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새 외국인 투수 알렉시 오간도(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한화 이글스 새 외국인 투수 알렉시 오간도(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엠스플뉴스=오키나와]

2017년 2월 4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 193cm의 장신 투수 한 명이 더그아웃에 들어섰다. 큰 키에 날카로운 눈빛이 더해져 한 마리의 맹수를 연상시켰다. 강렬한 기운을 내뿜는 이 선수는 바로 한화 이글스 새 외국인 투수 알렉시 오간도였다.

오간도는 팀에 합류한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았다. 이글스 유니폼은 오간도에겐 ‘어색함’ 그 자체일지 몰랐다. 여기다 전지훈련 초반 이어진 고강도 훈련에 오간도는 숨 돌릴 새도 없었다. 시차 문제는 오간도를 괴롭히는 또 하나의 암초였다.

불편한 점도 많았다. 오간도 키보다 낮은 더그아웃 천장때문에 늘 허리를 굽혀야만 했다. "괜찮냐"고 묻자 “NO(아니다)”라며 울상을 지었다. 울상을 짓는 오간도지만, 선수들 사이에선 인기 만점이었다. 오간도는 특유의 따뜻하고, 흥 넘치는 성격으로 한화 선수들을 단번에 매료시켰다. 한화 선수들도 스스럼없이 오간도에게 다가와 장난을 걸었다.

오간도는 자신과 캐치볼을 주고받던 장민재가 작은 상처를 입자 한걸음에 달려갔다. 손가락에 난 상처를 확인하며 근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장민재도 오간도의 행동이 마음에 들었는지 미소로 화답했다.

한화엔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가 있다. 같은 나라 출신에 메이저리그에서 만난 인연까지. 로사리오가 오간도의 ‘특급 도우미’를 자처하는 이유다.

한화는 오간도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다. 한화는 오랜 기간 최고의 외국인 투수를 영입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 결실이 오간도 영입이었다.

한화가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오간도가 팀의 1선발 혹은 2선발 중책을 맡아주는 것이다. 오간도를 전담하는 계형철 한화 투수 코치는 연방 “OK(오케이)!”를 외쳤다. 오간도의 성실함과 훌륭한 인성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외국인 투수 영입에 사력을 다했던 박종훈 한화 단장 역시 “오간도가 준비를 많이 해 온 것 같다. 올 시즌 활약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개막전 선발’ 정조준하는 한화 새 에이스 오간도

큰 키 때문에 더그아웃 천장에 머리가 닿는 오간도. 덕아웃에만 들어서면 허리를 잔뜩 웅크리고 다닌다(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큰 키 때문에 더그아웃 천장에 머리가 닿는 오간도. 덕아웃에만 들어서면 허리를 잔뜩 웅크리고 다닌다(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새로운 팀에 합류했다. 한화 첫 인상이 궁금하다.

내 고향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선수들이 많이 뛰었던 팀이다. 미국에 있을 때부터 ‘한화’란 팀을 알고 있었고, 꼭 한번 가보고 싶은 팀이었다. 그게 현실이 됐다(웃음).

KBO리그에서 뛰었거나, 뛰는 선수 가운데 친한 선수가 많다고 들었다.

로사리오와 에스밀 로저스를 비롯해 헥터 노에시(KIA), 루이스 히메네스(LG)를 잘 알고 있다. 이 밖에도 두산 베어스 소속인 더스틴 니퍼트와는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함께 뛰었다. 그땐 친한 편은 아니었다(웃음).

팀 동료들 사이에서 꽤 인기가 많다. 누가 가장 밥을 많이 사줬나(웃음).

함께한 시간이 길지 않아 조금 섣부를지 모르겠지만, 한화 선수들은 내가 여태껏 본 선수들 가운데 최고다. 실력을 떠나 동료를 배려하고, 챙기는 부분이 특히 그렇다. 서로 낯선 상황이지만, 먼저 다가와 주고, 잘 챙겨준다. 이곳에 와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정말 즐겁다. 팀 시스템과 메뉴도 내게 최적화돼 있다.

김성근 감독과 어떤 이야길 나눴는지 궁금하다.

