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의 MLB+] 굿바이 이치로, 전설이 떠나다

이치로 스즈키(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이치로 스즈키(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엠스플뉴스]

 

결국 그 타석이 사실상 현역 메이저리거로서 들어선 마지막 타석이었다.

 

3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세이프코필드에 모인 시애틀 매리너스 팬들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경기에서 8회 말 이치로 스즈키(44)가 타석에 들어서자 "이치-로! 이치-로!"를 연호했다. 이치로가 그날 경기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높은 확률로 그 타석이 세이프코필드에서 뛰는 이치로를 보는 마지막이라는 것을.

 

며칠 전부터 메이저리그 업계에는 은밀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이치로가 이번 홈 6연전 안에 은퇴를 선언할 확률이 매우 높다는 소문이었다. 관련 기사를 준비하라는 얘기를 처음 전해 들었을 때 필자의 가장 큰 관심사는 과연 6연전 마지막쯤 이치로와 오타니 쇼헤이(24·LA 에인절스)의 맞대결을 지켜볼 수 있을지 여부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둘의 맞대결을 지켜볼 기회조차도 주어지지 않은 채 이치로의 메이저리그 여정은 끝맺어졌다. 

 

사실 이만큼 버틸 수 있었던 것도 그가 이치로이기 때문이다. 2018년 이치로의 타율은 .205. 장타율 역시 .205다. 타율과 장타율이 같다는 것은 장타를 하나도 치지 못했다는 뜻이다. 지난해까지 통산 509개를 기록 중이던 도루 역시 하나도 없다. 가을 야구에 도전하는 팀이 이런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만 44세 외야수를 25인 로스터에 한 시즌 내내 둘 수는 없는 법이다.

 

이미 구단의 비합리적인 로스터 운영에 대한 팬들의 불만은 한계에 달해 있었다. 그나마 비난이 거세지 않았던 것은 그 대상이 시애틀 역사상 가장 사랑받았던 프랜차이즈 스타였기 때문이다. 이치로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 리 없다. 그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시애틀을 떠나 희박한 확률이나마 현역 생활을 계속할지, 아니면 시애틀 선수로서 메이저리그에서 은퇴할지.

 

이치로의 선택은 후자였다. 4일 MLB.com을 비롯한 주요 언론들은 "이치로가 남은 시즌을 선수로서 뛰지 않고 시애틀 구단의 특별 보좌관으로 일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치로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이었기에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

 

 

 

이치로는 4일 <야후 재팬>과의 인터뷰에서 "시애틀로 복귀하고 나서 모든 날이 선물 받은 기분처럼 행복했다. 매일 세이프코필드에 온다는 것, 집에서 오는 길과 돌아가는 길, 유니폼을 입고 있는 시간을 매일 곱씹었다. 그것이 끝나버렸다고 생각한 순간 제안을 받았다. (시애틀은) 이런 모습을 갖춰줬다. 믿을 수 없을 정도다"고 구단에 감사를 표했다.

 

이러한 결정은 이치로의 등번호가 갖는 의미를 생각했을 때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치로의 등번호는 51번이다. 여기에는 만 51세까지 뛰고 싶다는 자신과의 약속이 담겨있다. 그리고 이치로는 만 7세 때 리틀야구 팀에 가입한 이후 야구와 관련된 자신과의 약속을 어긴 적이 없었다. 이를 포기한 것은 그 구단이 바로 시애틀이기 때문이다.

 

