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측이 텍사스 계약 무산 보도에 대해 첫 입장을 내놨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오승환 측이 텍사스 계약 무산 보도에 대해 첫 입장을 내놨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애리조나]

“현재 오승환의 몸 상태엔 문제가 없다. 마치 팔꿈치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 구단이 계약을 철회한 모양새가 돼 굉장히 유감스럽다. 상황에 따라선 한국 복귀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

텍사스 레인저스 입단 계약이 무산된 오승환 측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놨다. 오승환 에이전트인 스포츠 인텔리젼스 김동욱 대표는 2월 18일(이하 미국 기준) “현지 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과 달리, 오승환의 몸에는 문제가 없다”고 엠스플뉴스에 전했다.

오승환과 텍사스의 계약 무산 소식은 17일 미국 현지 매체 ‘댈러스 모닝 뉴스’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이 매체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MRI 진행 과정에 오승환의 팔에 당황스러운 문제가 발견됐다. 계약이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오승환 측은 보도가 나온 당일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하며 텍사스 구단의 해명을 기다렸다. 그러나 텍사스 구단이 계속 무대응으로 일관하면서 오승환의 몸 상태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결국 18일 공식적인 입장을 내놨다.

오승환 측은 “현재 오승환의 몸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문제라면 팔꿈치 부위의 염증 정도인데, 투수라면 대부분이 겪는 증상이다. 팔꿈치 염증은 한국에서 뛸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갖고 있던 증상이고, 이번에 새로 발견했거나 전보다 심각해진 문제가 결코 아니다.” 김 대표의 해명이다.

실제 오승환은 애리조나 LG 트윈스 캠프에 합류한 뒤 정상적인 루틴에 따라 훈련을 진행해 왔다. 불펜 피칭도 꾸준히 소화했고, 시즌 개막에 맞춰 조금씩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과정이었다.

캠프에서 오승환을 지켜본 관계자, 함께 훈련한 선수들도 하나같이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이 때문에 오승환의 계약 무산 소식에 그간 훈련을 지켜본 국내 야구 관계자들도 하나같이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김 대표는 “텍사스에선 계약 철회를 요청한 적이 없다. 오히려 그동안 계속 수정된 계약을 제안하며 몸값을 깎으려고 시도했다”고 밝혔다. 텍사스 구단의 거듭된 계약 수정 제안에 오승환 측은 ‘처음 제시한 조건이 아니라면 계약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런데 계약 조건을 둘러싼 줄다리기를 하던 중에 ‘팔꿈치 이상설’을 언급한 현지 언론 텍사스 담당 기자의 보도가 나왔다. 이는 구단에서 누군가 의도적으로 흘리지 않으면 외부에서 알기 힘든 내용이다. 보도 이후 텍사스 구단이 무대응으로 일관하면서 보도 내용이 기정사실처럼 굳어졌다.

마치 오승환의 팔꿈치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서 구단이 계약을 철회한 것 같은 모양새가 된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한 국내 구단 관계자는 “텍사스 구단이 의도적으로 언론 플레이를 한 것으로 보인다. 오승환의 계약을 수정하려다 생각대로 되지 않자, 팔꿈치 이상설을 외부에 흘린 게 아닌지 의문스럽다”는 생각을 전했다.

김 대표는 “만약 오승환의 메디컬 테스트 결과가 텍사스 구단의 자체적인 기준에 미치지 못해 계약할 수 없다면 그건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그간 계속 계약을 체결하려고 했으면서, 이제 와 마치 몸에 문제가 있어서 계약이 어려워진 것 같은 모양새가 돼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이번 텍사스 계약 무산이 다른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텍사스를 선택하기 전까지만 해도 다른 복수 구단의 영입 제안이 있었고, 계약 조건도 좋았다. 하지만 이번 일로 인해 다른 구단과 계약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됐다”고 우려했다.

현재 오승환은 텍사스 계약 건과 별개로, 미국 현지에 머물며 개인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개인 불펜 포수를 고용했다. 루틴을 따라 열심히 개인 훈련을 하며 다른 구단과 계약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여전히 오승환은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을 최우선 선택지로 고려하고 있다. 텍사스 계약 전까지만 해도 한국 혹은 일본행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던 오승환이다.

관건은 계약 조건이다. 오승환의 나이는 올해도 36살이다. 20대 선수처럼 마이너리그 계약, 혹은 스플릿 계약까지 감수하며 메이저리그 도전을 강행할 동기가 크지 않다.

오승환은 최근 주변 지인에게 “상황에 따라선 한국 복귀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도 “몸에 문제가 전혀 없는데 나쁜 계약 조건을 감수해가며 미국에 남을 이유가 없다. 만약 부당하게 계약상 불리한 조건을 받는다면,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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