감독님과는 아직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 아직 적응 과정이니 차차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화는 지난 시즌 외국인 투수 부진으로 꽤 고생한 팀이다. 그런 가운데 당신은 구단이 야심차게 영입한 선수다. 당연히 기대하는 바도 크다.

가장 중요한 건 내 기량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그 점은 시즌을 시작하면 내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일단 시즌 개막전에 선발 등판할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팀에서도 그걸 원한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당신이 한국야구에 기대하는 점은 무엇인가.

시즌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KBO리그의 엄청난 응원을 경험해 보고 싶다(웃음). 구장 안에서 선수와 팬이 즐겁게 어울리는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흥분된다. 특히 한화 팬들과 하루빨리 만나고 싶다.

오간도 “상대 패닉(Panic) 빠뜨리는 한화 팬들 함성 직접 듣고파”

장민재 손가락 상태를 걱정하는 마음씨 좋은 오간도(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장민재 손가락 상태를 걱정하는 마음씨 좋은 오간도(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한화는 최근 몇 년간 KBO리그 최고 인기 팀으로 발돋움했다. 그만큼 다양한 팬층과 충성심 강한 팬을 보유한 팀이다.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의 주황 물결은 세계 토픽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유투브 영상을 통해 본 적 있다. 미국에서 '한화 팬들의 응원 열기가 정말 대단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로사리오가 그러더라. "패닉 (Panic)에 빠질 수도 있다"고(웃음).

메이저리그와 KBO리그 스프링캠프를 모두 경험했다. 차이가 있나.

음. 물론 리그 자체가 다르니까 차이점은 분명 있다. 일단 한화 캠프에서 느낀 건 훈련량이 미국보다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선수들의 훈련 몰입도가 높다. 구단 프런트의 배려도 인상적이다. 선수들을 위해 항상 대기하며 아낌없이 지원한다. 내가 무엇인가 말하기전에 먼저 알고 챙겨준다. 한국 야구의 또 다른 장점이 아닐까싶다.

훈련법이나 야구 스타일이 어떤가.

플레이 스타일은 다르지만, 훈련 방식에선 두 리그 모두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단지 세밀한 부분을 챙기느냐와 안 챙기느냐의 차이다. 한국은 좀더 세밀한 부분을 챙기는 편이다. 야구는 결국 똑같다고 본다.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게 마련이다. 내가 이곳에 온지 아직 5일이 안 됐다. 시즌이 시작되면 지금 한 질문을 다시 한번 해달라. 좀더 느껴보고 자세히 설명해 주겠다(웃음).

가족은 현재 한국에 머물고 있나?

아니다. 시즌 개막 후에 들어올 예정이다. 사실 지금 아내 뱃속에 내 아이가 자라고 있다(웃음). 몸을 움직이기 힘든 상황이라, 함께 오지 못했다.

KBO리그에서 보내는 첫 번째 시즌이다. 올 시즌 가장 이루고 싶은 가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올 시즌 개막전에 선발 투수로 등판하는 것이다. 다음 목표는 그 후에 생각하겠다. 한화가 최근 몇 년간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했다고 들었다. 팀의 오랜 숙제를 풀 수 있도록 공 하나 던지는 데도 최선을 다하겠다.

마치 거울 앞에 선듯한 두 남자 오간도와 사진 속 정조국(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마치 거울 앞에 선듯한 두 남자 오간도와 사진 속 정조국(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끝으로 한가지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당신과 한국 프로축구 K리그 득점왕 정조국 선수가 정말 닮았다는 말이 많다(웃음).

(미리 준비해간 사진을 보며) 정말인가(웃음). 이 사람은 얼마나 유명한가.

(사진을 선물로 건네며)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축구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

내가 봐도 닮은 것 같다(웃음). 가족들에게 꼭 보여주겠다. (선물을 챙기며) 나 역시 한화 팬들에게도 정조국 선수처럼 유명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스프링캠프 기간을 맞아 MBC SPORTS+와 엠스플뉴스는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미국 애리조나, 투산, 플로리다와 호주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 미야자키 등 캠프 전역을 현장 취재합니다. [엠스플 in 캠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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