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 LG 트윈스 감독은 강팀의 조건으로 믿음과 열정을 꼽았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양상문 LG 트윈스 감독은 강팀의 조건으로 믿음과 열정을 꼽았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엠스플뉴스=애리조나]

“기다림과 믿음, 그리고 열정이 필요하다.”

2016시즌 LG 트윈스는 젊어지고 강해졌다. 시즌 전, 예년보다 팀 전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순위는 2015시즌 9위에서 2016시즌 4위로 수직 상승했다.

LG 구성원들은 “단순히 나이가 어려진 것에만 주목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LG 선전을 ‘젊고좋은 선수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라고만 단순화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지난해 LG 선전의 배경은 뭘까.

팀의 리빌딩과 반등을 이끈 양상문 LG 감독은 '무형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 장기적으로 강한 팀을 만들려면 ‘믿음’ 속에서 큰 그림의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는 것이 양 감독의 생각이다. 또한, 단순히 나이만 ‘젊은 팀’이 아닌 ‘문화와 동력이 젊은 팀’, ‘열정이 넘치는 팀’으로 거듭나야 강팀이 될 수 있다는 게 양감독의 지론이다.

“하루를 기다려야 할 땐 하루 더”

많은 대화는 기본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많은 대화는 기본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 젊은 타자 성장 기대

2016시즌 LG의 화려한 역할은 투수들이 맡았지만, 타자들 역시 꾸준했다. 매월 팀 타율 3할을 넘으며 슬럼프 없이 일정한 타격을 선보였다. 여러 선수가 번갈아가면서 좋은 활약을 펼쳤고, 이는 LG 팀 타격의 꾸준함으로 이어졌다.

시즌이 흐를수록 KBO리그에서 부상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LG는 후반기 탄력을 받았다. 전반기 많은 기회를 부여받은 젊은 선수들이 자기 자릴 잡은 영향이 컸다. 거기엔 ‘믿음의 기용’이 한몫 했다.

양상문 LG 감독은 “지난해 투수들이 잘해줬지만, 타자들 역시 잘했다. 기록도 좋았다. 올 시즌에도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한 해씩 뛰다 보면 경험이 생겨 더 좋은 활약이 가능하다. 그렇게 자릴 잡은 선수들이 2017시즌에 더 잘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젊은 선수들 모두 성실하다.” 양 감독은 2016시즌 눈에 띄게 성장한 젊은 선수들이 2017시즌에도 좋은 활약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본다.

# 강상수 LG 트윈스 투수코치

“내가 양 감독님에게 가장 놀란 건 ‘어떻게 저렇게 참을 수 있을까’다. 양 감독님은 늘 ‘하루 더’를 말씀하신다. 시즌 중 내가 어떤 투수는 ‘오늘 아니 어쩌면 내일까지도 힘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하고 말씀드리면 양 감독님은 항상 ‘내일까지 푹 쉬게 하세요’라고 답한다.” 강상수 LG 코치의 말이다.

“내가 감독이라면 당장 마음이 급해 ‘하루면 되지 않을까요’라고 말할 것 같다. 하지만, 안 그러신다. 그런 면에서 참 대단한 분이다. 지난해 우리 선수들이 후반기 탄력을 받아 치고 나간 것도 감독님의 철저한 관리와 기다림이 가장 큰 동력이 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강 코치는 '기다림과 인내'를 양 감독의 최대 장점으로 꼽았다.

# 급할 땐 오히려 하루 더-.

양 감독은 강 코치의 평에 이런 대답을 들려줬다.

“코치들 말처럼 급한 상황일 수 있다. 하지만, 나름의 경험에 비춰 보면 하루를 아끼려다 장기적으로 그 공백이 더 오래 갈 수도 있다.”

투수 혹사는 철저하게 피하는 양 감독이다. 양 감독은 “코치들이 말하는 ‘하루면 된다’는 말은 ‘휴식일 하루에서 추가로 1일을 더 쉬었으면 한다’는 뜻이 내포된 것이다. 예전엔 나도 급하게 선수를 불러 쓰는 야구를 했다”며 “그러나 그렇게 하면 당연히 후유증이 찾아온다. 그래서 코치들이 '하루면 된다'고 얘기하면 무조건 시간을 늘려 '이틀이 되더라도 푹 쉬고 오라'고 답한다”고 말했다.

뚝심과 믿음, 양상문 감독의 리더쉽

뚝심과 믿음은 2016 시즌 양상문 감독의 리더쉽을 설명하는 키워드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뚝심과 믿음은 2016 시즌 양상문 감독의 리더쉽을 설명하는 키워드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 뚝심과 믿음

양 감독은 휴식을 취한 선수들이 회복하면 더 좋은 활약을 할 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남은 선수들이 주요 선수의 공백을 충분히 메울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시즌 전체 운용 전체가 '뚝심과 믿음'으로 진행된다는 뜻이다.

