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캠프에서 나란히 걷고 있는 박트리오! 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애리조나 캠프에서 나란히 걷고 있는 박트리오! 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애리조나]

롯데 자이언츠의 촉망받는 신예 투수 3명, 일명 ‘박(朴)트리오’는 롯데의 우완투수 박세웅(22), 박진형(23), 박시영(28)을 일컫는 말이다. 2016시즌 롯데 팬들에게 많은 기쁨과 희망을 줬던 이들이 이제 김원형 롯데 수석코치 겸 투수코치의 도움으로 진화를 꾀한다. 키워드는 커브다.

롯데는 2016시즌 8위에 그치며 힘든 한 해를 보냈다. 팀 평균 자책도 5.63(7위)으로 좋지 않았다. 드러난 결과만 놓고 보면 웃을 일이 없던 롯데였지만, 희망적인 일도 있었다.

젊은 우완 투수 3명이 한꺼번에 튀어나와 마운드를 풍성하게 채운 것이다. 박세웅, 박시영, 박진형은 가능성을 드러내며 도합 293.2이닝(139+93+61.2이닝)을 소화했다. 2016 시즌 전체 롯데 투수들이 소화한 1266.1이닝의 23.1%에 해당하는 상당한 숫자다.

롯데의 스프링캠프 장소인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포츠컴플렉스에 만난 김 수석코치는 “2016시즌 좋은 활약을 했던 ‘박트리오’에게서 더 많은 가능성을 발견했다”며 “이들이 2017시즌 마운드에서 많은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기대했다.

박세웅+박진형+박시영= 박트리오!

박진형과 박세웅(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박진형과 박세웅(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각각의 장점도 분명했다. 박세웅은 외국인 투수 원투펀치 브룩스 레일리(184.2이닝), 조쉬 린드블럼(177.1이닝)에 이어 가장 많은 139이닝을 소화했다. 거기다 박세웅은 롯데 내국인 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27경기 7승 12패 평균자책 5.76의 성적을 냈다.

외국인 투수 외엔 죄다 흔들렸던 롯데 선발진을 책임진 박세웅은 2016시즌 연봉에서 78.6%가 오른 1억 원에 2017시즌 재계약했다. 입단 4년 만에 억대 연봉자가 된 것이다. 이처럼 어리게만 느껴졌던 박세웅은 어느덧 롯데 마운드의 핵심 투수가 됐다. 당연히 롯데가 2017시즌 박세웅에게 거는 기대도 크다.

2013 롯데 신인 2라운드 13순위로 입단한 박진형은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39경기에 등판해 6승 2패 3홀드 평균자책 5.81의 성적을 올렸다. 2015시즌 2경기 1.1이닝에 등판에 그친 아쉬움을 2016시즌 93이닝을 소화하며 풀었다. 구원으로도 좋은 활약을 펼친 박진형은 14번의 선발 등판서 3번의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 2017시즌 강력한 선발투수 후보로 꼽힌다.

이 2명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늦게 주목을 받기 시작한 박시영도 2016시즌 42경기에 등판해 61.2이닝을 소화하며 5월 이후 줄곧 엔트리를 지켰다. 올해 28세의 늦깎이 신예인 박시영은 주로 구원(40경기)으로 등판했다. 박시영은 불펜에서 3번째로 많은 51이닝을 책임지며 불펜의 한 축을 지켰다. 박시영은 2016시즌 10월 4일 두산전서 선발 등판해 5.2이닝 3실점을 기록하는 등 선발투수로서의 가능성도 인정받으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김원형 롯데 수석코치 “박트리오, 커브 더 던져야 한다”

김원형 롯데 수석코치 겸 투수코치(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김원형 롯데 수석코치 겸 투수코치(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김원형 수석코치는 2017시즌 거인 마운드를 책임지는 컨트롤 타워다. SK 와이번스에서 많은 투수와 호흡을 맞췄던 김 수석코치를 영입하려고 조원우 감독은 많은 공을 들였다.

세밀한 지도력에 부드러운 인화력과 카리스마를 두루 갖춘 김 수석코치는 롯데의 애리조나 캠프에서도 가장 분주한 이 가운데 하나다. 코칭스태프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수석코치의 역할에 더해 메인 투수코치의 보직까지 맡았기 때문이다.

특히 김 수석코치가 더 많은 애정을 쏟는 이들이 바로 ‘박트리오’다. 김 수석코치는 “박트리오 3명은 각자의 장점이 뚜렷한 선수들이다. 지난해 많은 삼진을 솎아내며 파워피쳐가 될 가능성을 보였지만 이젠 완급조절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박트리오'이기에 완급조절을 더한다면 한층 더 진화할 것이라는 김 수석코치의 생각이다. 그래서 김 수석코치가 꺼내 든 카드가 있으니 그게 바로 커브다.

