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억대 연봉의 기쁨보다 책임감을 더 많이 느낀다는 김문호(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생애 첫 억대 연봉의 기쁨보다 책임감을 더 많이 느낀다는 김문호(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엠스플뉴스=애리조나]

“정말 기분이 남달라요. 더 욕심이 생기고, 간절해지네요. 이젠 이 자리에서 내려오고 싶지 않습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김문호는 생애 첫 억대 연봉자가 됐다. 1억 4천만 원. 고액 연봉 선수가 즐비한 프로야구계에선 그리 특출난 금액이 아니었다. 그러나 김문호에게 억대 연봉이 주는 감흥이 각별할 수밖에 없었다.

프로에서 꼬박 11년을 뛰면서 많은 굴곡을 이겨낸 김문호다. 무엇보다 프로 입문 후, 지난해 처음으로 제 역할을 다했다. 그 공헌을 인정받은 결과이기에 억대 연봉은 '물질' 그 이상이었다.

롯데 스프링캠프가 진행 중인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포츠컴플렉스에서 만난 김문호는 ‘축하한다’는 ‘엠스플뉴스’ 취재진의 덕담에 “고맙다”며 연방 환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김문호는 행복의 순간을 짧게 만끽할 뿐이었다. 그의 손바닥은 여전히 굳은살로 가득했다.

100% 연봉 인상, 100% 이상 팀에 기여하고 싶은 김문호

김문호는 롯데의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타격 메커니즘의 변화를 위해 조원우 롯데 감독, 훌리오 프랑코 타격코치와 함께 애쓰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김문호는 롯데의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타격 메커니즘의 변화를 위해 조원우 롯데 감독, 훌리오 프랑코 타격코치와 함께 애쓰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롯데는 1월 31일 2017시즌 재계약 대상자 52명의 연봉협상 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친정으로 복귀한 ‘빅보이’ 이대호의 연봉 25억 원을 공개했다.

이대호의 25억 원은 프로스포츠 선수 가운데 최고 금액이었기에 스포트라이트가 당연 '빅보이'에게 쏠릴 수밖에 없었다. 여기다 6억 5천만 원으로 '비(非) FA 최고 연봉' 기록을 경신한 손아섭의 몸값에도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런 사정으로 조용히 묻혔지만, 김문호의 첫 억대 연봉 진입은 그 자신에겐 천문학적인 금액 이상의 감동이었다. 김문호는 “일단 롯데에 감사하다. 구단에서 많이 배려해주신 것 같다”며 “'내가 드디어 이런 연봉을 받게 됐구나' 싶어 감격스러운 마음이 들었다”고 연봉 계약 당시를 회상했다.

충분히 그럴만도 했다. 고교 시절 ‘천재타자’로 불렸던 김문호는 2006년 롯데 2차 3라운드 17순위로 지명된 후 2014년까지 롯데에서만 9년을 뛰었다. 하지만, 늘 더 뛰어난 선배들에게 가려 빛을 보지 못했고, 어렵게 기회를 잡았을 땐 스스로 그 재능을 꽃피우지 못했다.

성실함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김문호였다. 그러나 프로는 냉정했다. 1, 2군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덧 세월이 흘러 강산이 변했다. 그리고 '딱' 10년째가 되던 2015년.

김문호는 그해 93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 이상(0.306)을 기록하며 번뜩였다. 2008시즌 3경기에서 타율 0.375를 쳤지만, 그건 의미 없는 기록이었다. 2015년에야 ‘진짜 3할 타자’의 실력을 10년만에 보여준 셈이었다.

이 여세를 몰아 김문호는 2016시즌 140경기에 출전해 타율 0.320/7홈런/77득점/70타점/출루율 0.401/장타율 0.430/OPS(출루율+장타율) 0.831을 기록하며 폭발했다. 시즌 초엔 타율 4할을 넘나들며 타율왕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비록 시즌 후반까지 상승세를 이어가진 못했으나, 김문호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인 대활약이었다.

김문호는 “2016시즌 생애 최고 성적을 내면서 행복한 한 시즌을 보냈다. 비록 성적이 막판에 떨어지긴 했지만, 많은 걸 배우고 경험했던 시즌이었기에 내겐 2016년이 각별한 한 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심 더 많은 연봉을 받고 싶은 마음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김문호는 8위에 머문 팀 성적에 책임감을 느꼈고, 이에 구단과 큰 마찰없이 연봉협상을 마쳤다. 연봉협상에 쏟아낼 힘으로 김문호는 훈련에 몰두했다.

“2017시즌엔 더 잘하고 싶었다. 그래 더 많이 운동하고, 훈련하면서 겨울 동안 탄탄한 몸을 만들었다.” 김문호는 가을과 겨울, 강행군을 펼쳤다.

김문호의 진심 " ‘이게 억대 연봉이구나’하는 감격은 잠시,

'이걸 놓치고 싶지 않다'는 간절한 마음이 더 강해졌다."