이치로는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이기에 결단할 수 있었다"며 현역 메이저리거로서 은퇴를 선택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시애틀 구단에 대한 애정이었음을 분명히 했다. 물론 여전히 이치로가 현역 야구 선수로 복귀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이치로의 에이전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직 완전히 은퇴한 것은 아니다. 올 시즌은 프런트 소속으로 일하게 됐지만, 아직 2019시즌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치로 역시 "만 44세의 나이에 운동선수로서 어떻게 되어가는지 관찰하고 싶다. 경기에 나서지 않더라도 매일 훈련한다면 어떻게 되는지 보고 싶다. 팀과 함께 연습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치로에겐 일본프로야구로의 복귀라는 마지막 카드가 남아있다. 이치로와 회장 미야우치 요시히코와의 친분을 고려했을 때, 일본 친정팀인 오릭스 구단은 지금도 이치로가 복귀하겠다는 의사만 내비치면 언제든 그를 환영해줄 것이다. MLB.com의 예측대로 2019년 일본 도쿄에서 치러질 시애틀과 오클랜드의 개막전에 1일 계약 후 출전해 은퇴식을 열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치로가 '완전한 현역 메이저리거'로서 빅리그에 활약하는 모습을 더는 보기 어려워졌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이는 시애틀 팬과 일본 야구팬뿐만 아니라, 그의 활약을 오랫동안 지켜본 모든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씁쓸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야구에서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선수,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17년 전, 시애틀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상륙한 만 27세의 일본인 외야수는 타율(0.350) 안타(242개) 도루(56개)에서 AL 1위를 석권하며, 올해의 신인상과 MVP를 동시에 수상한 역대 두 번째 선수가 됐다. 2010년까지 10년 연속 3할 타율-200안타-20도루를 기록하며 10년 연속 올스타-골드글러브에 선정된 그는, 2012년을 마지막으로 시애틀을 떠났다.

 

만 39세부터 그의 활약은 더는 예전 같지 않았다. 그를 최고의 1번 타자로 만들어준 3할을 밥 먹듯이 쳤던 정교한 방망이 솜씨도, 연평균 38도루를 기록했던 빠른 발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모두가 끝났다고 여겼을 때마다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섰다. 그렇게 5년 더 커리어를 연장했고, 올 시즌을 앞두고 시애틀로 복귀했다. 이것이 이치로가 지금까지 밟아왔던 여정이다.

 

이러한 여정을 통해 쌓아온 마일스톤만 살펴봐도 그가 왜 아시아 출신으로는 최초로 <명예의 전당> 첫턴 입성이 확실시되는지 단숨에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치로가 진정으로 대단한 점은 그가 쌓은 '숫자'가 아니라, 그 숫자를 쌓기 위한 과정에서 발견된다. 이치로는 초등학교 3학년 이 된 이후로 지금까지 하루 24시간을 야구를 위해 투자해왔다.

 

경기 시작 5시간 전에는 경기장에 도착해 늘 같은 방식으로 스트레칭을 하고, 혹여나 있을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더그아웃에 있을 때는 나무 막대기로 발바닥을 꾸준히 문지른다. TV를 볼 때는 시력 유지를 위해 선글라스를 낀다. 매일 아침엔 카레를 먹고, 점심으로는 페퍼로니 피자를 먹는다. 비시즌에도 특수제작된 기구를 활용해 매일 세 차례씩 운동한다.

 

이와 같은 철저한 자기관리는 이치로가 1980년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뛴 타자 가운데 일곱 번째로 많은 나이에도 현역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줬다. 이치로를 싫어하는 이들조차도 야구에 있어서 만큼은 그를 인정(respect)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다. 하지만 그런 그조차도 세월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그 사실이 못내 아쉽다.

 

이치로의 마일스톤

* 미일 통산 4367안타(역대 1위)

* MLB 통산 3089안타(역대 22위)

* 미국 외 출생자 중 안타 1위: 3089안타

* 역대 네 번째 최소타석 3000안타: 10328타석

* 역대 최장 기간 연속 200안타: 10시즌 (2001~2010)

* 역대 최장 기간 연속 리그 안타 1위: 5시즌 (2006~2010)

* 역대 신인 시즌 최다안타 1위 242개 (2001)

* 역대 단일 시즌 최다안타 1위: 262개 (2004)

* 역대 5번째 3000안타 + 500도루

* MLB 올스타전 역사상 유일한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 (2007)

 

이치로의 수상 실적

* 10년 연속 올스타 & 골드글러브 선정 (2001~2010)

* 아메리칸리그 MVP (2001)

* 아메리칸리그 올해의 신인 (2001)

* 아메리칸리그 타율 1위 2회 (2001, 2004)

* 아메리칸리그 도루 1위 1회 (2001)

* 아메리칸리그 최다안타 1위 7회 (2001, 2004, 2006~2010)

 

이치로의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

2651경기 9929타수 1420득점 3089안타 117홈런 780타점 509도루 타율 .311 출루율 .355 장타율 .402 OPS .757 fWAR 57.4승

 

이현우 기자 hwl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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