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스플릿 계약을 맺은 황재균이 친정팀 롯데 자이언츠 훈련에 합류해, 훌리오 프랑코 코치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스플릿 계약을 맺은 황재균이 친정팀 롯데 자이언츠 훈련에 합류해, 훌리오 프랑코 코치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엠스플뉴스=애리조나]

“똑같아요.”

미국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던진 황재균이 친정팀 롯데 자이언츠 훈련에 합류했다. 롯데 유니폼을 벗고, 조금은 낯선 다른 ‘자이언츠’로 돌아왔지만 친정팀의 편안함과 익숙함은 똑같았다.

롯데 스프링캠프가 진행 중인 2월 7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포츠컴플렉스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지난 시즌까지 롯데 주전 3루수였던 황재균이다.

황재균은 지난 시즌 종료 후, 명문구단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인연이 닿았다. 황재균은 1월 24일 샌프란시스코와 스플릿 계약을 맺으며 미국 진출에 성공했다. 메이저리그 진출 시 옵션 포함 최대 310만 달러를 받는 조건의 계약이었다.

황재균은 처음엔 다소 어색한 듯 쭈뼛거리며 훈련장에 나왔다. 그런 황재균을 보며 선수들은 괜시리 놀리기 바빴다. 포수 강민호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선수가 왜 롯데 가방을 들고 왔냐. 아직 옷도 안 받았냐"며 타박을 줬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메이저리거’나 ‘미국인’등 다양한 호칭으로 황재균에게 장난스러운 야유를 보냈다. 옛 동료들의 짓궂은 반가움의 표현이었다.

황재균은 “오랜만에 만나니까 괜히 반가워서 더 그러는 것 같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흰 바지에 검은 후드티, 회색 티셔츠를 입고 훈련을 시작한 황재균은 점점 롯데에 녹아들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해프닝도 있었다. 바로 2016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뛰다가 올 시즌 친정으로 복귀한 ‘선배’ 이대호가 주도한 '통과 신고식'이 그것이었다.

이대호는 복귀와 동시에 ‘캡틴’이란 중책까지 맡았다. 이 때문에 ‘외인(外人) 신분’으로 캠프에 합류한 황재균에게 나름의 긴장감을 줬다. 이대호는 황재균에게 “캠프 합류를 캡틴에게 보고하고, 허락을 받아야 하지 않느냐”며 “정식으로 훈련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게 들어오라”고 농이 섞인 엄포를 놨다.

이대호는 롯데 캡틴 역할을 맡은 이후 훈련장에서만큼은 예의범절을 지키면서도 즐겁게 훈련하는 캠프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아직 샌프란시스코로부터 정식 유니폼을 받지 못해 약식 훈련복을 입은 황재균은 유독 튀어보일 수밖에 없었다.

황재균, 열흘쯤 뒤 메디컬 테스트 받고서 17일 샌프란시스코 캠프 합류

홀로 평상복을 입고 롯데 자이언츠의 훈련에 참여한 황재균(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홀로 평상복을 입고 롯데 자이언츠의 훈련에 참여한 황재균(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익숙한 후배에게 농담 섞은 인사, 동시에 "선수단 훈련 분위기에 잘 적응하라"는 ‘캡틴’의 당부를 들으며 황재균은 밝은 표정으로 훈련에 임했다.

이대호는 “오늘 구장에 왔더니 아침에 10번이 적힌 '롯데 가방'이 있는 거다. ‘어, 내 가방은 여기 있는데' 싶어서 한참을 어리둥절해 했다”고 크게 웃은 뒤 강민호에게 “지난해 (황재균이) 내 기를 다 가져갔다. 전(前) 10번 관리 잘해라”며 다시 한번 농담을 던졌다.

황재균은 2016시즌 10번을 달고 롯데서 뛰었다. 공교롭게 ’바톤터치‘라도 하듯 황재균이 미국으로 가고, 이대호가 롯데로 돌아오면서 10번이 원주인인 이대호에게 돌아갔다.

'딱' 1년 전. 이대호 역시 1월 중순 행선지가 정해지지 않았을 때 롯데 피오리아 캠프에 합류해 열흘 넘게 훈련했다. 그리고 시애틀 매리너스 스프링캠프에 참여해 경쟁을 이겨내고 개막 25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다. 그런 기억이 있는 만큼 황재균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래서 더 농담을 통해 자연스럽게 황재균이 팀 훈련에 동참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인지 몰랐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이제 소속은 바뀌었지만, 황재균은 우리 팀에 오래 있었던 선수다. 당연히 도와줄 일이 있으면 도와줘야 한다”며 “유니폼을 따로 챙겨주진 못하지만, 기념으로 모자 정도는 줄 수 있겠다. 큰 도움을 줄 건 없지만 간단한 편의는 언제든 제공할 예정”이라며 유쾌한 표정을 지었다. 황재균은 롯데가 훈련 합류를 허락해줬으나, 숙소와 식사 등은 따로 해결할 예정이다.

황재균은 수비 훈련에도 합류했다. 황재균은 날렵한 동작으로 수비 훈련을 무리없이 소화했다. 떠들썩한 훈련 분위기에 다시 적응해 밝은 표정으로 훈련을 완수한 황재균은 샌프란시스코 캠프 합류 이전까지 롯데 선수단과 함께 훈련할 예정이다.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스프링캠프 기간을 맞아 MBC SPORTS+와 엠스플뉴스는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미국 애리조나, 투산, 플로리다와 호주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 미야자키 등 캠프 전역을 현장 취재합니다. [엠스플 in 캠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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