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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뉴스 : Sports & Entertainment

 

[이현우의 MLB+] 전통과 혁신, 둘 사이에서 균형잡기

  • 기사입력 2017.10.10 13:47:56   |   최종수정 2017.10.11 12: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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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한국시간) ALDS 4차전에서 8회 교체되어 내려가는 크리스 세일에게 보스턴 팬들이 격려의 박수를 쳐주고 있다(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10일(한국시간) ALDS 4차전에서 8회 교체되어 내려가는 크리스 세일에게 보스턴 팬들이 격려의 박수를 쳐주고 있다(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올해 포스트시즌에선 유독 A급 선발 투수를 불펜으로 기용하는 전략이 유행하고 있다. 이 최신 트랜드에 맞춰 크리스 세일을 냈지만, 교체 시점이 늦은 탓에 역전을 허용한 보스턴 레드삭스. 반면, 핵심 불펜의 멀티 이닝 소화가 대세임에도 필승조를 아끼다가 진 워싱턴. 두 팀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건 전통과 혁신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엠스플뉴스]

 

올해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의 최대 화두는 선발 투수의 불펜 등판이다.

 

지난 글([이현우의 MLB+] '밀러 타임'에 이은 '프라이스 롤'의 등장)에서 밝힌 바와 같이 9일(한국시간)까지 치러진 포스트시즌 12경기에서 선발 투수의 평균 소화 이닝은 4.0이닝에 그쳤다. 대신, 한 경기에 등판해 2이닝 이상 투구한 불펜은 17명이나 됐다. 그중 절반이 넘는 9명은 정규시즌 선발로 뛴 투수들이었다. 

 

포스트시즌 선발 투수의 소화 이닝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선발 투수와 필승조 사이를 이어줄 수 있는 선발 출신 롱 릴리프의 비중은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해당 보직에 어떤 선수를 배치하는가가 시리즈의 향방을 가를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오늘, 2명의 에이스가 '선발 출신 불펜' 대열에 추가 합류했다. 바로 저스틴 벌랜더와 크리스 세일이다. 

 

선수를 친 것은 1승 2패로 탈락 위기에 몰린 보스턴 레드삭스였다. 4회 초까지 1-2로 끌려가고 있던 보스턴은 3.0이닝 2실점을 기록한 선발 릭 포셀로를 내리고 선발 등판 후 3일 휴식한 세일을 마운드에 올렸다. 이어 휴스턴 애스트로스도 5회 말 1사 상황에서 선발 찰리 모튼이 볼넷을 허용하자 1차전 선발로 등판했던 벌랜더를 올렸다.

 

교체 등판한 벌랜더는 첫 타자였던 신인 앤드류 베닌텐디에게 곧바로 2점 홈런을 허용했다. 반면, 세일은 8회 전까지 4이닝을 2피안타 무볼넷 6탈삼진으로 틀어막았다. 하지만 3-2로 앞서 있던 보스턴으로 승기가 기우는 듯했던 그때, 경기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8회 선두 타자로 나선 젊은 3루수 알렉스 브레그먼이 세일을 상대로 솔로 홈런을 때려낸 것이다.

 

ALDS 4차전: 보스턴 vs 휴스턴 

 

 

 

사실 여기까진 큰 문제가 될 게 없었다. 3일 휴식을 취한 에이스에게 69구쯤 던지게 하는 건 지면 떨어지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충분히 내릴 수 있는 결정이었다. 더구나 선발 투수가 불펜 등판하는 것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올해 포스트시즌이라면 두말할 나위도 없다. 문제는, 홈런을 맞은 후에도 세일을 그대로 마운드에 남겨뒀다는 것이다.

 

세일은 두 타자를 추가로 잡아냈지만, 한 타자를 더 출루시켜 1루에 남겨둔 채로 마운드를 내려갔다(총 77구). 그리고 세일에 이어 등판한 크레이그 킴브렐이 볼넷에 이은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경기가 3-4로 뒤집혔다. 만약, 세일이 홈런을 맞았을 때 곧바로 내리고,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킴브렐이나 에디슨 리드를 올렸더라면 어땠을까?

