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한의 골든크로스] ‘잊지 못할 이름’ 고봉재 “1군에 꼭 붙어있겠다.”

2017년 두산 불펜진의 희망은 바로 고봉재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2017년 두산 불펜진의 희망은 바로 고봉재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

 

두산 베어스 투수 고봉재의 이름을 한 번 들으면 잊을 일이 거의 없다. 워낙 독특한 이름이기도 하지만, 2016시즌 고봉재가 신인답지 않은 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승부를 피하지 않는 고봉재의 패기 있는 투구가 팬들의 시선을 한 번에 사로잡았다.
 
고봉재는 말 그대로 갑자기 튀어나온 선수다. 1군 등판을 위해 다듬어야 할 시간이 필요하단 평가가 많았던 고봉재였다. 하지만, 고봉재는 입단 첫해부터 제법 많은 기회를 얻었다. 5월 2경기 등판으로 1군 맛을 짧게 보고 2군으로 내려간 고봉재는 7월 31일 한화 이글스전부터 정규시즌 마지막까지 1군 불펜에서 자리를 지켰다.
 
비록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들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고봉재는 프로 데뷔 시즌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추격조로 시작한 고봉재는 시즌 막판엔 팽팽한 상황에서 원 포인트 역할을 맡기도 했다. 고봉재의 2016시즌 최종 성적은 25경기(23.1이닝) 등판/3승/평균자책 6.17/18탈삼진/2볼넷이었다.
 
2016시즌 탈삼진과 볼넷 비율을 보면 고봉재의 공격적인 투구 성향을 확인할 수 있다. 웬만하면 승부를 피하지 않는 투수가 고봉재였다. 이런 고봉재의 특징이 도망가는 투구를 싫어하는 두산 김태형 감독 눈에 쏙 들어왔다. 2017년에도 고봉재는 두산 불펜에서 많은 기회를 얻을 분위기다. 2년 차 징크스 없이 1군에 꼭 붙어있겠다는 고봉재를 엠스플뉴스가 만났다. 
 
‘무언가 보여준’ 2016년의 고봉재
 

신인임에도 피하지 않고 공격적인 투구를 펼친 고봉재였다(사진=두산) 신인임에도 피하지 않고 공격적인 투구를 펼친 고봉재였다(사진=두산)

 

2016년은 고봉재에게 잊을 수 없는 한 해다. 신인이지만, 1군에서 많은 기회를 받고 많은 공을 던졌다.
 
1년 전에 나는 스프링캠프도 못 따라갔다. 2군 캠프에도 따라가지 못하면서 이천에서 시즌 준비를 했다. 열심히 하고 있으면 기회가 올 거로 생각했다. 정말 1군에서 기회를 많이 주셨다. 보통 1군에서 팽팽한 상황에서 신인들은 등판 기회를 많이 못 얻는다. 그런데 나는 올라가자마자 팽팽한 상황에서 많은 등판 기회 받았다. 신인이니까 기회를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것보단 ‘무언가 보여주자’라고 생각했다.
 
첫 1군 등판이 기억나나.
 
5월 7일 토요일 롯데전이었는데 한 타자만 상대하고 내려왔다. 다음날인 일요일 등판이 정말 떨렸다. 5회 동점 상황에서 올라갔는데 너무 떨려서 공을 제대로 못 던졌다. 마운드 위에서 아무 생각도 안 나더라. 모든 관중이 나를 쳐다보는 생소한 느낌에 정말 긴장했다. 내가 공을 던지고 있는 건가 생각도 들었다.
 
첫 번째 1군 경험은 그렇게 빨리 끝났다. 후회는 없었나.(고봉재는 5월 7일 데뷔 처음으로 1군에 등록된 뒤, 5월 9일 곧바로 말소됐다)
 
주위 사람들에게 1군에 처음 올라가면 무조건 후회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긴장해서 자기 공을 못 던질 수밖에 없으니 안타 맞고 홈런 맞아도 후회 없이 자기 공을 던져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이 맞았다. 2군에 돌아오니까 진짜 후회가 밀려왔다. 자신 있게 공 던졌어야 했다.
 
그래도 다음 기회를 잘 잡았다. 두 번째 1군 콜업 뒤 시즌 막판까지 2군행은 없었다.
 
다음 기회가 온다면 마운드에 올라가서 내 공을 자신 있게 던지자고 다짐했다. 2군에서 두 달 정도 준비한 뒤, 7월 29일에 시즌 두 번째로 1군의 부름을 받았다. 그때부턴 볼을 던지는 걸 무서워하지 않고 그저 스트라이크 존에 세게 던지려고 했다. 그러자 점점 자신감이 생기고 편안해졌다.
 
