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찬규는 LG 5선발 경쟁에서 앞서가는 후보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임찬규는 LG 5선발 경쟁에서 앞서가는 후보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엠스플뉴스=애리조나]

LG 트윈스 마운드는 지난겨울 FA(자유계약선수) 차우찬 영입으로 ‘어메이징 4’라는 별명을 얻었다. 두산 베어스의 ‘판타스틱 4’에 빗댄 이름이다.

물론 이미 2년 연속 우승이란 결과로 이름값을 입증한 두산과 달리, LG의 선발진은 이제부터 증명할 것이 많다. 데이비드 허프는 2016시즌 후반의 활약을 시즌 내내 이어가야 하고, 헨리 소사도 포스트시즌의 구위를 유지해야 한다. 차우찬은 고액 FA 첫해가 주는 부담을 떨쳐야 한다. 만약 가정대로 되지 않을 경우, LG 선발진은 원래 뜻과는 전혀 다른 의미에서 ‘어메이징’이 될 수도 있다.

부정적인 변수만 있는 건 아니다. LG 선발진은 지금의 기대보다 더욱 막강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5선발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투수들의 면면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이다. 군 복무 이전까지 빼어난 투구를 펼친 사이드암 신정락, 지난 시즌 막강한 구위를 선보인 이준형, 한때 LG 에이스였던 봉중근, 2011시즌 최고의 신인 투수였던 임찬규가 후보다. 허프가 한 인터뷰에서 말한 대로 ‘4’가 아닌 ‘5’가 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이 중 임찬규는 5선발 경쟁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선수다. 임찬규는 2011년 데뷔 시즌 인상적인 피칭으로 스타덤에 오른 뒤 긴 내리막과 많은 부침을 겪었다. 이제 25살이지만 일찌감치 군 복무를 마쳤고 어느덧 프로 입단 7년 차가 됐다. 밝고 쾌활한 성격은 여전하지만, 야구를 대하는 자세는 한결 진중해졌고 깊이가 더해졌다. 긴 터널을 통과해, 이제 다시 위로 오를 채비를 갖춘 임찬규다.

2월 4일(미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글렌데일 캐멀백랜치의 LG 스프링캠프에서 ‘엠스플뉴스’와 만난 임찬규는 팀 내 5선발 경쟁과 시즌 목표에 대해 솔직하면서도 거침없이 생각을 밝혔다. 팀 내부 경쟁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활약이 팀 전체에 좋은 영향을 주길 바란다는 말에서 임찬규의 성숙한 면모가 드러났다. 또 궁극적으로는 5선발보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다는 야망도 드러냈다.

과연 임찬규는 입단 당시 기대치에 걸맞은 활약으로, LG 선발진의 별명과 자신의 보직 앞에 붙은 숫자를 바꿀 수 있을까. 다음은 엠스플뉴스와 임찬규의 일문일답이다.

성숙해진 임찬규(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성숙해진 임찬규(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LG 5선발 경쟁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번 스프링캠프를 준비하며 각오가 남달랐을 것 같다.

캠프에 올 때는 특별히 선발 경쟁을 염두에 두진 않았다. 항상 자리에 대한 욕심을 내다가 고꾸라지곤 했던 경험이 있다. 그보다는 나 자신에 집중하기로 했다. 내가 부족한 부분을 가다듬는다는 생각으로 캠프에 왔다. 경기에서 내가 가장 좋았을 때의 투구와 컨디션을 될 수 있는 대로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려고 한다. 다른 목표는

스프링캠프가 올해는 예년보다 늦은 2월 1일에 시작했다. 선수 개개인이 겨울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더욱 중요해졌다. 야구 없는 겨울, 어떻게 보냈나.

올겨울엔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많이 쉬면서 지친 몸을 회복하고, 좋은 컨디션을 갖추려고 했다. 최상의 몸 상태로 애리조나 캠프에 와서 많은 공을 던지고 싶었다. 작년에 퓨처스와 1군을 오가며 풀타임 시즌을 보낸 뒤라, 너무 보여주려는 의욕이 앞서다가는 다칠 위험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겨울에 공 던지는 걸 줄이고, 쉬면서 체중을 불리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데 신경 썼다.


어느덧 벌써 프로 7년 차 시즌을 맞는다. 돌이켜 보면 2011년 갓 고교를 졸업한 신인 투수 임찬규의 활약은 정말 대단했다. 하지만 그 이후 오랫동안 힘든 시기도 겪었다.

그때는 너무 쉽게 위로 올라가서, 내려오기도 쉬웠다. 계단으로 치면 차근차근 밟는 게 아니라 성큼성큼 뛰어 올라갔다.

7년 차가 된 지금은 어떤가.

지금은 마음가짐이 다르다. 지난해 후반기부터 조금씩 조금씩 느리지만 확실하게 올라가고 있는 게 느껴진다. 이제는 조급하지 않으려 한다. 하나하나 잘 올라갈 생각이다. 그렇게 조금씩 위로 올라가서 올해 좋은 활약, 내년에는 더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싶다. 신인 때와 가장 달라진 부분이다.


