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의 MLB+] 코빈의 140M 계약이 의미하는 것

패트릭 코빈(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패트릭 코빈(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엠스플뉴스]

 

차가웠던 메이저리그 FA 시장을 뜨겁게 달굴 소식이 전해졌다.

 

워싱턴 내셔널스가 23일(한국시간) FA 투수 최대어인 패트릭 코빈과 6년 1억 4000만 달러(약 1558억 원)에 계약을 맺은 것이다. 그렇다면 코빈의 계약 총액인 1억 4000만 달러는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어느 수준에 해당하는 금액일까?

 

먼저 1억 4000만 달러는 현역 선수 가운데 24번째로 큰 계약 규모이자, 투수 중에서는 9번째로 큰 계약 규모다. 현역 투수 가운데 코빈보다 큰 규모로 계약을 맺고 있는 선수로는 데이빗 프라이스(2억 1700만), 맥스 슈어저(2억 1000만), 잭 그레인키(2억 650만), 스티븐 스트라스버그(1억 7500만), 저스틴 벌랜더(1억 6200만), 존 레스터(1억 5500만), 다나카 마사히로(1억 5500만), 콜 해멀스(1억 4400만)이 있다.

 

한편, 코빈과 비슷한 규모에 계약을 맺은 투수로는 조니 쿠에토(1억 3000만), 다르빗슈 유(1억 2600만), 조던 짐머맨(1억 1000만)이 있다. 이렇듯 투수로서 1억 달러 이상 계약 총액을 보장받은 이들 12명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현역 기준 현재 보장 계약 규모 1억 달러가 넘는 투수들. 패트릭 코빈은 9위에 해당한다(자료=스포트랙) 현역 기준 현재 보장 계약 규모 1억 달러가 넘는 투수들. 패트릭 코빈은 9위에 해당한다(자료=스포트랙)

 

첫째, 메이저리그에서 데뷔해 최소 6년간 연평균 10승+평균자책점 3.60 이하를 기록한 다음 만 32세 이전에 FA 자격을 얻은 유형이다. 둘째, 일본프로야구 출신으로 포스팅 자격을 얻어 만 25세에 계약을 맺은 다나카나, 만 21세란 이른 나이에 데뷔해 남들보다 최소 2년 이상 빨리 FA 자격을 취득할 수 '있었던' 스트라스버그 유형이다.

 

이쯤 해서 우리는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23일 6년 1억 40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은 코빈은 두 가지 유형에 모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코빈의 1억 4000만 달러 계약이 오버페이로 보이는 이유

 

 

 

물론 일반적인 FA 선수들에 비해 코빈이 갖춘 장점도 많다. 일반적인 투수들은 만 30세에서 만 32세 사이에 첫 FA 자격을 얻는 반면, 코빈은 그보다 1~3년 빠른 만 29세 시즌을 앞두고 FA 자격을 얻었다. 한편, FA 직전 시즌에 11승 7패 200.0이닝 평균자책점 3.15 WAR(대체선수 대비 기여승수) 4.6승으로 커리어 하이를 달성한 점도 가산점을 받을만했다.

 

하지만 이런 요소들을 모두 반영하더라도 코빈이 거둔 성적이 비슷한 규모에 계약을 맺은 투수들에게 미치지 못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우선 코빈이 거둔 56승은 스트라스버그의 54승 다음으로 적다(다르빗슈와는 동률). 그런데 스트라스버그의 나이는 코빈보다 2살이나 어리며, 같은 56승을 거둔 다르빗슈는 NPB에서 7시즌을 보냈다.

 

또한, 코빈의 평균자책점 3.91 역시 1억 달러 이상 계약을 맺은 투수 가운데 가장 높다. 그뿐이 아니다. 코빈은 1억 달러 이상 계약을 맺은 12명 가운데 FA 직전 시즌에 전년도 대비 구속이 1.6마일(2.6km/h) 이상 감소한 유일한 투수다. 게다가 올 시즌 코빈의 슬라이더 구사율은 무려 41.3%로 커리어 가운데 가장 높았다.

