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의 MLB+] 류현진과 카이클의 공통점, 차이점

류현진(사진=엠스플뉴스 조미예 특파원) 류현진(사진=엠스플뉴스 조미예 특파원)

 

[엠스플뉴스]

 

점점 빠른 구속이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조건이 되어가는 시대에서 댈러스 카이클(30)은 특별한 유형의 투수다.

 

2018년 메이저리그 선발 투수들의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92.8마일(149.4km/h). 이는 2003년 89.4마일(143.9km/h)에 비해 3.4마일(5.5km/h) 빨라진 구속이다. 그러나 카이클의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2012년 데뷔 이후 단 한 시즌도 90마일을 넘은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이클이 지난 5년간 메이저리그에서 거둔 업적은 대단했다.

 

지난 5시즌 동안 카이클은 67승 45패 950.1이닝 평균자책점 3.28(연평균 13승 9패 190이닝 평균자책점 3.28)을 기록했다. 특히 2015시즌에는 20승 8패 232.0이닝 평균자책점 2.48을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받기도 했다.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카이클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FIP(수비무관 평균자책점) 계열의 지표상으론 평범한 투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카이클의 지난 5년간 9이닝당 삼진은 7.4개, 9이닝당 볼넷은 2.4개, 9이닝당 피홈런은 0.8개다. 그는 MLB 평균(8.5개)보다 삼진을 적게 잡는다. 그렇다고 해서 MLB 평균(3.3개)보다 아주 적게 볼넷을 내주는 것도 아니다. 

 

삼진/볼넷/홈런만으로 투수의 가치를 평가하는 FIP로 보면 MLB 평균(1.16개)보다 홈런을 적게 맞는 것이 카이클의 유일한 장점이다. 하지만 카이클은 건강할 때면 대체로 FIP보다 훨씬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그러면서 최근 몇 년간 이 독특한 좌완 투수의 성공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이에 대한 결론은 언제나 같았다.

 

카이클이 부족한 구위를 극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뛰어난 제구력과 다양한 구종 덕분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2016년 전까진 뛰어난 제구력과 다양한 구종이 도대체 어떤 식으로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는지 알 방도가 없었다는 데 있다.

 

 

 

하지만 MLB 사무국 산하 메이저리그 어드밴스드 미디어(MLBAM)가 2016년부터 야구 통계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를 운영하면서 야구팬들은 카이클과 같은 좌완 기교파 투수들이 어떤 방식으로 다른 투수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됐는지를 '정확히' 알 수 있게 됐다. 그에 대한 해답은 바로 타구속도와 발사각도다. 

 

지난 5년간 카이클은 다른 투수들에 비해 타구속도와 발사각도가 '유의미하게' 낮았다. 이는 2018년 류현진이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할 수 있었던 비결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부상 복귀 이후 류현진과 카이클의 공통점

 

 

 

카이클이 2014년부터 5시즌 간 허용한 타구의 평균속도는 86.3마일(138.9km/h). 이는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가운데 10번째로 느린 타구속도다. 한편, 카이클이 최근 5시즌 간 허용한 타구의 발사각도는 2.0°(규정이닝 기준 MLB 최저)에 불과했다. 한마디로 말해 카이클은 지난 5년 간 뛰어난 제구력을 활용해 빗맞은 타구 또는 땅볼 타구를 유도해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카이클의 호투는 관절와순 수술과 팔꿈치 괴사조직 제거 수술에서 복귀해 재기를 노리고 있던 한 투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바로 류현진이다. 수술 복귀 후 구위 감소로 인해 지난해 5월까지 9이닝당 2개 가까이 홈런을 허용하던 류현진은, 카이클의 비디오에서 영감을 얻어 컷 패스트볼(이하 커터)를 익혔다.

 

한편, 포스트시즌이 한창이던 지난 10월에는 류현진이 릭 허니컷 투수코치와 함께 와인드업 자세를 바꿨을 뿐만 아니라, 다시 한번 카이클에게서 힌트를 얻어 투심 패스트볼을 연마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후 2018시즌 류현진의 피홈런은 9이낭당 0.98개로 거의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즉, 카이클은 류현진의 반등에 있어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투수라고 할 수 있다.

 

이는 2018시즌 류현진이 허용한 타구속도와 발사각도로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류현진은 지난 5년간 카이클이 했던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좋은 성적을 기록할 수 있었다.

 

2018시즌 MLB 선발 투수들의 xwOBA 순위

 

1) 크리스 세일 xwOBA 0.231

2) 저스틴 벌랜더 xwOBA 0.237

3) 제이콥 디그롬 xwOBA 0.242

4) 맥스 슈어저 xwOBA 0.247

5) 워커 뷸러 xwOBA 0.247

6) 애런 놀라 xwOBA 0.257

7) 트레버 바우어 xwOBA 0.260

8) 로스 스트리플링 xwOBA 0.264

9) 노아 신더가드 xwOBA 0.264

10) 류현진 xwOBA 0.268

 

실제로 2018시즌 류현진은 85.6마일(137.8km/h)로 메이저리그에서 200번 이상 타구를 허용한 선발 투수 가운데 14번째로 낮은 타구속도를, 12.5°로 99번째로 낮은 발사각도를 기록했다. 그 결과 MLB 선발 투수 가운데 10번째(좌완 선발 기준으로는 세일에 이은 2위)로 낮은 xwOBA(기대 가중출루율)인 .268을 기록할 수 있었다. 

