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의 MLB+] 여전히 끝나지 않은 '와후 추장의 저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한 팬이 와후 추장 로고를 본따 만든 피켓을 들고 있다(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한 팬이 와후 추장 로고를 본따 만든 피켓을 들고 있다(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엠스플뉴스]

 

70년간 누군가에게는 모욕으로, 다른 누군가에겐 전통으로 여겨졌던 와후 추장(Chief Wahoo) 로고가 2018시즌을 끝으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유니폼에서 사라진다.

 

2018년 1월 30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2018시즌을 끝으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와후 추장 로고를 경기 유니폼에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간 있었던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인디언스 유니폼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던 로고가 마침내 선수단이 사용하는 모든 물품에서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함정이 숨어있다. 

 

첫째, 성명문에서 확인되는 '애매함'이다. 사무국이 발표한 성명문에는 와후 추장 로고가 '적절치 않다"고 적혀있지만, 어째서 적절치 않은 지에 대해선 나와 있지 않다. 인종차별이란 단어가 완전히 배제되어 있는 것이다. 성명문에는 폐지하는 이유 대신 "와후 추장 로고에 애착을 갖는 팬들이 있지만, 사무국은 구단주 레이리 돌란과 궁극적으로 합의할 수 있었다"고만 적혀 있다.

 

둘째, 와후 추장 로고는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다. 2019시즌부터 경기 유니폼에서 사라지지만, 오하이오와 애리조나에 있는 매장에서는 이후로도 관련 상품을 판매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클리블랜드 측은 "와후 추장의 상표권 유지 및 다른 집단의 이익 추구를 막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즉, 클리블랜드는 여전히 와후 추장 로고를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2019년은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올스타전이 열리는 해다. 클리블랜드는 올스타 개최지 선정을 위해 로고를 일시적으로 제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편, 2016년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ALCS에서 와후 추장 로고 사용으로 인해 벌어졌던 온타리오 인권 재판소와의 법정 분쟁도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월 이 사건은 캐나다 연방 법원으로 이전됐다.

 

이 세 가지 진실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클리블랜드 구단이 와후 추장 로고를 제거하기로 한 결정은 결코 와후 추장 로고가 인종차별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그들은 여전히 와후 추장 로고를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유니폼에서 제거한 이유는 올스타전을 개최하고 법정 공방을 피하기 위해서일 확률이 높다.

 

일시적으로 경기 유니폼에서 사라지긴 하겠지만, 상표권이 남아있는 이상 와후 추장 로고는 언제든 부활할 수 있다.

 

* [주의] 불쾌감을 느끼거나 깜짝 놀랄 수도 있는 사진이 게재되어 있습니다.

 

와후 추장 로고와 인종 차별

 

2016년 월드시리즈 1차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한 팬이 마스코트 '와후 추장'으로 분장했다. 이러한 행동을 하는 개인은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닌 경우도 많다. 대부분은 그 분장이 인종차별적인 의미가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경우다. 진정한 문제는 이런 분장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는 구단이다(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2016년 월드시리즈 1차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한 팬이 마스코트 '와후 추장'으로 분장했다. 이러한 행동을 하는 개인은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닌 경우도 많다. 대부분은 그 분장이 인종차별적인 의미가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경우다. 진정한 문제는 이런 분장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는 구단이다(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지난 2016시즌, 94승 67패를 거두며 2013년 이후 3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클리블랜드의 홈구장 <프로그레시브 필드> 앞에는 진귀한 광경이 펼쳐졌다. 프로그레시브 필드 입장소 한 구석에서 와후 추장 사용을 반대하는 인권 단체가 시위를 하고 있는 가운데, 얼굴에 붉은색을 칠한 후 깃털 장식을 단 백인 팬들이 경기장에 입장하는 장면이다.

