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의 주장 류제국(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LG 트윈스의 주장 류제국(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엠스플뉴스=애리조나]

+ "차우찬을 잘 보필하는 게 내 임무"
+ 류제국의 자신감 "투수력에선 다른 팀에 밀리지 않는 LG라는 자부심이 있다"
+ 류제국 "상대가 누구라도 최강 우승팀은 꺾어야할 팀. 지금은 그게 두산일 뿐"
+ 주장 류제국 "한국시리즈 우승? 플레이오프 벽을 넘는 게 우선"
+ 류제국의 꿈 "오래 야구하는 것보다 건강하게 은퇴하고 싶다."

류제국은 2007 해외 특별지명을 통해 2013시즌 KBO리그에 데뷔했다. 그리고 류제국은 4년간 '딱' 100경기에 등판해 38승 29패 평균 자책 4.54의 성적을 올렸다.

공교로운 건 LG의 최근 전성기가 류제국의 합류와 맞물린다는 점이다. LG는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이후. 2012년까지 꼬박 10시즌 동안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하는 암흑기를 겪었다. 하지만, 류제국이 합류하자 LG는 2013년 3위, 2014년 4위, 2016년 4위 등 한 번의 실패(2015년 9위)를 제외하면 4년간 3번이나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류제국 개인적으로도 부침이 있었다. 평균자책도 3점대와 4점대 초중반, 5점대를 오락가락했다. 하지만, 매 시즌 20경기 이상 등판과 100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어느덧 LG 마운드의 중심으로 거듭났다. 특히 류제국은 2016시즌 후반기에만 13경기 등판에서 8승 3패 평균자책 3.36을 기록하며 LG의 가을야구를 이끄는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류제국이 최근 4시즌 기록한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는 10.43으로 KBO리그 전체 14위, 내국인 선수 가운데선 8위의 좋은 기록이다. 그만큼 류제국이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투수로 활약했다는 뜻이다.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한 리더쉽도 최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양상문 LG 트윈스 감독은 “젊은 선수들로 팀이 거듭나는 과정에서 주장 류제국이 많은 역할을 해줬다”고 호평했다. 선수단 역시 마찬가지다. 베테랑 불펜투수 이동현은 “LG가 새롭게 하나로 뭉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국 선수단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류)제국이가 나서서 열심히 해줬다”며 캡틴에 대해 고마움을 나타냈다.

이런 공을 인정받아 류제국은 올 시즌도 주장을 맡는다. 각 팀의 주장이 속속 교체된 가운데서도 이견 없는 연임이다.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케멀백렌치에서 진행 중인 LG의 스프링캠프서 ‘엠스플뉴스’가 ‘캡틴’ 류제국을 만났다.

FA보단 당장 현재를 그리는 류제국

신정락과 캐치볼을 하는 류제국(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신정락과 캐치볼을 하는 류제국(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훈련 페이스가 다소 늦다. 양상문 감독과 강상수 투수코치가 베테랑들을 상당히 배려해주는 느낌이다.

그러니까요(웃음). 강 코치님이 캠프 와서 선참들이라고 이렇게 배려를 해주시는 게 처음인 것 같다. (이)동현이 형, (봉)중근이 형이라 모여서 ‘뭔가 불안하다’고 이야기한다(웃음). ‘파파고 구장으로 가면 뭔가 불행한 일이 생길 것 같다’고 했더니, 형들이 ‘야, 즐길 수 있을 때 그냥 즐겨’하더라(웃음). 그래도 솔직히 조금 불안하긴 하다.

어떤 불안인가.

운동을 너무 안 시키니까, ‘이대로 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좀 불안하다. 하지만, 캠프 시작한지 이제 며칠 안 됐고, 캠프는 한참 남아있다. 초반에 배려해주니까 감사한 마음이 훨씬 크다.

특별히 몸이 안좋은 건 아닌가.

그냥, 처음 캠프 시작했으니까 관리해주는 측면이다. 이런 말을 내 입으로 하고 싶진 않지만, 어떻게 보면 ‘노장’이니까. 이제 선참이니까 관리를 해주시는 것이라 생각한다.

1월에 이미 캠프에 합류했다. 어떤 준비를 했나?

천천히 몸을 만들었다. 아무래도 한국 들어와서 2016시즌에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그 피로가 회복되는데 시간이 걸리더라.

