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컬버슨(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찰리 컬버슨(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엠스플뉴스]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를 앞두고, LA 다저스는 '초비상' 사태를 맞이했다. 주전 유격수 코리 시거(23)가 허리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아예 제외되고 만 것이었다. 아무리 예년에 비해 선수층이 두터워진 다저스라지만, 정규시즌에서 22홈런 77타점을 기록한 핵심 멤버의 공백을 메울 수는 없을 것처럼 보였다. 더군다나 상대는 전력이 다소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지난해 다저스를 챔피언십시리즈에서 탈락시킨 '디펜딩 챔피언' 시카고 컵스였다.

하지만 챔피언십시리즈 1, 2차전에서 시거의 공백을 완벽히 메워낸 선수가 있었다. 주인공은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를 오가는 신세였던 찰리 컬버슨(28)이었다.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급하게 로스터에 합류한 컬버슨은 2경기 동안 타율 .400(5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으로 공격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선보였다. 수비에서도 단 한 개의 실책 없이 센터 라인을 책임지며 안정감을 뽐냈다.

이름값에서도 드러났지만, 컬버슨에 대한 기대는 그리 크지 않은 게 사실이었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많은 편도 아니었고,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매 시즌마다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를 오가는 그저 그런 백업 신분이었기 때문이었다.

콜로라도 시절 찰리 컬버슨(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콜로라도 시절 찰리 컬버슨(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2007년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지명을 받은 컬버슨은 2012년이 돼서야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소속으로 단 여섯 경기밖에 뛰지 못했고, 이후 두 시즌 동안은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활약했다. 이곳에서도 컬버슨은 두 시즌간 142경기에 나서 타율 .227, 5홈런 36타점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을 뿐이었다. 이후 컬버슨은 2015시즌을 끝으로 콜로라도를 떠나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다저스로 이적했다.

컬버슨 영입은 뎁스 채우기 용도의 성격이 짙었다. 포수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고, 외야수로도 활욜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지만 컬버슨이 빅 리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은 낮았다. 냉정히 말해 부상자가 발생할 경우 그 자리를 메울 대체 선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볼 수 있었다. 실제 컬버슨은 메이저리그에서 지난해 34경기, 올해 15경기밖에 나서지 못했다. 다저스에서의 두 시즌 도합 성적도 타율 .275, 1홈런 8타점으로, 주전을 꿰차거나 핵심 백업 역할을 맡기엔 부족했다.

단 한 번, 강한 인상을 남긴 적은 있었다. 지난해 9월 26일 콜로라도와의 홈경기였다. 이날 컬버슨은 다저스의 2016시즌 마지막 홈경기에서 연장 10회말, 팀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년 연속 우승을 확정짓는 끝내기 솔로 홈런을 작렬시켰다. 특히 '다저스의 목소리' 빈 스컬리 옹의 마지막 홈경기 중계였던 만큼, 컬버슨의 홈런은 그 의미를 더했다.

이게 끝이었다. 컬버슨은 2016년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4경기에서 주로 대수비, 대타로 나서 7타수 무안타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2017시즌에도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를 오가는 신세였다.

하지만 기회가 찾아왔다. 디비전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됐던 컬버슨은 챔피언십시리즈 직전, 허리 부상으로 이탈한 시거를 대신해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승선했다. 동시에 1차전에서 8번 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시거의 공백을 메울 것이라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컬버슨은 1차전에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세우는 희생 플라이, 경기 후반 2루타와 득점까지 기록하며 다저스의 5-2 역전승에 큰 힘을 보탰다.

활약은 2차전에서도 계속됐다. 8번 타자 겸 유격수로 2차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컬버슨은 팀이 0-1로 뒤진 5회말 선두 타자로 나서 존 레스터에게 좌중간으로 향하는 2루타를 뽑아냈다. 이어 저스틴 터너의 적시타 때 홈을 밟으며 팀에게 동점 득점을 안겨줬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컬버슨은 1-1로 맞선 9회말 무사 1루에서 깔끔하게 희생번트를 성공시켜 1루 주자 야시엘 푸이그를 2루로 보냈다. 이후 다저스는 대타 카일 파머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크리스 테일러의 볼넷 이후 터진 터너의 끝내기 3점 홈런을 앞세워 2차전까지 가져가는데 성공했다.

1차전과 마찬가지로 2차전에서도 동점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컬버슨은 경기 막판 안정적으로 희생번트를 성공시키며 팀의 끝내기 역전승에도 발판을 마련했다. 컬버슨이 시거의 공백을 잘 메어준 덕에 다저스는 홈에서 열린 시리즈 1, 2차전을 잡고, 원정에서 열리는 3, 4, 5차전을 대비할 수 있게 됐다.

부상에서 엔트리에서 제외된 시거는 다저스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해야만 복귀가 가능할 전망이다. 그때까지 다저스의 챔피언십시리즈 주전 유격수는 컬버슨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말 그대로 '땜빵'의 성격이 짙었지만 컬버슨은 알토란 같은 활약을 이어가며 다저스의 '가을 신데렐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가을 무대에서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컬버슨의 질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을 모은다.

국재환 기자 shoulda88@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