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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뉴스 : Sports & Entertainment

 

[야구공작소] 최강 마무리 투수들의 주무기 '더 피치'

  • 기사입력 2017.02.16 13:48:08   |   최종수정 2017.02.17 13: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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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뉴스] 불펜투수라는 개념이 확립되지 않았던 과거의 프로야구에서 대부분의 이닝은 선발투수들의 몫이었다. 오늘날의 프로야구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선발투수들의 완투는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대신 경기의 9회를 빈번하게 책임지고 있는 것은 각 팀의 마무리 투수들이다.

 

캔자스시티 로열스가 2015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이후로 메이저리그에서는 압도적인 불펜 투수들의 중요성이 한층 강조되고 있다. 과거의 구단들은 가장 확실한 한 명의 불펜 투수를 마무리로 기용하여 9회를 깔끔히 틀어막는 선에서 만족을 느꼈고, 그에 미치지 못하는 나머지 투수들로 구원진을 구성하는 데 별다른 아쉬움을 느끼지 않았다. 

 

이러한 전반적인 불펜 철학을 본격적으로 변화시킨 것은 2014 시즌, 켈빈 에레라-웨이드 데이비스- 그렉 홀랜드로 이어지는 캔자스시티 ‘불펜 3대장’의 출현이었다. 캔자스시티가 이 3인방의 활약을 앞세워 월드시리즈 준우승과 우승을 연속으로 차지하자, 이들의 성공을 지켜본 다른 구단들도 마무리 수준의 역량을 갖춘 불펜 투수들을 하나둘씩 추가로 영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롤디스 채프먼 (사진=gettyimages / 이매진스) 아롤디스 채프먼 (사진=gettyimages / 이매진스)

  

지난 시즌 뉴욕 양키스가 선보인 BMC 트리오(델린 베탄시스-앤드류 밀러-아롤디스 채프먼)는 이 새로운 트렌드의 가장 극단적인 사례였다. 셋 모두가 리그를 대표하는 올스타급의 불펜 투수였으니까 말이다. 이후 시즌이 진행되면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시카고 컵스로 각각 소속을 옮긴 밀러와 채프먼은 두 팀이 만난 월드시리즈에서 뒷문을 지키며 진검승부를 펼치기도 했다. 

 

특히 코디 앨런이라는 준수한 마무리 투수를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그 이상의 기량을 지닌 밀러를 영입하여 최강의 불펜을 구축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선전은, 복수의 ‘마무리급’ 투수를 영입하는 이와 같은 불펜 구성이 잠깐 동안의 유행이 아니라 불펜에 대한 패러다임 자체의 변화를 반영하는 현상일 수 있음을 시사해준다. 2003년 테오 엡스타인과 빌 제임스가 고안해냈던 ‘집단 마무리’ 체제가 10여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상당히 유사한 형태로 실현되고 있는 셈이다. 

 

마무리 투수의 무기

 

마무리 투수의 임무는 역시 팀의 승리를 지켜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마무리 투수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두 가지. 하나는 위력적인 공을 구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실투를 가능한 한 억제하는 것이다. 경기 후반의 첨예한 상황에서 등판하는 마무리 투수에게는 단 한 구의 어설픈 공도 용납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번 시즌 마무리로 등판하게 될 투수들은 어떤 공을 주무기로 하는 투수들일까. 

 

2017시즌 예상 마무리 투수 (출처 : MLB.com) 2017시즌 예상 마무리 투수 (출처 : MLB.com)

 

  

 1) 패스트볼

 

마무리 투수는 타자의 배트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압도적인 구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마무리 투수들은 95마일 이상의 패스트볼을 보유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패스트볼을 던지는 선수가 앞에서도 몇 차례 언급되었던 아롤디스 채프먼이다.

 

2010년 신시내티와 6년 3020만 달러의 계약을 체결하며 미국 무대를 밟은 ‘쿠바 특급’ 채프먼은 그해 막바지에 빅리그에서 첫 선을 보였고, 100마일의 패스트볼을 쉴 새 없이 꽂아 넣으면서 그간의 명성이 허튼 것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상대적으로 빈약했던 변화구 계열의 완성도 탓에 선발투수에서 불펜 쪽으로 눈을 돌린 채프먼은, 이후 2012년부터 프란시스코 코데로의 자리를 넘겨받아 최고의 마무리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지난 시즌에는 우승 청부사로 시카고 컵스에 합류해서 108년의 저주를 풀어낸 대업의 한 주역으로 역사 속에 이름을 남기기도 했다.

