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의 MLB+] 류현진의 '신형 커터'를 주목하라

류현진(사진=엠스플뉴스 조미예 특파원) 류현진(사진=엠스플뉴스 조미예 특파원)

 

[엠스플뉴스]

 

2017년 6월 1일(한국시간) LA 다저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경기를 지켜보던 필자는 류현진이 던지는 구종 가운데 전에 본 적이 없는 공을 발견했다. 패스트볼이라기엔 느리고, 슬라이더라기엔 빠른 87마일(140.0km/h) 정도의 공이 홈 플레이트 근처에서 미세하게 휘어 우타자 몸쪽으로 파고들었다. 타자가 친 그 공은 쉬운 땅볼 아웃이 됐다.

 

지난해 필자가 쓴 칼럼 가운데 가장 많은 조회 수를 기록했던 [이현우의 MLB+] 류현진의 고속 슬라이더를 주목하라가 쓰인 배경이다. 해당 글을 통해 필자는 류현진이 던지고 있는 공이 MLB.com에서는 슬라이더로 분류되고 있지만, 컷 패스트볼(이하 커터)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활용법 역시 커터에 가깝다고 분석한 바 있다.

 

또한, 해당 구종이 커터가 맞다면 부상 이후 피안타율이 치솟은 포심 패스트볼을 보완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후 나온 여러 인터뷰를 통해 밝혀졌듯이 그 구종은 커터가 맞았다. 그리고 해당 칼럼에서 필자가 주장했던 바와 같이 커터는 어깨 부상에서 돌아온 류현진이 부활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구종이 됐다.

 

이와 비슷한 일이 지난 18일에도 있었다.

 

7회 초 맷 할러데이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새로운 커터(영상=엠스플뉴스) 7회 초 맷 할러데이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새로운 커터(영상=엠스플뉴스)

 

이날 류현진은 소속팀 LA 다저스와 NL 서부지구 1위를 놓고 경쟁을 펼치고 있는 콜로라도 로키스의 타선을 3회까지 2피안타 무볼넷 2탈삼진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이때까진 전형적인 올 시즌 류현진의 호투 패턴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데 4회초 '천적' 놀란 아레나도를 상대로 던진 마지막 5구가 이상했다.

 

"어...? 저 공 이상한데요" 필자가 해당 구종을 보자마자 옆에 서서 경기를 함께 보던 회사 동료에게 한 말이다. 아레나도를 상대로 던진 87마일짜리 공은 MLB.com에선 커터로 분류됐다. 하지만 커터라기엔 '낙차(상하 무브먼트)'가 너무 컸다. 또한, 이날 류현진이 던진 커터는 대부분 88-90마일에서 형성되고 있었는데, 해당 공은 그보다 1-3마일이 느렸다.

 

2018시즌 류현진이 던진 커터의 평균 상하무브먼트는 투구정보 사이트 브룩스베이스볼 기준 4.55인치(11.6cm)로 패스트볼과 3.33인치(8.5cm)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이 정도의 낙차는 TV 화면상으로 봤을 때 거의 느껴지지 않는 수준이다. 하지만 아레나도를 상대로 던진 공은 거의 다른 투수들의 슬라이더처럼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느낌은 바로 다음 타자인 팻 발라이카(트레버 스토리가 2-2 카운트 상황에서 부상으로 교체됐다)를 상대로 던진 5구를 보고 확신으로 변했다. "저 공... 2014년에 던졌던 고속슬라이더랑 비슷하네요. 류현진이 새로운 구종을 또 개발한 거 같은데요" 그리고 경기 후 류현진의 인터뷰를 통해 그 공의 정체가 밝혀졌다.

 

 

 

경기가 끝난 후 류현진은 현장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경기와 커터를 다르게 던졌는데 그게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빠른 슬라이더를 던질 때처럼 각도 변화를 준 건데 그게 먹혀들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고속슬라이더(2014), 커터(2017), 투심 패스트볼(2018), 스파이크 커브(2018)에 이어 류현진이 또다시 신무기를 개발한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필자는 곧바로 이에 관한 칼럼을 쓸 수 없었다. 좀 더 자세한 분석을 위해선 경기가 끝난 후 하루 뒤에 공개되는 투구 정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류현진의 신무기를 파헤쳐보자

 

 

[표] 18일 류현진의 커터 31개를 기존 커터와 새로운 커터로 구분한 다음 평균 구속 및 상하좌우 무브먼트를 비교한 자료. 아래는 새로운 커터 6개의 개별 정보다. 브룩스베이스볼 기준으로 보정된 자료이기 때문에 MLB.com과의 구속 차이가 있을 수 있다(자료=브룩스베이스볼) [표] 18일 류현진의 커터 31개를 기존 커터와 새로운 커터로 구분한 다음 평균 구속 및 상하좌우 무브먼트를 비교한 자료. 아래는 새로운 커터 6개의 개별 정보다. 브룩스베이스볼 기준으로 보정된 자료이기 때문에 MLB.com과의 구속 차이가 있을 수 있다(자료=브룩스베이스볼)

 

위 [표]는 투구 정보사이트 <브룩스베이스볼>를 활용해 류현진이 지난 경기에서 던진 커터 31개의 로-데이터(Raw-Data, 원자료)를 추출한 다음 재분류한 자료다. 이날 류현진이 던진 커터 가운데 평균값보다 유의미하게 큰 '낙차' 또는 '좌우 움직임'를 보인 공은 총 6개가 있었다. 이 공들의 평균 구속은 86.9마일, 종 무브먼트는 3.2인치, 횡 무브먼트는 -1.9인치였다.

