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의 MLB+] 피치 프레이밍(미트질)은 반칙일까?

야디어 몰리나는 지금도 여전히 현역 최고의 피치 프레이머 가운데 한 명이다(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야디어 몰리나는 지금도 여전히 현역 최고의 피치 프레이머 가운데 한 명이다(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엠스플뉴스]

 

피치 프레이밍(Pitch-Framing)은 반칙일까? 아니면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이뤄지는 훌륭한 기만 전술일까? 

 

야구 통계사이트 <팬그래프닷컴>의 칼럼니스트 셰릴 링은 28일(이하 한국시간) 피치 프레이밍은 부정 행위인가(Is Pitch-Framing Cheating?)란 글을 통해 야구팬들이 그간 막연하게 생각하던 주제에 대한 흥미로운 논점을 제시했다.

 

피치 프레이밍이란 '투수가 던진 공을 스트라이크로 만드는 기술'을 말한다. 국내에선 흔히 '미트질'로 번안되고 있지만, 사실 볼을 스트라이크로 만드는 작업은 단순히 포수 미트를 티나게 움직이는 것보다는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프로야구 수준의 심판은 스트라이크 존 바깥을 향하는 공을 잡은 후 억지로 잡아당기는 행위에 웬만해선 속지 않는다.

 

벤지 몰리나(상단)의 포구와 라이언 더밋(하단)의 포구. 투구정보추적시스템을 기준으로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할 당시 같은 코스(상하 +1.26피트, 좌우 +1.29피트)로 들어온 공이며, 심판(마크 윈터스) 역시 같았으나, 몰리나가 받은 공은 스트라이크가 됐고 더밋이 받은 공은 볼이 됐다. 두 포수의 움직임에 주목해보자(자료=그랜트랜드) 벤지 몰리나(상단)의 포구와 라이언 더밋(하단)의 포구. 투구정보추적시스템을 기준으로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할 당시 같은 코스(상하 +1.26피트, 좌우 +1.29피트)로 들어온 공이며, 심판(마크 윈터스) 역시 같았으나, 몰리나가 받은 공은 스트라이크가 됐고 더밋이 받은 공은 볼이 됐다. 두 포수의 움직임에 주목해보자(자료=그랜트랜드)

 

고도로 훈련된 메이저리그의 구심을 속이기 위해선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온 공을 미동도 없이 잡은 것처럼 보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1. 스트라이크 존 부근으로 날아오는 공을 2. 신체 중앙(가슴쪽)에서 3. 손목의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4. 포수 미트의 가로폭을 활용해서 받되 5. 공을 너무 오래 쥐고 있거나, 반대로 너무 빨리 투수에게 던져선 안 된다.

 

이 외에도 볼을 스트라이크로 만드는 노하우는 상황에 따라 무수한 바리에이션이 있겠지만, 어쨌든 한가지 확실한 점도 있다. 바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른 포수에 비해 볼을 스트라이크로 더 자주 판정을 받는 선수(=피치 프레이밍 기술이 뛰어난 포수)는 존재하며, 그들은 피치 프레이밍 기술을 통해 한 시즌 동안 추가 실점을 20~30점 가까이 막아내기도 한다는 것이다.

 

버스터 포지는 2016시즌 프레이밍으로만 팀의 실점을 28.9점이나 억제했다. 이는 WAR로 환산할 경우 약 3승에 해당하는 수치다. 만약 가까운 미래에 스트라이크 판정에 기계의 도움을 받게 된다면 이런 포수의 활약을 더이상 지켜보긴 어려워질 전망이다(자료=베이스볼프로펙터스) 버스터 포지는 2016시즌 프레이밍으로만 팀의 실점을 28.9점이나 억제했다. 이는 WAR로 환산할 경우 약 3승에 해당하는 수치다. 만약 가까운 미래에 스트라이크 판정에 기계의 도움을 받게 된다면 이런 포수의 활약을 더이상 지켜보긴 어려워질 전망이다(자료=베이스볼프로펙터스)

 

지금은 사라진 야구 미디어 <그랜트랜드>에 피치 프레이밍에 대한 개념이 소개된 2013년 이후 이러한 피치 프레이밍 기술의 존재 유무에 대해선 그동안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고, 현재 <베이스볼프로펙터스>를 비롯한 일부 현지 야구 통계사이트에선 직접 개발한 수식을 통해 개별 포수들의 피치 프레이밍 점수를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이러한 피치 프레이밍 기술이 합법적인 행위인지, 부정 행위인지에 대한 고찰한 글은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현 규정상 피치 프레이밍은 합법적인 '기술'

메이저리그에서 제시하는 규정상의 스트라이크 존(자료=팬그래프닷컴) 메이저리그에서 제시하는 규정상의 스트라이크 존(자료=팬그래프닷컴)

 

셰릴 링은 자신의 칼럼에서 '규정상의 스트라이크 존'과 '스트라이크 판정의 주체' 가운데 어느 것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피치 프레이밍에 대한 관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다음, '규정상의 스트라이크 존'은 심판 판정의 기준일 뿐 '최종적인 심판의 판정'이 규칙상 더 상위에 있는 개념이므로 피치 프레이밍은 합법적인 기술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쉽게 풀어서 설명하자면, 메이저리그 규정집에는 '규정상의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한 공이 스트라이크'라고 명시되어 있지 않으며, '투수가 던진 공이 조금이라도 규정상의 스트라이크 존을 걸쳤다고 판단할 경우 심판은 스트라이크로 판정한다'고 적혀 있으므로, 스트라이크 존 판정에 있어선 규정상의 스트라이크 존(권장 사항)보단 '심판(결정 주체)의 판단'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규정상의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난 공을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도록 하는 포수의 기술은 부정행위가 아니게 된다. 링은 이어 "메이저리그 규칙은 본질적인 부분에서 인간의 실수를 허용하고 있다"는 문장으로 글을 마무리했다. 확실히 링의 주장은 현행 규정상 틀린 말이 아니다. 문제는, 현행 규정 자체에 대해 의문을 갖는 이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데 있다.

