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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뉴스 : Sports & Entertainment

 

[박승현의 다저스 칼럼] LAD의 실버 폭스, 체이스 어틀리

  • 기사입력 2017.09.14 06:00:14   |   최종수정 2017.09.14 09:2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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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의 실버 폭스 체이스 어틀리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다저스의 실버 폭스 체이스 어틀리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엠스플뉴스] 다저스가 11연패를 끝냈다. 13일 AT&T 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원정경기에서 5-3으로 이겼다. 지난 2일 허리 통증에서 복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상대로 팀의 5연패를 끝냈던 클레이튼 커쇼가 이날도 승리 투수가 됐다. 6.0이닝 동안 8안타 볼넷 1개 2실점(1자책점). 91개를 던지면서 탈삼진 6개를 기록했다.

 

이기긴 했지만 끝까지 진땀을 흘려야 했다. 커쇼는 이날 패스트볼과 슬라이더가 평소 보다 좋지 않아 애를 먹었다. 5회부터 패스트볼 커맨드는 찾았지만 슬라이더가 무뎌 효과가 떨어졌다. 6회에는 연속 안타를 허용해 무사 1, 2루 위기를 맞이하는 등 모두 34개의 볼을 던져야 했다. 8회 1사 1루에서 투입된(그냥 브랜든 머로우가 던지게 해도 될 것처럼 보였지만)마무리 켄리 잰슨도 고생했다. 9회 1사 후 연속 3안타로 만루 위기를 맞이했다. 버스터 포지와 닉 헌들리를 삼진으로 돌려 세우면서 승리를 지켰다. 그래도 데이브 로버츠 감독 등 다저스 덕아웃에 있던 모두의 얼굴이 노래져야 했다.

 

 

다저스는 이날도 먼저 점수를 내줬다. 3회까지 잔루만 7개를 남기더니 3회 말 커쇼가 선두 타자 켈비 톰린슨에게 좌월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2-0에서 던진 패스트볼이 톰린슨의 배트에 걸렸다. 톰린슨이 올시즌 92경기 197타석 만에 날린 첫 번째 홈런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회복이 빨랐다. 4회 초 선두 타자였던 체이스 어틀리가 샌프란시스코 선발 조니 쿠에토의 5구째(볼카운트 3-1)패스트볼을 두드려 맥코비 만에 떨어지는 장외 홈런을 날렸다. 기세가 오른 다저스 타선은 앞선 3이닝 동안 용케 실점을 피해가던 쿠에토를 더 두들겨 3점을 추가했다. 4-1로 역전.

 

이에 앞서 어틀리는 1회 선두 타자 고키스 에르난데스의 타구를 잡아냈다. 에르난데스가 친 타구가 애매한 높이로 날아왔는데도 점프 캐치에 성공했다. 커쇼가 던진 초구였다. 커쇼의 초반 구위를 고려하면 안타가 됐을 경우 실점은 더 빨라 졌을 지도 모른다.

 

다저스 로버츠 감독은 4-2로 앞서던 7회 1사 후 어틀리 타선이 되자 대타 로건 포사이드를 기용했다. 7회 부터는 샌프란시스코 좌완 불펜 조시 오시치가 올라와 있었다. 포사이드는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났고 어틀리는 다시 평소로 돌아가 동료들과 덕아웃에 서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포사이드는 다음 타석에서도 삼진으로 물러났다).

 

허샤이저가 칭찬하는 선수

 

다저스의 클럽 리더 어틀리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다저스의 클럽 리더 어틀리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커리어 종점을 향해간다는 동병상련 때문인지 어틀리가 다저스로 온 뒤 경기장 밖에서도 한 번 더 눈길을 주는 일이 많았다. 훈련하는 시간이 워낙 긴 선수라서 클럽하우스(보도진에 개방된)에서 볼 기회가 상대적으로 짧았지만 말이다. 가장 부러웠던 것은 언젠가 친구와 그 아들인 듯한 사람을 데리고 다저스타디움 곳곳을 안내하는 모습이었다. 성공해 고향으로 돌아온 이의 드러나지 않는 자부심 같은 것이 느껴졌다.

