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의 MLB+] 미겔 카브레라, 그의 앞에 놓인 갈림길

미겔 카브레라(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미겔 카브레라(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엠스플뉴스]

 

"메이저리그 현역 최고의 타자는?"

 

현재 시점에서의 기량만 놓고 보면 단연 마이크 트라웃(26, LA 에인절스)이다. 풀타임 첫해였던 2012시즌부터 6년간 올스타 6회, 실버슬러거 5회, MVP 2회를 차지한 트라웃이 현역 최고의 타자라는 데에는 이젠 이견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불과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트라웃에게는 강력한 대항마가 있었다. 바로 트라웃을 2년 연속(2012, 2013시즌)으로 MVP 투표 2위로 만든 타자, 미겔 카브레라(34,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다. 만 33세의 나이에도 2016시즌 타율 .316 38홈런 108타점 wRC+ 152를 기록한 카브레라가 있는 이상, '적어도 방망이만큼은' 트라웃이 최고라고 확신할 수 없었다.

 

2012~2016시즌 카브레라 vs 트라웃 

 

[카브레라] 745경기 169홈런 569타점 타율 .328 OPS .980 OPS+ 165

[트라웃] 771경기 163홈런 481타점 타율 .310 OPS .975 OPS+ 173

 

그러나 지난해를 끝으로 아슬아슬했던 균형이 무너졌다. 트라웃은 부상으로 114경기 출전에 그친 올해도 타율 .306 33홈런 72타점 22도루 WAR 6.9승을 기록하며 MVP 투표 4위에 오른 반면, 카브레라는 130경기에 출전해 타율 .249 16홈런 60타점 WAR -0.2승에 그쳤다. 

 

카브레라가 30홈런과 3할 타율 중 하나도 달성하지 못한 것은 풀타임 첫해였던 2004시즌 이후 14년간 처음 있는 일이다. 


카브레라와 푸홀스의 비교

 

미겔 카브레라의 통산 성적(자료=베이스볼레퍼런스) 미겔 카브레라의 통산 성적(자료=베이스볼레퍼런스)

 

카브레라의 별명은 '천재 타자'다. 2003년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로저 클레멘스를 상대로 홈런을 쳐낸 만 20세의 타자에게 이보다 적합한 별명은 없어 보였다. 실제로 이듬해부터 카브레라가 펼친 활약은 그야말로 놀라운 것이었다. 14년간 타격왕에 4번, 홈런왕에 2번 오른 그는 정교함과 파워를 고루 겸비한 보기 드문 타자였다.

 

특히 2012년에는 타율 .330 44홈런 139타점으로 칼 야스트렘스키 이후 45년 만에 아메리칸리그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며 MVP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듬해 활약은 더 대단했다. 148경기 출전에 그쳤음에도 타율 .348 출루율 .442 장타율 .636을 기록하며 타율, 출루율, 장타율에서 모두 AL 1위에 오른 것이다. 44홈런 137타점을 곁들인 그는 2연속 MVP에 올랐다.

 

이후로도 그의 활약은 계속됐다. 2014-2015시즌에는 2년 연속 30홈런 미만을 기록하긴 했지만, 대신 높은 타율과 2루타 양산능력이 있었다. 2016시즌에는 3할 타율과 30홈런을 동시에 달성함으로써 노쇠화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만 33세에 보인 이런 모습은, 비슷한 시기에 같은 포지션에서 비슷한(혹은 더 뛰어난) 활약을 펼친 타자와의 비교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만 33세까지 푸홀스와 카브레라의 성적

 

[푸홀스] 2347안타 492홈런 1498타점 타율 .321 OPS 1.008 OPS+ 165

만 33세 시즌(2013) 99경기 17홈런 64타점 타율 .258 OPS .767

[카브레라] 2519안타 446홈런 1553타점 타율 .321 OPS .961 OPS+ 155

만 33세 시즌(2016) 130경기 38홈런 108타점 타율 .316 OPS .956

 

바로 알버트 푸홀스(37, LA 에인절스)다. 데뷔 이후 줄곧 푸홀스와의 비교에서 한발 뒤처져 있었던 카브레라는 만 33세까지 꾸준한 활약을 펼치며, 은퇴할 무렵이면 만 31세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보인 푸홀스를 누적에서는 뛰어넘을 수도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만 34세에 푸홀스가 그랬던 것보다 더 큰 폭으로 성적이 하락하면서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2017시즌 카브레라는 왜 부진했을까?

 

카브레라와 푸홀스의 나이대 별 WAR 변화 그래프(자료=팬그래프닷컴) 카브레라와 푸홀스의 나이대 별 WAR 변화 그래프(자료=팬그래프닷컴)

 

영원히 잘할 것만 같았던 카브레라의 갑작스러운 부진은 지난해 국내외 언론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필자 역시 지난 7월 실제 독자가 한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통해 카브레라가 부진한 원인을 분석하는 글을 쓴 바 있다(관련 기사: [이현우의 MLB+] 메일 백: 미겔 카브레라의 부진, 무엇이 문제일까?). 

