라도 하는 듯 선수단 역시 시즌 막판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그런데 시즌 막판 세인트루이스의 전력은 정상적인 것과는 거리가 있다. 특히 야수진의 부상이 심각하다. 팀 내 최고의 타자인 맷 카펜터는 어깨 부상으로 인해 코르티손 주사를 맞고 몇 경기를 결장했다. 콜튼 웡 역시 허리 통증으로 인해 같은 주사를 맞고 결장한 시기가 있었다.

 

심지어 덱스터 파울러는 왼쪽 무릎 타박상을 입었고, 올 시즌 세인트루이스의 '깜짝 스타' 토니 팸도 잠시 안약으로 인한 부작용을 겪었다. 여기에 화려하게 부활한 제드 저코는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 부상을 겪고 있다. 오승환 역시 햄스트링 통증으로 인해 지난 9일부터 결장했다.

 

하지만 세인트루이스는 특유의 장점을 살려 위기를 극복해나가고 있다. 그 장점이란, 다름 아닌 세인트루이스 고유의 선수 육성 능력이다.

 

특유의 팜 시스템에서 나온 '깜짝 스타'들

 

2017시즌 세인트루이스의 '깜짝 스타' 폴 데종(왼쪽)과 토미 팸(오른쪽)(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2017시즌 세인트루이스의 '깜짝 스타' 폴 데종(왼쪽)과 토미 팸(오른쪽)(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세인트루이스를 명문 팀으로 만든 요소 가운데 하나는 바로 팜 시스템(farm system, 마이너리그팀을 통해 미성숙한 선수를 훈련시키는 제도)이다. 세인트루이스는 전설적인 단장 브랜치 리키에 의해 메이저리그 최초로 팜 시스템을 도입한 팀이다(1925년). 그 후 100여 년의 세월이 흘러 메이저리그 팀들의 육성 능력은 많이 평준화됐지만, 그 전통이 어디로 사라지진 않는다.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유망주라고 할지라도 세인트루이스에선 '터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전통은 2000년대 들어서도 그대로다. 그 대표적인 예가 토니 팸과 폴 데종이다. 유망주 시절 팸의 기대치는 기껏해야 백업 외야수 정도였다. 하지만 팸의 올 시즌 성적은 타율 .306 19홈런 61타점 19도루다. 누가 쏠쏠한 백업 선수 정도였던 팸이 이 정도까지 성장할 줄 알았을까.

 

데종 역시 마찬가지. 장타력이 있는 내야수란 건 알았지만, 딱히 엄청난 기대를 받았던 유망주는 아니었다(24세에서야 데뷔한 게 그 증거다). 그런데 메이저리그에 올라오자마자 타율 .292 22홈런 57타점을 기록 중이다. 이 두 깜짝 스타의 등장으로 세인트루이스는 시즌 초반에 들렸던 '비관론'과는 달리, 9월까지 어떻게든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을 잃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잠시 주춤할 무렵, 바통은 또 다른 깜짝 스타들에게로 이어졌다. 바로 1루수 호세 마르티네스와 외야수 해리슨 베이더다. 

 

 

 

마르티네스는 2006년 계약 후 10년 동안 마이너를 전전했던 선수. 만 28세였던 지난해에야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1루수 겸 외야수임에도 마이너에서 한 시즌에 10홈런을 넘긴 적이 딱 두 번 뿐이었으니 그럴만도 했다. 그런데 지금 메이저리그 성적은? 놀랍게도 타율 .311 13홈런 38타점을 기록 중이다. 13일 경기에서도 2안타를 추가한 마르티네스의 9월 타율은 .421에 이른다. 

 

베이더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트리플A에서 123경기 20홈런을 치긴 했지만, 스윙 메커니즘의 결함(지나치게 평평하다는 평가를 받았었다)과 약점(바깥쪽 공)으로 인해 첫 해엔 고전할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그런 베이더의 현재 성적은 17경기 타율 .288 3홈런 8타점이다. 이들의 활약을 통해 세인트루이스는 정상 전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을 단순한 우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다른 팀이면 몰라도 세인트루이스라면 얘기가 다르다. 그간 전통을 봤을 때  세인트루이스는 오히려 이제야 그들 본연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한 것에 가깝다. 정규시즌 종료까진 아직 18경기가 남았다. 

 

고유의 선수 육성 시스템과 집념이 만들어낸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면, 세인트루이스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결코 불가능한 꿈만은 아닐 것이다.

 

이현우 기자 hwl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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