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의 MLB+] '발전 없는 타자' 트라웃의 변신

마이크 트라웃(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마이크 트라웃(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엠스플뉴스]

 

"쯧쯧, 시즌 성적을 타율 .327 47홈런 135타점 OPS 1.101밖에 기록을 못 했다니 푸잉여는 9년째 하나도 발전하지 못했네요. 어서 명전으로 꺼지시길."

 

'발전 없는 푸잉여'는 2000년대 후반 국내 메이저리그 팬들이 앨버트 푸홀스(37, LA 에인절스)에게 붙여준 별명이다. 물론 지금이야 진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지만, 저 때는 아니었다. 당시 그는 역사상 가장 완벽한 10년을 보내고 있었다. 2001년부터 2010년까지 푸홀스의 10시즌 평균 성적은 156경기 41홈런 123타점 타율 .331 OPS 1.050 였다. 

 

당연히 반어법 섞인 농담이다. 그만큼 일관성 있게 리그 정상급 실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2010년대에 들어서 비슷한 놀림(?)을 받는 선수가 등장했다. 바로 마이크 트라웃(26, LA 에인절스)다. 

 

트라웃이 메이저리그 현역 최고의 선수라는 데에는 이견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풀타임 첫해였던 2012시즌 30홈런-30도루 클럽에 가입하며 아메리칸리그(AL) 올해의 신인을 수상했고, 그해부터 2016년까지 5년 연속 올스타 및 실버슬러거에 선정됐다. 겸사겸사 2014, 2016시즌엔 AL MVP를 수상했는데, MVP를 수상하지 못한 3시즌은 모두 MVP 투표 2위였다.

 

풀타임 이후 첫 5년간 트라웃이 기록한 성적은 154경기 116득점 178안타 33홈런 96타점 28도루. 이 자체로도 충분히 가장 위대했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성적이다. 하지만 트라웃의 진정한 매력은 세이버메트릭스 지표를 살펴봤을 때 드러난다. 트라웃의 통산 WAR 55.2승은, 만 25세 시즌까지의 기록으론 타이 콥(55.8승)에 이은 역대 2위다.

 

 

 

이러한 업적을 쌓아가고 있는 트라웃의 경쟁자는, 동시대의 선수들이 아니라 전설 속에나 등장할 법한 선수들이다. 이와 같은 눈높이에서 그를 바라보면 트라웃의 커리어에는 작은 약점이 있다. 바로 트라웃 특유의 '균질성'이다.

 

보통의 경우엔 꾸준함은 커다란 장점이다. 트라웃은 때로는 3할을 못 치기도 하고, 홈런은 30개를 밑돌기도 했지만, 종합적인 타격지표는 늘 일정한 경향성을 보였다. 이런 특성은 타격 지표에 정점에 있는 wRC+(조정 득점창출력)으로 봤을 때 더 두드러진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트라웃은 wRC+ 167, 176, 167, 172, 171로 늘 170 언저리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wRC+ 170은 단일 시즌 MLB 전체 1~3위를 기록할만한 성적이다. 문제는, 트라웃과 비교되는 역대 최고급 타자들이 경력 내에 최소 몇 번씩은 wRC+ 190 이상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반면, 2016년까지 트라웃은 마치 벽에 가로막힌 듯 일정 수준을 넘어가지 못했다. 그의 팬들이 농담삼아 "발전 없는 타자"라고 말하는 것은 이런 맥락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어쩌면 이런 농담을 할 수 있는 것은 지난해가 마지막이었을지도 모른다. 지난 시즌를 기점으로 트라웃은 변했다. 그는 더 뛰어난 타자로의 진화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침내 뜬공 혁명 대열에 동참한 트라웃

 

트라웃의 연도별 wRC+ 변화(자료=팬그래프닷컴) 트라웃의 연도별 wRC+ 변화(자료=팬그래프닷컴)

 

트라웃에게 지난 시즌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해였다. 트라웃은 지난 5월 말 마이애미 전에서 도루 도중 왼손이 베이스에 걸리는 바람에 부상을 입었다. 왼 엄지 인대 파열을 당한 그는 데뷔 이후 처음으로 부상자 명단(DL)에 이름을 올렸고, 수술 후 약 6주간 공백을 가진 후 후반기가 돼서야 복귀했다. 그러는 바람에 정규시즌 114경기 출전에 그쳤다.

 

간신히 규정타석은 채우는 데 성공했지만, 트라웃은 2012년 이후 처음으로 MVP 투표에서 2위 밖으로 밀려났고, 실버슬러거에 선정되지도 못했다. 심지어 팀은 아슬아슬하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팀 성적이나, 수상 실적에 있어선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국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트라웃은 중요한 것을 얻었다. 바로 그동안은 그에게서 보지 못했던 '폭발력'이다.

 

지난해 트라웃은 출루율(0.442), 장타율(0.629)에서 개인 통산 최고 기록을 세웠다. 한편, 처음으로 삼진(90)보다 볼넷(94)이 많은 시즌을 보냈다. 무엇보다도 고무적인 것은, 507타석만에 33홈런을 쳐냈다는 것이다. 부상 없이 700타석에 들어섰다고 가정할 경우 트라웃은 약 46홈런을 기록할 수 있었다. 덕분에 트라웃은 wRC+ 181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wRC+ 170대의 벽을 넘어섰다.