“다른 스포츠는 모르겠다. 야구 또한 무엇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야구는 긴 호흡에서 볼 때 선수 1명을 만들고, 한발 나아가 팀을 만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이건 동서고금을 막론한 자연의 원리와 같다. 난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했을 뿐이다.” 양 감독만의 확고부동한 철학이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내내 이어진 양 감독의 뚝심은 늘 화제였다. 부진했던 선수를 꾸준히 기용하면 그 선수는 반드시 선전으로 양 감독의 믿음에 화답했다. 양 감독은 “될 선수는 결국엔 언젠가 해준다. 당장 그 선수가 부진하다고 바꾸면 결국엔 그 선수가 '큰 선수'가 되기까지 점점 시간만 더 길어질 뿐"이라고 말했다.

# 리빌딩

LG는 2016시즌 초 등록 선수 기준으로 선수단 평균 나이가 28세였다. 2017시즌엔 27.5세로 낮아졌다. 이젠 kt 위즈와 함께 선수단 평균 나이 최연소 공동 4위다. LG가 젊은 팀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LG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LG 리빌딩에 대해 밖에선 '선수단이 젊고 어려졌다'는 것에만 주목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우리 팀 분위기가 젊어지고, 열정이 생겼다는 것이다. 선수단 스스로 느끼는 가장 큰 변화가 바로 이것이다. 젊은 선수들이 치고 나올 수 있던 동력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LG 성장에 큰 역할을 담당한 한 베테랑 코치는 자신의 이름이 알려지는 걸 극구 사양했다. 모든 공을 양 감독과 다른 코치들, 그리고 선수들에게 돌렸다. 이 코치는 ‘LG가 열정을 되찾은 것’을 도약의 가장 큰 배경으로 꼽았다.

# 희생의 문화

양 감독은 “예전부터 우리 LG 야구를 나쁘게 표현했던 것 가운데 하나가 ‘LG는 구심점이 없고, 잘 할땐 잘하고 못할 땐 못한다. 너무 분위기를 탄다’는 이야기였다”며 말문을 열었다.

“사실은 맞다. 그건 부인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말은 늘 ‘팀을 위한다’고 했지만, 실제론 팀 성적과 상관없이 개인 성적만 잘 나오면 별 탈 없이 지내는 문화가 과거 LG에 분명히 존재했다.” 양 감독의 통렬한 반성이다.

최근 2년 사이 ‘인위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강도 높은 선수단 물갈이와 개혁을 단행한 건 ‘팀 문화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양 감독은 “프로야구는 개인만 생각하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 메이저리그를 예로 봐도 한 선수가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개인 성적이 돼도 우승반지가 없으면 그만큼의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며 “‘팀이 잘되는 게 우선’이라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 문화는 사람이 바뀐다고 되는 게 아니다. 선수단 개개인의 정신이 먼저 바뀌어야 할 문제"고 강조했다.

그래서 양 감독이 지금도 선수단에 가장 강조하는 게 바로 “팀이 이기기 위해선 자신이 희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LG 야구를 바꾼 가장 큰 동력은 열정이다.

양상문 LG 트윈스 감독은 열정과 투지를 강조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양상문 LG 트윈스 감독은 열정과 투지를 강조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 투지

“선수 선발 원칙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그걸 통해 구장에서 투지 있는 선수가 되길 요구했고, 투지 있는 야구를 하길 원했다. 그리고 그렇게 야구한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려 했다.”

양 감독은 2016시즌 선수 기용의 ‘제1 원칙’으로 투지를 꼽았다.

"팀 분위기가 열정적이고 투지가 있다면 나이가 어리거나 많거나 상관없이 모두 그 분위기를 따라간다. 그 점에선 젊은 선수들뿐만 아니라 선참들에게도 고마운 점이 많다. 어쩌면 그런 변화들이 우리 LG에겐 가장 긍정적인, 그동안 보여준 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는 새로운 장면이 아닐까 싶다.” 양 감독의 자부심이다.

양 감독 말대로 새로운 변화에 대해 LG 구성원들이 자부심과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LG 리빌딩'이 이뤄낸 가장 큰 가치일지 모른다.

양 감독은 “지금의 문화가 변하지 않고 계속 이어져야만, 우리 LG가 강팀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며 "그런 점에선 지금의 팀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LG는 ‘부잣집 도련님’을 벗어났다. 이제 중요한 건, 새롭게 구축한 LG 문화와 분위기가 일시적이지 않음을 올 시즌 탄탄한 팀 워크와 성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LG가 강팀이 될 수 있을지는 양 감독의 말 속에 그 해법이 숨어있다.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스프링캠프 기간을 맞아 MBC SPORTS+와 엠스플뉴스는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미국 애리조나, 투산, 플로리다와 호주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 미야자키 등 캠프 전역을 현장 취재합니다. [엠스플 in 캠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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