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의 MLB+] 끝나지 않은 MLB 공인구 조작설

휴스턴 미닛메이드 파크에서 컵 홀더에 제작된 시기가 다른 두 개의 야구공이 놓여있다.(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휴스턴 미닛메이드 파크에서 컵 홀더에 제작된 시기가 다른 두 개의 야구공이 놓여있다.(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엠스플뉴스]

 

2017년 9월 20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경기에서 메이저리그 역사가 새로 쓰였다. 

 

8회 초 캔자스시티 외야수 알렉스 고든이 친 공이 로저스 센터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면서 2017시즌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친 홈런 수는 5,694개가 됐다. 이는 스테로이드 시대가 한창이었던 2000시즌 5,693홈런을 넘어선 메이저리그 신기록이었다. 이후 열흘 남짓 동안 411개의 홈런이 더해져 2017시즌 총 홈런 수는 6,105개가 됐다. 심지어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LA 다저스의 월드시리즈에서는 총 24개의 아치가 그려졌는데 그 가운데 8개는 1경기에서 나왔다.

 

지금 우리가 역사상 가장 많은 홈런이 나오는 시대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메이저리그가 1990년 이후 최악의 투고타저 시즌을 보냈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놀랄만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당연한 일이지만, 급증한 홈런 비율은 메이저리그를 다루는 칼럼니스트들 사이에서 커다란 화제를 모았다. 현지 분석가들은 원인을 찾기 위해 분석 가능한 모든 각도에서 이 문제를 다뤄왔다. 기후 변화, 스트라이크 존의 변화, 타순의 최적화, 젊은 타자들의 유입, '안 걸리는' 스테로이드의 등장, 빨라진 구속 등등이 그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화제를 모은 것은 '뜬공 혁명(Air-ball Revolution) 이론'이었다. 타구의 발사각도를 인위적으로 높임으로써 성적이 향상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 이론은, <스탯캐스트>를 통해 거의 모든 타구의 발사각도를 확인할 수 있게 된 시대가 되면서 거의 정설처럼 굳어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시대의 비정상적인 홈런 증가율이 '어떤 인위적인 조건 변화'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그 인위적인 조건 변화란 다름 아닌 '공인구 조작(Juiced Ball)'이다.

 

홈런의 폭발적인 증가, 그리고 공인구 조작 의혹

 

1910~2017시즌 MLB 타자 홈런 합계 변화(자료=팬그래프닷컴) 1910~2017시즌 MLB 타자 홈런 합계 변화(자료=팬그래프닷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 동안 메이저리그 홈런수는 4,186개에서 4909개로, 다시 5,610개에서 6,105개로 늘어났다. 이를 증가율로 살펴보면 각각 17.3%+, 14.3%+, 8.8%+가 된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이와 같은 홈런 상승폭을 보인 시기는 세 차례가 있었다. 데드볼 시대에서 벗어나 라이브볼 시대가 본격화된 1930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테드 윌리엄스를 비롯한 스타들이 복귀했던 1947년, 마크 맥과이어가 신인 49홈런을 쳤던 1987년이다. 

 

1947년을 제외한 두 해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공인구를 건드렸다는 것이다. 1920년대 베이브 루스의 등장 이후 홈런이 주목받으면서 반발력이 높은 공인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졌다. 한편, 1987년은 '래빗볼(Rabbit Ball)의 시즌'이라고도 불린다. 래빗볼이란 토끼처럼 튀는 공이란 뜻으로 반발력 계수를 조작한 공을 말한다. 1987년 SI 칼럼니스트 프랭크 데포드가 처음 사용했는데, 이에 대해 사무국은 제대로된 반박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듬해 홈런이 곧바로 정상적인 수준으로 돌아오면서, 1987년에 공인구 조작이 있었던 것은 거의 정설로 굳어졌다. 훗날 이 래빗볼이란 용어는 2013년 NPB 관계자들이 공격 야구를 위해 공의 반발력을 의도적으로 조작했던 사건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이게 된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점은, 과거부터 흥행을 위해 사무국이 공인구를 조작하는 일이 있어왔다는 것이다. 일부 분석가들이 <공인구 조작>에 대한 의혹을 제기해온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인구 조작설>이 한동안 음모론으로 치부되어온 이유는 오직 '물리적인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7년 6월 14일 <더 링커>의 필진 벤 린드버그와 공저자인 미첼 라이트먼이 칼럼을 발표하면서, 공인구 조작설을 둘러싼 여론이 바뀌기 시작했다. 린드버그와 라이트먼에 따르면, 공인구 36개를 분석해본 결과 2015년 올스타브레이크 이후에 쓰인 공들이 더 높은 반발계수와 작은 둘레(적은 무게), 낮은 실밥 높이를 갖고 있었다

 

린드버그와 라이트먼이 공동 저술한 칼럼 The Juiced Ball Is Back의 표지 사진(사진=더 링거 캡쳐) 린드버그와 라이트먼이 공동 저술한 칼럼 The Juiced Ball Is Back의 표지 사진(사진=더 링거 캡쳐)

 

한편, 야구 분석가 롭 아서가 야구 물리학자인 앨런 네이션과 공동 연구한 결과 린드버그와 라이트먼이 제시한 공인구 변화는 약 5피트(152.4cm)의 비거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결론이 도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자체 조사 결과 공인구에는 어떤 조작도 없었다고 반복해서 주장하면서, 공인구 조작설은 팬들의 뇌리에서 서서히 잊혀지는 듯했다. 그런데 2일 공인구 조작을 둘러싼 논쟁에 다시 불을 지필만 한 소식이 전해졌다.

