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강한 남자 한화 이글스 송광민(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소리 없이 강한 남자 한화 이글스 송광민(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엠스플뉴스=오키나와]

지난 시즌 한화 이글스 핫 코너를 책임진 송광민. 국가대표급 타자들이 즐비한 한화 타선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활약이었다. 분명 화려하진 않았다. 소리 없이 피는 꽃처럼 묵묵히 제 자리를 지켰다. 빨리 달리고, 멀리 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안정감을 팀에 안겼다.

KBO리그 전체를 놓고 보면 송광민의 활약은 더욱 도드라진다. 송광민은 지난 시즌 KBO리그 전체 3루수 가운데 타율 2위(0.325)를 차지했다. 다른 공격 지표에서도 대부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리그를 대표하는 3루수 최정, 황재균, 박석민 등에 못지않은 활약이었다.

송광민은 세상에 조금 늦게 알려진 늦깎이 스타다. 2014 시즌 데뷔 첫 3할 타율(0.316)을 넘어서며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2016시즌엔 맹타를 휘두르며 팀 내 3번 타자 자리를 꿰찼다. 2006년 프로 데뷔 이후 무려 11년 만의 일이었다.

남보다 조금 늦게 출발했고, 성공도 빠르지 않았다. 그러나 오랜 기다림은 송광민에게 약이 됐다. 덕분에 ‘기다림’과 ‘참음’란 무기를 손에 쥐었다. 급하게 서두른다고 도착까지 빠른 것은 아니다란 이치를 잘 알기 때문이다.

한화 전지훈련 인스트렉터로 참가한 다나베 노리오 전 세이부 라이온즈 감독은 송광민에게 큰 관심을 나타냈다. 송광민의 배팅 훈련을 유심히 살피던 다나베 감독은 고갤 끄덕이며 “송광민은 모든 선수가 배워야 할 타자”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말 연습을 많이 한다. 일본에도 저런 노력파는 쉽기 찾기 힘들 정도”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번 전지훈련은 송광민에겐 조금 특별하다. 2년 만에 다시 참가한 전지훈련이다. 송광민은 캠프 기간 후배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 모든 훈련에 스스로 앞장서며, 굳은 일도 마다치 않는다. 주장 이용규를 도와 선 ·후배 사이를 잇는 가교가 되겠단 뜻을 밝혔다. 팀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은 올시즌 송광민을 이끌 힘이다.

송광민 “팀을 위한 선수로 거듭날 것."

오랜만에 참가한 ‘전지훈련’이다.

2년 만에 참가했다. 이번 캠프엔 어린 선수들이 부쩍 늘었다. 이젠 나도 어린 선수 축엔 끼지 못한다(웃음). 후배들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책임감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훈련 할 때 ‘화이팅’이라도 한 번 더 외치게 된다.

시즌 때보다 표정이 밝다. 좋은 몸 상태를 증명하는 것 아닌가 싶다.

몸 상태는 아주 좋다. 컨디션도 나쁘지 않다. 아직 캠프 초반이라 좋아 보일 수도 있다(웃음).

지난 시즌 송광민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점정(頂點)’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야구 인생을 뒤바꿔 놓을 만한 최고의 활약이었다. 또한, 리그를 대표하는 3루수로 거듭났다. 지난 시즌을 되돌아 보면 감회가 새로울 듯 하다.

개인적으론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었던 시즌이다. 팀 사정도 그리 좋지 않았다. 팀에 도움이 되려 노력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 시즌엔 캠프에 참가하지 못했다. 여러모로 팀에 미안한 마음이 컸다. 성적이 나쁘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한다.

황재균(0.335)에 이어 KBO리그 전체 3루수 타율 2위(0.325)에 올랐다. 이쯤 되면 리그를 대표하는 3루수라고 봐야 한다.

그랬나(웃음). 딱히 성적을 의식한 적은 없다. 3루 포지션엔 쟁쟁한 타자들이 즐비하다. 그저 부상 없이 열심히 하다 보면 성적은 따라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 시즌엔 팔꿈치 수술로 고생이 많았다. 비시즌 기간 따뜻한 곳에서 재활 훈련을 잘해 몸 상태가 최상이다. 올핸 안정적인 수비로 우리 팀 투수들 힘나게 돕고 싶다.

팬들 반응도 예전보다 훨씬 뜨겁다.

(손사래 치며) 아직 많이 부족하다. 내 삶은 전혀 달라진 게 없다. 난 야구 선수다. 여전히 그라운드에 있고, 배트를 휘두를 뿐이다.


아까 타격 훈련을 지켜봤다. 스윙 폭이 지난 시즌보다 많이 줄었다.

올 시즌엔 정확성에 초점을 맞췄다. 스윙 폭이나 궤도를 짧게 가져가는 방식이다. 지난 시즌 몸 쪽에 약점이 있었다. 그걸 보완 하는 방법으로 스윙 폭을 줄이기로 했다.

