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의 MLB+] 메일백: 커쇼는 왜 가을만 되면 약해질까?

클레이튼 커쇼(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클레이튼 커쇼(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엠스플뉴스]

 

Q: 안녕하세요. 저는 커쇼의 팬인데요...지난번 커쇼 분석기사 잘 봤습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커쇼는 더이상 정규시즌에서는 얻을 것이 없습니다. 커쇼가 가장 원하는건 월드시리즈 우승이겠죠. 다저스도 월드시리즈 우승한지 오래됐구요. 그런데 왜 커쇼는 포스트시즌만 되면 그렇게 새가슴이 될까요? 명쾌한 기사나 답변 기다릴게요. 감사합니다. -ID: 이*철님 외 다수

 

A: 말씀하신 대로 클레이튼 커쇼(29)는 정규시즌에서는 더 이룰 것이 없는 투수입니다.

 

커쇼의 통산 성적은 현재까지 10시즌 동안 144승 64패 1935.0이닝 2120탈삼진 평균자책 2.36 WAR 58.0승입니다. 수상 실적도 사이영상 3회, MVP 1회, 올스타 7회, 골드글러브 1회에 달합니다. 평균자책 1위만 5번 차지했고, 2011년에는 투수 트리플크라운(평균자책, 다승, 탈삼진 1위)을 달성했습니다. 아직 만 30세도 안 된 투수가 이룩한 업적이라곤 믿기 힘들 정도입니다. 

 

아직도 감이 잘 안 오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이렇게 바꿔서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커쇼가 현재까지 기록 중인 평균자책 2.36은 라이브볼 시대가 시작됐던 1920년 이후 1500이닝 이상 던진 투수 가운데 가장 낮은 기록입니다. 투수에게 유리한 내셔널리그, 그중에서도 다저스타디움에서 뛰어서 그렇다고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리그에 따른 형평성과 구장효과(park factor)를 반영한 조정 평균자책(ERA-)로 봐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ERA-는 100이 평균이며, ERA+와는 반대로 낮으면 낮을수록 좋습니다. 커쇼는 ERA- 62으로 라이브볼 시대 1위를 기록 중입니다. 2위가 무려 그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스(ERA- 66), 3위는 '역대 최강의 좌완' 레프티 그로브(ERA- 68)입니다. 

 

이 정도면 커쇼가 리그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충분히 짐작해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쇼에 대해 얘기할 때면 항상 "뭔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뒤따르기 마련이죠.

 

그런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바로 가을야구에서 유독 약하다는 점입니다. 커쇼는 현재까지 포스트시즌에 7번 진출해 24경기(19선발) 7승 7패 1세이브 122.0이닝 평균자책 4.35를 기록 중입니다. 평범한 선발로선 나쁘지 않은 기록일지도 모르지만, 커쇼라면 얘기가 다릅니다. 그는 역대 최고급 투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커쇼는 대체 왜 가을만 되면 약해지는 걸까요? 

 

문제는 볼배합

 

 

 

사실, 커쇼에 관한 질문은 제가 메일, 댓글, 팟캐스트를 통해 독자분들에게 받은 질문 가운데 아주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한국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유독 많은 관심을 받는 선수라는 거겠죠.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이 글에서 다룰 핵심적인 내용 가운데 일부를 지난해 6월경에 썼던 칼럼에서도 다룬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관련 기사: [이현우의 Mailbag] 커쇼의 피홈런은 왜 늘어났을까?). 이미 읽었던 분들도 한 번쯤 다시 읽어보길 권해드립니다. 

 

해당 글에서 저는 커쇼의 피홈런이 늘어난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 서번트>와 <브룩스 베이스볼>을 이용해 커쇼의 '구위', '제구', '볼배합'과 '공인구로 인한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1)구위가 아주 약간 저하되고 제구가 평소보다 낮게 형성되긴 했지만, 큰 영향은 없다 2)공인구 조작이 의심되지만, 시기(2015시즌부터 의심)가 맞지 않는다 며 3가지 요소(구위, 제구, 공인구)에 의한 영향을 부정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요소에 대해서 만큼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었습니다. 바로 '볼배합'입니다. 해당 글에서 저는 "커쇼의 전체적인 볼배합은 문제가 없으나, 초구 상황과 타자가 유리한 카운트에서 패스트볼 비율이 70%대로 지나치게 높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2016시즌부터 두 시즌 연속으로 특정 상황에서 70%가 넘는 비율로 한 가지 구종(패스트볼)을 던진다면, 타자가 예측하고 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커쇼의 0-0, 1-0 상황에서의 피홈런 증가

