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의 MLB+] 논란을 불러일으킨 리조의 슬라이딩

엘리아스 디아즈(왼쪽)과 앤서니 리조(오른쪽)(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엘리아스 디아즈(왼쪽)과 앤서니 리조(오른쪽)(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엠스플뉴스]

 

앤서니 리조(28·시카고 컵스)의 슬라이딩은 정당한 행위였을까, 아니면 동업자 정신을 잃은 비열한 행위였을까? 29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시카고 컵스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경기 8회초 무사 만루 상황에서 3루 주자인 리조가 피츠버그의 백업 포수 엘리아스 디아즈를 상대로 한 슬라이딩이 현지 메이저리그 팬들 사이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컵스가 3-0으로 앞서 있던 8회초 무사 만루 상황에서 리조는 슬라이딩을 하면서 지메네즈가 친 땅볼을 유격수가 잡아 홈으로 던지자, 홈 플레이트를 찍고 더블 플레이를 위해 앞으로 한발 내디딘 후 1루에 송구하는 포수 디아즈의 왼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이에 피츠버그가 비디오 판독 신청을 했지만, 심판진은 리조의 슬라이딩이 '합법적'이라고 판결을 내렸다.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면, 리조의 슬라이딩은 현행 규정만 놓고 봤을 때 위반 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MLB 규칙 6.01(j)에 따르면 ①베이스에 도달하기 전에 슬라이딩을 시작했고 ②손 또는 발이 베이스에 닿았으며 ③슬라이딩이 끝난 후에도 베이스에 머무를 수 있는 ④수비수와 접촉하기 위해 고의로 주루선상(3피트)을 이탈하지 않는 슬라이딩은 합법이다. 

 

이번 슬라이딩에서 리조는 무릎을 들어 올리지도 고의로 팔 또는 발을 뻗어 상대를 잡아채지도 않았다. 더블 플레이를 방지하기 위해 경로를 약간 변경하긴 했지만, 슬라이딩 경로는 여전히 홈플레이트를 향하고 있었다. 따라서 29일 경기에서 심판진이 규정에 입각해 리조의 슬라이딩을 '합법적'이라고 판결한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메이저리그 팬들의 부상이 발생할 수도 있는 플레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수의 메이저리그 팬은 더이상 선수들의 거친 플레이에 환호하지 않는다. 이는 사무국과 대다수의 젊은 선수 역시 마찬가지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메이저리그 규정은 점차 주자의 슬라이딩에서 수비수를 보호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리조의 슬라이딩에 대한 현지 SNS 반응 리조의 슬라이딩에 대한 현지 SNS 반응

 

지난 2011년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포수 중 한 명인 버스터 포지는 홈으로 쇄도하는 주자와 부딪혀 정강이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사무국은 2013년이 끝난 후 득점을 위해 홈으로 들어오는 주자가 주루선상에서 벗어나 포수와 고의로 부딪혀선 안 되며, 반대로 포수 또한 공을 받기 전 주루선상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마련했다. 일명 '포지룰'이다.

 

한편, 지난 2015년에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것이 유력했던 두 팀인 피츠버그와 뉴욕 메츠의 유격수 강정호, 루벤 테하다가 시즌 막판 수비 도중 주자(크리스 코글란, 체이스 어틀리)의 거친 슬라이딩으로 시즌 아웃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래서 2016년에 만들어진 규정이 '테하다(강정호)룰' 바로 앞서 말한 MLB 규칙 6.01(j)항이다..

 

하지만 이 규정을 곧이곧대로 적용하기에는 몇 가지 난점이 있다. 첫째, 주자의 고의성을 판단하는 것에는 주관이 들어갈 수 있으므로 '주루선상'의 기준을 3피트(약 1m) 라인으로 잡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리조의 슬라이딩처럼 병살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다분히 느껴지는 경우에도 주루선상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선의의 슬라이딩(bona fide slide)'으로 간주된다.

 

둘째, 메이저리그 팬 가운데 상당수가 '부상 위험성이 높은 거친 플레이를 방지하는 것'에 동의하고 있지만, 여전히 올드스쿨(old school, 이전 시대의 전통적인 형식)적인 관점에서 '야구가 나약해질 것을 걱정하는 이들 역시 존재한다. 게다가 현장의 선수 및 코치진은 어려서부터 병살을 방지하는 태클을 하는 것을 '팀을 위한 행동'으로 교육받았다는 것도 문제다.