후반기부터 자리를 확실히 잡았다. 불펜으로 등판하면서 3승이나 기록했다.
 
팀이 정말 강한 덕분이다(웃음). 내 뒤에 7명의 선배님이 어떤 타구가 날아가도 다 막아주시더라. 맞으면 안 된다는 생각 없이 그저 편하게 던졌다. 또 막고 내려간 다음 이닝에서 역전 득점이 나와 승리 투수가 됐다. 운이 좋았다.
 
그에 반해 한국시리즈 엔트리 탈락은 예상 밖이었다. 마지막 순간 함께 있지 못한 점은 아쉬웠을 것 같다.
 
정규시즌 마지막 두 달 동안 열심히 던졌기에 많이 아쉬웠던 것은 사실이다. 형들이 많이 지쳤으니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만약 우타자가 많은 LG가 한국시리즈에 올라왔으면 나한테 기회가 있었을 것 같다. 좌타자가 많은 NC가 올라왔고, 정규시즌에서도 내가 NC에 안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빠진 것 같다. 내년 한국시리즈엔 꼭 엔트리에 들어가고 싶다.
 
(고봉재는 2016시즌 NC전에 두 차례 등판해 1.1이닝 3피안타 1홈런 1사구 1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프로의 벽이 느껴졌을 것 같기도 하다. 1군에서 가장 어려웠던 타자는 누구였나.
 
(곰곰이 생각 뒤) 이호준 선배님과 유강남 선배님이다. 이호준 선배님은 내가 몸쪽 공을 던지자마자 방망이가 예상했다는 듯이 나와 홈런을 만드시더라. 평소에 나는 몸쪽 공으로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가는데 선배님의 노림수가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 유강남 선배님도 볼로 낮게 떨어진 슬라이더를 안타로 만드셔서 깜짝 놀랐다. 유리한 카운트에서도 결정구가 쉽게 파울이 되니까 ‘1군은 정말 다르구나’라고 느꼈다.
 
언더핸드에서 사이드암, 고봉재가 내렸던 결단
 

언더핸드에서 사이드암으로 변화라는 결단 덕분에 지금의 고봉재가 있다(사진=두산) 언더핸드에서 사이드암으로 변화라는 결단 덕분에 지금의 고봉재가 있다(사진=두산)

 

대졸 신인인데 학창 시절이 궁금하다. 어떻게 야구를 시작했나.
 
초등학교 때 야구하는 얘들이 너무 재밌게 운동해서 테스트를 받고 야구를 시작했다.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야수를 하다가 중학교 3학년 때 투수가 없어서 공 던졌다. 당시 감독님이 언더핸드 투구 폼을 좋아하셔서 언더핸드 투수로 시작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언더핸드로 던졌는데 구속이 안 올라와서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대학교 시절 언더핸드에서 사이드암으로 투구 폼을 변경했다고 들었다.
 
대학교 1학년까지도 투구 폼을 유지했다. 이대로 가다간 똑같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구를 그만둘까도 고민했다. 변화가 필요했다. 대학교 2학년 때 팔각도를 조금 올려서 사이드암으로 던지면 힘을 더 쓸 수 있을 거라 판단하고, 지금의 투구 폼으로 바꿨다. 
 
어쩌면 대학교에서의 변화와 경험이 지금의 두산 고봉재를 만든 것 같다.
 
대학교는 성인으로서 들어가는 장소다. 어릴 때와 달리 압박감도 없고, 형들도 다 잘해줬다. 억지로 운동하는 곳이 아닌 스스로 운동할 수 있게 만들어준 곳이다. 감독님과 코치님한테 내 의견도 얘기할 수 있었다. 어릴 땐 시키는 것만 했는데 대학교에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공을 많이 던졌다. 대학교 시절엔 좋은 추억만 있다. 대학교 진학을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신인 드래프트 지명 순위도 예상 밖으로 좋았다.(고봉재는 2016년 신인 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전체 25순위로 두산의 유니폼을 입었다)
 
나뿐만 아니라 주위에서도 하위 라운드 지명을 예상했다. 그래도 대학교에서 꾸준히 던졌으니까 7라운드 이후로 뽑힐 수 있다고 생각했다. 프로팀에 가는 것 자체가 야구 선수로서 꿈을 이룬 거니까 지명만 받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두산이 상위 라운드에서 나를 뽑아서 깜짝 놀랐다. 나는 평소에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신 NC로 갈 줄 알았다.  
 
프로의 벽을 느끼면서 구속을 더 올려야겠단 생각이 드나. 평균 구속이 130km/h 중후반 정도로 나오고 있는데.
 
