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전준우(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전준우(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엠스플뉴스=애리조나]

+ 전준우의 계획 "출루하면 언제든 뛸 준비한다."

+ 전준우의 진심 "'할 수 있을 것 같은 선수'가 아니라 '해내는 선수'가 돼야 한다."

+ "대호 형이 오기 전까지 선수들 사이에서 '할 수 있을까'란 의문 팽배. 대호 형 오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해졌다."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전준우는 ‘월드 스타’라는 달갑지 않을 별명이 달린 사내다. 하지만, '월드 스타'라는 별명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겸손한 이다.

‘다재다능하다'는 이미지도 자신은 원치 않는다. 그보단 확신을 줄 수 있는 ‘분명한 것’을 원한다. 실체 없는 ‘화려함’보단 ‘내실 있는 결과를 원하는 선수'란 뜻이다.

짧은 말 속엔 담백한 진심, 그리고 책임감이 늘 묻어있었다. 롯데 추락이 내 일처럼 아픈 이유도 전준우가 ‘원래 그런 선수’이기 때문일지 모른다.

전준우는 ‘엠스플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리더나 스타라는 말은 내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건 정말 진심이었다.

전준우는 롯데 팬들에게 애증의 선수였다. 그러나 2015년 경찰청에 입대하면서 눈에서 멀어지자 더 귀한 선수가 됐다. 새삼 적재적소였던 전준우가 간절해진 것이다.

그렇게 2년을 벼르고 별렀다. 전준우는 경찰청에서 “‘보통선수’가 될 수는 없다”는 위기감으로 자신을 부단히 단련했다.

제대 후, 롯데로 복귀한 전준우는 그러나 많은 이가 꿈꿨던 그 전준우는 아니었다. 전준우는 경찰청야구단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2016시즌 25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3/2홈런/10타점/16득점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복귀 직후 롯데가 8위로 떨어지는 현실을 쓸쓸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당장에라도 뛰쳐나가 팀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는 욕망을 2년간 참고, 서둘러 복귀했지만, 아직은 팀도, 그도 완전치 않았다.

이제 완전한 복귀 시즌을 준비하는 전준우를 미국 애리조나 롯데 스프링캠프지에서 ‘엠스플뉴스’가 만났다.

2016년 전준우에 실망한 팬들에게, 2017년 전준우가 보내는 메시지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훈련하고 있는 전준우(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훈련하고 있는 전준우(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강도 높은 훈련이 힘들진 않나.

2016년 시즌 도중 팀에 합류했다. 그래서 지금처럼 훈련하는 시간이 그리 낯설지 않는다(웃음).

애리조나 캠프는 2014시즌 초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

그땐 캔자스시티 로열스 훈련장에서 캠프를 보냈다. 여기 시애틀 매리너스 훈련장은 처음이다. 한국은 무척 추운데 여긴 따뜻해서 훈련하기가 정말 좋다.

마무리캠프에 베테랑 선수들이 대거 참여했다. 제대도 했고, 굳이 가지 않아도 됐다. 그런데 참가했다. 이유가 있었나.

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은 아니었다(웃음). 경찰야구단에서 롯데로 복귀했을 때, 실력이 부족함을 느꼈고, 연습량에도 변화를 주고 싶었다. 그래 참가했는데 잘 다녀온 것 같다. 체계적으로 운동하면서 몸을 잘 만들 수 있었다.

군인의 꿈은 '전역 후 긴 휴식'이다. 가족과 함께할 시간을 꿈꿨을 텐데.

가족에겐 그래서 항상 미안하다. 야구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족과 많은 시간을 함께할 수 없어 늘 마음 한켠에 미안함이 자리 잡고 있다. 아내가 운동선수의 숙명을 잘 이해해 준다. 그래서 더 아내가 고마울 뿐이다.

올 시즌 적응엔 지난해 짧았던 1군 경험이 무척 좋은 약이 될 듯싶다.

내 입장에선 ‘미리 겪어보고 시작하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이었다. 몸은 힘들었지만, 잘 합류했다는 생각이 들고, 팀에 다시 적응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2016시즌 짧게 보여준 1군에서의 활약은 모두가 기대한 ‘그 전준우'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그렇다. 팀에 돌아와서 첫 타석부터 좋은 타구(홈런)가 나와 나름 기대가 컸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고, 욕심이 많아졌다. 그때부터 부진했는데...이젠 새롭게 시작하니까 원래 하던 루틴대로 차분하게 새 시즌을 준비할 생각이다.

전준우 “출루하면 언제든 뛸 준비부터 한다.”

돌아온 이대호와 전준우가 함께 할 2017시즌(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돌아온 이대호와 전준우가 함께 할 2017시즌(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이대호가 오면서 롯데 전력에 무게감이 생겼다.

‘이대호’라는 이름만으로 존재감이 있다. 든든하다. 팀에 기둥이 딱 세워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의지할 만한 사람이 왔다'는 기대가 크다. (강)민호나 내가 야수조 선참 역할을 해야 할 상황이었는데, (이)대호 형이 오면서 뒤를 잘 받치기만 하면 될 거 같다. 우리 모두 힘을 모으면 훌륭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거다.

