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의 MLB+] '5볼넷' 류현진, 뭐가 문제였을까?

류현진(사진=엠스플뉴스 조미예 특파원) 류현진(사진=엠스플뉴스 조미예 특파원)

 

[엠스플뉴스]

 

류현진(30, LA 다저스)의 정규시즌 첫 등판은 실망스러웠다.

 

류현진은 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3.2이닝 동안 공 75개를 던져 5피안타 5볼넷 2탈삼진 3실점을 기록하고 강판당했다.

 

애리조나 강타선을 상대로 3점은 내줄 수도 있다. 문제는 밀어내기 볼넷을 포함해 한 경기에서 볼넷을 5개나 내줬다는 점이다. 3회 한 이닝에만 볼넷 3개를 허용하면서 투구수가 급격히 늘어난 류현진은 채 4이닝을 소화하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류현진 역시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순간적으로 밸런스가 맞지 않아서 제구가 안 됐던 것 같다. 무엇보다 선발 투수로서 역할을 못 해서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자책했다.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류현진이 한 경기에서 허용한 최다 볼넷은 지난해 5월 12일에 기록한 6개. 한 경기 5볼넷은 통산 두 번째로 많은 볼넷이다. 그렇다면 지난 경기에서 류현진이 유독 많은 볼넷을 허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류현진은 제구가 안 된 이유로 "안 맞으려고 어렵게 승부하려다 보니 밸런스가 무너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망가는 투구를 한 건 아니냐'는 통신원의 질문에는 "그렇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한마디로 말해, 일시적인 제구 난조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데이터는 다른 점을 제구 불안의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류현진의 지난 경기 포심 평균구속은 91.3마일(146.9km/h)로 지난해 90.7마일(145.9km/h)에 비해 소폭 증가했다. 게다가 시즌 초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오를 여지가 남았다. 즉, 류현진은 패스트볼 구속 측면에선 전혀 문제가 없다(80마일 후반대의 공은 대부분 투심 또는 커터였다. 본디 두 구종은 평균적으로 포심보다 평균 2마일 가량 느리다).

 

두 가지 비슷한 구종을 섞어 던진다는 것의 위험성

 

 

 

류현진은 지난해 포스트시즌 기간부터 릭 허니컷 투수코치와 함께 투심 패스트볼을 집중적으로 연마했다. 한편, 이번 스프링트레이닝 기간에는 회전수를 높인 커브볼(일반적인 너클커브 그립과는 달리, 검지를 완전히 접지 않고 공에 얹듯이 잡는 구종으로 선수들 사이에선 스파이크 커브라고 불린다)을 장착했다.

 

류현진은 올봄 이 두 가지 새로운 구종을 결정구로 삼는 실험에서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 시범경기 기간 성적이 좋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류현진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던 이유다. 일례로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지난달 MLB.com과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류현진에게 인상적인 한 해(Big Year)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불안요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류현진의 팀 동료이기도 했던 잭 그레인키는 <폭스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두 가지 비슷한 구종을 섞어 던지는 것은 두 구종에 모두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레인키는 그 이유를 "분리하는 데에만 수년이 넘게 걸릴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슬라이더와 커터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지만, 류현진에게도 해당되는 얘기다.

 

류현진은 시범경기 기간 인터뷰를 통해 포심 패스트볼과 함께 투심 패스트볼을, 기존의 슬로우 커브볼과 함께 스파이크 커브볼을 섞어 던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구종을 장착하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심지어 기존 구종을 유지하면서 비슷한 새로운 구종을 섞어 던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실제로 시범경기에서 류현진의 투심 패스트볼과 스파이크 커브볼은 때때로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지만, 반대로 제구불안을 노출하는 경우가 잦았다. 그 증거로 류현진의 올해 시범경기 성적은 2승 1패 10.2이닝 10탈삼진 평균자책 8.44에 불과했다. 2018년 정규시즌 첫 경기에서 5볼넷을 허용한 것도 이런 제구불안 현상에 연장 선상에 놓여있다.

 

[그림1] 지난 경기 류현진의 포심 패스트볼(파란색)과 투심 패스트볼(초록색)의 투구 위치(자료=베이스볼서번트) [그림1] 지난 경기 류현진의 포심 패스트볼(파란색)과 투심 패스트볼(초록색)의 투구 위치(자료=베이스볼서번트)

 

[그림1]은 3일 경기 류현진의 포심 패스트볼과 투심 패스트볼의 투구 위치를 나타낸 자료다. <베이스볼서번트>는 아직 류현진의 포심과 투심을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필자가 직접 무브먼트를 기준으로 분류했다. *<브룩스베이스볼>의 기준을 따라, 종 무브먼트 7.5인치(19.1cm), 횡 무브먼트 6인치(15.2cm)를 기준으로 그보다 크면 포심, 그보다 적은 경우엔 투심으로 분류했다.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류현진의 투심 패스트볼은 포수시점 기준 오른쪽으로 지나치게 빠지는 실투가 잦았다. 포심 패스트볼을 포함해 총 6개의 '규정상 스트라이크'가 볼이 될 정도로 스트라이크 존이 좁았다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볼넷이 많을 수밖에 없는 로케이션이다. 하지만 스파이크 커브볼의 제구는 이보다 더했다.