 

초구 홈런: [2016시즌] 1개 → [2017시즌] 5개

1볼 0스트: [2016시즌] 1개 → [2017시즌] 4개

합계: [2016시즌] 2개 → [2017시즌] 9개

 

실제로 커쇼의 초구 홈런은 2016시즌 1개에서 2017시즌 5개로 늘어났습니다. 한편, 1볼 0스트라이크 상황에선 한술 더 떠 2016시즌 1개에서 올해 4개로 늘어났습니다. 2년간 해당 두 카운트에서 맞은 홈런 11개는 모두 '패스트볼을 던졌을 때만' 나왔습니다. 이를 패스트볼 구사율과 함께 생각해보면 상대 타자들은 커쇼가 높은 확률로 특정 카운트에서 패스트볼을 던질 것을 알고 있으며, 이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고 해석해볼 수 있습니다.

 

커쇼가 포스트시즌에서 부진한 원인 역시 이와 유사할지도 모릅니다.

 

포스트시즌이면 더 세밀해지는 분석

 

클레이튼 커쇼의 포스트시즌 상황별 볼배합. 커쇼는 초구나, 타자가 유리한 상황에서 거의 커브를 던지지 않는 투피치 투수가 된다(자료=브룩스베이스볼) 클레이튼 커쇼의 포스트시즌 상황별 볼배합. 커쇼는 초구나, 타자가 유리한 상황에서 거의 커브를 던지지 않는 투피치 투수가 된다(자료=브룩스베이스볼)

 

커쇼가 역대급 투수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기에 대한 전문가들의 대답은 한결같습니다. 바로 3가지 구종(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이 모두 플러스-플러스 등급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한 구종씩 떼어봐도 위력적이지만, 3가지 구종이 모두 특급이라서 시너지를 발휘한다는 거죠. 이는 선발 투수에게 매우 귀중한 재능입니다. 짧은 이닝만 던지면 되는 불펜과는 달리, 선발은 긴 이닝을 책임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다양한 레퍼토리(repertory)는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예외적인 사례도 있습니다. 랜디 존슨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건 존슨이라서 가능한 일입니다(심지어 일부 타자들은 존슨이 슬라이더를 던지는 것을 투구폼으로 알 수 있었다고 하니 더 놀랍습니다. 알고도 못 쳤다는 거니까요). 패스트볼이나 슬라이더만 떼어놓고 보면 단순히 육안으로도 커쇼의 두 구종은 존슨의 그것에 미치지 못합니다. 따라서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만 던지면, 커쇼도 지금처럼 위력적일 수 없었다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커쇼는 가을만 되면 특정 상황에서 두 가지 구종만 던지는 투수가 됩니다. 초구 또는 불리한 카운트에서 그렇습니다. 위 [표]는 커쇼의 상황별 구종 비율을 나타낸 자료입니다. 커쇼가 초구 상황에서 좌타자에게 던지는 커브 비율은 3%, 우타자에겐 7%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건 타자가 유리한 상황에 비해선 약과입니다. 타자가 유리한 상황(1-0, 2-0, 3-0, 2-1, 3-1)에서 커쇼가 커브를 던지는 비율은 좌타자에겐 0%(!), 우타자에겐 1%에 지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타자들은 커쇼를 상대할 때면 일단 초구 또는 유리한 카운트에선 패스트볼이나, 슬라이더 중 하나를 노리고 치면 됩니다. 특히 좌타자라면 80%에 육박하는 확률로 들어오게 될 패스트볼을 노리겠죠. 그래서 커쇼는 유독 이른 카운트에 허용한 피홈런이 많은 걸지도 모릅니다. 투수가 유리한 카운트가 되면 그때부턴 커쇼의 커브 비율은 23~27%로 높아지기 때문에 더욱 까다로운 투수가 됩니다. 따라서 그전에 승부를 봐야 합니다.