그게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다(웃음).

(씁쓸한 미소를 내보이며) 그렇다. 캠프 와서 그렇게 일찍 자는 편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무조건 일찍 잔다. 그렇게 안자면 몸이 안 따라준다. 또 ‘일찍 잠을 자야, 근육 재생이 잘 된다’는 말이 많지 않나. 예전에는 무시했던 말인데 ‘혹시나’하는 마음에 지금은 잘 따라하고 있다(웃음).

스스로 '노장'이라는 생각을 하진 않나.

'노장'이라고 생각하고 싶진 않다. 나보다 나이 많은 분들도 오래 야구하고 있다. ‘나도 오래 (야구)하고 싶다’는 욕심은 많지 않은데 ‘건강하게 은퇴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한다. 건강하게, 오래 길게 하면 제일 좋을 것 같긴 하다.

자유계약선수(FA)는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진다.

그렇다. 2021시즌 마치고 FA니까(웃음). 솔직히 그렇게 큰 기대는 안하고 있다. 내 나이가 그때 되면 서른 아홉이다. 그때까지 버티고, 그때까지만 야구해도 내가 생각했던 목표치보다 훨씬 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몸 상태라면 마흔 넘어서도 마운드에서 힘차게 던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실은 아내와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예전엔 은퇴 예상 시기를 2021년보단 더 이른 시점으로 잡았다. 나와 아내의 생각이 비슷했다. 그래선지 은퇴 이후 '내 인생의 2막'을 어떻게 살지에 대한 고민을 종종 한다. 은퇴하고 어떤 것을 할지 미리 준비해 보고 있다.

류제국의 진심 “차우찬을 잘 보좌하겠다.”

류제국은 차우찬을 잘 보좌하겠다고 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류제국은 차우찬을 잘 보좌하겠다고 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차우찬이 합류하면서 선발 로테이션이 강해졌다. 선발 일원으로서 책임감과 부담감도 커졌을 듯싶다.

책임감이 커졌지만, 불안감도 함께 커졌다. 지난해 잘했지만, 그게 내 자리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차우찬이 와서 팀에 굉장히 좋은 효과가 생겼다. 내게도 더 잘해야 한다는 각인과 자극을 줬다.

류제국을 가리켜 'LG 내국인 에이스'나 '우완 에이스'라는 표현을 쓴다.

(손사래를 치며) 아니다. 나는 그저 (차)우찬이를 잘 보필할 생각이다(웃음). 데이비드 허프, 헨리 소사, (차)우찬이 3명만 잘한다면 그 영향을 받아 나도 더 열심히 던지지 않을까 싶다.

LG 선발진을 가리켜 ‘어메이징4’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팬들의 기대치도 엄청 커졌다. 마운드의 리더이자 주장으로서 기분이 어떤가.

우리 팀 투수력은 2013년 가을야구부터 지금까지 항상 상위권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선수들 사이에선 ‘투수력에선 다른 팀에 밀리지 않는 LG’라는 자부심이 있다. 그런 자부심이 강하다.

(+LG는 2016시즌 전반기 마운드 연쇄 부상의 영향으로 팀 평균자책이 6위에 머문 것을 제외하면 앞선 3년간은 꾸준히 좋은 팀 평균자책을 기록했다. 2013년 1위, 2014년 3위, 2015년 2위 등이 그 증거다.)

두산과 라이벌이라는 인식이 있나.

두산 자체가 팀 라이벌이다. 물론 두산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팀 선수들은 항상 두산을 이기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강하다. 올 시즌엔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본다.

구단 시무식에서 두산과의 한국시리즈를 언급한 것이 꼭 의도한 겨냥은 아니었다고 본다. 그 발언으로 LG 선수들이 도전의식을 갖기 바랐던 것 같은데.

상대가 누구라도 우승팀은 꺾어야 할 상대다. 꼭 두산이라서가 아니다. 다만, 욕을 하도 많이 먹어서 우리 다른 선수들은 욕먹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다(웃음). 그런데, 선수들 인터뷰를 보면서 기분이 좋은 건 있다.

어떤 것인가.