 

2011년 5월 홈플레이트 앞 충돌로 부상을 입었던 버스터 포지(사진=MLB.com) 2011년 5월 홈플레이트 앞 충돌로 부상을 입었던 버스터 포지(사진=MLB.com)

 

대표적인 예가 컵스 감독 조 매든이다. 매든은 MLB.com과의 인터뷰에서 "리조의 슬라이딩은 (규정상으로) 완벽했다"고 말했다. 이어 "심판이 정확하게 판정했다. 당신들(리조의 슬라이딩을 비난하는 언론)은 팬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사람이 다칠까 걱정을 한 거겠지만, 피츠버그 팬들은 리조가 더러운 행동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는 2015년 강정호의 부상 당시 인터뷰 때 보였던 태도와 거의 정확하게 일치한다. 한편, 논란이 된 슬라이딩을 한 리조는 "슬라이딩은 규칙에 백 퍼센트 부합했다. 나는 디아즈의 무릎을 부숴 버리려고 하지 않았다. 단지 낮게 슬라이딩했을 뿐이다. 그 과정에서 사람과 부딪히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나에겐 선택권이 없었다"고 말했다.

 

확실히 슬라이딩 이후 태도를 보면 리조는 디아즈를 다치게 하려는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리조는 디아즈가 경기장에 남아있는 것을 보고 기뻐했고, 다음 타석에 들어서면서 디아즈에게 사과했다. 피츠버그 유격수 션 로드리게스 역시 "나는 리조가 악의적으로 (디아즈를) 다치게 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피츠버그 투수들 역시 리조에게 빈볼을 던지지 않았다.

 

여기에서 우리는 리조의 행동이 고의적이라기보단 오랜 기간 학습을 통해 다져진 본능적인 행동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 규정상으로는 이러한 플레이를 완벽하게 막아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데 누군가에겐 불가피하게 발생한 '불운한 일'이, 누군가에겐 야구 경력을 송두리째 빼았기는 대형 사고가 될 수 있다.

 

2015년 9월 2루 베이스 앞 충돌로 부상을 입었던 강정호(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2015년 9월 2루 베이스 앞 충돌로 부상을 입었던 강정호(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실제로 버스터 포지와 강정호는 수술 이후 다음 시즌 성공적으로 복귀했지만, 마찬가지로 수술 이후 복귀한 루벤 테하다는 급격한 기량 저하를 겪은 끝에 지금은 트리플A에서 뛰고 있다. 어쩌면 백업 포수인 디아즈 역시 테하다처럼 될 수도 있었다. 디아즈는 인터뷰를 통해 "리플레이를 봤을 때, 나는 리조가 내 경력을 여기에서 끝나게 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위영상에서 알 수 있듯이 디아즈는 홈플레이트에서 한걸음 발을 내딛은 후 송구를 준비할 때 홈으로 슬라이딩하는 리조를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그리고 인식하지 못한 상황에서의 충돌이 대부분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감안했을 때, 이번 사건에서 디아즈가 크게 다치지 않은 것은 천운이 따른 결과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물론 어쨌든 디아즈는 큰 부상을 면했다. 리조가 규정에서 어긋난 행동을 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슬라이딩이 논쟁거리가 되는 것은 양 팀이 NL 중부지구의 라이벌이어서가 전부는 아니다. 이번 사건이 중요한 진짜 이유는 포지룰, 테하다룰이 제정됐음에도 여전히 수비수들이 충돌로 인한 부상 위험에서 완벽하게 벗어나진 못했다는 것을 알려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야구의 재미를 떨어뜨리건 아니 건 간에 관련 규정을 새로 만들어서 수비수들을 보호하기로 한 이상, 만들어진 제도를 보완하기 위한 노력 역시 필요한 법이다. 심판진의 판정에 항의하다가 퇴장을 당한 피츠버그 감독 클린트 허들은 "최근 포수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 제정되지 않았나. (리조의 거친 슬라이딩은) 부상 위험성이 높았다"고 말했다.

 

이현우 기자 hwl0501@naver.com

0


  • 새로고침
  • 도움말
    Best 댓글
    공감 투표 비율이 높은 댓글입니다.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공감수가 증가하거나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경우, 예고없이 제외 될 수 있습니다. 레이어 닫기

추천영상

엠스플 TOP뉴스

HOT 포토더보기

'청바지+흰티' 지연, 빛나는 청순 미모 '독보적 분위기'

'상큼한 이목구비' 아이린, 반박 불가 女 그룹 원톱 비주얼

모모랜드, 필리핀 권투 영웅 파퀴아오 만났다 'BAAM'

'독보적인 패왕색' 현아, 미니스커트 '바비인형 각선미'

"어떤 순간에도 빛난다" 수지, 클래스가 다른 '명품 미모'

"전에 없던 성숙美" 예리, 막내미 벗어던진 여신 미모

'꽃같은 미모' 트와이스 모모, 장미꽃보다 붉은 레드립

;얼굴천재' 아이린, 저장을 부르는 현실여친짤 '2D 미모'

'싱크로율 100%' 걸스데이 혜리, 순백의 줄리엣

"역시 낭디다스" 손나은, 레깅스+양갈래 머리 '근황 신고'

이전으로 다음으로
최신 무료 만화 더보기

온라인 설문

96.4%
김학범호의 와일드카드 황의조 발탁, 여러분의 생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