2017시즌 롯데 타선에 대한 기대가 크다. 어떤 타순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하나.

아직 ‘시즌 베스트 타순’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나 역시 예상만 할 뿐이다. 중심타순에 좋은 타자가 워낙 많다. 앞쪽 타순에 들어간다면 ‘출루’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 만약 하위타순으로 내려간다면 중심타자들이 만든 득점권 상황에서 타점을 올리도록 집중할 생각이다.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하겠다는 뜻인데.

어떤 타순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질 듯싶다.

많은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타자다.

출루하면 언제든 뛸 준비를 할 거다. 또 타석에선 홈런보단 정확한 타격에 신경 쓸 거다. 따로 홈런을 노리는 스윙은 하지 않을 거다. 정확한 타격을 해야 홈런이 나온다고 보기 때문에 가장 우선적으론 타격 정확성에 집중할 생각이다. 좋은 타구가 나오면 결과도 좋게 이어질 것으로 본다.

전준우를 떠올리면 ‘호타준족’이란 이미지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하지만, '성적 편차가 있다'는 지적도 있는 게 사실이다.

선수라면 누구나 제일 좋았을 때의 성적을 뛰어넘고 싶단 욕심이 있다. 올 시즌 가능하다면 내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고 싶다. 안주하면 뒤쳐진다. 그래서 늘 고민하고, '한 단계 발전하고 싶다'는 내 생각을 현실로 만들고자 부단히 노력할 생각이다.

제대 후 첫 풀타임 시즌이다. 자신의 희망처럼 올 시즌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까.

더 욕심을 내면 야구가 안 될 수 있다. 몸 관리부터 잘해 풀타임으로 한 시즌을 치르는 게 중요하다. 그러다 경기를 계속 나가게 되면 결과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으로 생각한다.

"올 시즌 '할 수 있을까'란 의문이, 대호 형이 오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바뀌었다."

대화 내내 ‘부상 없는 시즌’을 강조하고 있다.

해마다 아픈 상태에서 야구했다. 돌이켜보면 부상에 발목이 잡혀 내 야구를 하지 못한 때가 많았다. 아프지 않고 시즌을 치른다면, 자신 있다.

풀타임 시즌을 치르는 것이야말로 올 시즌 가장 큰 도전이겠다.

정확한 표현이다. 그것이 내 가장 큰 첫 번째 목표다.

‘사직 노래방을 텅 비게 한 건 우리 잘못’이라는 말을 한 바 있다.

선수들이 야구장에서 좋은 결과를 내야 관중이 찾아오는 법이다. 팬들께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여드렸다면 그건 우리 선수들 책임이다. 팬들께 ‘좋은 경기력으로 이기는 야구를 보여드리는 것'이 선수의 임무라고 생각하면서 야구장에 출근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게 할 것이다.

마무리캠프부터 스프링캠프까지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훈련하나.

수정한 타격폼을 계속 떠올리면서 훈련하고 있다. 많은 훈련량을 소화하기보단 머릿속에서 늘 이미지 스윙을 하면서 단계별로 조금씩 타격감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많은 롯데 팬이 기억하는 ‘손아섭, 전준우’로 구성됐던 외야 라인에 '김문호'라는 새로운 멤버가 가세했다. 내국인 선수로만 구성된 롯데 외야의 힘은 상당하다.

늘 함께 해왔던 선수들이라, 호흡은 따로 맞추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서로 쳐다만 봐도 어디로 움직여야 할지를 선수들이 잘 알기 때문에 걱정은 안 된다.

예전만큼 다시 멋진 외야 수비를 기대해도 되나.

(활짝 웃으며) 옛날엔 정말 열심히 뛰었다. 그렇게 다시 하려면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게 먼저다. 그래야 ‘허슬 플레이’도 나올 수 있다. 몸만 괜찮다면 예전처럼 잘 뛰어다니고, 잘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복귀 후, 첫 풀타임 시즌을 앞둔 선수에게 다소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시선이 쏠리는 게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잠시 말을 멈추고서) 음, 그런 부담감은 내가 이겨내야 할 부분이다. 동시에 팬들로부터 '기대받는 선수'라고 지목된다는 건 영광으로 느껴야할 부분이기도 하다.

전준우하면 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드는 선수다.

이젠 ‘할 수 있을 것 같다’가 아니라 ‘해내야 하는 선수'가 돼야 한다(웃음). 이젠 그런 기대보단 팬들께 확신을 심어 드리고 싶다. 롯데 타선과 외야에서 한 축을 맡을 주축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

최근 그 어느 때보다 롯데 팬들의 기대감이 크다.

사실 (이)대호 형이 오기 전까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팀의 기둥인 대호 형이 왔기 때문에 우리 선수 모두 ‘할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해졌다. 팀의 어린 선수들이나 우리 선참들이 모두 하나가 돼 좋은 시즌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뛰겠다. 팬 여러분을 위해 그라운드 위에서 죽을 힘을 다해 뛰겠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스프링캠프 기간을 맞아 MBC SPORTS+와 엠스플뉴스는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미국 애리조나, 투산, 플로리다와 호주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 미야자키 등 캠프 전역을 현장 취재합니다. [엠스플 in 캠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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