 

해당 글에서 필자는 '사타구니(또는 고관절) 부상'으로 인한 '낮아진 변화구 상대 타율'과 '바깥쪽 유인구 상대 약점'이야 말로 카브레라가 부진한 원인이 아닐까 추측했다. 그리고 '지난해보다 하락했지만 여전히 준수한 타구 속도', '지난해와 대동소이한 발사 각도'를 근거로 부상 회복 시 반등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그 후 2달이 지나 카브레라가 직접 "일 년 내내 고관절에 통증을 느끼고 있으며, 겨울에 유연성을 늘리고 코어 근육을 강화할 것"이라고 몸상태에 대해 밝히면서, 이런 추측은 사실로 드러났다. 한편, 현지에서는 '정치적인 이유로 고국 베네수엘라에서 테러리스트들에게 가족을 납치하겠다고 지속적으로 협박을 받아 온 것'도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추측이 있었다.

 

MLB 역사상 34-36세 사이에 가장 많은 홈런을 친 선수 순위

 

1. 마크 맥과이어 167홈런 (1998~2000) 약물

2. 배리 본즈 156홈런 (1999~2001) 약물

3. 베이브 루스 141홈런 (1929~1931)

4. 라파엘 팔메이로 133홈런 (1999~2001) 약물

5. 안드레스 갈라라가 119홈런 (1995~1997)

6. 행크 애런 111홈런 (1968~1970)

7. 윌리 메이스 111홈런 (1965~1967)

8. 자니 마이즈 110홈런 (1947~1949)

9. 게리 셰필드 109홈런 (2003~2005) 약물

10. 마이크 슈미트 106홈런 (1984~1986)

11. 카를로스 델가도 100홈런 (2006~2008)

12. 알버트 푸홀스 99홈런 (2014~2016)

 

문제는, 부진에 대한 이런 명확한 근거에도 불구하고 반등을 확신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위 표는 만 34세부터 36세까지 가장 많은 홈런을 친 선수 12명을 나타낸 자료다. 12명 가운데 7명은 1990년대 이후에 뛴 선수들이다. 즉, 우리는 나이가 들어도 잘하는 선수를 유독 많이 본 세대다. 왜 그럴까? 슬프게도 관리 능력이 향상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1990년대 이후에 뛴 선수 7명 가운데 4명은 '확실하게' 금지약물 복용이 밝혀진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SI 칼럼니스트 제이 제프의 저서 <쿠퍼스타운 케이스북>에 따르면, 베이브 루스-행크 애런-윌리 메이스-마이크 슈미트도 금지약물(암페타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즉, 만 35세 이후로 뛰어난 장타력을 과시했던 선수 대부분은 약물의 수혜를 입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약물 검사가 시행된 이후 선수들의 노쇠화 시기가 앞당겨졌다는 증거가 있다. 바로 전체 선수들의 에이징 커브(나이에 따른 성적 변화)다. 금지약물 검사가 시행되기 이전인 2005년까지 MLB 타자들의 ISO(순장타율)은 만 25세에 정점을 찍고 이후 완만한 폭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이후엔 만 21세에 정점을 찍고, 만 27세부터 가파르게 하락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푸홀스 or 애런, 카브레라의 미래는?

 

금지약물검사 이전(~2005년)과 이후(2006년~) MLB 나이대별 ISO(순장타율) 변화폭(자료=팬그래프닷컴) 금지약물검사 이전(~2005년)과 이후(2006년~) MLB 나이대별 ISO(순장타율) 변화폭(자료=팬그래프닷컴)

 

그리고 2017시즌 카브레라는 그래프 상으로 가장 하락 폭이 클 시기인 만 33세에서 34세 구간에 놓여있었다. 한마디로 말해 '가족 살해 협박으로 인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제외하면, '잦아진 부상'(신체적인 요소)이나 '변화구 상대 약점'(기술적인 요소)은 일시적인 부진이 아니라 나이에 따른 자연스러운 하락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부상에서 회복한다고 하더라도 카브레라는 더이상 예전에 우리가 알던 '타격 천재'의 모습이 아닐지도 모른다. 실제로 성적 예측 프로그램인 스티머(Steamer)는 2018시즌 카브레라의 성적으로 146경기 29홈런 94타점 타율 .289 OPS .876 WAR 2.7승을 예상했다. 올 시즌 성적보다는 좋지만, 불과 1년만에 예상 WAR이 2승 가까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2016시즌을 앞두고 디트로이트와 연장 계약한 그는 2023년까지 6년 1억 8400만 달러의 계약이 보장되어있다. WAR 1승당 약 900만 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계산했을 때, 카브레라는 최소한 6년간 WAR 20승 이상을 기록해야 '돈값'을 하는 셈이다. 그런데 만약 2012년부터 6시즌 동안 7.6승에 그친 푸홀스처럼 된다면? 

 

푸홀스가 그렇듯이 그동안 그가 쌓은 경력은 잊힌 채 팬이나 구단으로부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그릴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카브레라가 지난해에도 패스트볼 대처 능력만큼은 건재했다는 것이다. 타자들은 노쇠화가 시작됐을 때 패스트볼부터 못 치기 시작한다. 반사신경 등 신체적인 능력과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반면, 카브레라는 올해 패스트볼 계열을 상대로 타율 .295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평균 타구 속도도 151km/h에 달했다. 그렇기에 섣불리 노쇠화로만은 단정할 수 없다.

 

그렇게 반등에 성공한다면? 그는 행크 애런의 뒤를 잇는 최고의 우타자 가운데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우리가 그릴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따라서 2018시즌은 훗날 카브레라의 커리어를 평가함에 있어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카브레라는 그의 앞에 놓인 두 가지 길 중에서 어느 쪽으로 가게 될까.

 

이현우 기자 hwl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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