 

메이저리그 팬덤 사이에서 FA 투수 대형 계약(스트라스버그는 FA 직전 시즌 연장 계약이었지만)을 선호하는 워싱턴이 코빈에게 오버페이(overpay, 일의 가치에 비해 너무 많은 보수를 주다)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2003년부터 2018년까지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평균연봉 변화(단위=100만 달러). 2015년에서 2016년 사이에 보였던 급격한 상승폭과는 달리, 최근 평균연봉 상승폭은 둔화된 상태다. 그러나 여전히 상승세인 것은 변함이 없으며, 과거에도 이와 같은 시기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단지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과거와는 다른 기준으로 선수를 평가하고 있을 뿐이다(자료=스태티스타) 2003년부터 2018년까지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평균연봉 변화(단위=100만 달러). 2015년에서 2016년 사이에 보였던 급격한 상승폭과는 달리, 최근 평균연봉 상승폭은 둔화된 상태다. 그러나 여전히 상승세인 것은 변함이 없으며, 과거에도 이와 같은 시기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단지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과거와는 다른 기준으로 선수를 평가하고 있을 뿐이다(자료=스태티스타)

 

코빈의 계약이 오버페이로 보이는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최근 2년간 스토브리그 FA 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얼어붙은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코빈 전에 1억 달러 이상 계약을 맺은 현역 투수 11명 가운데 2016시즌 이후 계약을 맺은 사례는 다르빗슈뿐이었다. 한편, 최근 2년은 30홈런 이상을 친 타자들조차도 양도지명(DFA)되는 시기이기도 했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다저스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만 30세)가 옵트아웃을 앞두고 다저스와 3년 9300만 달러에 계약을 맺는 일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홀로 1억 4000만 달러에 이르는 계약을 맺은 코빈의 사례는 더 눈에 띌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실 코빈이 1억 4000만 달러 계약을 받은 것은 최근 FA 시장 동향을 고려했을 때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메이저리그 FA 시장은 모든 선수에게 차가워진 것이 아니라, '양극화'되고 있는 것에 가깝기 때문이다.

 

양극화되고 있는 메이저리그 FA 시장

 

1910~2017시즌 MLB 타자 홈런 합계 변화(자료=팬그래프닷컴) 1910~2017시즌 MLB 타자 홈런 합계 변화(자료=팬그래프닷컴)

 

양극화되고 있는 시장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홈런만 잘 치는 유형의 타자들'이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해 30홈런을 쳤지만,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양도지명된 C.J. 크론과 2016시즌 41홈런을 치고 밀워키 브루어스로부터 논텐더된 크리스 카터 등이 있다. 한편, 2016시즌 이후 호세 바티스타, 2017시즌 이후 마이크 무스타커스가 FA 미아가 될 뻔한 일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거포 유형의 선수들에게 한파가 불어닥친 것은 최근 몇 년간 역사상 유래없었던 홈런 급증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라는 명확한 근거가 있다. 실제로 2016, 2017, 2018시즌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의 홈런 수는 각각 역대 3위, 1위, 4위에 해당했다. 이에 따라 30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 역시 그 어느 때보다 흔해지면서 그들의 희소가치 역시 하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마무리 투수를 비롯한 불펜 투수로 시선을 돌리면 얘기는 달라진다. 2016시즌이 끝난 후 아롤디스 채프먼(5년 8600만), 켄리 잰슨(5년 8000만), 마크 멜란슨(5년 6200만)이 연달아 기존 마무리 투수 FA 최고액(조나단 파펠본, 5000만)을 경신했을 뿐만 아니라, 마무리 투수가 아닌 불펜 투수들조차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금액에 계약을 맺었다.

