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런 저지(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애런 저지(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엠스플뉴스]

스타의 진가는 팀이 위기 상황에 빠졌을 때 드러나는 법이다. 침묵에 빠졌던 뉴욕 양키스의 '슈퍼 스타' 애런 저지(25)가 기대에 걸맞은 활약상을 선보이며 팀을 위기에서 건져냈다. 호수비에 잠잠했던 홈런포까지 쏘아 올리며 역습에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저지는 10월 1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 주 브롱크스에 위치한 양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에 2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3점 홈런 한 방을 포함, 3타수 1안타 1볼넷 3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8-1 완승에 힘을 보탰다.

저지는 말 그대로 '역대급 시즌'을 보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던 저지는 신인 자격을 유지한 올 시즌 155경기에 출전해 타율 .284, 52홈런 114타점을 기록, 팀의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2위 및 와일드카드 1위를 이끌었다. 아메리칸리그 홈런 1위, 타점 2위, OPS 2위(1.049)에 이름을 올린 그는 아메리칸리그 홈런왕에 등극했고, 신인왕과 MVP를 차지할 유력한 선수에도 손꼽혔다.

그러나 정규시즌의 위용을 포스트시즌에서 이어가지 못했다.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투런 홈런 한 방을 포함, 4타수 2안타 1볼넷 2타점 3득점 맹활약을 펼쳤지만 이후 일곱 경기에서는 타율 0.074(27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선구안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볼넷은 다섯 개밖에 얻지 못했고, 반면 삼진은 19개를 당했다. 포스트시즌 여덟 경기를 마친 시점에서 성적은 타율 .129(31타수 4안타) 1홈런 4타점밖에 되지 않았고, OPS는 .528에 불과했다.

그 사이 팀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3승 2패로 꺾고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휴스턴에게 챔피언십시리즈 1, 2차전을 모두 내주며 2패에 몰렸다. 3차전까지 내준다면 휴스턴에게 기세를 완전히 넘겨주는 한편, 시리즈 전적 3패로 월드시리즈 진출 티켓까지 내어주기 직전 상황까지 몰릴 수도 있었다. 양키스로서는 반드시 3차전을 잡고 반전을 노려야 했다.

다행히 양키스는 3차전을 완승으로 장식하며 분위기를 끌어 올리는데 성공했다. 중심에는 침묵에 빠졌던 저지가 있었다.

이날 양키스는 선발 CC 사바시아의 호투, 토드 프레이저의 선제 3점 홈런으로 기선제압에 성공한 가운데 3회까지 3-0으로 앞서 나갔다. 다만 점수차가 3점에 불과했던 만큼, 휴스턴의 기세를 더 누를 필요가 있었다.

저지의 가치가 4회부터 빛을 발했다. 수비에서부터 존재감을 드러냈다. 저지는 4회초 휴스턴의 선두 타자 율리에스키 구리엘의 뜬공을 환상적인 캐치로 걷어냈다. 타구가 우측으로 계속해서 휘었던 만큼 잡기가 그리 쉽지 않았지만, 저지는 낙구 지점을 정확히 포착한 끝에 몸을 던져 구리엘의 장타성 타구를 잡는데 성공했다. 타구가 장타로 연결됐다면 추격 기회를 줄 수도 있었던 만큼, 저지의 캐치는 휴스턴의 기세를 꺾기에 충분했다.

호수비로 존재감을 발휘한 저지는 곧바로 이어진 4회말 공격에서 대포 한 방까지 터뜨렸다. 저지는 팀이 4-0으로 앞선 2사 만루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첫 타석에서 볼넷을 얻어냈던 저지는 휴스턴의 두 번째 투수 윌 해리스를 상대하게 됐다.

적시타를 때려낸다면, 분위기를 양키스 쪽으로 완벽하게 가져올 수 있는 상황. 양키스는 해리스의 폭투로 한 점을 달아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저지는 계속된 2사 2, 3루 찬스에서 해리스를 상대로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3점 홈런을 터뜨렸다.

저지는 볼카운트 2-2에서 몸쪽 높이 들어온 포심 패스트볼(시속 93.4마일)을 공략, 포스트시즌 두 번째 홈런을 달아나는 3점 홈런으로 장식했다. 저지의 한 방과 함께 양키스는 경기 초중반 승기를 잡는데 성공했다. 여덟 경기 만에 침묵을 깨뜨린 저지는 5회초에도 다이빙 캐치로 휴스턴의 안타를 지워내는 등, 공수 양면에서 완벽에 가까운 활약을 이어나갔다.

결국 3차전은 양키스의 완승으로 막을 내렸다. 선발로 6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친 사바시아, 선제 3점 홈런을 때려낸 프레이저의 활약도 빛났지만, '악의 제국' 역습의 서막을 알린 주인공은 단연 올 시즌 양키스의 '슈퍼 스타' 애런 저지였다.

국재환 기자 shoulda88@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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