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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뉴스 : Sports & Entertainment

 

[이현우의 MLB+] '밀러타임'에 이은 '프라이스 롤'의 등장

  • 기사입력 2017.10.09 14:59:14   |   최종수정 2017.10.11 12: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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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프라이스(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데이비드 프라이스(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엠스플뉴스]

 

  | 지난 포스트시즌 '밀러타임' 앤드류 밀러의 활약은 메이저리그의 불펜 보직에 대한 통념과 함께 적정 투구 이닝에 대한 통념까지도 깨부쉈다. 그런데 올해는 한술 더 떠 유능한 선발 투수의 불펜 기용에 대한 유행이 번질 조짐이 보인다. 데이비드 프라이스의 활약 덕분이다. 물론 여기엔 몇 가지 난점도 있다. 그러나 결국 '프라이스 롤'의 유행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친 선수는 단연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불펜 앤드류 밀러였다.

 

이 2m가 넘는 키의 좌완 불펜은 월드시리즈 3차전까지 8경기 15.0이닝을 던지는 동안 단 하나의 실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경기당 2.0이닝에 가까운 이닝 소화력, 16.2개에 이르는 9이닝당 탈삼진 비율. 클리블랜드의 월드시리즈 진출은 그가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밀러의 이런 압도적인 활약은 불펜에 대한 메이저리그의 기존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밀러는 클리블랜드를 떠나, 메이저리그 전체에서도 최고의 불펜이다. 하지만 최고의 불펜을 마무리로 투입해야 한다는 기존 통념과는 달리, 밀러의 보직은 마무리 투수가 아닌 셋업맨에 가까웠다. 더 정확히는 선발 투수에 이어 등판해 '거의 혼자서' 마무리 코디 앨런까지 이어주는 롤(역할)을 담당했다. 즉, 보직에 대한 통념과 함께 적정 투구 이닝에 대한 통념까지도 깨부순 것이다.

 

관련 기사: [이현우의 MLB+] '밀러타임'이 만든 불펜 운용 패러다임의 변화

 

지난해 '*밀러 타임'이 이번 포스트시즌에 미친 영향은 명백하다. 9일(한국시간)까지 치러진 포스트시즌 12경기에서 선발 투수의 평균 소화 이닝은 4.0이닝에 불과했다. 대신, 한 경기에 등판해 2이닝 이상 투구한 불펜 투수는 17명(중복 포함)이나 된다. 1이닝 이상 투구한 불펜은 그보다 더 많다. 이는 기존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서는 거의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 밀러 타임: NBA의 전설적인 선수 레지 밀러가 95년 플레이오프에서 8.9초 만에 8득점을 만들어내며 역전승을 거둔 데서 유래한 용어다. 지난해 앤드류 밀러의 포스트시즌 활약이 이에 비견할만하다고 해서 붙여졌다.

 

그런데 정작 필자가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다른 데 있다. 바로 유능한 선발 투수의 불펜 기용과 그 성공이다. 올해 포스트시즌, 불펜에서 2이닝 이상을 투구한 투수 17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9명이 선발 출신이다. 메이저리그 일부 구단은 정규시즌 선발로 기용되던 투수를 불펜으로 기용하는 전략을 써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 전에 확실히 해둬야 할 점은, 5선발을 롱 릴리프로 기용하는 건 4인 선발 로테이션으로 구성되는 포스트시즌에선 과거부터 흔하게 있어왔던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포스트시즌을 앞둔 시점에서 보스턴 레드삭스의 선택은 좀 더 특별했다.


프라이스를 불펜으로 보낸 보스턴의 선택이 적중하다

 

 

 

보스턴은 지난달 15일 부상자명단에서 복귀한 데이비드 프라이스를 포스트시즌을 포함한 나머지 기간에 불펜 투수로 기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프라이스가 어떤 선수인가? 포스트시즌에 유독 약했고, 올 시즌 부상으로 인해 거의 네 달간 뛰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올해 연봉만 3000만 달러에 달하는 특급 에이스다. 

 

당장 올해만 놓고 봐도 선발 투수로서 11경기밖에 던지지 않았으나, 5승 3패 66.0이닝 평균자책 3.82를 기록했다. 물론 그간 프라이스가 평균적으로 거둔 성적엔 미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딱히 엄청나게 부진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름값과 몸값을 고려한다면, 프라이스는 과거 기준에선 포스트시즌 선발로 기용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라이스를 포스트시즌 불펜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포스트시즌으로 한정했을 때, 구단이 생각하는 불펜 투수의 가치가 거의 선발 투수 못지않아졌다는 증거다. 

 

실제로 포스트시즌 결정적인 순간에 멀티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투수는 때로는 네 번째 선발 등판하는 투수보다 중요하다. 5판 3선승제의 디비전 시리즈를 기준으로 하면 네 번째 선발 투수는 한 경기에도 등판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3연승, 또는 3인 로테이션 기준), 핵심 불펜 투수는 휴식일을 고려했을 때 최소 3경기에 등판할 수 있다.

 

보스턴이 프라이스를 불펜으로 돌리는데 이런 계산이 있었음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그 선택은 현재까지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프라이스는 7일 디비전시리즈 2차전에서 3점 차로 뒤지던 4회 등판해 2.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비록 후속 투수들의 실점과 타선의 침묵으로 팀은 패했으나, 적어도 그가 던지는 동안에는 역전승을 거둘 수도 있는 기회가 남아있었다.

