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의 MLB+] '천재 투수'로 돌아온 트레버 바우어

트레버 바우어(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트레버 바우어(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엠스플뉴스]

 

2016년 ALCS를 앞두고 취미용 드론을 수리하다가 오른쪽 새끼손가락을 10바늘이나 꿰매야 하는 부상을 입는 바람에 이후 월드시리즈 종료까지 4경기 등판 9이닝 5실점(5자책)에 그치며, 68년 만에 찾아온 소속팀의 우승 기회를 날려버린 철없는 선발 투수. 지난해까지 트레버 바우어(26·클리블랜드 인디언스)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던 이미지다.

 

확실히 지난해까지 바우어는 실력보다는 경기 외적인 요소로 주목을 받았다. 그는 등판 전 메이저리그에서는 금기시되는 롱토스(long toss, 도움닫기를 통해 공을 멀리 던지는 훈련법)를 포함해서, 밴드, 숄더 튜브, 메디신볼 등 각종 기구를 활용해 약 1시간 동안 12단계로 이루어진 자신만의 루틴을 소화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한편, 그는 아마추어 때부터 선수로선 매우 드물게도 세이버메트릭스와 최첨단 투구 측정 장비를 활용한 투구 메커니즘 교정, 투구 전략(볼배합과 투구위치) 등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천재 투수(pitching genius)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평균 151.3km/h에 달하는 패스트볼, 위력적인 커브블과 체인지업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바우어는 빅리그 데뷔 6년 차인 2017시즌까지 통산 47승 41패 평균자책 4.36에 그쳤다. 만 26세에 불과한 젊은 선발치고는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그에게 쏟아졌던 스포트라이트에 비해선 초라한 기록이다. 그사이 '천재 투수'란 별명은 비웃음거리가 됐다.

 

문제의 그 드론. 다행히도(?) 지난해 9월 잃어버렸다고 한다(사진=바우어의 SNS) 문제의 그 드론. 다행히도(?) 지난해 9월 잃어버렸다고 한다(사진=바우어의 SNS)

 

그런데 올해 바우어의 성직이 심상치 않다. 올 시즌 바우어는 4일(한국시간)까지 7승 6패 113.2이닝 평 148탈삼진 평균자책 2.45 fWAR(대체선수 대비 기여승수) 4.2승을 기록 중이다. 이는 다승을 제외한 어떤 지표로 봐도 아메리칸리그(AL) 선발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성적이다. 그렇다면 올해 바우어가 최고의 선발 투수 중 1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한 구종으로 압축된다. 바로 슬라이더다.

 

바우어, 새로운 슬라이더를 장착하다

 

[그래프] 바우어의 연도별 슬라이더 구사비율 변화. 데뷔 초부터 2015년까지 슬라이더를 구사하던 바우어는 2016시즌부터 슬라이더를 거의 던지지 않았다. 하지만 2018시즌 새로 개발한 횡 슬라이더를 들고 나타나, 이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자료=브룩스베이스볼) [그래프] 바우어의 연도별 슬라이더 구사비율 변화. 데뷔 초부터 2015년까지 슬라이더를 구사하던 바우어는 2016시즌부터 슬라이더를 거의 던지지 않았다. 하지만 2018시즌 새로 개발한 횡 슬라이더를 들고 나타나, 이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자료=브룩스베이스볼)

 

바우어는 데뷔 4년 차였던 2015시즌까지만 해도 슬라이더를 던졌다. 그러다 2016시즌부터 2017시즌까지 슬라이더를 거의 던지지 않고, 대신 컷패스트볼(커터)을 주로 던졌다. 당시 구사하던 슬라이더가 주무기인 커브볼의 하위호환 버전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7시즌을 마친 후 바우어는 커브볼 외에 다른 변화구를 하나 이상 개발할 필요성을 느꼈다.

 

지난 3월 스포츠 전문매체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바우어의 목표는 둘이었다. 바로 자신과 팔각도가 유사한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의 체인지업 또는, 코리 클루버 또는 마커스 스트로먼의 슬라이더다. 목표를 세우자, 그때부턴 일사천리였다. 시즌이 끝난 후 약 36시간 만에 바우어는 자신의 훈련시설이 있는 애리조나로 이동해 곧바로 연습에 들어갔다.

 

바우어는 초고속카메라를 이용한 슬로우모션 분석을 통해 기존 슬라이더와 차별화되는 움직임을 만들어내기 위한 그립을 찾아냈다. 다음으로는 반복 훈련과 미세한 조정이 따랐다. 수많은 연습 끝에 새로운 슬라이더가 원하는 대로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구종을 연마하기 시작한지 거의 2달이 지난 올해 1월부터였다.

 

바우어에 따르면 새로운 슬라이더는 기존 슬라이더에 비해 느리면서 수평적인 움직임이 강조되는 구종이다.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공을 의도적으로 연마한 이유는, 기존 레퍼토리에 없는 구종이기 때문이다. 바우어는 이미 빠르게 옆으로 휘어지는 공(커터)와 낙차 큰 느린 공(커브), 우타자의 몸쪽으로 휘어지면서 떨어지는 공(체인지업)을 갖추고 있었다.

 

올 시즌 새로 장착한 바우어의 슬라이더(영상=엠스플뉴스) 올 시즌 새로 장착한 바우어의 슬라이더(영상=엠스플뉴스)

 

바우어는 이런 기존 구종들에 더해 느리고 우타자의 바깥쪽으로 휘어져나가는 공을 장착할 수만 있다면 볼배합이 훨씬 더 다양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바우어의 이런 생각이 옳았다는 점은 올해 성적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새로운 슬라이더가 가져다준 효과

 

 

 

올 시즌 새로 장착한 바우어의 슬라이더는 104타수 10피안타 59탈삼진 피안타율 .096이라는 정신 나간 수치를 기록 중이다. 이를 100구당 구종가치(pitch value, 해당 구종을 던져 얻은 실점 억제 효과)로 전환할 경우 무려 3.81점에 달한다. 이는 탬파베이 레이스 좌완 블레이크 스넬에 이어 메이저리그 전체 선발 투수 가운데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하지만 슬라이더를 던짐으로써 얻은 효과는 그뿐이 아니다. 바우어의 예상대로 기존 레퍼토리에 없는 새로운 구종의 추가는 다른 구종을 훨씬 위력적으로 만들어줬다. 실제로 올 시즌 바우어는 데뷔 이후 처음으로 패스트볼의 구종 가치(4.3점)가 +값을 기록 중이다. 한편, 체인지업의 구종 가치(1.7점) 역시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그 덕분에 바우어는 9이닝당 11.7개의 삼진을 잡아내고 있다. 올 시즌 전까지 통산 K/9이 8.7개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9이닝당 3개씩 삼진을 더 잡아내고 있다는 뜻이다. 한편, 구종 다양화를 통해 결정구인 커브 또는 패스트볼을 노려치는 것이 불가능해지면서 바우어의 9이닝당 피홈런 비율은 지난해 1.28개에서 올해 0.40개로 대폭 감소했다.

 

이것이 바우어가 올 시즌 에이스급 투수로 각성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공대생 답게도 바우어의 새로운 구종 장착과 그로 인한 각성 과정이 철저히 과학적인 접근법에 기초해 있었다는 것이다. 데뷔 후 오랜 시간이 흘러 바우어는 마침내 자신의 별명이었던 '천재 투수'에 어울리는 선수가 됐다. 

 

이현우 기자 hwl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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