 

다저스타디움 인근 패서니다에서 태어난 어틀리는 롱비치에서 성장했다. 대학도 UCLA를 다녔다.고교 졸업 당시 다저스가 제시한 85만 달러 사이닝 보너스를 받아 들였으면 좀 더 일찍 LA에서 프로 경력을 시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저스는 1997년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어틀리를 지명했다. 사이닝 보너스 역시 당시로서는 만만치 않은 금액이었다. 하지만 어틀리의 부모는 고교를 졸업한 아들이 갑자기 거액을 버는 것 보다는 대학에 가서 더 많은 경험을 쌓는 것을 원했고 본인도 동의했다. 3년 뒤 2000년 드래프트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1라운드 전체 15번째로 어틀리를 지명했다.

 

어틀리는 2015년 8월 20일 다저스로 트레이드 됐다. 다넬 스위니와 존 리키가 필라델피아로 가고 대신 필라델피아는 남아 있던 연봉(1,500만 달러)일부를 보전하는 조건이었다. 이후 700만 달러(2016년), 200만 달러(2017년) 두 번의 1년 계약을 이어가며 올해도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있다.

 

어틀리는 올시즌 115경기에서 8홈런 31타점 37득점 .230/.323/.396/.719를 기록하고 있다. 출장 경기수는 많지만 타석은 320타석에 불과하다. 교체요원의 향기가 물씬하다. 실제로 선발 출장한 경기는 71경기. 교체 되지 않고 경기를 마친 것은 47경기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보이는 기록이 훌륭하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200만 달러를 받는 쇠퇴기의 백업 내야수라는 점을 감안해도 가성비가 엄청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풀타임 다저스 경기 해설자로 첫 시즌을 보내고 있는 오렐 허샤이저가 가장 좋아하는 다저스 선수가 누구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어틀리도 그 중 한 명인 것은 틀림없다(1988년 10월 17일 당시 10세이던 어틀리는 부친과 함께 다저스타디움 관중석에 있었다고 한다. 오클랜드 어슬래틱스와 월드시리즈 2차전에 선발 출장한 허샤이저는 3안타 볼넷 2개 완봉승을 거뒀다). 한 시즌 그의 해설을 함께 하면서 멘트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애정 때문이다. 

 

동점 상황에 선두 타자로 출루한 뒤 다음 타자 초구에 바로 2루 도루에 성공해 무사 2루를 만들고(어틀리의 시즌 도루는 5개 뿐이지만) 2루에서 유격수의 어시스트 송구를 받기도 전에 이미 좌측발은 1루 송구를 위해 움직여 놓은 선수. 여전한 글러브 토스 신공에(14일 경기에서도 하나 보여줬다) 1루 베이스 맞고 굴절 된 볼을 재빨리 몸을 회전하면서 잡아내 달려오는 투수(마에다 겐타)에게 연결 시키는 모습. 허샤이저의 입에서 “참 야구 잘 하는 선수”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게 했다.

 

다저스에 ‘없던’ 클럽하우스 리더, 그래서 생긴 아쉬움

 

다저스에 없던 실버 폭스 어틀리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다저스에 없던 실버 폭스 어틀리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개인적으로 케미가 좋은 팀이 되기 위해서는 포지션 플레이어 중에서 클럽하우스 리더가 나와야 한다고 믿는 쪽이다. 야구만큼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으면서도 포지션에 따라 선수들이 따로 노는 운동도 드물다. 훈련부터 경기까지 투수와 포지션 플레이어는 각자다(경기 중에도 불펜 투수들은 덕아웃이 아니라 불펜에서 대기한다). 게다가 투수는 경기에서 혼자 나가 볼만 던지면 된다(수비에도 참여하지만 극히 일부분이다). 결정적으로 투수는 아무리 잘 해도 이길 수는 없다.

 

올시즌 다저스는 아쉽게도 베테랑 포지션 플레이어의 존재감이 없다. 프랜차이즈에서 성장한 강점까지 더해 가장 적합한 후보인 앙드레 이디어는 2년째 스프링캠프서 부상을 당해 가을에 돌아오고 있다. 그나마 다저스에서 6시즌째를 맞이하고 있는 아드리안 곤살레스도 올시즌 가장 부진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 DL에 오르는 등 팔꿈치, 허리 통증에 시달리다 주전 1루수 자리를 루키 코디 벨린저에게 내줬다. 