 

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한 메이저리그 규정. 붉은색 선으로 표시한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어디까지나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리는 주체는 심판이다. 이에 따르면 규정상 스트라이크 존은 심판이 판정을 내릴 때 사용하는 참고자료에 지나지 않는다(자료=메이저리그 규정집) 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한 메이저리그 규정. 붉은색 선으로 표시한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어디까지나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리는 주체는 심판이다. 이에 따르면 규정상 스트라이크 존은 심판이 판정을 내릴 때 사용하는 참고자료에 지나지 않는다(자료=메이저리그 규정집)

 

메이저리그 심판의 스트라이크/볼 판정 정확도는 약 97%, 반대로 <하드볼타임즈>의 실험 결과 일반팬이 중계 화면만을 보고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내릴 경우 정확도는 80% 미만이다. 이는 중계 카메라 각도 등으로 인해 화면이 왜곡되어 생기는 문제다. 따라서 팬들이 중계 화면만을 보고 판정을 비난했을 때, 사실은 심판의 판정이 옳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52경기 연속 출루가 끝난 7월 22일 추신수의 세 번째 타석. 카라스코가 던진 초구(체인지업)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자, 추신수 팬들은 불리한 판정이라며 분개했다. 과거에는 기록이 없어서 그냥 넘어갈 수 있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원한다면 얼마든지 투구 위치를 찾아볼 수 있다(자료=게임데이) 52경기 연속 출루가 끝난 7월 22일 추신수의 세 번째 타석. 카라스코가 던진 초구(체인지업)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자, 추신수 팬들은 불리한 판정이라며 분개했다. 과거에는 기록이 없어서 그냥 넘어갈 수 있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원한다면 얼마든지 투구 위치를 찾아볼 수 있다(자료=게임데이)

 

그러나 2008년 투구정보추적시스템(Pitch f/x)이 도입된 이후 MLB 공식 문자 중계 시스템인 <게임데이>에서는 투수들의 투구 위치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2015년 이후엔 트랙맨베이스볼이 제공). 이를 통해 일반팬들도 레이더를 통해 추적한 투구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심판의 판정에 대해서도 실시간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현재 메이저리그와 KBO리그의 팬들은 그 어느 때보다 심판의 스트라이크/볼 판정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있다. 그 기준에서 오심률 3%(양팀 합계 최소 200구당 6구)는 경기 양상을 완전히 뒤바꿀 수도 있는 수치다.

 

필연적인 미래: 스트라이크 판정의 기계화와 피치 프레이밍

 

애런 저지(201cm)와 호세 알투베(163cm)(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애런 저지(201cm)와 호세 알투베(163cm)(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물론 <게임데이>의 스트라이크 존도 완벽하지는 않다. 특히 선수별로 키와 타격 자세에 따라 상하 스트라이크 존이 달라지는 것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애런 저지에게 가슴 높이의 공은 호세 알투베에겐 머리 높이의 공이다. 이 공은 저지에겐 당연히 스트라이크이지만, 알투베에겐 볼이다. 따라서 상하값을 고정시킬 경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게임데이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타자의 신장과 타격 자세를 고려해 상하값을 따로 지정해 놓은 다음 일정 기간을 두고 갱신하고 있다. 하지만 타자의 타격 자세는 매 경기마다 일정하지 않아서 몇 cm 단위로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한편, 구장의 특수한 사정에 따라 때때로 특정 릴리스포인트에서 던지는 공은 투구 위치가 찍히지 않는 경우(올 시즌 마키타 가즈히사)도 있었다.

 

이밖에도 여러 가지 문제(실제 스트라이크 존은 3차원이지만, 문자 중계는 2차원으로 표시 등)로 인해 많은 전문가는 "지금 당장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완전히 기계에게 맡기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 수준으로도 전적으로 기계에게 맡기진 않더라도 심판이 기계의 도움을 받는 형식은 얼마든지 시도해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비디오 판독'이다. 수많은 비디오 판독 후 번복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기계의 도움은 판정 정확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는 볼 판정 역시 마찬가지다. 볼 판정을 비디오 판독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더라도, 심판진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리는데 기계에 의한 측정값을 참고할 수만 있다면 지금보다 판정 정확도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런 시도가 잘못된 판정(또는, 혹시나 있을 편파판정)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성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것을 팬들이 원하고 있다. 따라서 스트라이크 판정에 기계의 도움을 받는 시대가 곧 찾아오게 되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봐도 좋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피치 프레이밍으로 인해 이득을 보는 포수는 점차 사라질 수밖에 없다.

 

한편, 피치 프레이밍에 대한 시각 역시 지금과는 달라지게 될 것이다(포수가 잘한 플레이에서 심판의 오심으로). 하지만 그런 식으로의 변화가 현재 야구를 보는 소소한 재미 가운데 일부를 잃게 하진 않는지에 대해서도 한번쯤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현우 기자 hwl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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