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의 MLB+] 클레이튼 커쇼에게 무슨 일이 생긴걸까?

클레이튼 커쇼(사진=엠스플뉴스 조미예 특파원) 클레이튼 커쇼(사진=엠스플뉴스 조미예 특파원)

 

[엠스플뉴스]

 

7경기 1승 4패 44.0이닝 평균자책점 2.86 fWAR 0.6승

 

메이저리그 2018시즌이 개막한 지 약 1달이 지난 시점에서 어느 선발 투수가 거두고 있는 성적이다. 일반적인 기준에선 승운이 따르지 않았을 뿐 매우 준수한 기록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성적을 거두고 있는 투수가 클레이튼 커쇼(30, LA 다저스)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올 시즌 전까지 커쇼의 통산 성적은 144승 64패 1935.0이닝 2120탈삼진 평균자책점 2.36이었다. 본격적으로 각성한 2011시즌 이후로 한정하면 커쇼의 평균자책점은 2.10으로 더 낮아진다. 해당 기간 커쇼는 NL 사이영상 3번, MVP 1번, 올스타 7번, 골드글러브 1번을 수상했다. 그가 현존하는 지구상 최고의 투수라 불리웠던 이유다. 

 

따라서 보통 투수라면 좋은 성적이라고 할 수 있는 평균자책점 2.86은, 커쇼에겐 다른 시즌보다 거의 1점 가까이 높은 수치로 돌변한다. 올 시즌 초반부터 '커쇼 위기설'이 돌고 있는 이유다. 특히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9이닝당 홈런이 1.43개로 뛰어오르면서 FIP(수비 무관 평균자책점)이 3.74(통산 FIP 2.62)까지 뛰어오른 점이 눈에 띈다.

 

대체 우리가 알던 커쇼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패스트볼 구속↓을 만회하기 위해 슬라이더 구사율↑

 

클레이튼 커쇼의 연도별 패스트볼 평균구속 및 구사율 변화(자료=팬그래프닷컴) 클레이튼 커쇼의 연도별 패스트볼 평균구속 및 구사율 변화(자료=팬그래프닷컴)

 

먼저 확인할 수 있는 변화는 패스트볼 평균 구속의 감소다. 데뷔 시즌이었던 2008년 평균 94마일(151.3km/h)이었던 커쇼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2017년까지 완만한 폭으로 하락해왔다. 하지만 올 시즌 들어 91.1마일(146.6km/h)로 지난해 대비 1.6마일(2.6km/h)이나 줄어들었다. 그러면서 커쇼는 데뷔 후 처음으로 MLB 평균(92.1마일)보다 낮은 패스트볼 구속을 기록하게 됐다.

 

패스트볼은 오랫동안 커쇼의 '밥줄'이었다. 평균 구속만 놓고 보면 간신히 강속구 투수로 분류될만한 구속이었지만, 독특한 숨김동작과 높은 팔각도에서 나오는 커쇼의 패스트볼은 2008년부터 2016년까지 구종가치(Pitch Value, 해당 구종을 던져 얻은 이득) 191.7점으로 해당 기간 현역 선발 가운데 독보적인 1위를 기록해왔다(2위 데이빗 프라이스 101.7점).

 

그러나 커쇼의 패스트볼 구종가치는 지난해 들어 8.3점으로 2009시즌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4.5점을 기록 중이다. 한편, 패스트볼의 위력 저하는 피장타율에서도 관찰된다. 2016년 .347(피안타율 .232)에 불과했던 커쇼의 패스트볼 피장타율은 2017년 .441(피안타율 .242)에서 2018년 .565(피안타율 .323)까지 높아졌다.

 

이렇듯 떨어지는 패스트볼 성적을 만회하기 위해 커쇼가 택한 전략은 바로 '슬라이더를 패스트볼처럼 활용하는 것'이다.