구속에 대한 고민이 있는 건 맞다. 대학교 때 최고 구속 143km/h가 나온 적이 있긴 하다. 권명철 코치님이 말씀하시길 지금 내 투구 폼은 구속이 잘 안 나오는 동작이라고 하셨다. 남들보다 앞에서 공을 놓는 편이라 구속이 잘 안 나오는 것 같다. 다만, 장점이 있다고 하셨다.
 
장점?
 
공을 던질 때 팔 동작이 잘 안 보여서 타자들이 타이밍을 잡기 힘들다고 하셨다. 코치님은 구속에 신경 쓰기보단 내 투구 폼의 장점을 살리길 원하신다. 그래서 제구와 변화구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이번 캠프에서 변화구 연습을 많이 할 계획이다. 물론 구속도 140km/h 정도로 꾸준히 던질 수 있게 신경을 써야 한다.
 
결정구로 써야 할 변화구는 특히 좌타자를 상대로 중요한 요소다. 우완 사이드암 투수의 숙제 역시 좌타자다.
 
나는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주로 던진다. 코치님이 커브를 장착해야 한다고 하셔서 최근 커브를 연습 중이다. 1군에서도 좌타자가 나오면 안타를 맞거나 바뀐다. 싱커나 체인지업 등 좌타자가 치기 힘든 변화구를 잘 구사해야 한다. 좌타자라고 해서 빠지면 나만 안 좋은 거니까. 좌타자한테 어떤 공을 던져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좌타자한테도 강해져야 한다.
 
고봉재 “2년 차 징크스 신경 안 쓴다.”
 

2017년에도 고봉재의 피하지 않는 빠른 승부를 볼 수 있다(사진=두산) 2017년에도 고봉재의 피하지 않는 빠른 승부를 볼 수 있다(사진=두산)

 

김태형 감독은 마운드 위에서 피하지 않는 투구 스타일을 좋아한다. 공격적인 투구를 좋아하는 고봉재 선수와 잘 맞는 면이 있나.
 
그렇다. 몇 번 마주쳤을 때마다 감독님은 ‘자신 있게 던져라. 왜 빼나. 그건 도망가는 거다. 안타 맞고 홈런 맞아도 제구 신경 쓰면서 승부를 펼쳐라’고 강조하셨다. 초구는 무조건 스트라이크 잡으려고 하니까 기회를 많이 받은 것 같다. 앞으로도 피하지 않고, 빠른 승부를 계속하겠다.
 
1군에서 가장 친한 동료는 누군가.
 
류지혁·조수행·서예일이 동기다. 1군에서 같이 있으면서 의지가 되더라. 다행히 이번 캠프도 다 같이 가서 좋다. 또다른 동기인 이동원도 캠프에 가는데 같은 투수라 더 힘이 된다.
 
동기들도 그렇지만, 1군 적응을 위해 도움 주는 선배들도 많았을 것 같다.
 
김성배 선배님은 같은 사이드암 투수니까 기술적인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투구 폼을 보면 어디가 빠지니까 힘을 못 쓴다. 지금보다 공을 밀고 나가야 한다’면서 상세한 설명을 해주셨다. 이현승 선배님은 자신감과 관련한 말을 많이 해주셨다. ‘형들이 뒤에서 받쳐주니까 너 할 거하고 오라’고 말씀하셨다. (이)현호 형도 나를 많이 챙겨주셨다.
 
데뷔 시즌에 깊은 인상을 남긴 만큼 2017시즌 고봉재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2년 차 징크스’에 대한 걱정은 있나.
 
음. 2년 차 징크스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내 할 일만 하면서 꾸준한 투구를 보여주면 되지 않나. 형들도 1군에 있다 보면 실력이 금방 올라간다고 하더라. 어떻게든 1군에 꼭 붙어있고 싶다.
 
2017시즌 불펜에서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는지 궁금하다.
 
먼저 지난해보다 더 잘하고 싶다. 작년 평균자책(6.17)보단 낮추고, 이닝(23.1이닝)은 더 많이 소화하는 게 목표다. 올해는 팽팽한 상황에서 많이 나가서 홀드도 달성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름에 관해 묻고 싶다. 고봉재는 한 번 들으면 잊기 힘든 이름이다. 어떤 의미가 있나.
 
최근 특정 김밥 브랜드 이름 때문에 놀림을 많이 받고 있다(웃음). 형들이 자꾸 ‘봉민아 김밥 줘’라고 놀린다. 고봉재는 높은 고(高)·받들 봉(奉)·재상 재(宰)로 높은 사람 되길 바라는 마음에 지어주신 이름이다. 어릴 때부터 이름도 독특하고 사람들이 한 번 들으면 안 까먹더라. 이름을 한 번에 기억해주신다는 건 좋은 일 아니겠나. 2017년에도 좋은 활약으로 내 이름을 더 알리고 싶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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