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부터) 롯데 주장 이대호와 이순철 WBC 대표팀 타격코치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사진 왼쪽부터) 롯데 주장 이대호와 이순철 WBC 대표팀 타격코치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엠스플뉴스=애리조나]

롯데 주장 이대호 : "대표팀 사정이 그렇다면 조기 합류하겠다."

롯데 조원우 감독 : “아쉽지만, 대표팀 일이라면 양보하겠다.”

이순철 WBC 대표팀 코치 :“정말 고맙고 또 감사한 일이다.”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 대표팀에 조기 합류한다. 롯데 자이언츠와 이대호가 대표팀 요청을 '통' 크게 받아들인 결과다. WBC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롯데와 이대호의 결단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순철 WBC 대표팀 타격코치와 조원우 롯데 자이언츠 감독, 이대호가 2월 7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포츠컴플렉스에서 긴급회동했다.

이대호의 대표팀 조기 합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대표팀은 12일부터 일본 오키나와에서 23일까지 대표팀 전지훈련을 진행한다. 롯데와 대표팀에서 모두 핵심적인 임무를 수행할 이대호의 합류 시기를 두고 서로 머리를 맞댄 것이다.

이대호, WBC 대표팀 조기 합류로 선회

스프링캠프에서 훈련 중인 롯데 이대호(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스프링캠프에서 훈련 중인 롯데 이대호(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이대호의 롯데 입단이 결정됐을 때만 해도, '대표팀 추후 합류'에 무게가 쏠렸다. 먼저 5년간 일본과 미국에서 활약했던 이대호가 김인식 WBC 대표팀 감독에게 “오랜만의 친정팀 복귀니, 롯데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며 양해를 구했다.

당시 이대호는 “대표팀에서 양해해 주신다면, 롯데 스프링캠프가 진행될 애리조나에 합류해 팀 동료들과 함께 운동하고서 조금 늦게 오키나와 대표팀 캠프에 합류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김 감독은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

오랜만의 롯데 복귀에 '주장'이라는 중책까지 맡은 상황. 이대호에게도 여러모로 '친정' 적응 시간이 필요했다. WBC 대표팀의 일원인 NC 다이노스의 박석민도 주장을 맡고 있어 현재 애리조나 투산에서 소속팀 훈련에 참여한 상태다. 이처럼 대표팀 훈련 합류가 '강제'는 아니다.

대표팀은 선동열 대표팀 투수코치의 지도로 미국령 괌 캠프에서 투수진을 중심으로, 일부 야수들과 함께 사전 캠프를 꾸리고 있다. 여기에 참가하지 않은 나머지 선수는 소속팀 캠프에서 몸을 만들고 있다.

이대호는 대표팀 조기 합류가 결정되자, 이날 선수단 미팅에서 이대호는 “대표팀 사정으로 오키나와 캠프에 합류하게 됐다. 미안하다”며 선수단에 양해를 구한 뒤 “끝까지 집중해서 캠프 훈련을 잘 마무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대호는 큰 결단을 내리고 나니 가슴이 후련한 듯 보였다. 애리조나까지 방문해 러브콜을 보낸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마음을 이대호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현 WBC 대표팀은 여러 악재를 겪으면서 이대호에게 선수단의 구심점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이순철 대표팀 코치님과는 원래 가까운 사이다. 통화도 자주 하는 편이다. (대표팀 조기 합류와 관련해) 이야길 많이 했다.” 이대호의 말이다. 가까운 이 코치와 많은 이야길 나눴음에도 쉽게 '대표팀 조기 합류' 결정을 내리지 못한 건 롯데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었다. 롯데 1차 캠프도 마무리하지 못하고, 오키나와로 떠나는 이대호는 못내 아쉬운 기색이었다.

'통 큰' 조원우 롯데 감독 “대표팀 위해 양해 할 수 있다.”

조원우 롯데 자이언츠 감독(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조원우 롯데 자이언츠 감독(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조원우 롯데 감독도 '통 큰' 양해를 했다. 이미 손아섭이 대표팀 적응 차 괌 미니캠프에 머무는 상황. 이대호마저 빠진다면 팀 훈련 분위기가 어수선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조 감독은 통 크게 양보했다.

이순철 대표팀 코치라고 롯데 사정을 모를 리 없었다. 롯데 사정을 이해했기에 “조 감독과 이대호에게 뜻을 물어보고, 양해를 구하는 게 먼저”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견지했다.

조 감독은 “대표팀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우리RK 이해해야 할 것 같다”며 “지금 가면 (이)대호가 우리 캠프에서 1주일 정도 먼저 빠지게 된다. 주장 공백은 있겠지만, 그 정도는 괜찮을 것 같다”는 말로 이대호의 심적 부담을 덜어줬다.

물론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조 감독은 “대호가 주장을 맡으면서 아무래도 훈련 분위기에 묵직한 무게감이 실렸던 게 사실”이라며 “워낙 카리스마 있고, 잘 따른다”는 말로 롯데 캠프에서 이대호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설명했다.

이대호가 롯데 캠프를 잘 이끌었던 만큼 오키나와 2차 캠프로 이동하기 전까지 오래 남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던 조 감독이다.

선수들 입장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이대호의 친정 복귀를 진심으로 반겼기에 더욱 그렇다. 최준석은 “대호가 오면서 팀 분위기가 많이 잡혔다. 이렇게 가면 안 되는데, 아쉽다”며 진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꼭 붙어 다니며 솔선수범하는 태도로, 팀 훈련을 이끌던 이대호-최준석 ‘단짝 듀오’는 당분간 볼 수 없게 됐다.

이순철 대표팀 코치는 대승적 결단을 내려준 롯데와 이대호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 코치는 “팀의 주장이기에 이대호의 존재감이 상당했을텐데 롯데가 어려운 결정을 내려줬다. 대한민국 야구 대표를 위해 용단을 내려준 롯데와 조 감독 그리고 이대호에게 고마운 마음”이라고 했다.

롯데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합류 시점은 결정되지 않았다. 아마 2월 13, 14일쯤에 오키나와 대표팀 캠프로 넘어갈 것 같다"며 "정확한 날짜는 조 감독과 이대호가 협의에 추후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스프링캠프 기간을 맞아 MBC SPORTS+와 엠스플뉴스는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미국 애리조나, 투산, 플로리다와 호주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 미야자키 등 캠프 전역을 현장 취재합니다. [엠스플 in 캠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