 

좌타자 시점에서 본 클레이튼 커쇼의 패스트볼(빨간색), 슬라이더(노란색), 커브볼(청록색)의 투구 궤적(좌)과 슬라이더 투구 위치(우). 커쇼는 지난해부터 구속과 릴리스포인트 면에서 패스트볼과 구분하기 어려운 슬라이더를 마치 패스트볼처럼 활용하고 있다(자료=베이스볼서번트) 좌타자 시점에서 본 클레이튼 커쇼의 패스트볼(빨간색), 슬라이더(노란색), 커브볼(청록색)의 투구 궤적(좌)과 슬라이더 투구 위치(우). 커쇼는 지난해부터 구속과 릴리스포인트 면에서 패스트볼과 구분하기 어려운 슬라이더를 마치 패스트볼처럼 활용하고 있다(자료=베이스볼서번트)

 

커쇼는 2014년부터 평균 88.5마일(142.4km/h)에 달하는 고속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이 슬라이더는 패스트볼과 구속 차이가 적을 뿐만 아니라, 릴리스포인트(공을 놓는 지점)도 거의 같아서 패스트볼과 구분하기 어렵다. 슬라이더를 유인구로 활용하는 대부분 투수들과는 달리, 지난해부터 커쇼는 이 구종을 마치 패스트볼처럼 스트라이크 존에 욱여넣고 있다.

 

그러다 보니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오는 패스트볼인 줄 알고 배트를 휘두른 타자들은 커쇼의 슬라이더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2018년 슬라이더 피안타율 .184). 2018년 들어 커쇼는 패스트볼 비율을 42.3%(2016년 50.7%)까지 낮춘 대신 이런 '패스트볼처럼 던지는 슬라이더'의 비율을 38.8%(2016년 33.3%)까지 높였다. 

 

이것이 커쇼가 다른 시즌보다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는 와중에도 여전히 2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다.

 

과연 커쇼는 위기설을 잠재우고 최고의 투수임을 입증할 수 있을까

 

 

 

이러한 커쇼의 새로운 투구 전략은 최근 메이저리그를 관통하는 흐름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바로 안티 패스트볼 이론(anti-fastball theory)이다. 안티 패스트볼 이론이란 패스트볼 비율을 의도적으로 줄이는 대신, 변화구 비율을 높이는 전략을 말한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나온 홈런 6,105개 가운데 58.5%인 3,574개가 패스트볼을 상대로 나온 홈런이다.

 

그 탓에 지난해 패스트볼의 100구당 구종가치은 -0.14점으로 모든 구종을 통틀어 압도적인 꼴찌를 기록했다. 반면, 슬라이더(+0.43점)과 커브볼(+0.14점)은 나란히 100구당 구종가치에서 1, 2위를 기록했다. 이를 해석해보면 패스트볼은 많이 던지면 던질수록 손해고, 변화구는 많이 던지면 던질수록 이득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구속가감 등을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했을 때 패스트볼을 아예 안 던질 수는 없다. 단, 과거처럼 50% 이상의 비율로 반드시 던질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인 휴스턴을 비롯한 안티 패스트볼 팀들은 이런 논리에 의거해 패스트볼 비율을 의도적으로 줄였고, 지난 시즌 성과를 통해 그 효율성을 입증했다. 

 

약관의 나이로 빅리그에 데뷔한 커쇼는 어느새 11번째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 그 사이 커쇼의 정규시즌 투구 이닝은 2,000이닝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게다가 다저스라는 강팀의 에이스로서 2013년부터 5시즌 연속으로 포스트시즌을 뛰었다. 투수의 어깨는 소모품이다. 커쇼라 할지라도 예외는없다. 2번의 허리 부상이 아니었더라도 평균 구속이 하락할 시기가 됐다.

 

그 시기에 맞춰 변화를 시도한 것은 분명 나쁘지 않은 시도다. 문제는, 슬라이더 구사율이 증가한 것을 감당할 수 있을만큼 내구성이 뒷받침해줄 수 있는지다. 

 

 

 

커쇼는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왼팔 이두근 건염 증세로 부상자명단에 등재됐다. MLB.com 켄 거닉은 9일 SNS를 통해 “커쇼는 부상 회복을 낙관하고 있다. MRI 결과, 큰 이상이 없다고 귀띔했으며 나이가 들어 기량이 하락했다는 말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투구 메커니즘을 부진 원인으로 지목했으며, 릭 허니컷 투수 코치와 함께 이를 고쳐나갈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 11년간 커쇼가 팔 부상으로 인해 부상자명단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것이 투구 메커니즘에 의한 것인지, 늘어난 슬라이더 때문인지에 대해선 본인을 포함한 어느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문제다. 과연 커쇼는 위기설을 잠재우고 '지구상 최고의 투수'에 걸맞은 활약을 다시 한번 발휘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이대로 '좋은 투수 가운데 1명'으로 남게 될까?

 

한편, ‘LA SPORTS 라디오’ 데이빗 바세는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말을 인용해 "커쇼가 이번 주 안에 캐치볼을 시작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현우 기자 hwl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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