 

2012 시즌 이래 181번의 세이브를 성공시키면서 같은 기간 동안 크레이그 킴브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세이브를 기록한 채프먼의 구위는 지금도 떨어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난 시즌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인 100.4마일은 메이저리그 데뷔 이래 가장 빠른 수치이기까지 하다. 지난 포스트시즌에서는 무리한 연투로 인해서 몇 차례 ‘인간적인’ 모습을 노출했지만, 채프먼의 패스트볼이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의 마구 가운데 하나로 기억될 만한 구종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2) 브레이킹 볼

 

강속구를 뿌리는 투수는 야구계에서 본질적으로 희소한 존재다. 때문에 빠른 공을 보유한 유망주들 역시 가치가 높은 선발투수를 목표로 육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서도 빠른 시점에 구속이 떨어지는 선수나 서드피치의 발전이 더디게 이루어지는 경우는 선발투수로서 메이저리그에 정착하기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구단 측이 흔히 선택하게 되는 카드가 바로 불펜 전환이다. 기본적으로 빠른 공을 갖추고 있는 투수들은, 거기에 한 가지 정도의 구종만 확실히 장착한다면 얼마든지 불펜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강력한 패스트볼을 뒷받침해줄 결정구로는 브레이킹 볼, 즉 슬라이더 또는 커브가 주로 선호된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로 연마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기 때문이고, 둘째로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하는 데 그만한 구종이 드물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의 불펜 투수들이 패스트볼 다음으로 자주 사용한 구종은 다름아닌 브레이킹 볼 계통의 구종들이었다(26.5%). 그 중에서도 마무리 투수들 사이에서 한층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구종은 슬라이더이다.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삼는 올 시즌의 마무리 투수들 중에서는 켄 자일스(휴스턴)와 에드윈 디아즈(시애틀)가 특히 주목해볼 만하다. 자일스는 지난 시즌 기록한 102개의 탈삼진 가운데 무려 83개를 슬라이더로 잡아낸 놀라운 이력의 소유자이다. 이는 구원투수들 가운데 밀러와 카일 바라클로에 이은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고, 탈삼진에서 슬라이더가 차지하는 비율로만 보면 심지어 밀러보다도 높다(자일스 81.4%, 밀러 76.4%). 자일스의 현 소속팀인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5명이나 되는 유망주를 내주면서 야심 차게 자일스의 영입을 성사시켰는데, 사실 지난 시즌의 자일스는 예상외의 초반 부진에 시달리며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주지 못했다. 구위나 투구 자체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던 만큼 이번 시즌에는 기대에 부응하는 활약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이다.

 

디아즈는 지난해 베이스볼 아메리카의 팀내 유망주 순위에서 2위를 차지한, 원래는 선발투수로 육성되고 있던 유망주였다. 그러나 선발 로테이션에서 한 시즌을 보내기에는 지나치게 마른 체격이었던 데다 서드피치인 체인지업의 연마도 순탄치 않았고, 거기에 시즌 중 시애틀 불펜 투수들의 부상 소식마저 줄을 이으면서 결국 불펜으로 보직을 변경하게 되었다. 콜업 직후부터 기존의 마무리 스티브 시섹의 앞을 책임지는 셋업맨 자리를 따낸 디아즈는 8월 중순 시섹의 부진을 틈타 마무리투수로 올라섰고, 결국 시즌 말미까지 철벽 투구를 이어가면서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냈다. 특히 강력한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조합에 기초한 탈삼진 능력이 돋보였는데, 15.33개에 달하는 디아즈의 이번 시즌 9이닝당 탈삼진 개수는 50이닝 이상을 투구한 전체 불펜 투수들 가운데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1위 베탄시스 15.83). 

 

코리안 메이저리거 오승환도 패스트볼과 함께 슬라이더를 애용하는 투수이다. 마무리 투수로는 빠른 편이 아닌 패스트볼 구속으로도 지금처럼 견고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데는 이 슬라이더의 역할이 컸다. 이들 외에도 로베르토 오수나, A.J. 라모스, 애덤 오타비노 등이 슬라이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대표적인 마무리 투수들이다.

  

 

 

한편, 커브의 대가는 다름아닌 ‘포스트 리베라’ 크레이그 킴브럴이다. 2011년 46세이브로 신인 최다 세이브 기록을 세운 킴브럴은 지난 시즌까지 255세이브를 거두며 같은 기간 동안의 어느 투수보다도 많은 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다(2위 켄리 잰슨 185세이브). 킴브럴이 구사하는 커브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보다도 슬라이더로 오해 받았을 만큼 빠른 구속에 있다. 킴브럴의 커브는 지난 시즌에도 86.6마일의 평균 구속을 기록하며 브라이언 엘링턴의 커브와 리그에서 가장 빠른 커브볼의 자리를 양분했던 구종이다. 지난해 제구가 흔들리면서 다소 아쉬운 시즌을 보냈던 킴브럴에게 올 시즌은 명예회복을 위한 중요한 분기점이 될 예정이다(2016 시즌 9이닝당 볼넷 허용 5.09개).