 

모든 종류의 편견 섞인 언어적 표현을 쓰지 말자는 사회적인 운동이 확대되면서, 미국 정부가 원주민에 대한 폭력 행위와 정책적 잘못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이를 바로잡겠다고 약속한지도 어느덧 8년이 지났다. 이후 그간 인식하지 못했던 아메리칸 원주민에 대한 차별을 바로잡고자 하는 사회적인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미국인에겐 딴 나라 얘기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피부색에 대한 편견이다. 아메리칸 원주민의 피부색은 붉은색이 아니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아메리칸 원주민을 '홍인종'이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유래한 팀명이 NFL(프로미식축구)의 워싱턴 레드스킨스다. 그러나 학계의 연구에 따르면, 아메리칸 원주민을 지칭하는 홍인종(붉은 피부)는 '죽은 아메리칸 원주민'을 격하하는 말에서 출발했을 가능성이 높다. 

 

관련 기사: [이현우의 MLB+] 끝나지 않은 '와후 추장의 저주' (2016년 10월)

 

그래서 스포츠매체 ESPN을 비롯한 여러 언론은 2010년 이후 워싱턴 레드스킨스를 '워싱턴 풋볼팀'이라 표기하고 있다. 버지니아를 비롯한 연방 주 법원은 원주민을 희화화하는 상품 일부를 판매 금지했으며, 아마추어체육협회 역시 원주민에 관련된 팀명을 변경할 것을 권고했다. 클리블랜드가 2011년부터 와후 추장 사용을 줄이고, 팀 로고도 영문 C로 변경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클리블랜드는 유니폼 왼쪽 어깨에 있는 패치만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 근거로 내세운 것이 자체 홈페이지 여론 조사 자료다. 

 

여전히 끝나지 않은 와후 추장의 저주

 

2016년 4월 5일(이하 한국시간) 클리블랜드에서 인디언스 마스코트로 '와후 추장'을 사용하는 데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인간은 마스코트가 아니다'란 문장이 눈에 띈다(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2016년 4월 5일(이하 한국시간) 클리블랜드에서 인디언스 마스코트로 '와후 추장'을 사용하는 데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인간은 마스코트가 아니다'란 문장이 눈에 띈다(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클리블랜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홈페이지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의 70%가량이 현 구단 명칭과 로고를 유지하고 싶어 했다. 통계 자료가 잘못 사용된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아메리칸 원주민 수는 미국 전체 인구의 0.8%에 해당하는 200만여 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전체 인구 가운데 3분의 1은 정부가 임의로 지정한 인디언 보호 구역에서 거주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표본을 가지고 투표를 한다 한들 '다수결'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사실 애초에 다수결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 인종 차별 문제를 비롯해 사회적인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사회적인 윤리 규범에 가깝다. 차별의 당사자가 싫다면, 다수가 재밌어하는 행동(예를 들어 동양인을 비하하는 눈꼬리 찢기 등)이라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와후 추장 로고가 박힌 유니폼이 사라지기 전에 미리 구매하고 싶다는 팬들을 커뮤니티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본인이 아메리칸 원주민이었으면 질색을 했을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구단은 돈벌이를 위해 이를 은근히 부추기고 있다. 그리고는 마치 팬들이 원해서 그러는 것처럼 와후 추장의 완전한 폐지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필자는 모든 야구계의 저주를 미신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와후 추장의 저주(와후 추장의 얼굴을 우스꽝스러운 모양으로 박아넣는 바람에 원주민들의 저주를 받아 우승을 못 했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마지막 우승해였던 1948년에도 클리블랜드는 와후 추장과 유사한 로고를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종 이 미신만큼은 사실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관련 기사: [이현우의 MLB+] 위대한 '염소의 저주'의 진실

 

그래야지 '염소의 저주'를 풀기 위해 염소의 후손에게 사과한 시카고 컵스처럼, 클리블랜드가 원주민들에게 형식적으로라도 사과하지 않을까 싶어서다. 하지만 그들은 유니폼에서 와후 추장을 제거하기로 한 날에도 원주민들에 대한 발언은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클리블랜드는 2016년 연이은 업셋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을 때도, 2017년 22연승으로 역대 두 번째로 긴 연승 행진을 이어갈 때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이현우 기자 hwl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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