‘나만 그렇게(두산을 라이벌로) 생각한 것이 아니고, 우리 선수들도 똑같이 생각했구나’하는 거였다. 선수들끼린 사실 그런 말을 많이 했다. ‘지난해 한국 시리즈는 우리가 올라갔으면 더 재밌었을 것’이란 얘기들이다. 사실 우리끼리 안에서 하는 말들이었는데 기사로 나가서 욕을 많이 먹게 됐다. 그때도 분명히 한 말이 있다.

?

시무식 때 인터뷰에서 "지난해 두산하고 싸워서 승률 5할 비슷하게 한 팀은 우리 LG밖에 없는 것 같다’는 얘기였다.

롯데 자이언츠만 유일하게 승률 5할이었다. (LG와 NC 다이노스가 두산과 7승 9패로 두산 상대전적 승률 공동 2위)

아! 그런가? 그래서 우리가 올라가면 더 재밌지 않았을까 싶다. 두산은 '잠실 라이벌'이기도 하고. 그런 의미에서 했던 말이었다. 더 흥미 있는 시리즈가 될 수 있었다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었는데 ‘우리였으면 두산을 이겼을 것’이라는 의미로만 왜곡된 것 같다. 그저 그런 예상만으로도 팬들도, 선수도 재밌고 기대되는 시리즈가 아니었을까 하는 의미였다.

"'슬로우 스타터', 가장 듣기 싫은 말이다."

힘찬 스타트를 끊은 LG 투수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힘찬 스타트를 끊은 LG 투수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LG 주장이기에 올 시즌 팀 목표치나 계획도 높게 잡고 있을 듯싶다.

'주장'이라 목표를 얘기할 수밖에 없는 위치다. 항상 선수들에게 "4강 들어가고 나서 생각하자"고 한다. 솔직히 그 전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야기하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우선 중요한 게 있다.

뭔가.

몇 년 째 플레이오프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일단 가을야구에 진출하고, 또 플레이오프를 넘어서고 그때 한국시리즈를 이야기하자고 한다. 선수들에게 그런 점을 많이 얘기한다. 선수들이 "한국시리즈 우승하자"고 이야기하면 "일단 가을야구부터 생각하라"고 말이다.

최근 많은 LG 선수가 자신감 넘치는 인터뷰를 한다.

누구나 팀에 대한 자부심이 있지 않나. 그 자부심이 더 높은 곳으로 이끄는 법이다. 우리 LG 선수들이 자신감 넘치는 인터뷰를 하는 이유는 하나다. '자부심을 갖고 최고가 되자'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다.

20대엔 속구 구위가 좋았다는 평을, 30대엔 경기를 잘 풀어간다는 얘길 듣고 있다.

아무래도 야구하다 보면 타자를 상대하는 노하우가 생긴다. 답은 없는데, 마운드 위에서 뭔가 나만의 생각이 생긴다. 어린 투수들과 생각하는 게 조금 다르긴 하다.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하다.

어린 투수들과 얘기해보면 기운이 좋으니까 공 스피드에 신경을 많이 쓴다. 그러나 나, (봉)중근이 형, (이)동현이 형 같은 베테랑은 속구 구속 욕심보단 원하는 코스로 공을 던져서, 범타와 삼진을 잡는데 더 관심이 많다.

2016시즌 전반기와 후반기 차이가 컸다.

항상 듣는 말이 ‘슬로우 스타터’라는 얘기다. 더는 그 말을 듣고 싶지 않아서 노력하고 있다. 몸이 얼마나 따라 줄지 모르겠다(웃음).

그래서 더 일찍 캠프 준비를 한 것 아닌가.

그렇다. 지금처럼 2016시즌에도 준비를 잘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올 시즌 꼭 이루고 싶은 가치가 있다면 그게 뭘지 궁금하다.

아프지 않으면서 야구하고 싶다. 2016시즌 후반기에 어깨가 좋지 않았다. 지금도 100% 좋진 않다.올 시즌 목표라면 건강하게 시즌을 시작해서 끝까지 잘 마치고 싶다는 것이다. 무탈하게 시즌을 잘 마무리 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다(웃음).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스프링캠프 기간을 맞아 MBC SPORTS+와 엠스플뉴스는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미국 애리조나, 투산, 플로리다와 호주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 미야자키 등 캠프 전역을 현장 취재합니다. [엠스플 in 캠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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