 

2017시즌 커쇼의 볼 카운트 별 성적

 

커브 비율 0~5% 구간

초구: 피안타율 .300 피OPS .811

1볼 0스트: 피안타율 .333 OPS 1.056

2볼 0스트: 피안타율 .467 OPS 1.467

3볼 0스트: 1타석 1볼넷

2볼 1스트: 피안타율 .222 OPS .696

3볼 1스트: 피안타율 .000 OPS .500

합계: 173타수 피안타율 .300 피홈런 13개

 

커브 비율 7~17% 구간

1볼 1스트: 피안타율 .309 OPS .818

2볼 2스트: 피안타율 .167 OPS .375

3볼 2스트: 피안타율 .218 OPS .850

합계: 206타수 피안타율 .218 피홈런 6개


커브 비율 23~27% 구간

0볼 1스트: 피안타율 .207 OPS .534

0볼 2스트: 피안타율 .156 OPS .378

1볼 2스트: 피안타율 .114 OPS .175

합계: 262타수 피안타율 .149 피홈런 4개

 

물론 커쇼의 볼배합은 정규시즌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실은 2011시즌부터 7시즌 연속으로 크게 작게 반복된 일이죠. 그럼에도 커쇼는 정규시즌엔 잘했습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과는 또 다른 세계입니다. 상대 투수에 대한 분석이 더 세밀진다는 것이죠. 그 증거가 바로 다르빗슈 유의 지난 월드시리즈 부진입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 타자들은 세트 포지션에서 그립을 고쳐잡는 동작을 통해 다르빗슈가 언제 슬라이더를 던질지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다르빗슈는 올 시즌 내내 그렇게 던져왔고, 다저스 역시 다르빗슈의 버릇을 알고 있었습니다(다만, 고쳐지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르빗슈는 마지막 정규시즌 3경기부터 챔피언십 시리즈까지 1점대 평균자책을 기록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월드시리즈가 되자, 상대 타자들이 약점을 파고 들기 시작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큰 경기일 수록 상대팀의 분석이 더 세밀해지기 때문입니다. 월드시리즈라면 더 말할 것도 없겠죠.

 

 

 

저는 커쇼도 이와 유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 100% 슬라이더를 판별할 수 있는 다르빗슈와는 다르게, 커쇼는 패스트볼-슬라이더란 이지선다를 갖고 있었을 뿐입니다(70대30). 초구나 불리한 카운트에서 포수가 커브를 요구하면? 커쇼는 고개를 흔듭니다. 그리고는 패스트볼이나 슬라이더를 던집니다. 지난 가을에도 이런 장면을 수없이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결정적일 때 상대 타자의 노림수에 당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시각에서 바라보면, 커쇼가 가을야구에서 특정팀(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상대로 유독 약했던 이유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들은 커쇼와 유독 자주 맞붙었고, 그 과정을 통해서 커쇼가 특정 상황이면 패스트볼-슬라이더를 고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죠. 특히 좌타자(맷 애덤스, 맷 카펜터)라면 0-0, 1-0 상황에서 72~83%가 패스트볼이었으니까 상대하긴 어렵지 않았을 겁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생각하는 커쇼가 가을에 유독 부진한 이유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 답변이 독자 여러분들의 궁금증을 해결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현우 기자 hwl0501@naver.com

0


  • 새로고침
  • 도움말
    Best 댓글
    공감 투표 비율이 높은 댓글입니다.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공감수가 증가하거나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경우, 예고없이 제외 될 수 있습니다. 레이어 닫기

추천영상

엠스플 TOP뉴스

HOT 포토더보기

"꽃보다 예뻐" 나연, 여친짤 대방출 '청순+러블리'

"탱구 선배님" 태연, 유리 대기실 응원 '12년차 특급 우정'

'이 분위기 유지 부탁해' 우주소녀, 눈빛 자체가 시크미 (영상)

'깜짝 선물' 프로미스나인, 강렬한 레드 컬러의 'LOVE BOMB' (영상)

'99년생 핫루키' 치어리더 박현영, 파란피의 베이글녀

"모로코에서의 생일"수지, 오늘(10일) 생일 맞아 '애교 꽃받침'

"매력 한 가득"…드림캐쳐, '커튼톡' 17금으로 만든 섹시 본능 (포토)

"막내의 성숙미"…에이핑크 오하영, 학다리 각선미

"독보적인 아우라"…블랙핑크 제니, 프랑스 접수한 비주얼

'운동복도 퍼펙트' 김사랑, 민소매+레깅스로 뽐낸 '완벽 뒤태'

이전으로 다음으로
최신 무료 만화 더보기

온라인 설문

93.4%
2018 MLB 포스트시즌,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