 

ESPN의 의뢰를 받아 공인구 조작을 자체 조사 중이던 롭 아서와 팀 딕스가 통계미디어인 <파이브서티에잇>을 통해 "최근 사용되는 공인구의 코어는 2015년 올스타전 이전에 사용된 공인구의 코어보다 약 0.5g 정도 가벼우며, 덜 조밀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바뀐 공인구, 2.44m 더 멀리 날아간다 

 

2015년 올스타전 이전에 사용된 공인구과 2017년 공인구의 내부 차이. 코어의 모양이 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사진=ESPN 캡쳐) 2015년 올스타전 이전에 사용된 공인구과 2017년 공인구의 내부 차이. 코어의 모양이 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사진=ESPN 캡쳐)

 

현재까지 공인구 조작에 대한 연구는 주로 외형 또는 무게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사우튼 캘리포니아 대학과 켄트 주립 대학의 도움을 받아 진행된 이번 연구에서는 공 내부(특히 코어) 구성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에 주목했다. 이를 위해 CT 촬영과 화학성분 분석 기법을 이용했다. 그 결과 2015년 올스타전 이후 사용된 공인구의 코어(외피) 밀도가 이전보다 평균 40%가 낮아졌으며, 화학적으로는 실리콘 함유량이 평균 10%가 낮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내부 구성 변화는 코어의 무게를 0.5g 정도 낮췄으며, 이에 따라 공인구 전체 무게도 0.5g 줄어들었다. 물론 0.5g은 클립 하나 정도에 불과한 무게다. 단순히 공인구 무게가 0.5g 줄어들 경우엔 타구 비거리는 고작 6인치(15.2cm)밖에 늘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0.5g의 변화가 발견된 부분이 코어라는 점이 중요하다. 같은 탄성을 지닌 코어의 무게가 0.5g 줄어들면 타구 속도는 0.6마일이 빨라지고, 이는 타구 비거리를 약 3피트(91.4cm)가량 늘어나게 할 수 있다.

 

여기에 이전 연구결과(작은 둘레와 낮은 실밥 높이로 인한 공기저항 감소 효과)를 통해 밝혀진 5피트를 더하면, 같은 타구속도와 발사각도일 경우 새로운 공인구는 2015년 올스타전 이전 공인구에 비해 평균 8피트(2.44m)나 더 날아간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편, 물리학자 네이선의 계산에 따르면 평균 비거리가 2.44m 늘어날 경우 리그 홈런 수는 약 25%가량 증가하게 된다. *이는 2014년부터 2017년 사이 홈런 증가율 46%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치다.

 

 * 나머지 절반은 뜬공 혁명과 결부시켜서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뜬공 혁명은 공인구의 변경으로 비거리가 늘어나면서 뜬공을 치는 것이 더 유리한 환경이 됐고, 그로 인해 어퍼스윙이 유행하면서 생긴 현상일지도 모른다. 

 

이런 <파이브서티에잇>의 연구결과를 신뢰한다면 2015년 올스타전 이후 갑자기 홈런이 늘어난 주된 원인은 바뀐 공인구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바로 공인구 변화가 사무국에 의해 의도적으로 일어난 변화인지, 공인구 제조법이 바뀌면서 생긴 우연한 변화인지에 대한 의문이다. 이에 대한 사무국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자체 조사 결과 대부분 공이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제작됐다"는 것이다.

 

 

 

그동안은 공인구 변화가 의도적이었다고 할지라도 규정 내에서 변화를 준 것이라면 비판하기가 모호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해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의 변화만으로도 홈런 수를 25% 이상 늘릴 수 있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논란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만약 흥행을 위해 공인구를 조작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팬들을 기만하는 행위다. 스테로이드 시대에 세워진 기록들이 약에 의한 것이었다는 게 밝혀진 후 흥행에 미친 악영향을 생각해보자.

 

타자들이 잘해서가 아니라 공이 바뀌어서 홈런이 많이 나왔다고 생각하면 지난 월드시리즈에서 펼쳐진 타격전을 재밌게 시청한 팬들은 흥이 깨질 수밖에 없다. 한편, 만약 공인구 변화가 의도적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공인구 때문에 홈런이 50% 가까이 늘어났다면 이 역시 공인구 관리를 제대로 못 한 사무국의 책임이 된다. 어느 쪽으로든 사무국은 이번 공인구 변경과 그로 인한 홈런 증가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여전히 사무국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롭 아서는 "연구결과에 대해 사무국에 문의했지만, 사무국은 논평하는 것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현우 기자 hwl0501@naver.com

0


  • 새로고침
  • 도움말
    Best 댓글
    공감 투표 비율이 높은 댓글입니다.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공감수가 증가하거나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경우, 예고없이 제외 될 수 있습니다. 레이어 닫기

추천영상

엠스플 TOP뉴스

HOT 포토더보기

'유애나 홀리는 미모' 아이유, 무뚝뚝 속 반전 하트

'당당한 커플' 현아♥이던, 매일 반복되는 애정 표현

모모, 한뼘 초미니+반전 뒤태 "섹시 카리스마 물씬"

[M+포토] '엠스플' 장예인 아나운서가 깜짝 놀란 이유!

"신세계 경험"…마마무 화사, 시상식 뒤집어놓은 '레드 보디수트'

[M+포토] '썸타는(?)' 유희관, 미녀골퍼 현은지와 달콤 대화!

박서원 대표♥조수애 아나운서, 웨딩화보 공개 '핑크빛 가득'

[M+포토] 아이즈원 김민주, 내가 바로 분위기 여신

'신인상' 김채원·김민주·장원영, '아이즈원' 비주얼 3인방 [M+포토]

'살인 눈웃음'…트와이스 사나, 심쿵 유발 아이 콘택트 [M+현장]

이전으로 다음으로
최신 무료 만화 더보기

온라인 설문

95.0%
야구 류현진 vs 축구 손흥민, 2018년을 빛낸 스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