 

게다가 9일 열린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선 4회 등판해 4.0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보스턴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총 6.2이닝 무실점. 프라이스는 보스턴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투수이자, 가장 좋은 투구 내용을 기록 중인 선수다. 심지어 4차전에선 휴식한다고 하더라도 5차전(이 열릴 경우)에 한 차례 더 등판할 수도 있다.

 

선발 투수로 썼을 때보다 소화할 수 있는 이닝도 더 많고, 따라서 팀 승리에 기여할 수 있는 여지도 당연히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프라이스 롤'의 성공은 과거 밀러의 사례와 같이 전 구단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필자가 이렇게까지 확신하는 이유는, 최근 선발 투수의 소화 이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17년 포스트시즌 선발투수 평균기록(자료=엠스플뉴스 이현우) 2017년 포스트시즌 선발투수 평균기록(자료=엠스플뉴스 이현우)

 

최근 메이저리그는 선발 투수의 소화 이닝이 갈수록 줄어가는 추세다. 포스트시즌 들어선 더 심해서 선발 투수 평균 성적이 4.0이닝 평균자책 5.82밖에 되지 않는다. 24번의 선발 등판 가운데 퀄리티스타트(QS, 6이닝 이상 3실점 이하 투구)가 7번밖에 안 되니 말 다 했다. 따라서 선발 투수와 경기 후반에 등판할 핵심 계투진 사이에는 평균적으로 5, 6, 7회 총 3이닝이 남는다.

 

이 사이를 맡아줄 연결 고리 역할을 하는 선수가 필요하다. 물론 클리블랜드와 양키스 같은 강력한 불펜 뎁스를 갖춘 팀이라면 문제가 없다. 그런데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모든 팀이 두 팀처럼 불펜 뎁스를 갖춘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를 가장 손쉽게 메울 방법은, 정규시즌에 선발로 뛰던 선수를 롱릴리프로 기용하는 것이다.

 

유능한 선발을 불펜 투수로 기용하는 전략의 난점

 

알렉스 우드(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알렉스 우드(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실제로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2이닝 이상을 투구한 불펜 17명(중복 포함) 가운데 9명은 선발 출신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나머지 8명 가운데 아치 브래들리를 제외한 7명이 모두 양키스(5명)와 클리블랜드(2명)의 불펜 투수라는 것. 2차전이 연장 경기였던 탓도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애초에 다른 팀 불펜은 그렇게까지 할 여력이 없는 탓이 더 크다.

 

따라서 멀티 이닝을 소화할 선발 출신 롱 릴리프의 비중은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조만간 해당 보직에 어떤 선수를 배치하느냐에 따라 시리즈의 향방을 가를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 정도다. 아니, 어쩌면 이미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능한 선발을 포스트시즌 불펜 투수로 기용하는 전략에는 몇 가지 난점이 있다.

 

LA 다저스가 가을야구를 앞둔 시점에 4선발을 놓고 류현진과 알렉스 우드 사이에서 고민했던 것도 이런 맥락과 맞닿아있다(관련 기사: [이현우의 MLB+] 가을야구 앞둔 LA 다저스의 마지막 고민). 류현진이 마지막 등판에서 부진한 투구 내용을 보이면서, 다저스는 결국 포스트시즌 4선발로 우드를 내정했다.

 

그런데 류현진이 마지막 등판에서 잘 던져서 4선발로 기용되고, 우드가 불펜으로 갔다면 논란거리가 됐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모든 선발 투수는 기본적으로 선발로 등판하길 희망하기 때문이다. 우드도 마찬가지여서, "포스트시즌 보직은 내가 결정할 수 없지만, 선발로 나서길 희망한다. 나는 1년 내내 좋은 성적을 거뒀으며, 모두에게 믿음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후반기에 부진했고, 구위가 저하됐음에도 불구하고 우드의 성적은 불펜으로 가기엔 너무 좋았다. 야구 선수는 기계가 아니다. 프로 의식과는 별개로 당연히 불펜으로 가게 되면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다. 포스트시즌 불펜 투수에 대한 중요성을 설명해도 선수가 납득하지 못한다면 우드의 불펜행은 자칫 선수단 사기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2017년 포스트시즌 불펜 2이닝 이상 소화 기록(자료=엠스플뉴스 이현우) 2017년 포스트시즌 불펜 2이닝 이상 소화 기록(자료=엠스플뉴스 이현우)

 

물론 프라이스는 "선발로도 잘 던질 수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선발이든 불펜이든 보직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미 초대형 계약을 통해 연봉이 보장된 선수라는 점이 이런 '이타성'을 발휘할 수 있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한편, 무분별한 불펜 멀티 이닝 소화로 인한 '혹사'가 선수 건강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3차전까지 포스트시즌 23.1이닝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던 밀러는, 체력이 고갈된 탓에 마지막 2경기에서 3실점을 내주며 무너졌다. 올해 무릎 염증으로 부상자명단에 두 차례나 오른 것도 지난해 무리한 여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난점에도 불구하고 프라이스의 성공으로 그 효과가 입증된 이상 '프라이스 롤'의 유행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 불펜 운용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이현우 기자 hwl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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