 

한편, 에릭 호스머(8년 1억 4400만)와 다르빗슈(6년 1억 2600만) 그리고 J.D. 마르티네스(1억 1000만)를 비롯해 '적당한 나이에 신체 능력의 하락 없이 시장에 나온 대어급 FA들'은 여전히 많은 돈을 받았다는 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금지약물검사 이전(~2005년)과 이후(2006년~) MLB 나이대별 ISO(순장타율) 변화폭(자료=하드볼타임즈) 금지약물검사 이전(~2005년)과 이후(2006년~) MLB 나이대별 ISO(순장타율) 변화폭(자료=하드볼타임즈)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첫째, 지난 2년간 메이저리그 FA 시장에서 초대형 계약이 나오지 않은 것은 시장이 얼어붙어서라기보단 그런 계약을 받을만한 특급 FA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불과 1년 전이었던 2016시즌까지만 해도 총액 1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맺은 선수들이 무려 9명에 달했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둘째, 최근 메이저리그의 계약 시장은 다른 어떤 때보다 에이징 커브(Aging curve, 나이대별 성적 변화 곡선)에 민감하다. 이에 따라 각 구단은 30대 이상의 FA를 잡는 것보단 FA까지 얼마 남지 않은 내부 선수와 거액의 장기계약을 맺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며, 30대 이전에 FA를 맞이한 선수들에게 특별히 더 후한 금액을 제시하고 있다.

 

데뷔 후 한 시즌 간격으로 성적이 널뛰는 경향을 보인 호스머가 1억 44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은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반면, 통산 기록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FA 전 구속 감소가 동반된 성적 하락을 겪은 선수(커쇼, 아리에타)는 예상보다 낮은 금액에 계약을 맺었다.

 

코빈의 계약을 통해 알 수 있는 것

 

브라이스 하퍼(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브라이스 하퍼(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이런 메이저리그의 최근 동향을 통해 알 수 있는 점이 있다. 현재 FA 시장에 남아있는 선수 가운데 브라이스 하퍼(만 26세)와 매니 마차도(만 26세)는 메이저리그 FA 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에 당초 예상보다 낮은 금액에 계약을 맺을 것이라는 일부 전문가의 추측과는 달리, 지안카를로 스탠튼(13년 3억 2500만)에 준하거나 그보다 큰 연봉 총액을 받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크레이그 킴브렐(만 31세)과 야스마니 그랜달(만 30세) 그리고 네이선 이볼디(만 29세)를 비롯한 '적당한 나이에 신체 능력의 하락 없이 시장에 나온 FA들' 역시 고액의 장기계약을 제시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뛰어난 통산 성적을 남겼더라도 신체적 하락이 동반된 성적 감소를 겪은 댈러스 카이클이나, 앤드류 맥커친은 예상보다 낮은 금액을 제시받게 될 것이다.

 

즉, FA 선수들을 평가하는 기준이 바뀌었을 뿐 최근에도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쓰는 돈 자체는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단이 쓰는 돈이 줄어들었다고 느껴지는 것은 과거라면 거액의 FA 계약을 맺었을 거포들이나, 다소 하락세를 보이긴 했지만 통산 성적이 우수한 선수들이 적은 금액에 계약을 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신 과거라면 그들이 받았을 돈은 A급 불펜 투수들과 내부 자원 가운데 FA를 1, 2년 앞둔 선수들, 그리고 FA를 앞둔 해에 우수한 성적을 거둔 만 30세 이하의 FA 선수들에게 흘러 들어가고 있다. 이는 불펜 보직의 재평가와 함께 그간 FA 계약 사례를 통해 에이징 커브에 대한 구단들의 인식이 점차 확고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워싱턴의 개막전 기준 연봉총액 변화

 

2015년 약 1억 6201만 달러

2016년 약 1억 4518만 달러

2017년 약 1억 6434만 달러

2018년 약 1억 8085만 달러

2019년 약 1억 9753만 달러(코빈 영입 이후)

 

이런 메이저리그의 최근 동향을 고려했을 때, 워싱턴이 코빈에게 1억 4000만 달러를 안겨준 것은 계약의 성공 여부를 떠나서 결코 이례적으로 많은 금액이라고 보긴 어렵다(덧붙이자면 여기에는 후반기 들어 코빈의 구속이 91.4마일까지 반등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단, 코빈 계약으로 인해 연봉 총액이 늘어나서 하퍼와 다니엘 머피가 이탈한 타선 보강을 하지 못한다면 투타 밸런스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은 확실히 일리가 있다.

 

과연 워싱턴은 코빈 영입에 이어 타선마저 보강하며 치열한 영입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1위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까? 2019시즌 개막 전까지 워싱턴의 남은 스토브리그 행보를 주목해보자.

 

이현우 기자 hwl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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