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의 MLB+] 애드리안 벨트레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애드리안 벨트레(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애드리안 벨트레(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엠스플뉴스]

 

2009년 개봉한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주인공 벤자민 버튼(브래드 피트 분)은 80세 외모를 지니고 태어났다.

 

부모에게 버려져 양로원에서 노인들과 함께 지내던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젊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12살이 되어 60대의 외모를 가지게 된 그는 어느 날 6살 소녀 데이지(케이트 블란쳇 분)를 만난 후 그녀의 푸른 눈동자를 잊지 못한다. 청년이 되어 세상으로 나간 벤자민은 숙녀가 된 데이지와 만나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벤자민은 날마다 젊어지고 데이지는 점점 늙어간다. 결국 둘의 나이(외모상으로나, 정신적으로나)는 역전된다.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환상적인 이야기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으면 노화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메이저리그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 어떨까? 메이저리그판 벤자민 버튼의 이름은 바로 애드리안 벨트레(38, 텍사스 레인저스)다.

 

물론 외모에 대한 얘기는 아니다. 벨트레는 딱 그 나이대로 보이니까 말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달라지고 있는 것은 그의 야구 실력이다. 만 30세까지 벨트레는 어린 나이에 데뷔해서 누적기록은 훌륭하지만, 비율성적(타율 .270 출루율 .325 장타율 .453)이나 수상실적(올스타 0회, 실버슬러거 1회, 골드글러브 2회)은 그리 뛰어나지 않은 3루수였다.

 

하지만 벨트레는 평범한 선수라면 노쇠화가 시작될 만 31세부터 37세까지 7년간 평균 146경기 28홈런 95타점 타율 .310 OPS .880을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벨트레는 그전까진 단 1번 뿐이었던 시즌 3할을 5차례나 기록했고, 마찬가지로 1번뿐이었던 100타점 시즌을 4차례나 보냈다. 그 덕분에 올스타에 4회, 골드글러브는 3회, 실버슬러거엔 3회 선정될 수 있었다.

 

 

 

벨트레는 만 38세가 된 지난 시즌에도 오른쪽 종아리 부상으로 인해 시즌 초 2달가량을 결장했는데도 불구하고 복귀 후 94경기에서 17홈런 71타점 타율 .312 OPS .915 WAR 3.7승을 기록하며, 홀로 팀 타선을 이끌다시피 했다. 그런데 이런 벨트레의 나이를 잊은 듯한 활약이 이어지면서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만 30세까지 1.7배 가까이 차이 났던 앨버트 푸홀스(37, LA 에인절스)와의 WAR(대체선수 대비 기여승수) 차이가 5.5승 차이로 좁혀진 것이다. 이대로라면 마치 벤자민과 데이지의 나이가 역전됐던 것처럼, 곧 벨트레가 푸홀스를 WAR에서 앞서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만 30세까지의 활약 < 만 30세 이후의 활약

 

벨트레와 푸홀스의 WAR 변화(자료=베이스볼레퍼런스) 벨트레와 푸홀스의 WAR 변화(자료=베이스볼레퍼런스)

 

위 [그래프]는 두 선수의 단일 시즌 WAR과 누적 WAR 변화를 비교한 것이다. 처음에 앞서간 것은 3년 먼저 빅리그에 데뷔한 벨트레였다. 하지만 푸홀스는 압도적인 생산력을 바탕으로 데뷔 후 두 시즌 만에 벨트레의 누적 WAR을 뛰어넘었다. 그 후 만 30세까지 10시즌 동안 평균 타율 .331 41홈런 123타점 OPS 1.050 WAR 8.1승을 기록하며 벨트레와의 격차를 29승까지 벌렸다.

 

두 선수의 WAR 차이가 가장 벌어졌던 시점이 만 30세였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스테로이드로 인한 왜곡을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만 30세는 선수들의 실력이 정점을 찍는 나이다. 이후부터 약 2~3년간(만 31~33세)까지는 전성기의 기량이 서서히 쇠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30대 중반이 되면 급격한 노쇠화를 겪는다. 푸홀스의 WAR 변화는 여기에 정확히 부합한다.

 

반면, 벨트레는 보통이라면 기량이 조금씩 쇠퇴할 나이인 만 31세에 타율 .321 49홈런 102타점을 기록하며, 개인 통산 두 번째로 높은 WAR 7.8승을 기록했다. 그때부터 8년간 기록 중인 WAR만 무려 49.4승(연평균 6.2승)에 달한다. 이는 그가 만 19세부터 30세까지 12년간 쌓은 44.8승을 오히려 뛰어넘는 것이자, 같은 나잇대에 쌓은 WAR로는 역대 15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더욱 놀라운 점은, 같은 나잇대에 벨트레보다 높은 WAR을 쌓은 선수 가운데 1980년대 이후에 활약한 선수는 배리 본즈와 마이크 슈미트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본즈는 금지약물(PED)을 복용한 선수다. 따라서 1980년대 이후 기록에 있어 벨트레는 사실상 2위에 올라있다. 스포츠 선수들의 평균 기량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믿기 힘든 기록이 아닐 수 없다.

