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의 MLB+] 새미 소사와 배리 본즈를 바라보는 이중잣대

이 어두운 사진처럼 새미 소사는 점점 팬들로부터 잊혀져 가고 있다(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이 어두운 사진처럼 새미 소사는 점점 팬들로부터 잊혀져 가고 있다(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엠스플뉴스]

 

"금지약물 복용자가 명예의 전당(HOF)에 입성하는 것은 과연 정당한가"

 

매년 이맘때면 나오는 단골 논쟁거리다. 겨울마다 이를 놓고 팬들뿐만 아니라 언론인, 전·현직 메이저리거들이 박터지게 싸운다. 물론 결론이 나진 않는다. 그리고 시즌이 시작되면 어느새 잊혀진 주제가 된다. 그러다 다시 겨울이 되면 전열을 정비한 양측이 맞붙는 것이다. 그렇게 어느덧 이 지긋지긋한 논쟁이 시작된 지도 13년이 지났다.

 

겉보기에는 처음엔 '반대 측'에게 압도적으로 우세했던 전황이 점차 비등비등해지고 있다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특히 자서전을 통해 금지약물 지정 전까지 안드로스테인디온(스테로이드 계열 약물) 복용 사실을 실토한 마이크 피아자가 HOF에 입성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게다가 배리 본즈와 로저 클레멘스의 HOF 득표율도 매년 높아져 가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전체적으론 PED 복용자의 HOF 입성을 반대하는 주장이 여전히 우세하다. 지난해 11월 미국 세튼홀대학이 72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경기력 향상 물질(PED)을 복용한 전력이 있는 선수들이 명예의 전당에 입성해야 하는가"란 질문에 대해 약 62%가 반대표를 던졌다. 이는 2004년 퀴니피악 대학교가 같은 질문으로 설문 조사했을 때 나온 52%에 비해 오히려 10%나 늘어난 수치다.

 

따라서 지금 상황을 놓고 '찬성 측'이나 '반대 측' 중 어느 한쪽이 유리하다고 분석하는 것은 잘못됐다. 현 상황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이렇다. '논쟁이 길어지면서 어느새 같은 금지약물 복용자라고 할지라도 각자 다른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고. 

 

그 증거가 바로 배리 본즈와 새미 소사의 득표율 차이다. 

 

약쟁이의 HOF 입성을 위한 커트라인도 만들어질까?

 

 

 

물론 둘 가운데 누가 더 뛰어난 선수인지는 분명하다. 당연히 역대 통산 홈런(762개) 및 단일 시즌 최다 홈런(73개)에 빛나는 본즈다. 기록이나 수상실적을 놓고 봐도 여기엔 이견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통산 609홈런(역대 8위)에 빛나는 소사 역시 'PED 복용만 아니었다면' 가볍게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만한 기록을 쌓았다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한 선수는 투표의 38.7%가 공개된 현재 113표(68.9%)를 얻었고, 다른 선수는 22표(13.4%)를 얻었다. 여기까진 별 문제가 안 된다. 어쨌든 현재로선 둘 다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흔히 하는 말처럼 "둘 다 약쟁이"라고 치부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만약 본즈가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다면, 그때부터는 또 다른 논란거리를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둘은 같은 금지약물 복용자다. (약을 빼놓고 보면) 둘 다 HOF에 입성할만한 성적을 기록했다. 그런데 본즈는 HOF에 입성하고, 소사는 못 하면 둘을 가른 차이는 '성적'밖에 남지 않는다. 그렇다면 본즈급 성적을 기록하면 금지약물을 복용해도 HOF에 입성해도 되는 것일까? 반대로 소사 정도 성적은 금지약물을 복용하면 HOF에 입성할 수 없다는 것일까?

 

그 기준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마치 3000안타라는 암묵적인 HOF 커트라인처럼 '약쟁이를 위한 커트라인'도 만들어지게 될까? 그럼 10수 안에 HOF에 입성하지 못한 새미 소사 같은 선수를 위한 구제방안도 생길까? 