‘한화 다이너마이트타선’에서 송광민이 살아가는 법.

석양이 질 무렵까지 훈련에 집중하는 한화 송광민(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석양이 질 무렵까지 훈련에 집중하는 한화 송광민(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한화 타선은 ‘국가대표’를 방불케 한다. 상위 타순의 짜임새는 지난 시즌 통합 챔피언 두산 베어스에 비견될 정도다. 타격만 놓고보면, 올 시즌 ‘두산, KIA, 한화’의 3강 체재가 될 것이란 평가도 있다.

10개 구단 가운데 우리가 1, 2위 정돈 되지 않을까 싶다(웃음). 먼저 ‘테이블세터’로 1번 정근우, 2번이용규가 흔들어주고, 4번 김태균, 그 뒤를 윌린 로사리오가 버틴다. 무서울 게 없다. 하위 타순에선 (하)주석이 같은 후배가 성장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다.

순수 타선만 놓고 본다면 두산과 KIA 가운데 어느 팀이 더 강할 것 같나.

아무래도 두산이 좀 더 강하지 않을까. KIA는 (최)형우가 합류했지만, 타선 전체가 달라진 건 아니다. 팀 짜임새만 놓고 봤을땐, 우리 팀이 더 낫다고 본다. 짦게 칠땐 짧게 치고, 장타가 필요할 땐 길게 칠 수 있는게 우리 타선의 장점이다.

지난 시즌엔 주로 3번 타자로 활약했다. 올 시즌 본인의 역할은 무엇인가.

난 타선의 연결 고리다. 3, 4, 5, 6번 타자에게 공격 흐름을 전달하는 게 내 역할이다. 때에 따라선 진루타나 장타를 쳐야 한다. 올 시즌엔 몇 번 타순에 들어갈지 모른다. 어느 타순이든 공격 찬스를 계속 살려 나가는 게 내 역할이다.

3번 타자는 클린업 타순의 출발점이다. 대개 팀 내에서 가장 잘치는 타자가 3번 타자로 나선다. 당연히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는 자리다.

처음엔 부담이 많았다. 타선에서 늘 쫓기는 기분이었다. 몸이 완벽하지 않은 것도 그 이유였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서서히 경기에 적응하고, 페이스를 찾다보니. 시즌 중반부턴 부담감 대신 자신감이 가득 찼다. 결과가 좋았던 것은 1, 2번타자가 워낙 잘해줬기 때문이다. 덕분에 타점 올릴 기회가 많았다. 적극적으로 팀 배팅하려 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 시즌 ‘반전의 시작’은 어디서 부터 였나.

시즌 초반 ‘첫 단추’를 굉장히 잘 뀄다. 지난 시즌 첫 출전이 4월 23일 두산전이었다. 상대 투수는 장원준. 대타로 경기에 나섰는데 타이밍이 잘 안 맞았다. 결과는 삼진이었다. 그리곤 다음 날 선발로 경기에 나섰다. 전날 당한 삼진에 오늘은 될대로 되라며 배트를 휘둘렀는데 안타를 2개나 기록했다(웃음). 당시를 기점으로 타격감이 살아났다.

타격감과 함께 타순도 수직 상승했다.

5월엔 타격감이 정말 좋았다. 5월 24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처음으로 ‘3번 타자’로 출전했다. 그 후 3번 타순에 고정 배치됐다.

*송광민 월별 타율 변화

04월 0.333

05월 0.378

06월 0.298

07월 0.355

08월 0.276

09월 0.322

10월 0.267

송광민 “주장 이용규 도와 더욱 단단한 팀 만들겠다.”

선수단을 잇는 가교 역할을 자처한 한화 송광민(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선수단을 잇는 가교 역할을 자처한 한화 송광민(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이번 전지훈련엔 어린 선수들이 대거 포함됐다.

어린 선수들이 많이 왔다. 훈련이 힘들면 정신이 흐트러지기 마련이다. 선배들이 분위기를 잡아줘야 한다. 후배들이 힘낼 수 있도록 격려 해주고, 조언도 건네야 된다. 그래야 이 선수들도 배우고, 커나갈 밑거름이 될 것이다.

시즌 개막이 100일도 남지 않았다. 새로운 시즌에 임하는 각오가 남달라 보인다.

올 시즌엔 (이)용규가 팀 주장을 맡았다. 위에 선배들도 있지만, 개막 전까진 팀 분위기를 만드는 건 우리 몫이다. 어차피 훈련 시간은 정해져 있다. 힘든 상황 속에서 서로 소통하고, 즐겁게 훈련 하잔 생각이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스프링캠프 기간을맞아 MBC SPORTS+와 엠스플뉴스는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미국 애리조나, 투산, 플로리다와 호주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 미야자키 등 캠프 전역을 현장 취재합니다. [엠스플 in 캠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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