많은 신인 선수가 처음에는 겁 없이 덤벼들어 좋은 성적을 내다가, 점차 생각이 많아지고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과정을 겪는다. 아마 임찬규 선수도 비슷한 상황이었을 것 같다.

신인 때는 어떻게 보면 타고난 재주 하나만 믿었다. 그 재주 하나로 올라갔다가, 한번 무너지니까 그냥 한도 끝도 없이 밑으로 내려가더라. 신인 때의 그 재주를 그동안에는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좀 더디더라도 천천히, 차곡차곡 올라가는 게 맞는 것 같다.

2011년 함께 프로에 입단한 동기 중 많은 선수가 1군 주전으로 자리를 잡았다. 절친한 NC 박민우를 비롯해 삼성 심창민은 스타 플레이어로 자리를 잡았다. 친구들의 활약을 보면 묘한 기분을 느낄 것 같은데, 어떤가.

맞다. 사실 처음 입단한 직후만 놓고 보면 1군에 자리 잡은 속도는 내가 가장 빨랐다. 그래서 지금 잘하는 친구들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어떤 기분일지를 누구보다 잘 안다. 뭘 조심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너무 크게 경험해서 잘 알고 있다. 그 경험을 조금이라도 친구들에게 알려주려고 한다.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친구들은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특히 우리 팀 입단 동기 (유)강남이와도 그런 얘길 많이 나눴다. 물론 지금은 강남이가 더 잘하는 선수니까, 오히려 강남이에게 많은 조언을 받는 편이다. (웃음)

“5선발? 언젠가는 앞의 숫자 바꾸고 싶다”

임찬규는 5선발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사진=LG).
임찬규는 5선발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사진=LG).

언론에서 LG 선발진을 두산에 빗대 ‘어메이징 4’라고 부른다. 선수들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솔직히 좀 오그라드는 게 사실이다.(웃음)

팀 동료 데이비드 허프는 ‘4’가 아니라 ‘5’라고 강조하던데.

그렇게 되게 만들어야 한다. 4명보다는 5명이 더 좋은 것 아닌가.

입단 당시 워낙 좋은 활약을 했고 여전히 팀에서 거는 기대도 크다. 앞서 5선발 경쟁을 이야기했지만, 궁극적으로는 5선발 정도로 만족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지금 우리 팀 마운드가 외국인 투수 둘에 (류)제국이 형과 (차)우찬이 형까지 있는 상황이다. 일단 5선발부터 도전하는 게 맞다. 하지만 같은 5선발이라도, 기왕이면 더 큰 역할을 하는 5선발이 되고 싶은 마음이다.

더 큰 역할이라면 무엇인가.

내가 5선발로 잘 던져서, 팀 동료들 전체에 자극제 역할을 하고 싶다. 선배들에겐 ‘어라? 찬규가 점점 치고 올라오네? 나도 더 잘해야 되겠다’는 마음이 드는 피칭을 하고 싶다. 또 내가 바닥을 쳐 본 경험이 있는 만큼, 내가 다시 잘하면 후배들이나 부진에 빠진 동료들도 ‘찬규도 다시 좋아졌는데,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끼게 될 거다. 그러다 보면 팀 마운드 전체가 더 강해질 거로 생각한다.

시작은 5선발로 하더라도, 마지막에 가서는 앞의 숫자가 바뀔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물론이다. 그건 궁극적으로 계속 간직하고 언젠가는 이뤄야 할 목표다. 그러려면 풀타임으로 5선발 역할을 하는 게 우선이다. 만약 그게 이뤄진다면, 그다음에는 한 칸 위를 도전해 보고, 그게 이뤄지면 더 높은 곳에 도전하고 싶다. 아직 어리니까 언젠가는 가능하지 않을까. 그리고 또 한 가지 목표가 있다면, 비 온 뒤에도 예정대로 등판하는 선발투수가 되는 것이다.

무슨 의미인가.

작년에는 우천취소가 된 다음 날, 원래 선발인 투수 대신 다음 날 선발투수를 당겨서 기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올해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고 싶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대로, 순서대로 선발 로테이션이 돌아갈 수 있게 뒤에서 받치는 역할을 하고 싶다. 나뿐만 아니라 (신)정락이형, (이)준형이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5선발에서 믿음직한 투구를 해서 감독님의 선발투수를 정하는 고민을 덜어 드리고 싶다.

끝으로 LG 팬들에게 이것만은 꼭 지키겠다는 약속 하나만 한다면.

우선은 성적이 중요하다. 성적 외적으론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 야구장에서 항상 밝게 웃으며 팬들을 즐겁게 하고 싶고, 더그아웃에서도 형들 동생들과 잘 지내며 팀 분위기를 밝게 만들고 싶다. 나처럼 어린 선수들이 열심히 ‘까불다’ 보면, 항상 즐거운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거 하나만큼은 자신 있다.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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