 

그렇다면 대체 트라웃의 어떤 점이 변한 것일까?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할 것은 '발사 각도'다. 트라웃은 2016시즌 13.1°도 였던 발사 각도를 2017시즌 18.1°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면서 뜬공 비율 역시 36.7%에서 44.9%로 늘어났다. 이는 '뜬공 혁명 이론(Air Ball Revolution, 발사 각도를 인위적으로 높임으로써 성적이 향상될 수 있다는 이론)'에 정확히 부합하는 변화다.

 

트라웃의 발사 각도 및 뜬공 비율

 

[2016년] 발사 각도 13.1° 뜬공 비율 36.7%

[2017년] 발사 각도 18.1° 뜬공 비율 44.9%

 

물론 지난해는 역사상 가장 많은 홈런이 나온 시즌이었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 '공인구 조작'을 의심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설사 '공인구 조작'이 있다고 해도, '뜬공 혁명 이론'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공인구의 반발력이 높아져 홈런이 많이 나오는 환경이 됐다면, 그만큼 공을 더 띄워야 유리할 것이 아닌가? 하지만 트라웃은 이 분야에 있어선 젬병이었다.

 

만약 공인구 조작이 있었다면 그 시기는 2015시즌 후반기라는 것이 정설이다. 그런데 트라웃은 역사상 세 번째로 많은 홈런이 나온 2016시즌에도 29홈런(공동 39위)에 그쳤다. 발사 각도를 높임으로써 수혜를 본 다른 타자들과는 달리, 여전히 30%대의 낮은 뜬공 비율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높은 출루율을 바탕으로 생산성을 유지했지만, 트랜드에서는 뒤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2017시즌 발사 각도를 전년도 대비 5°나 높이면서 트라웃은 마침내 홈런 열풍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고, 마침내 그를 가로막던 보이지 않는 벽을 깨부술 수 있었다.

 

변화의 이면에 감춰져 있는 불안 요소들

 

트라웃의 2016시즌(왼쪽), 2017시즌(오른쪽) 코스별 타율 변화. 2016년 바깥쪽 낮은 코스를 제외한 모든 코스에서 강했던 트라웃은, 2017년 높은 코스 3곳에서 모두 약점을 보였다(자료=베이스볼 서번트) 트라웃의 2016시즌(왼쪽), 2017시즌(오른쪽) 코스별 타율 변화. 2016년 바깥쪽 낮은 코스를 제외한 모든 코스에서 강했던 트라웃은, 2017년 높은 코스 3곳에서 모두 약점을 보였다(자료=베이스볼 서번트)

 

문제는, 이러한 변화를 마냥 긍정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이다. 위험요소 가운데 하나는 트라웃의 구획별 타율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2016시즌까지 바깥쪽 낮은 코스를 제외한 모든 코스에 강했던 트라웃은, 2017시즌 들어 높은 코스에 약점이 생겼다. 이렇게 된 이유는, 어퍼스윙을 통해 공을 억지로 퍼 올리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한편, 타구질 역시 불규칙해졌다. 발사 각도를 강제로 높이는 것과 그에 따른 약한 타구의 증가는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상존할 수밖에 없다. 통산 5.1%에 불과했던 내야뜬공 비율이 9.9%까지 늘어나고, 14.2%에 그쳤던 약한 타구 비율이 19.0%까지 늘어난 게 그 증거다. 그리고 불규칙해진 타구질은 평균 타구 속도 변화로도 확인할 수 있다.

 

2016시즌까지만 해도 91.0마일(146.5km/h)에 달했던 트라웃의 평균 타구 속도는, 2017시즌 들어 88.8마일(142.9km/h)까지 감소했다(MLB 평균 87.3마일). 한마디로 말해, 늘어난 홈런성 타구만큼이나 빗맞은 타구의 비율 역시 급격하게 늘어났다. 즉, 트라웃은 전에 없었던 '폭발력'을 얻기 위해, 기존 장점이었던 '꾸준함'을 희생하는 선택을 내린 것일지도 모른다.

 

트라웃의 평균 타구속도 및 라인드라이브(LD) 비율

 

[2016년] 평균 91.0마일(146.5km/h), LD 22.1%

[2017년] 평균 88.8마일(142.9km/h), LD 18.4%

 

지난해 필자는 한 글에서 트라웃의 이런 변화를 가리켜 '마이크 트라웃 Ver. 2.0'이라고 표현했다. 늘 일정한 성적을 기록하는 트라웃은 가끔 정밀한 컴퓨터 프로그램처럼 느껴지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아무리 훌륭한 프로그램도 초기 업데이트에선 버그가 발견되는 것처럼, 2.0 버전 트라웃에게도 전에 안 보이던 약점이 보인다.

 

그러나 늘 한결같아 보이던 과거 버전 트라웃도 몇 차례의 버그 수정(커리어 초반 높은 공 상대 약점 등)을 거쳤던 시기가 있었다. 마치 프로그램이 몇 차례 패치를 통해 버그를 수정하듯이 말이다. 그게 2016시즌까지의 트라웃이다. 그런데 만약 트라웃 2.0이 지금 막 시작된 것이라면, 그 최종 버전은 대체 어느 정도의 성적을 거두게 될지는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좋은 의미에서) '발전 없는 타자'였던 트라웃이 변화를 택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같은 불운한 부상만 없다면, 어쩌면 우리는 올해부터 마침내 찾아온 트라웃의 전성기를 목격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현우 기자 hwl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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