 

다음 베테랑은 저스틴 터너지만 이제 다저스 4시즌째를 맞이한 굴러온 돌이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성격이 너무 유순하다. 늘 밝은 것은 큰 장점이나 리더라는 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될 수 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시절 금지약물 사용이 적발 돼 클럽 하우스의 왕따였던 포수 야스마니 그랜달은 새로운 팀 동료들이 따뜻하게 대해줘 고맙다는 포지션을 넘기 힘들다.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2008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2009년에는 뉴욕 양키스에 졌고 그 때 어틀리는 월드시리즈서만 홈런 5개를 날렸다. 레지 잭슨과 단일 월드시리즈 최다 홈런 타이기록을 세웠다). 그 때를 전후 해 필라델피아 팬들이 믿는 팀의 3대 리더는 체이스 어틀리, 지미 롤린스, 라이언 하워드였다. 성적 뿐 아니라 클럽하우스에서도 셋이 존재감을 확실히 했다. 물론 어틀리도 다저스에서는 굴러온 돌이다. 하지만 길지 않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코리 시거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시거는 온탕에 들어가는 것을 제외한 어틀리의 모든 루틴을 따라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코디 벨린저도 마찬가지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가장 먼저 찾는 선수가 어틀리다. 쉬는 날 카멜백 렌치를 찾았던 릭 허니컷 투수 코치가 변함없이 운동을 하고 있던 어틀리를 보고 놀랐듯이 이들에게도 ‘어틀리가 하는 대로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게 한 셈이다(어틀리는 이와 관련해 ‘SPORTING NEWS’와 인터뷰에서 “이들이 하루 종일 나만 따라 다니라고 할 생각은 없다. 내가 말하는 것도 모두 옳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질문하고 답을 듣는 과정에서 서로 생각할 기회는 생기는 것 아닌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틀리는 13일 2루수로 선발 출장하게 되자 경기 전 필딩 훈련을 소화했다. 전날 무박 2일 경기를 치른 다저스 선수들은 이날 실외훈련이 없었다.

 

다저스 2루는 올해 모두 4명이 맡았다. 선발 출장수 순서대로 로건 포사이드(62경기) 체이스 어틀리(59경기) 크리스 테일러(19경기) 오스틴 반스(3경기)다. 2루수로 뛴 이닝으로 비교하면 포사이드 538.2이닝, 어틀리 513.2이닝, 테일러 166.2이닝, 반스 49.2이닝이다. 테일러와 반스는 주업이 있는 선수이니 결국 비교 대상은 어틀리와 포사이드다.

 

포사이드는 104경기에서 5홈런 30타점 51득점 .227/.355/.320/.675를 기록 중이다. 어틀리와 비교해 나을 것이 전혀 없는 성적이다(포사이드도 현재 30세 시즌이다. 미래를 위해 기용한다는 논리도 불가능하다). 해서 아쉬움이 느껴진다. 만약 어틀리에게 좀 더 많은 출장기회가 주어졌다면. 젊은 선수들과 더 필드에서 함께 할 시간이 늘어났다면. 조용한 멘토 이상의 역할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누군가 그 일을 하고 있다면 몰라도 없었으니 하는 생각이다.

 

허샤이저는 요즘도 어틀리가 등장하면 실버 폭스라고 말한다. 플레이어스 위켄드에 어틀리가 선택했던 이름이다. 나이는 들었지만 매력 있는 남자(특히 머리가 센)라는 뜻이라고 한다. 본인의 선택이니 좀 오글거리기도 하지만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든다.

 

다저스가 연패에서 벗어났고 커쇼가 승리 투수가 됐다. ‘MLB.COM’ 등 모든 미디어가 커쇼를 외치는 날 특별히 기억하고 싶어 어틀리 이야기를 두서 없이 썼다. 2015년 NLDS에서 흑역사는 현장을 지켰던 사람으로 할 이야기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쏟아질 가열찬 비난에서 도망가고자 언급을 피한다. 어틀리와 관련한 개인(통산, 수상)기록이 없어 ‘이게 야구 칼럼이냐’고 욕 하실까 두렵기도 하다.

 

글: 박승현 MBC SPORTS+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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