 

xwOBA이란 상대한 타자들의 타구 속도와 발사각도 및 볼넷과 삼진을 바탕으로 기대 성적을 출루율 스케일로 나타낸 지표다. 2018시즌 MLB 평균은 .311이었다. 간단히 말해, 2018시즌 류현진은 MLB 평균보다 2마일 낮은 패스트볼 평균구속(90.8마일)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제구력과 다양한 구종을 바탕으로 약한 타구를 유도해냈다는 얘기다.

 

류현진이 7승 3패 82.1이닝 평균자책점 1.97을 기록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류현진과 카이클의 차이점, 그리고 올겨울 류현진의 목표

 

[그림] 류현진(왼쪽)과 댈러스 카이클의 투구 분포도. 류현진이 스트라이크존을 공격적으로 공략하는 타입이라면, 카이클은 볼이 되더라도 최대한 보더라인으로 제구하려고 노력하는 타입이라고 할 수 있다(자료=베이스볼서번트) [그림] 류현진(왼쪽)과 댈러스 카이클의 투구 분포도. 류현진이 스트라이크존을 공격적으로 공략하는 타입이라면, 카이클은 볼이 되더라도 최대한 보더라인으로 제구하려고 노력하는 타입이라고 할 수 있다(자료=베이스볼서번트)

 

물론 자세히 파고 들면 두 좌완 투수는 다른 점도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공격성'과 '정밀한 제구력'이다. 카이클은 지난 5년간 스트라이크존 안쪽으로 공을 던진 비율이 38.8%에 불과할 정도로 MLB에서 가장 소극적인 피칭을 하는 투수 가운데 한 명이다. 그 대신 정밀한 제구력을 바탕으로 '타자가 볼을 치게끔 만들어' 약한 타구를 유도한다.

 

반면, 류현진은 올 시즌 스트라이크존 안쪽으로 공을 던진 비율이 44.4%에 달할 정도로 공격적인 투구를 펼치는 유형이다. 그래서 9이닝당 볼넷 비율(1.64개)이 카이클에 비해 1개 가까이 적지만, 대신 정밀한 제구력은 카이클에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한 타구를 유도할 수 있었던 것은 MLB 최고급 체인지업과 두 종류의 커브를 활용한 완급조절 덕분이다.

 

그리고 이런 투구 스타일의 차이는 두 투수의 삼진 비율과 홈런 비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공격적인 투구를 펼치며 구위도 약간 더 좋은 류현진은 9이닝당 탈삼진(9.73개 vs 6.73개) 면에서 앞서며, 정밀한 제구력과 무브먼트에서 앞서는 카이클은 9이닝당 피홈런(0.98개 vs 0.79개)에서 우위를 보인다. 사실 전통적인 기준에선 류현진의 투구가 더 효율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류현진이 카이클에게 미치지 못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하나 있다. 바로 내구성이다. 류현진은 수술 복귀 후에도 지난 2년간 발과 엉덩이, 사타구니 부상을 입었다. 특히 올해 사타구니 부상으로 105일을 부상자 명단(DL)에서 보낸 점은 퀄리파잉 오퍼를 수용하고 FA 재수를 선택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부상 복귀 후 패스트볼 구속과 류현진

 

90마일 이상: 155.2이닝 평균자책점 2.48

90마일 이하: 53.1이닝 평균자책점 4.73

 

반면, 카이클은 2016년 어깨 통증 2017년 목 부상을 입긴 했으나 금방 로테이션에 복귀해 각각 168이닝, 145.2이닝을 던졌다. 특히 2018년에는 평균자책점 3.74로 평소보다 부진하긴 했지만,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키며 204.2이닝을 소화하는 저력을 보이면서 내구성을 입증하고 FA 시장에 나서서 투수 최대어로 꼽히고 있다.

 

이런 두 투수의 내구성 차이는 '누가 더 힘에 의존하는 투구를 하느냐?'에서 왔을 가능성이 크다. 빅리그 진출 이후 류현진의 호투는 언제나 패스트볼 평균 90마일 이상을 전제로 했다. 그리고 이는 패스트볼 구속을 억지로 쥐어짜는 결과로 이어졌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어쩌면 부상 위험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이는 류현진에겐 바람직한 투구 방식이 아닐 수도 있다.

 

특히 한 번의 부상으로 FA 계약 규모가 달라질 수 있는 내년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이번 오프시즌 류현진은 착실한 보강 운동을 통해 하체 부상을 방지하는 것과 동시에, 몸에 부담이 덜 가는 쪽으로 투구 스타일의 변화를 가져갈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물론 이런 투구 스타일의 변화를 한 시즌만에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투수면 몰라도 지난 2년간 3가지 구종을 추가한 류현진에겐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이현우 기자 hwl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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