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철 WBC 대표팀 타격코치가 양상문 LG 트윈스 감독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이순철 WBC 대표팀 타격코치가 양상문 LG 트윈스 감독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엠스플뉴스=애리조나]

이순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타격 코치는 야구계의 ‘큰 어른’으로 통한다. 야구계 현안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내길 주저하지 않아서다. 강직한 신념과 굽히지 않는 소신은 꼿꼿한 소나무를 연상케 한다. ‘야구인 이순철’에 대해 야구계의 신뢰도가 높은 이유다.

이 코치는 평소 사회적 이슈나 문제에 대해서도 의사 표현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를 만류하는 이들들에게 이 코치는 “체육인들도 할 말은 해야 한다. 난 우리 다음 세대에게 지금의 분노와 여러 문제를 물려주고 싶지 않은 것뿐”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견지한다.

야구계 이슈도 마찬가지다. 이 코치는 다소 민감한 주제인 WBC와 아시아경기대회 대표팀 선발에도 ‘야구 발전’이라는 대승적인 주제로 필요성을 역설한다.

넥센 히어로즈 스프링캠프가 진행 중인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텍사스 레인저스 볼파크를 찾은 이 코치는 “이제 새로운 세대가 대표팀 경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가 있다.

이 코치는 “사실 지금 한국야구 부흥을 이끌었던 세대들은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 WBC 준우승, 2010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 우승의 주역들”이라며 “올림픽 우승 등으로 병역 혜택을 받았던 세대들이 지금껏 한국야구에 기여하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한국야구 위상을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국제대회 선전이 국내리그와 야구 전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한국야구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실적으로 WBC나 올림픽, 아시아경기대회 등의 국제대회 중요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 해당 대회들이 한국야구의 질적, 양적 성장을 이끈 게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최근 나오는 ‘WBC 무용론’ 등의 회의적인 시선에 이 코치는 분명한 유감의 뜻을 내비쳤다.

동시에 병역 의무 수행으로 2년 공백이 불가피하기에, 정당한 방법으로 리그 변수를 줄일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했다.

명예와 실리, 두 마리 토끼를 잡아라!

대표팀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사진=두산)
대표팀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사진=두산)

이순철 WBC 대표팀 코치의 작심 발언은 이어졌다. 이 코치는 “지금 리그에 훌륭한 젊은 선수가 많다. 넥센의 김하성이나 조상우, NC의 박민우, 삼성의 박해민 같은 병역 미필 선수들이 그들”이라며 “그 선수들이 2018 자카르타 아시아경기대회에 승선해서 멋진 활약을 펼치고, 떳떳하게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를 생각해 보라. 그런 선수들이 리그에서 10명만 나와도 KBO는 선수 공백의 우려를 덜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 코치는 야구인들이 말하길 꺼리는 ‘병역 혜택’ 이슈를 정면으로 언급하며 더욱 현실적인 주장을 이어나갔다.

물론 이 코치의 주장은 ‘야구선수는 병역을 회피해야 한다’는 뜻이 분명 아니었다. 평소 ‘정정당당’을 강조하는 야구인이 바로 이 코치다. 그보단 ‘국제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 큰 경험을 쌓고, 그걸 계기로 부단히 성장하라'는 게 그의 본뜻이었다.

이 코치는 “젊은 선수들이 대표팀에 가서 훌륭한 선-후배들을 만나고, 그 선수들과 하나가 돼 국외팀들을 상대하다 보면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한국야구 핵심 자산'이 될 것”이라고 목소릴 높였다.

당장 3월에 열리는 2017 WBC 선전도 중요하지만, 이 코치가 주목하는 대회는 따로 있었다. 이 코치는 “특히 2018 자카르타 아시아경기대회는 한국야구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대회서 좋은 성적을 올려 금메달을 딴다면 KBO리그 전체의 병역 선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코치의 생각이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대표팀의 세대교체와도 연결된 주제다. 이 코치는 “그래서 야구로 병역의무를 수행할 수 있는 2018 자카르타 아시아경기대회에 젊은 선수가 많이 출전해 활약해야 한다”며 “거기서 활약할 수 있는 선수들이 각 팀에서 몇 명만 튀어나와도 KBO리그엔 크고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야구단-상무야구단 입단 적극 추천

KBO 기술위원회(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KBO 기술위원회(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이순철 WBC 대표팀 코치는 경찰청 야구단이나 상무국군체육부대 야구단을 통한 병역의무 수행도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다.

이 코치는 “두산 베어스를 보면 군복무 선수 관리를 잘해서 세대교체가 잘 진행됐고, 그 힘을 바탕으로 지금 강팀이 됐다"며 “다른 팀 선수들도 사회복무요원 등으로 병역의무를 수행하기보단 상무나, 경찰 야구단 입단을 더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 코치의 확신은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기도 하다. 이 코치는 아들이자 두산 유망주인 내야수 이성곤의 눈부신 성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경찰청에 다녀오기 전엔 자기 고집이 강하고, 야구에 대한 생각이 그만큼 절실하지 않았다고 본다. 그런데 경찰청에서 전준우나 안치홍 같은 좋은 선수들과 함께 방도 쓰면서 많은 것을 느꼈는지 야구를 대하는 태도가 확 달라졌다." 아들 이성곤 변화에 대한 아버지 이 코치의 생각이다.

한층 더 야구를 대하는 태도가 진지해진 ‘아들’ 이성곤을 두고 ‘아버지’ 이 코치는 경찰청과 상무가 한국야구에 기여하는 중요성을 또 한 번 실감했다.

두산의 2014년 2차 3라운드 32순위로 지명된 이성곤은 2016시즌 퓨처스리그 북부리그 홈런(19개)-타점왕(94타점)에 오르며 눈부신 성장세를 보였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이성곤을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 명단에 합류시키는 등 가능성을 높이 사고 있다.

이 코치는 “군 야구팀에 가게 되면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되고, 자신만의 운동을 할 수 있는 시간도 많아진다. 그때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이후 선수 생활이 달라질 수 있다. 야구선수들은 가능하면 군 팀을 통해 병역 의무를 수행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고 조언했다.

이 코치는 WBC 대표팀 기술위원회와 코치직을 맡은 이후 2016년 9월 국외로 날아가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의 대표팀 합류를 설득했다. 같은 해 11월엔 일본으로 건너가 WBC 참가팀들의 친선경기를 지켜보며 전력분석에 발 벗고 나섰다.

또 한국으로 돌아와선 각종 야구계 현안을 직접 챙기고 있다. '한국야구의 부흥'은 야구인 이 코치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주제다.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스프링캠프 기간을 맞아 MBC SPORTS+와 엠스플뉴스는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미국 애리조나, 투산, 플로리다와 호주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 미야자키 등 캠프 전역을 현장 취재합니다. [엠스플 in 캠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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