 

다 그렇다고 치자. 금지약물 복용 관련 징계가 마련된 이후에도 두 차례나 더 적발된 매니 라미레즈가 소사보다 득표율이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 만약 두 번째 투표에서 44표(26.8%)를 얻고 있는 라미레즈가 나머지 8번 안에 HOF에 입성한다면, 단일 시즌 60홈런 이상을 세 차례나 기록한 소사는 왜 안 된단 말인가.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쉽게 추측해볼 수 있다. 논쟁이 길어지면서 본즈와 클레멘스는 어느새 '대표성을 갖게 됐고, 둘과 동시대에 뛴 다른 선수들(대표적으로 소사)은 점차 사람들로부터 잊혀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5년까지만 해도 "새미 소사와 배리 본즈가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는 것에 찬성하는가"란 질문에 대해서 소사는 59%, 본즈는 57%의 지지를 받았다(출처=USA 투데이). 이후 두 선수가 거둔 성적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본즈 59홈런 153타점 타율 .274, 소사 35홈런 137타점 타율 .237), 지금과 같은 격차가 벌어질 정도는 아니었다(본즈 68.9%, 소사 13.4%).

 

즉, 지금 같은 차이는 지난 13년 동안 본즈와 클레멘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린 영향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심지어 소사를 포함한 '중간에 낀 선수들'은 나중에 합류한 '진짜 PED 검사 결과 적발자(대표적으로 라미레즈)'보다도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잊혀져 가고 있는 추억과 왜곡되어 가는 기억

 

 

 

이 글의 목적은 "본즈가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면 소사도 들어가야 한다"는 식으로 주장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한편, "금지약물 복용 선수는 누구든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아니다. 이 글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어느새 PED 복용 선수들의 대표 격을 띄게 된 본즈&클레멘스 외에도 그 시대를 뛰었던 다른 선수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잊혀져 가고 있다. 찬란했던 기록과 뒤늦게 드러난 진실에 대한 재조명도 받지 못한 채 퇴장을 앞두고 있다. 

 

특유의 홈런 후 점프도, 한국 9시 뉴스에서도 다뤘던 '1998년 세기의 홈런 레이스'도, 세기의 라이벌 맥과이어가 62홈런을 쳤을 때 외야에서 전력 질주로 달려와 끌어안던 모습도, 모국 도미니카에 병원을 짓던 자선 활동도 회자되지 않는다. 그를 통해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이인자'로 불리며, 파업 이후 망해가던 메이저리그의 흥행을 되살린 업적도 기억되지 않는다. 

 

그 대신 '코르크 배트 사건'과 '약물 의혹 사건'만 회자한다. 단, 코르크 배트가 실제로는 비거리를 감소시킬 뿐이며, 소사의 나머지 배트 76개를 통해 확인된 바에 따르면 그의 증언처럼 정말 실수로 연습용 배트를 들고 나갔을 확률이 높다는 수사 결과는 기억되지 않는다. 무수한 의혹과는 달리, '미첼 리포트'에 이름이 언급되지 않았다는 마찬가지다.*

 

 * 당시 소사가 약물 스캔들에 연루된 것은 훗날 미 법무부에 자료에 의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암페타민(각성제의 일종) 때문이었다. 같은 금지약물이어도 암페타민과 스테로이드는 큰 차이가 있다. 물론 한참 뒤에 '2003년에 했었던 비공개를 전제로 한 검사 결과'가 까발려지긴 했지만, 그때는 적발된 약물이 암페타민인지 스테로이드 계열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반면, 본즈와 클레멘스는 트레이너의 증언을 통해 스테로이드 복용 사실이 폭로된 사례다.

 

여기에다 커리어 말년에 있었던 클럽하우스 내 불화가 겹치면서, 소사는 유전적인 요인으로 인한 백반증마저도 금지약물 복용에 따른 부작용이라며 조롱받고 있다. 자업자득이라기엔 지나칠 정도로 가혹한 일이, 소사와 그를 비롯한 PED 복용자 중 소수에게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켜보고 있자면 이건 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현우 기자 hwl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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