 

이제 본격적인 분석에 들어가기에 앞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투구 정보 시스템에 의한 무브먼트는 '공기 저항 없이 중력만 작용한 같은 구속의 공(종 무브먼트 0, 횡 무브먼트 0)'을 기준으로 한다. 따라서 상대 타자 또는 시청자들이 화면으로 느끼는 '낙차'와 '좌우 움직임'과는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때 상대 타자와 시청자들이 느끼는 한 변화구의 체감 무브먼트를 좀 더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패스트볼 무브먼트와의 비교다. 예를 들어 류현진이 던지는 포심의 상하 무브먼트는 7.9인치(20.0cm)다. 그런데 커터의 상하 무브먼트가 3.2인치(8.1cm)면 상대타자와 시청자들은 류현진의 커터가 4.7인치(12.0cm) 떨어진다고 '느낀다'.

 

왜냐하면, 상대타자와 시청자들은 대부분 무브먼트의 기준점을 패스트볼로 삼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 기준으로 류현진의 새로운 커터는 패스트볼에 비해 12.0cm정도 더 떨어지며, 19.1cm정도 더 우타자 기준 몸쪽으로 휘어져 들어온다. 이는 기존 커터에 비해 상하로 6.6cm, 좌우로 5.8cm만큼 더 큰 무브먼트다.

 

1회 초 놀란 아레나도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한 기존의 커터(영상=엠스플뉴스) 1회 초 놀란 아레나도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한 기존의 커터(영상=엠스플뉴스)

7회 초 맷 할러데이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새로운 커터(영상=엠스플뉴스) 7회 초 맷 할러데이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새로운 커터(영상=엠스플뉴스)

 

사실 류현진의 기존 커터와 새로운 커터의 차이는 이런 복잡한 수치를 볼 것 없이 TV 화면을 조금만 자세히 비교해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구분할 수 있다. 류현진은 지난 경기 후반부터 이렇게 각이 더 커진 대신 조금 느린 커터를 주로 결정구로 활용했고(6개 중 4개가 해당 타석의 마지막 공이었다), 그 전략은 성공적으로 먹혀들었다.

 

하지만 많은 팬이 우려할만한 점도 있다. 필자가 회사 동료에게 말한 바와 같이 류현진의 새로운 커터는 2014시즌에 던졌던 고속슬라이더와 지나치게 유사하기 때문이다.

 

고속슬라이더와의 유사성,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

 

2014년 샌디에이고전 류현진의 고속슬라이더(영상=MLB.com) 2014년 샌디에이고전 류현진의 고속슬라이더(영상=MLB.com)

2018년 콜로라도전 류현진의 새로운 커터(영상=엠스플뉴스) 2018년 콜로라도전 류현진의 새로운 커터(영상=엠스플뉴스)

 

류현진의 새로운 커터와 2014시즌 고속슬라이더의 유사성은 육안으로 관찰하는 것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2014시즌 류현진의 고속슬라이더는 종 무브먼트 2.5인치(6.4cm), 횡 무브먼트 -0.8인치(2.1cm)를 기록했다. 구속이 85마일(136.8km/h)로 새로운 커터(87마일)에 비해 약 2마일(3.2km/h) 느린 것을 제외하면 영락없는 판박이다.

 

그런데 류현진이 2014시즌 던졌던 고속슬라이더는 많은 전문가로부터 부상의 원인이자, 체인지업의 위력이 감소한 원인으로 지목받았다. 이를 의식한 지는 알 수 없지만, 류현진 역시 수술 이후 고속슬라이더를 봉인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커터가 2014시즌 고속슬라이더처럼 '독이 든 성배'의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류현진은 새로운 커터를 던지면서도 그보다 높은 비율로 기존 커터를 섞어 던졌다. 이는 올해 초 스파이크 커브를 새로 장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에 맞춰' 기존의 슬로우 커브와 섞어서 던지는 것과 같은 맥락에 있다. 이를 통해 류현진은 새로운 커터의 사용 빈도를 줄임으로써 부상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이러한 투구 전략은 과거 잭 그레인키가 팬그래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손가락 감각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권장되는 방식은 아니다. 하지만 두 종류의 슬라이더를 던지면서 더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맥스 슈어저처럼 한 구종을 다양한 방식으로 던지면서도 투구 감각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림] 18일 경기 류현진의 커터 투구 위치. 노란색으로 표시한 곳이 새로운 커터의 투구 위치다. 아직 제구가 완벽하진 않지만, 몸쪽으로 던져 빗맞은 타구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기존 커터와는 달리, 새로운 커터는 가운데에서 약간 밑으로 던져서 헛스윙을 유도하려고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자료=베이스볼서번트) [그림] 18일 경기 류현진의 커터 투구 위치. 노란색으로 표시한 곳이 새로운 커터의 투구 위치다. 아직 제구가 완벽하진 않지만, 몸쪽으로 던져 빗맞은 타구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기존 커터와는 달리, 새로운 커터는 가운데에서 약간 밑으로 던져서 헛스윙을 유도하려고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자료=베이스볼서번트)

 

지난해 말 커터와 느린 슬라이더를 조합해 호투를 펼친 적이 있었던 류현진 역시 이런 쪽으론 타고난 투수다(관련기사: [이현우의 MLB+] 류현진의 커터-슬라이더 조합, 왜 대단한가). 실제로 류현진은 지난 경기를 통해 실전에서도 두 종류의 커터를 섞어서 쓰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입증했다(투구 위치 그림 참조).

 

부상 복귀 이후 류현진은 위기에 몰릴 때마다 새로운 구종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왔다. 과연 새로운 커터는 류현진의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남은 시즌 류현진의 신형 커터애 주목해보자.

 

 

 

이현우 기자 hwl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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