“내가 현역 시절 커브를 많이 던졌기에 '박트리오'에게 커브를 추천한 것만은 아니다. '박트리오'를 비롯한 많은 롯데 투수가 포크볼을 잘 던지는데 거기에 커브를 추가한다면 타자들에게 더 많은 혼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또 구종간 구속 차이를 두는 '오프 스피드 피칭'을 위해서도 떨어지는 종류의 느린 구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김 수석코치의 확신이다.

현역시절 스트라이크 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뛰어난 제구력과 명품 커브로 김 수석코치는 통산 134승 26세이브 12홀드를 올렸다. 100승 투수 출신의 조언에 ‘박트리오’는 흔쾌히 이를 받아들였다.

박세웅은 “경북고 시절 때 커브를 자주 던졌다. 프로에 와선 포크볼이나 다른 구종을 더 많이 활용했는데 김 코치님 말씀처럼 완급조절을 위해선 커브가 꼭 필요할 것 같다”며 김 수석코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 이유를 설명했다.

박세웅은 시속 140km/h 중·후반대의 속구(48.7%)를 주무기로 삼는다. 이외엔 슬라이더(23.1%)-스플리터(14.6%)-커브(7.8%)-체인지업(5.3%) 순으로 변화구를 많이 구사했다(2016시즌 스탯티즈 기준)

“내 투구 스타일에 타자들이 적응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한 번 더 변화를 줄 필요성을 느낀다.” 야구 욕심이 많은 박세웅은 커브 연마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보완점도 알고 있다. 박세웅은 “내가 던지려는 커브는 12시에서 6시로 떨어지는 정통적인 커브 스타일이다. 떨어지는 각도는 자신 있는데 아직 완벽하게 제구가 되지 않는다”며 “제구력을 더 가다듬어 결정구를 하나 더 늘리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자신 넘치는 박트리오, 학구열도 최고!

롯데 자이언츠 우완투수 박진형(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롯데 자이언츠 우완투수 박진형(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커브 장착은 박진형도 자신 있다. 강릉고 재학 시절 박진형은 시속 100km/h에도 못 미치는 초저속 커브를 잘 구사해 타자들을 혼란하게 만들었다.

박진형은 “느린 커브를 아마추어 시절엔 잘 던졌다. 하지만, 프로에선 구속이 느리면서 타자들에게 타이밍이 읽혔을 때 장타를 맞을 수 있어 자제했다”며 “그래도 던졌던 감각이 남아 있어 그런지 커브 구사가 자신 있는 편”이라고 밝혔다.

박진형은 많은 롯데 투수 가운데서도 새로운 구종 습득이 빠른 축이다. 포크볼도 롯데에 입단한 이후 금세 결정구로 사용할 만큼 숙련도를 끌어올렸다. 박진형은 “2016시즌엔 포크볼을 많이 던졌다. 아직 완벽하게 '내 것'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감은 잡은 것 같다”며 “수석코치님이 커브의 필요성을 자주 강조하시는 만큼 이번엔 커브를 더 가다듬겠다”고 다짐했다.

박시영 역시 커브에 대한 기대가 크다. 박시영은 “수석코치님으로부터 많이 배우고 싶다. 커브는 슬라이더와 포크볼보다 많이 던지지 않았지만, 더 숙달해 자주 던져보고 싶다”고 말했다.

2016시즌엔 주로 구원투수로 나선 박시영이지만, 2017시즌엔 선발투수 후보 가운데 1명으로 꼽힌다. 선발투수로 나선다면 더 많은 구종을 익숙하게 던지는 건 필수다. 구원투수로 뛰더라도 마찬가지다. 박시영은 2016시즌 61.2이닝을 던지며 57개의 삼진을 솎아내, 9이닝당 8.5개의 높은 탈삼진 을 기록했다. 여기에 ‘김원형표 명품커브’가 추가된다면 9이닝당 탈삼진은 더 늘어날 수 있다.

김 수석코치는 “‘박트리오’ 모두 변화구를 던지는 감각이 좋은 편이다. 커브는 쉽게 숙련하기 힘든 구종이지만, 지금부터 꾸준히 던질 필요성이 있다. 또 긴 시야에서 장기적으로 접근한다면 커브는 더 필요한 구종이다. 커브를 잘 배우면 마흔까지도 장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이었다.

‘박트리오’에 대한 믿음은 충분하다. 김 수석코치는 “착하고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다. 궁금한 것도 자주 물어본다”며 “‘박트리오’가 2016시즌 경험했던 것들을 바탕으로 2017시즌 더 좋은 활약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화를 준비 중인 ‘박트리오’의 겨울은 뜨겁다.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스프링캠프 기간을 맞아 MBC SPORTS+와 엠스플뉴스는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미국 애리조나, 투산, 플로리다와 호주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 미야자키 등 캠프 전역을 현장 취재합니다. [엠스플 in 캠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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