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의 MLB+] 애런 저지의 성공적인 2년 차 시즌

애런 저지(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애런 저지(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엠스플뉴스]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란 성공적인 첫 시즌을 보낸 선수가 2년 차 들어 급격히 성적이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보통 데뷔 시즌 또는 첫 풀타임 시즌에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 겪는다. 첫해에는 해당 선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분석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우연히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낼 수도 있다. 하지만 1년 치 데이터가 쌓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누적된 자료를 통해 약점이 드러나면서 집중견제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마이너리그 시절 단일 시즌 최다 홈런이 20개에 불과했지만, 빅리그 풀타임 첫해 52홈런을 친 애런 저지(26·뉴욕 양키스)는 이 조건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사례다. 심지어 그는 지난해 아메리칸리그에서 가장 많은 삼진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7-8월에 이미 1할대 타율에 머무는 극심한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많은 현지 전문가가 저지의 올해 활약에 부정적이었던 이유다. 그러나 풀타임 2년 차를 맞이한 저지는 보란 듯이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3일(한국시간)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경기에서 시즌 23호 홈런을 쏘아 올린 저지의 2018시즌 성적은 80경기 23홈런(AL 4위) 56타점 타율 .279 OPS .968 fWAR 4.3승(대체선수 대비 기여승수). 현재까지 저지는 주요 지표인 타점, OPS, WAR, wRC+(조정 득점창출력)에서 모두 아메리칸리그(AL)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활약을 펼치고 있으며, 이런 저지의 활약에 힘입어 소속팀 뉴욕 양키스 역시 54승 28패로 AL 승률 2위를 기록 중이다.

 

그렇다면 저지가 다수의 부정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2년 차 시즌을 보내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 비결을 알기 위해선 먼저 2016시즌 타율 .179에 불과했던 저지가 어떻게 메이저리그 최고의 거포 중 1명으로 성장했는지에 대해서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애런 저지는 어떻게 메이저리그 최고의 거포가 됐나?

 

애런 저지의 타격폼. 방망이를 앞으로 내기 전 뒤로 당기는 동작을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저지는 이런 동작을 통해 마치 채찍처럼 배트를 휘두름으로써 빠른 배트 스피드를 얻었다(사진=디 애슬레틱) 애런 저지의 타격폼. 방망이를 앞으로 내기 전 뒤로 당기는 동작을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저지는 이런 동작을 통해 마치 채찍처럼 배트를 휘두름으로써 빠른 배트 스피드를 얻었다(사진=디 애슬레틱)

 

지난 5월 29일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디 애슬레틱> 마크 크레이그는 '실패할 거라면, 내 방식대로 실패하겠다 -애런 저지의 급부상 그 비하인드 스토리'란 칼럼을 통해 그동안 주요 매체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저지의 급부상 비결에 대해 다룬 바 있다. 해당 글에 따르면 저지는 2017시즌을 앞두고 리차드 쉔크(64)라는 무명의 대학리그 야구선수 출신 타격 인스트럭터에 도움을 받아 스윙을 전면적으로 뜯어고쳤다.

 

변화의 핵심은 스윙을 시작하기 이전에 배트를 뒤로 당기는 동작을 추가하는 것이었다. 이는 쉔크가 수년간 배리 본즈의 스윙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것으로, 이렇게 하면 마치 채찍처럼 배트를 휘두름으로써 빠른 배트 스피드를 얻을 수 있다. 한편, 빠른 배트 스피드는 강력한 파워와 함께 공을 오래 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준다. 하지만 이런 스윙 메커니즘은 현장에선 금기시되는 것이었고, 저지는 많은 사람으로부터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아야 했다.

 

그럼에도 저지는 새로 익힌 타격폼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약간의 시행착오 끝에 새로운 타격폼에 완벽하게 적응한 저지는 데뷔 첫해 타율 .179을 기록한 타자에서, 올스타 브레이크 이전에 30홈런 고지 돌파라는 역사적인 홈런 페이스를 기록 중인 타자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올스타 브레이크 직후 저지는 37경기 연속으로 삼진을 당하고, 같은 기간 타율은 .178에 불과한 타자로 돌아왔다. 사람들은 드디어 상대팀들이 저지의 약점을 파악한 것이라고 떠들었다.

 

하지만 오히려 슬럼프의 원인은 오히려 그 반대였다. 약점은 저지가 새로운 타격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저지가 2016년경 스윙으로 돌아갔다는 데에 있었다. 저지가 갑자기 찾아온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소속팀인 양키스가 시즌 중에는 개인 코치를 들이지 않는다는 전통을 깨고, 쉔크에게 도움을 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쉔크의 도움을 받아 이내 자신의 새로운 타격 메커니즘을 되찾은 저지는 홈런 15개를 몰아치며, 역사상 가장 많은 홈런을 친 신인 타자가 됐다.

 

이제는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

 

[표] 애런 저지의 2017년 7-8월과 올해 현재까지 코스별 스윙 비율.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난 공에도 스윙을 하기 급급했던 지난 시즌 중반과는 달리, 올해 저지는 자신만의 스트라이크 존을 설정하고 그곳을 통과하는 공에만 선별적으로 스윙을 가져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자료=팬그래프) [표] 애런 저지의 2017년 7-8월과 올해 현재까지 코스별 스윙 비율.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난 공에도 스윙을 하기 급급했던 지난 시즌 중반과는 달리, 올해 저지는 자신만의 스트라이크 존을 설정하고 그곳을 통과하는 공에만 선별적으로 스윙을 가져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자료=팬그래프)

 

이후 양키스는 2018시즌을 앞둔 스프링캠프에서 저지와 함께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쉔크를 초빙했고, 저지는 구단 및 코지진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자신의 독특한 스윙 메커니즘에 대해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극심한 슬럼프를 겪기도 했던 지난해 후반기와는 달리, 올해 저지가 꾸준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이다. 한편, 이런 저지의 변화는 세부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위 [그림]은 한창 슬럼프에 빠졌던 지난해 7-8월과 올해 현재까지 저지의 코스별 스윙 비율을 표시한 자료다.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난 공에도 스윙을 하기 급급했던 지난 시즌 중반과는 달리, 올해 저지는 자신만의 스트라이크 존을 설정하고 그곳을 통과하는 공에만 선별적으로 스윙을 가져가고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새로운 타격 메커니즘으로 인한 저지 특유의 선구안이 여전히 잘 유지되고 있다는 증거다. 또한, 이런 선별적인 타격은 저지의 파워를 극대화하고 있다.

 

저지의 Contact%(스윙시 공을 맞힐 확률)은 66.9%로 메이저리그 평균(77.0%)을 크게 밑돈다. 하지만 자신 있는 공에만 스윙을 가져감으로써 공을 맞혔을 경우 48.9%(전체 5위)의 확률로 강한 타구(Hard%)를 만들어낸다. 평균 이하의 콘택트 능력에도 불구하고 저지가 2할 후반대 타율과 아메리칸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출루율,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빠른 타구 속도(평균 96.1마일)을 기록하고 있는 비결이다. 

 

 

 

이런 자신만의 스트라이크 존을 유지할 수 있다면, 앞으로도 저지에게 평균 이하의 콘택트 능력으로 인한 약점은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이현우 기자 hwl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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