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스플뉴스=애리조나]

수비와 주루 능력은 ‘역시나' 소문대로 수준급이다. 타격에선 ‘혹시나’ 숨겨왔던 장타 능력을 일깨울 수 있을지 기대를 걸고 있다. 이번 시즌 새로 합류한 외국인 타자 앤디 번즈를 바라보는 롯데 자이언츠 조원우 감독의 마음이 바로 이렇다.

번즈는 2월 3일(미국시각) 미국 애리조나 피오리아 시애틀 매리너스 구장에서 진행된 롯데 자이언츠 스프링캠프에서 펑고 훈련과 타격 훈련을 소화했다. 눈에 띈 건 번즈의 수비 위치였다. 펑고 시작 직후만 해도 2루에서 공을 받던 번즈는, 훈련시간 중반부터 3루로 자릴 옮겼다.

2, 3루를 오가면서도 번즈의 수비는 매끄러웠다. 까다로운 타구도 날렵한 몸놀림과 부드러운 글러브질로 잡아내 1루로 강한 송구를 뿌렸다. 특히 3루 수비 땐 베이스 안쪽으로 빠지는 타구를 역동작으로 잡아 '점핑 스로' 처리하는 플레이를 여러 차례 선을 보였다. 그때마다 동료 내야수들은 “나이스!”를 외쳤다.

조 감독도 번즈 수비 실력에 만족감을 표했다. “수비는 곧잘 한다. 워낙 수비 쪽으론 능력이 있는 선수다. 게다가 발도 빠르다. 수비와 주루는 어느 정도 검증이 된 선수라고 본다.” 조 감독의 말이다.

2루에 나타난 번즈(사진 맨 오른쪽), 조금 뒤엔 3루에서 나타났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2루에 나타난 번즈(사진 맨 오른쪽), 조금 뒤엔 3루에서 나타났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이날 조 감독은 번즈를 2루와 3루에 번갈아 세우면서 수비력을 테스트하고, 젊은 국내 내야수들과의 경쟁을 유도했다. 2루에선 김대륙, 김동한과 함께 펑고를 받았고, 3루에선 오승택, 김상호와 경쟁했다. 조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선 확실한 주전이 없다”며 “모든 포지션에서 경쟁을 펼치는 기간”이라고 밝혔다.

이 선수들의 운명은 번즈가 어떤 포지션으로 뛰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번즈가 3루를 맡으면 김대륙, 김동한, 정훈 등이 치열한 2루 경쟁을 펼쳐야 한다. 번즈에게 2루가 주어진다면 오승택, 김상호가 있는 3루가 격전지가 된다. 조 감독도 “번즈의 활약 여하에 따라서 2, 3루를 비롯한 내야 지형도와 야수진 전체 그림이 달라질 수 있다”며 번즈의 역할을 강조했다.

물론 반대의 경우가 나올 수도 있다. 외국인 타자에 밀려 국내 선수가 기회를 잃는 대신, 국내 선수의 활약에 번즈가 다른 포지션으로 이동하는 상황이다. 조 감독은 “국내 선수들의 활약도 포지션 이동에 중대한 변수”라고 밝혔다. 번즈의 가세가 젊은 롯데 내야진의 성장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는 마음이 묻어난다.

'힘은 있는' 번즈, 장타자 변신 가능할까

수비와 주루에서 일찌감치 'OK' 사인을 받은 번즈지만, 외국인 타자인 만큼 공격력의 중요성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성공한 외국인 타자로 평가받으려면 어느 정도 장타력이 필수요소다. 조 감독도 “외국인 선수인 만큼 수비와 주루뿐만 아니라 공격에서 어느 정도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스카우트 당시부터 지금까지 보여준 그림만 놓고 보면, 번즈는 홈런 타자보다는 정확도 높은 컨택트형 타자에 가깝다.

이날 진행된 타격 연습에서도 번즈는 멀리 뻗어 나가는 큰 타구보다는 짧은 단타성 타구를 더 많이 때려냈다. 스윙할 때 팔꿈치가 벌어지는 현상이 나왔다. 팔꿈치가 벌어지면 스윙이 퍼져 나온다. 퍼진 스윙으로는 큰 타구를 때려내기 어렵다. 번즈는 한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이 2014년 기록한 15개에 불과할 만큼, 장타자와는 거리가 먼 성적을 내왔다.

하지만, 롯데 코칭스태프는 번즈가 충분히 공격에서도 더 나은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조 감독은 번즈의 타격훈련을 배팅 케이지 바로 뒤에서 꼼꼼히 관찰하며 관심을 보였다. 타격 훈련이 끝난 뒤 조 감독은 “전체적으로 힘은 있는 타자”라며 “아직 전지훈련을 시작한 지 한 주도 지나지 않았기에 속단하기는 이르다. 나이도 젊은 선수인 만큼 충분히 더 좋아질 수 있다”고 평했다.

번즈의 스윙 동작을 조정하는 프랑코 코치,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조원우 감독(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번즈의 스윙 동작을 조정하는 프랑코 코치,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조원우 감독(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조 감독은 “타격시 임팩트를 보완하고, 스텝을 조금 조정하면 좋아질 것 같다”고 했다. 외국인 선수의 폼을 조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롯데는 약간의 조정이 번즈 개인을 위해서나, 롯데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믿는 구석도 있다. 조 감독은 “우리 팀에 외국인인 훌리오 프랑코 타격 코치가 있는 만큼, 오해없이 잘 소통해서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프랑코 코치는 번즈가 타격 순서를 마칠 때마다 가까이 불러 전담 지도했다. 타격 준비 동작부터 팔로우 스루까지, 직접 동작을 보여주며 상세하게 설명했다. ‘괜찮다’ ‘별 문제 아니다’라는 말로 기운을 북돋워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수비와 주루, 멀티포지션 소화 능력까지 갖춘 번즈가 롯데 코칭스태프의 바람대로 장타력까지 겸비한 타자로 올라설 수 있을까. 번즈가 아닌 ‘본즈’가 되는 날이 찾아올지, 남은 스프링캠프에서 앤디 번즈의 변화를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이유다.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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