 

물론 결과론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추측이지만, 보스턴 팬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법한 생각이기도 하다. 더구나 상대팀인 휴스턴이 벌랜더를 8회 말에 재빨리 내리고, 마무리 켄 자일스에게 2이닝을 맡겨 승리를 거둔 상황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확실히 제3자의 관점에서도 양 팀의 3차전은 투수 교체 타이밍이 경기의 승패를 갈랐다.

 

선발 투수의 불펜 등판은 '만능열쇠'가 아니다. 모두가 2014년 매디슨 범가너(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5이닝 4K 무실점 세이브를 따냈다)가 될 순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스턴은 객관적으로 휴스턴보다 양질의 불펜을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들을 기용하지 않은 건 에이스의 불펜 등판이란 달콤한 유혹이 나머지 투수들을 잊게 했기 때문일 것이다.

 

즉, 보스턴의 디비전시리즈 4차전 패인은 '선발 투수의 불펜화'라는 최신 트랜드에 지나치게 몰입한 결과일지도 모른다(물론 이는 감독 존 패럴이 2회 말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고 구심에게 항의하다 퇴장 당한 여파일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이날 내셔널리그에선 보스턴과는 정반대의 이유로 패배한 팀이 있었다.

 

NLDS 3차전: 워싱턴 vs 컵스

 

 

 

워싱턴 내셔널스와 시카고 컵스의 디비전시리즈는 올해 다른 시리즈에선 보기 힘든 양 팀 선발 투수들의 호투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오늘도 마찬가지여서 6회 말까지 양 팀 투수인 맥스 슈어저와 호세 퀸타나는 각각 6.0이닝 무실점, 5.2이닝 1실점(무자책)을 기록하고 있었다. 문제의 순간은 7회 말 1사 상황에서 나왔다.

 

슈어저가 벤 조브리스트에게 2루타를 허용하자, 워싱턴 감독 더스티 베이커는 슈어저를 새미 솔리스로 교체했다. 그러나 솔리스는 동점타를 포함해 2안타를 허용하고 아웃 하나를 잡지 못한 채 브랜든 킨츨러로 다시 교체됐다. 9월 막판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긴 했지만, 2017시즌 솔리스의 평균자책은 엄연히 5.88이다. 

 

정말 믿을만한 불펜 몇 명에게만 멀티 이닝을 맡기는 최신 유행대로라면, 다른 팀에선 솔리스가 오늘 같은 순간에 기용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심지어 워싱턴에 솔리스보다 나은 불펜이 없는 것도 아니다. 션 두리틀(ERA 2.81)은 마무리라고 치더라도 후속 등판한 킨츨러(ERA 3.03)를 먼저 내도 됐고, 라이언 매드슨(ERA 1.83)을 기용하는 방법도 있었다.

 

그런데 베이커는 이들을 '아끼려' 했다. 게다가 8회 말 2사 앤서니 리조 타석에서도 마무리 두리틀(심지어 좌투수다)를 조금 일찍 올려 멀티 이닝을 소화시키는 최근 방식 대신, 좌타자 전문 계투 요원인 올리버 페레즈를 투입하는 것을 택했다가 역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물론 이런 식의 운영은 적어도 과거 그의 악명(*선발 투수 혹사)에 비해선 한 단계 발전된 형태이긴 하다.

 

* 10일 슈어저를 7회 98구 만에 교체한 베이커의 결정 자체는 잘못되지 않았다. 슈어저는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 경기에서 햄스트링에 통증을 느끼고 조기 교체되어 10일가량 경기에 나서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케리 우드와 마크 프라이어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과거 베이커였다면 건강 이슈와는 관계없이 슈어저를 고집했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무서울 정도로 변하고 있는 최신 트랜드에 비하면 지나치게 전통적인 방식의 운영이다. 그리고 그것이 패배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10일 펼쳐진 디비전시리즈에서 패한 두 팀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점이 있다면, 팀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선 전통(투수 분업화)과 혁신(불펜 멀티 이닝 소화), 둘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불펜'이 포스트시즌 승리를 위한 핵심 화두로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메이저리그에선 투수 교체가 경기에 끼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현우 기자 hwl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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