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와 최준석(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이대호와 최준석(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애리조나]

1년 전과 같은 장소였다. 그러나 신분은 달랐다.

지난해 이대호는 ‘무적(無籍)’ 신분으로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리려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라 스포츠컴플렉스에서 몸을 만들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친정' 롯데 자이언츠에 프로 스포츠 최고 연봉인 25억 원을 받고서 같은 장소에서 훈련하고 있다.

돌아온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는 “이젠 롯데에 보답하고 싶다”는 말로 캠프에 임하는 자신의 자세를 밝혔다.

이대호의 농담 아닌 진담 “트레이닝 코치님 이젠 우승하셔야죠.”

롯데 전지훈련이 진행 중인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포츠컴플렉스엔 체격 좋은 선수들 사이에 유독 머리 하나가 더 큰 남자가 있다. 롯데로 컴백한 새로운 주장 ‘빅보이’ 이대호다.

2월 4일(한국시간) 오전부터 모인 롯데 선수단은 새로운 ‘캡틴’ 이대호의 선창으로 밝은 분위기에서 캠프 일정을 소화했다. 이대호는 활기찼다. 후배들보다 큰 목소리로 훈련 분위기를 주도했고, 솔선수범했다. 새 주장으로 뽑히면서 역할이 더 커졌지만, 뒤로 빼거나 주저하지 않았다. 훈련 도중에도 큰 목소리로 선수들을 독려했다.

“나이 먹고 더 많이 소릴 지르는 것 같다.” 이대호는 쑥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얼굴에 흐르는 미소만은 감추지 못했다.

이런 이대호를 바라보는 조원우 롯데 감독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조 감독은 “워낙 고참이고, 무게감 있는 선수라 굳이 앞에 나설 것도 없다. 뒤에 있어도 존재감이 느껴지는 선수”라며 “여러모로 (이)대호가 중심을 든든히 잡아주고 있다”는 말로 강한 신뢰감을 나타냈다.

2011시즌 이후 꼬박 5년간 국외에서 뛰었던 이대호다. 하지만, 2001년 프로 생활을 시작해 10년 넘게 활약하던 친정인 만큼 어색함은 없다. 선수들과도 다시 금세 친해졌다. 이젠 어느덧 선수단에 없어선 안 될 존재로 녹아든 이대호.

이대호는 오랫동안 롯데에서 일한 트레이닝 코치에게 다가가 “아직 우승 못 해보지 않으셨습니까. 이젠 우승하셔야죠?”하며 어깨를 주물렀다.

농담처럼 뱉은 말이었지만, 그 속엔 이루지 못한 우승에 대한 이대호의 염원이 담겨 있었다.

이대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우승,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 우승, 2015년 제1회 프리미어 12 우승 등 굵직한 국제대회에서 정상을 맛봤다. 여기에 2014, 2015년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뛰며 2년 연속 일본 프로야구 통합 우승을 경험했다.

한발 나아가 2016년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일 땐 숙원이던 메이저리그 무대까지 밟았다. 그야말로 야구선수로서 모든 꿈을 이룬 셈이다.

하지만, 아직 남은 꿈이 하나 있다. 바로 롯데의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다시 진지한 표정을 되찾은 이대호는 에둘러 그간의 깊은 진심을 전했다.

롯데에 보답하고 싶은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

이대호가 캠프에서 강영식(사진 좌로부터)과 대화하는 장면(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이대호가 캠프에서 강영식(사진 좌로부터)과 대화하는 장면(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소프트뱅크는 2014, 2015시즌 ‘이대호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2년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소프트뱅크는 이대호와 맺은 2년 계약이 끝난 2015년 시즌 종료 후, 3년 18억 엔(3년 195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재계약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라는 오랜 꿈에 도전하고 싶었던 이대호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더 놀라운 건 시애틀과 이대호가 맺은 계약이 메이저리그 로스터 합류가 보장되지 않은 단년 계약이라는 점이었다.

당시를 떠올리며 이대호는 “그때 아내가 정말 많이 이해해주고, 배려해줬다”며 자신을 믿어준 아내 신혜정 씨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아내가 미국에서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이젠 가족들에게 잘해야 한다.” 이대호의 말에서 알 수 있듯 그의 롯데 복귀의 가장 큰 이유는 가족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이대호가 롯데로 돌아오자 많은 이가 기뻐했다. 부산에 사는 장인, 장모도 그 가운데 한 이였다. 이대호는 “부산으로 돌아온다니까 가장 기뻐하고, 제일 좋아하셨던 분들이 장인어른, 장모님이었다”며 밝은 미소를 보였다.

“나이 먹고 열심히 하지 않으면 욕먹을 수밖에 없다."

훈련 전, 미팅 중인 롯데 선수단(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훈련 전, 미팅 중인 롯데 선수단(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이대호가 캠프에서 솔선수범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내 팀’으로 돌아왔고, 후배들이 ‘내 후배’들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대호는 “욕먹기 싫어서 열심히 한다. 나이 먹고 열심히 하지 않으면 욕먹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배라고 무게 잡아봤자 뭐하겠나. 선배가 먼저 앞장서야 후배들이 따라온다. 다 나이가 있고 생각 있는 선수들이기에 재밌고 유쾌하게 (팀을) 이끌어야 한다. 재밌게 운동하면 이렇게 좋지 않나.” 이대호가 후배들의 훈련을 보며 환한 미소를 터트렸다.

이대호의 롯데 복귀 소식이 1월 24일 엠스플뉴스 보도로 처음 알려진 이후 부산 야구 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부산에서 만난 모든 시민이 이대호 복귀에 환영 인사를 건넨 건 ‘이대호’라는 슈퍼스타만이 누릴 수 있는 행운일지 몰랐다.

“부산 시민이 이대호 복귀를 얼마나 환영했는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이대호는 천천히 고갤 끄덕이다가 진중한 한마디를 남겼다. 바로.

“이젠 롯데에 보답해야 한다”였다.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스프링캠프 기간을 맞아 MBC SPORTS+와 엠스플뉴스는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미국 애리조나, 투산, 플로리다와 호주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 미야자키 등 캠프 전역을 현장 취재합니다. [엠스플 in 캠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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