 

MLB 역대 만 31세~38세 WAR 순위(팬그래프 기준)

 

1. 베이브 루스 80.1승

2. 배리 본즈 72.9승*

3. 호너스 와그너 72.8승

4. 윌리 메이스 63.7승

5. 행크 애런 53.1승

6. 트리스 스피커 51.3승

7. 냅 라조이 50.5승

8. 마이크 슈미트 48.1승

9. 테드 윌리엄스 45.5승

10. 찰리 게링거 45.5승

11. 로저 코너 45.3승

12. 타이 콥 43.8승

13. 로베르토 클레멘테 43.6승

14. 스탠 뮤지얼 43.1승

15. 애드리안 벨트레 42.9승

 

1968년 짐 하인즈가 깨기 전까지, 1960년 아민 해리가 세운 남자 100m 달리기 10초 0의 기록은 절대로 깰 수 없는 기록이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2017년 현재 100m 달리기 세계 신기록은 우사인 볼트의 9초 58이다. 이제는 10초 안에 100m를 질주할 수 있는 선수는 무수히 많으며, 그만큼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 점점 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이는 비단 달리기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MLB 투수들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최초로 측정치가 제공되는 2002시즌 89.0마일(143.2km/h)이었다. 지금은? 92.8마일(149.3km/h)이다. 불과 15년 만에 6.1km/h나 빨라진 것이다. 그사이 만 23세였던 벨트레는 만 38세가 됐다. 하지만 그는 15년 전보다 6.1km/h 빨라진 패스트볼을 상대로 타율 .345을 기록 중이다. 

 

명예의 전당 입성은 확정적, 남은 것은 득표율 뿐

 

애드리안 벨트레의 통산 성적(자료=베이스볼레퍼런스) 애드리안 벨트레의 통산 성적(자료=베이스볼레퍼런스)

 

이런 나이를 거꾸로 먹는 듯한 활약을 바탕으로 벨트레는 자신만의 마일스톤을 쌓아 나가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벨트레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31번째로 3,000안타를 달성했다. 하지만 해외 출생자로서는 역대 5번째 기록이었다(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으로선 최초). 현재 해외 출생자 역대 최다 안타 기록은 이치로의 3,080안타인데, 벨트레는 3,048안타를 기록 중이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벨트레는 2018시즌 안에 해외 출생자 역대 안타 1위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한편, 벨트레의 3,000안타는 3루수로 주로 출전한 선수로서는 역대 3번째 기록이다(1위 조지 브렛, 웨이드 보그스). 역대 3루수 최다안타 1위인 조지 브렛의 3,154안타까지는 106안타밖에 남지 않았다. 따라서 역대 3루수 최다안타 기록 역시 2018시즌 안에 경신하게 될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벨트레는 3루수 최다홈런 부문에서도 역대 3위(462홈런)에 올라 있다. 2위 치퍼 존스의 468홈런까지는 6개, 500홈런까지는 38개가 남았다. 갈수록 페이스가 떨어질 것을 감안해도 마이크 슈미트(548개)에 이어 역대 2번째 3루수 500홈런을 달성할 것이 거의 확실시 된다. 그렇게 되면 그는 역대 *6~7번째로 3000안타와 500홈런을 동시에 달성한 타자가 된다.

 

3000안타와 500홈런을 동시에 달성한 타자는 지금까지 윌리 메이스, 행크 애런, 에디 머레이, 라파엘 팔메이로, 알렉스 로드리게스밖에 없었다. 게다가 벨트레는 현재까지 2루타 613개를 기록 중인데, 이는 역대 1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500홈런을 달성한다면 벨트레는 *현재까지 애런밖에 없었던 3,000안타-600 2루타-500홈런 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 통산 2968안타인 푸홀스가 32안타를 추가한다면, 벨트레는 3000안타 500홈런 클럽에 역대 7번째로 3000안타 600 2루타 500홈런 클럽엔 역대 3번째로 가입하게 됩니다. 

 

(요약) 벨트레가 앞둔 마일스톤

 

1. 외국 출생자 최다안타 1위(이치로 스즈키 3,080안타 - 32개)

2. 역대 3루수 최다안타 1위(조지 브렛 3,154안타 - 106개)

3. 역대 3루수 최다홈런 2위(치퍼 존스 468홈런 - 6개)

4. 3루수 역대 2번째 500홈런(-38개)

5. 역대 6~7번째 3,000안타+500홈런(-38홈런)

6. 역대 2~3번째 3,000안타+500홈런+600 2루타(-38홈런)

7. 역대 2루타 9위(호너스 와그너 643개 - 30개)

 

하지만 어쩌면 그의 진짜 대단한 점은, 만 38세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3루수로서 여전히 뛰어난 수비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벨트레는 팬그래프에서 제공하는 수비 공헌도(Def)에서 229.5점으로 역대 최고의 3루 수비수라 불리는 브룩 로빈슨(359.8점)에 이은 2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수비공헌도 3.5점은 만 36세 이상 3루수 가운데 유일한 +수치이기도 했다.

 

한때, 벨트레의 <명예의 전당> 입성 여부는 메이저리그에 뜨거운 감자 가운데 하나였다. 확실히 그럴 만도 했다. 만 30세 무렵 그는 누적성적은 꽤 쌓았지만, 임팩트라고는 'FA 로이드'로 반짝한 2004시즌밖에 없는 타자였다. 하지만 8년이 지난 지금, 그의 명예의 전당 입성 여부를 놓고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는 필자가 아는 한 아무도 없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첫 번째 투표에서 몇 퍼센트의 득표율로 들어갈 수 있는지 뿐이다.

 

이현우 기자 hwl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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