 

때로는 복잡한 것보다 단순한 것이 더 효과적일 때가 있다

 

지난 경기 3회 말 폴 골드슈미트를 상대로 던진 스파이크 커브볼(영상=엠스플뉴스) 지난 경기 3회 말 폴 골드슈미트를 상대로 던진 스파이크 커브볼(영상=엠스플뉴스)

 

<베이스볼서번트>를 통해 확인한 결과 류현진은 지난 경기에서 스파이크 커브볼로 추정되는 공(분당 회전수 2500회 이상, 평균시속 74마일 이상의 브레이킹볼)을 4개 밖에 던지지 않았다. 위 영상은 그중에서도 3회 말 폴 골드슈미트를 상대로 볼넷을 허용했을 때의 공이다. 시범경기 인터뷰에서 류현진이 한 표현대로라면 "지나치게 타자 앞에서 떨어지는 현상"이다.

 

나머지 스파이크 커브볼(닉 아메드, 타이후완 워커, 제이크 램) 역시 대체로 이런 식이었다. 이에 따라 류현진은 커브 14개 가운데 10개를 기존 방식대로 던질 수밖에 없었다. 이는 신무기가 제대로 제구가 안 되다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따라서 지난 경기에서 류현진은 신무기 장착으로 인한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

 

아니, 지난 경기만 놓고 봤을 때 신무기 장착은 제구 불안으로 이어지면서 오히려 경기력에 방해가 됐을 뿐이다. 이에 대해 류현진은 <엠스플뉴스> 이지영 통신원과의 인터뷰에서 "새로 익힌 커브볼과 기존 커브볼의 격차를 조금씩 줄여나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즉, 류현진 역시 신무기를 실전에서 사용하기 위해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문제는 기존 커브볼과 섞어서 던지는 것이 새로운 커브볼을 익히는 데 방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지난해 필자는 [이현우의 MLB+] 다나카의 PS 호투 비결, 그리고 류현진이란 글을 통해 다나카의 포스트시즌 호투 비결에 대해서 분석한 적이 있었다. 비결은 피안타율이 .366에 달하는 투심을 포기하고, 기존에 던지던 포심만을 던지는 데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림2] 다나카의 2017 포스트시즌 포심 패스트볼 투구 위치(좌)와 스플리터의 투구 위치(우)(자료=베이스볼서번트) [그림2] 다나카의 2017 포스트시즌 포심 패스트볼 투구 위치(좌)와 스플리터의 투구 위치(우)(자료=베이스볼서번트)

 

다나카는 다시 늘어난 포심의 대부분을 스트라이크 존 상단에 집중시켰다. 반면, 주무기인 스플리터는 최대한 낮게 떨어뜨리는 데 집중했는데, 이는 두 구종의 상반된 무브먼트와 맞물려 스플리터의 위력을 배가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한마디로 말해, 다나카는 잘하는 것(포심과 스플리터 조합)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류현진 역시 마찬가지일 수 있다. 아직 시즌 초기 때문에 이런저런 실험을 해볼 수 있다. 하지만 빠른 시일 내에 포심과 투심 가운데 한 구종, 슬로우 커브와 스파이크 커브 가운데 한 구종만을 집중적으로 던지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일지도 모른다. 굳이 패스트볼과 커브를 두 가지로 나눠 던지지 않더라도 체인지업과 커터 등 던질 수 있는 구종이 이미 많기 때문이다.

 

물론 단시간 내에 체인지업과 커터를 습득한 류현진이라면 언젠간 두 가지 패스트볼과 두 가지 커브볼을 모두 효과적으로 던지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올해를 마치고 FA가 되는 류현진에겐 정규시즌에서까지 네 구종을 실험할 여유가 있는지는 분명 생각해볼 문제다. 때로는 복잡한 것보다 단순한 것이 더 효과적일 때가 있다. 

 

 

 

이현우 기자 hwl0501@naver.com

 

#메이저리그 최신영상은 '엠스플뉴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0


  • 새로고침
  • 도움말
    Best 댓글
    공감 투표 비율이 높은 댓글입니다.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공감수가 증가하거나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경우, 예고없이 제외 될 수 있습니다. 레이어 닫기

추천영상

엠스플 TOP뉴스

HOT 포토더보기

'봄날의 여신' 수지, 만개한 미모 '현실 여친짤'

"아이돌의 파격"…달샤벳 세리, 한밤에 수영하기

'셀카 대방출' 블랙핑크 지수, 시스루 의상속 여성미

'빨간 민소매+레오파드 수영복' 달샤벳 수빈, 황금 바디라인

[M+포토] 레이싱모델 이영 'S라인의 정석'

매일 운동하더니…이시영, 출산 3개월 만에 되찾은 몸매

레이싱모델 민채윤 '섹시美의 진수'

'심쿵 눈맞춤' 레드벨벳, 두바이에 뜬 순백의 여신들

'사랑에 빠진 탱구' 태연, 얼굴 가득한 러블리함

"힘내요♥" 트와이스 사나, 셀카 각도 무시한 인형 미모

이전으로 다음으로
최신 무료 만화 더보기

온라인 설문

54.5%
이도류 오타니, 올시즌 예상 성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