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스플뉴스=애리조나]

“두산 베어스 마운드가 최강이다. 충분히 존중한다. 다만, 우리도 최고가 되길 원한다.”

2017시즌 프로야구에서 가장 흥미로운 주제는 뭘까. 아마 ‘두산과 LG 트윈스 마운드 가운데 누가 더 강할까’라는 주제는 꼭 포함될 것이다. 자타공인 마운드 최강은 두산이고, 도전자는 LG다. 물론 충분한 존중이 전제. 다음은 뜨거운 투쟁심이다.

LG 스프링캠프가 진행 중인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랜치의 오전은 LG 선수단 기합 소리로 뜨겁다 못해 구장이 떠나갈 정도다. 내국인, 외국인 선수나 할 것 없이 하나로 뭉쳐 큰 목소리를 낸다.

몸 풀기 훈련을 시작하면 '경쟁'이라도 하는 듯 누군가 1명이 재밌는 구호를 만들어 소리내면 후창이 릴레이처럼 따른다.

그 속엔 원칙도 있다. 파트별 훈련이 끝나 구장으로 이동할 땐 항상 ‘빠른 걷기’가 기본이다. 천천히, 쉬엄쉬엄 걷는 선수는 찾아볼 수 없다. ‘짜증은 금지!’ 이는 암묵적인 약속도 있다. 신예들은 물론 베테랑 선수들도 이런 분위기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2년 차 캡틴’ 류제국이 이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류제국은 “그냥 누가 뭘 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으면 막지 않고 놔둔다. 하지만, 그 속엔 규율이 있다”며 “다들 힘드니까 웃으면서 재밌게 하자는 것뿐이지, 다른 리더쉽이 있는 건 아니다”라고 빙그레 웃었다.

류제국 “두산 강하지만, 우리도 자부심 있다”

LG의 캡틴 류제국(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LG의 캡틴 류제국(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진지할 땐 충분히 진지한 LG다. 그런데 LG 선수들이 더 진지해지는 주제가 있다. 바로 ‘서울 라이벌’ 두산과의 비교 시간이다.

“안 그래도 두산을 언급해 욕을 많이 먹었다. 두산이 물론 최고다. 하지만 우리도 자부심이 있다.” ‘캡틴’ 류제국은 곤혹스러워했지만, 어느덧 진지해졌다.

1월 5일 열린 LG 시무식에서 류제국은 “2016시즌 가을야구에서 우리가 마지막까지 올라갔다면 더 재미있는 한국시리즈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며 “우리가 올해도 4강에 들어간다면, 지난해 통합챔피언 두산을 견제할 팀은 바로 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6 시즌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은 NC 다이노스를 4승 무패, 전승으로 꺾고 우승했다. 캡틴 입장에서 시무식에서 두산에 대한 자신감을 전한 건 어쩌면 당연한 발언일지 몰랐다. 하지만, 일각에선 류제국의 발언을 두고 ‘패자 NC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지적했다.

LG 선수들은 두산 발언 논란을 적극 해명함과 동시에 남다른 자신감을 나타냈다. 데이비드 허프와 임찬규는 이후 각종 인터뷰에서 “우린 5명의 선발투수가 모두 강하다”며 “‘어메이징4’가 아닌 5명으로 호칭해 달라”란 말로 두산에 대산 경쟁심을 내비치는 동시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LG 투수들 사이에선 이처럼 끈끈한 자신감이 공유되고 있다. 류제국은 “욕을 엄청 먹었다. 하지만,우리 팀 투수력은 2013년 가을야구부터 지금까지 항상 상위권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선수들 사이에선 ‘투수력에선 타 팀에 밀리지 않는 LG’라는 자부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자부심에도 근거는 있다. LG는 2016시즌 전반기 마운드 연쇄 부상의 영향으로 팀 평균자책이 6위에 머문 것을 제외하면 앞선 3년간은 꾸준히 좋은 팀 평균자책을 기록했다. 2013년 1위, 2014년 3위, 2015년 2위 등이 그 증거다.

류제국은 “두산 자체가 팀 라이벌이다. 물론 두산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팀 선수들은 항상 두산을 이기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강하다. 올 시즌엔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본다"고 힘줘 말했다.

“상대가 누가 되더라도 우승팀은 꺾어야 할 상대다. 꼭 두산이라서가 아니다. 다만, 욕을 하도 많이 먹어서 우리 다른 선수들은 욕먹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다(웃음).” 류제국의 바람이다.

강상수 투수코치 "비교할 필요 없다, 즐기자"

강상수 LG 투수코치가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강상수 LG 투수코치가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LG 마운드 돌풍을 이끌며 ‘강상수 매직’이란 신조어를 만들어 낸 강상수 LG 투수코치는 더 담담했다. 강 코치는 “솔직히 밖에서 두산과 우릴 비교하면 부담스럽다. 두산이 최강이다. 2016년 두산은 선발투수 4명이 15승을 했던 팀”이라며 두산 투수진에 대한 존중을 먼저 이야기했다.

그러면서도 강 코치는 “다만 계산이 서는 선발투수 4명이 우리팀 선발진을 채웠다는 건 코치로서 마음이 놓이는 부분”이라며 “선발투수 5명으로 어쨌든 시작할 수 있게 됐고, 선발 가용자원이 많아져 코칭스태프 입장에선 참 행복하다"고 밝게 웃었다.

시무식 발언에 대한 류제국의 해명과 선수단의 반응에 대해 강 코치는 이렇게 말했다.

“이후에도 선수들이 자신감 넘치는 발언을 하는 건 내 입장에선 기분 좋은 일이다. 어느 팀이나 자신의 팀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 선수라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어 한다. 또 '한국시리즈에서 두산과 우리가 붙었으면 얼마나 재밌었을까' 하는 건 순수한 상상이다. 우리 LG 선수들은 모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물론, 기대의 의미다(웃음).”

LG 5선발의 강력 후보인 임찬규는 더 분명하게 자신감을 전했다.

“항상 어디와 비교하고 싶지 않았다. 굳이 두산과 비교하게 된다면 우리가 두산을 물고 늘어지거나 따라 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지 않나. 양상문 감독님 말씀대로 우리는 우리 것만 잘하면 된다. 비교할 필요도 없다. 또 아무리 두산 성적이 좋아도 맞붙어서 우리가 이기면 된다. 굳이 두산 선발투수 4명과 우리 선발진을 비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2016시즌 압도적인 해를 보낸 두산에 상대전적에서 앞서는 팀은 없었다. 롯데 자이언츠가 8승 8패로 동률이었고, LG와 NC가 다음으로 많은 7승(9패)씩을 거뒀다.

‘골리앗’ 두산을 향한 ‘다윗’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LG가 ‘최강 두산’을 꺾을 ‘훌륭한 추격자’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 아닐까.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스프링캠프 기간을 맞아 MBC SPORTS+와 엠스플뉴스는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미국 애리조나, 투산, 플로리다와 호주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 미야자키 등 캠프 전역을 현장 취재합니다. [엠스플 in 캠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