진지하게 타격폼을 지도하는 조원우 롯데 감독과 이를 경청하는 김문호. 조 감독은 캠프에서 열성적으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진지하게 타격폼을 지도하는 조원우 롯데 감독과 이를 경청하는 김문호. 조 감독은 캠프에서 열성적으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2016시즌 종료 후 롯데 선수단은 일본 오키나와로 마무리캠프를 떠났다.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훈련은, 선수들 표현대로라면 “비장하고, 열받고, 정말 힘든 과정"이었다. 하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반대였다. 베테랑 선수들은 팀 성적 부진의 책임을 통감하며 하나같이 자진해 마무리캠프에 참가했다. 야수와 투수를 가리지 않고 줄을 지어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에 동참하면서 41명의 대규모 선수단이 꾸려졌다. 김문호도 그 가운데 한 명이었다.

“아직 내 자리가 완벽하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불안한 마음이 여전하다. 팀에 유망주가 많고, 외야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해 잘했다고 마음을 놓을 순 없다.” 김문호가 마무리캠프를 마치고 복귀한 후, 부산과 고향 제주도를 오가며 쉼 없이 구슬땀을 흘린 이유다.

바쁘고 고된 일정에 김문호의 피부는 검게 타 있었다. 하지만, 김문호는 검게 그을린 피부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김문호는 “올해 (이)대호 형이 롯데로 복귀하면서 참 든든해졌다. 이제 나를 비롯한 다른 선수들만 잘하면 된다”며 “3, 4, 5번 중심타선에 들어설 타자들을 도와 올 시즌 꼭 좋은 팀 성적을 거두고 싶다"는 확고부동한 바람만을 밝힐 뿐이었다.

"사실 연봉 앞의 숫자가 바뀌니까 ‘턱’하고 다가오는 게 있더라. ‘이게 억대 연봉이구나’하는 감격은 잠시고, '이걸 놓치고 싶지 않다'는 간절한 마음이 더 강해졌다. 무엇보다 팀 성적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해졌다." 김문호의 말이다.

김문호의 구종, 코스별 OPS(출루율+장타율). 사진 좌측부터 몸쪽 코스(자료출처=스탯티즈)
김문호의 구종, 코스별 OPS(출루율+장타율). 사진 좌측부터 몸쪽 코스(자료출처=스탯티즈)

캠프에서 조원우 롯데 감독과 훌리오 프랑코 타격 코치는 '김문호 원포인트 레슨’에 팔을 걷어붙였다. 장종훈 퓨처스 타격 코치와 함께 김문호의 성장을 이끈 두 이였기에, 더 열성적으로 레슨에 매달렸다.

조 감독은 김문호에게 “몸쪽 코스를 공략해야 한다. 여름 기간 타율이 3할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느냐. 그건 몸쪽 대비를 완벽하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올 시즌 상대 투수들이 여길(몸쪽) 계속 파고들 건데 이걸 이겨내야 네가 산다”는 진심 어린 조언을 들려줬다. 동시에 직접 수차례 타격 시범을 보이며 열성적으로 김문호와 함께 호흡했다.

김문호도 조 감독과 프랑코 타격코치의 상세한 지도를 받아들여 타격훈련에 매진했다. 지난해 여름 들어 체력이 떨어지고 약점이 노출됐다는 걸 누구보다 그 자신이 잘 아는 까닭이었다.

실제로 스탯티즈(http://www.statiz.co.kr) 데이터에 따르면 김문호는 가운데 코스와 바깥쪽 코스엔 상당한 강점을 보였지만, 몸쪽 코스엔 전반적으로 취약했다. 특히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서 약간 몸쪽 위, 아래 코스로 치우친 속구에 뚜렷한 약점을 보였다.

1월 1일 훈련을 시작해 12월 31일 더 좋은 타자가

되는 게 유일한 목표인

김문호는 지금도 진화 중이다.

결국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김문호는 승부수를 던졌다. 진지하게 단점을 극복하려는 김문호를 보며 조 감독과 프랑코 코치는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지켜보며 칭찬과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조 감독이 몸쪽 공 극복을 위해 강조하는 건 몸쪽 대처방법과 메커니즘이다. 조 감독은 “이대호처럼 좋은 타자의 스윙을 한 번 봐라. 몸쪽 공은 팔과 몸만 강하게 돌려선 안 된다. 배트가 먼저 나가서 '면을 막는다'는 느낌으로 공의 중심을 정확하게 맞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강하게 치려고 애쓰는 '힘을 앞세운 타격'보단 더욱 '정확한 메커니즘'으로 타격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문호는 이를 바로 시행하고서 좋은 결과를 내자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완벽하게 새로운 타격폼이 익숙해지진 않았지만, 계속 새로운 메커니즘을 익히려 애쓰는 표정이었다.

김문호는 2016시즌 프로 데뷔 이후 정말 오랜만에 ‘천재타자’의 위용을 되찾았다. 그리고 다시 약점을 극복해 더 좋은 타자가 되려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어쩌면 김문호가 되찾은 건 재능이 아니라, 노력일지 모른다.

1월 1일 훈련을 시작해 12월 31일 더 좋은 타자가 되는 게 유일한 목표인 김문호는 지금도 진화 중이다.

김문호(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김문호(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스프링캠프 기간을 맞아 MBC SPORTS+와 엠스플뉴스는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미국 애리조나, 투산, 플로리다와 호주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 미야자키 등 캠프 전역을 현장 취재합니다. [엠스플 in 캠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