 

킴브럴 이외에도 커브를 활용하는 마무리 투수로는 코디 앨런, 데이빗 로버트슨, 웨이드 데이비스, 마크 멜란슨 등이 있다. 흥미롭게도 이들은 모두 커브 그립에서 검지를 구부려 잡는 너클 커브를 애용하는 투수들이다.

  

 

 

3) 오프스피드

 

타이밍을 빼앗는 오프스피드 계통의 구종으로 타자들을 제압하는 이들도 있다. 디트로이트의 마무리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는 원래 평균구속이 94마일에 육박하는 패스트볼과 각도 큰 브레이킹 볼을 무기로 많은 탈삼진을 솎아내는 전형적인 유형의 불펜 투수였다. 하지만 나이와 투구 이력으로 인해 구속이 많이 떨어진 지금은 평균구속이 90마일에도 미치지 못하는 패스트볼을 구사하고 있다(89.2마일). 대신 그의 무기가 되어주고 있는 구종이 바로 체인지업이다. 

 

뉴욕 메츠로 이적한 2009년 무렵부터 체인지업을 구사하기 시작한 로드리게스는 어느새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의 비중이 1:1에 이를 정도로 체인지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투수로 탈바꿈했다. 체인지업의 위력을 계속 유지해 나갈 수 있다면, 지금껏 마리아노 리베라와 트레버 호프먼 단 2명만이 올랐던 통산 500세이브 고지도 오래지 않아 정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웨이드 데이비스를 떠나보낸 캔자스시티와 마크 멜란슨을 떠나보낸 피츠버그 파이리츠는 새로운 마무리 투수로 각각 켈빈 에레라와 토니 왓슨을 낙점해 두고 있다. 공교롭게도 에레라와 왓슨은 모두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활용하는 투수들이다. 다만 세 번째의 구종인 슬라이더를 본격적으로 장착하면서 더욱 강력한 투수로 발돋움한 에레라에 비해, 멜란슨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나섰던 왓슨의 지난 시즌 마무리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9월 이후 2패 5세이브 ERA 5.06). 

 

 

 

4) 특이 케이스

 

마리아노 리베라는 캐치볼 도중 우연히 발견한 컷 패스트볼을 앞세워 정규시즌 최다인 652회의 통산 세이브를 기록했고, 포스트시즌 사상 최고의 강심장 중 하나로 이름을 남겼다. 가장 놀라운 점은 이처럼 압도적인 업적을 남긴 리베라의 대부분의 투구가 컷 패스트볼로 이루어져 있었다는 사실이다. 현역 마무리 투수들 중에도 리베라처럼 한 가지의 강력한 구종을 앞세워 타자들을 요리하는 특이한 유형의 선수들이 존재한다. 컷 패스트볼의 켄리 잰슨과 싱커의 잭 브리튼이 바로 그들이다.

 

잰슨의 컷 패스트볼은 리베라만큼의 ‘배트 브레이커’는 아니지만, 위력적인 구위 덕에 그보다도 훨씬 많은 탈삼진을 이끌어내고 있는 구종이다. 풀타임으로 활약하기 시작한 2011년 이래 잰슨이 기록하고 있는 9이닝당 탈삼진 개수는 13개를 훌쩍 뛰어 넘는다. 지난 시즌까지 통산 189세이브를 거둔 잰슨은 에릭 가니에가 보유하고 있던 다저스 프랜차이즈의 통산 세이브 기록도 이미 경신한 상태이다.

 

 

 

볼티모어가 애지중지하는 선발 유망주였던 브리튼은 선발투수로 리그에 정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2014 시즌을 앞두고 불펜 투수로의 보직 변경을 택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싱커의 구속이 3마일 이상 상승하면서 완전히 다른 유형의 투수로 탈바꿈했다. 기량이 정점에 오른 지난 시즌, 브리튼이 작성한 0.54의 평균자책점은 60이닝 이상을 소화한 불펜 투수들 가운데 가장 낮은 기록이었다. 대부분의 구종이 싱커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음에도 타자들은 브리튼의 공을 하늘로 띄울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땅볼 비율 80%, 플라이볼 비율 8.8%).  

 

마무리 투수, 다르지만 같은 그들

 

마무리 투수들의 구속과 구종은 이처럼 실로 제각각이다. 그러나 이들이 던지는 ‘원 피치’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동일하다. 가깝게는 타자와의 승부에서 이기는 것이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팀의 승리를 지켜내는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는 월드시리즈 7차전의 마운드에 올라 상대의 마지막 공격을 틀어막고 우승을 자축하는 포효를 내뱉는 것이다. 이는 마무리 투수들만의 특권이고, 그들이 간직할 수 있는 최대의 로망이다.

 

출처: Baseball-Reference, Fangraphs.com

 

야구공작소

반승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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