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 훈련하는 KIA 타이거즈 선수들(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타격 훈련하는 KIA 타이거즈 선수들(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엠스플뉴스=오키나와]

KIA 타이거즈 전지훈련 최대 화두는 ‘창의성’이다. 선수 스스로 자유롭게 생각하고, 이를 바탕으로 창의적으로 훈련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생겨난 프로그램이 바로 ‘자아발전’ 훈련이다.

KIA 공식 훈련은 오후 2시 전에 끝난다. 그 이후는 선수들이 알아서 훈련한다. 훈련이든 휴식이든 100% 선수 자율에 맡긴다. 베테랑 선수 대부분은 숙소로 향한다. 숙소에 마련된 웨이트 트레이닝장에서 몸을 만들거나 개인 훈련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나머지 선수들은 오후 3시부터 시작하는 '자아발전의 시간'에 참여한다. 주로 이 시간에 선수들은 정규 훈련 때 인상 깊었던 훈련법을 다시 배우거나 자신에게 모자란 부분을 보완한다. '자아발전의 시간'에 참여하고 싶으면 선수 명단에 이름만 쓰면 된다. 참가 선수 대부분은신인급 선수다.


이 훈련은 장점이 많다. 우선 선배들이 모두 떠난 구장에서 마음 편히 훈련할 수 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코치들로부터 ‘꿀팁(Tip)’을 전수받는 건 덤이다. 자아발전 시간에 한번 발을 들여놓은 선수는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 ‘단골 훈련생’이 생겼을 정도다.


자아발전 훈련에 참가한 프로 2년 차 이진영은 “마음 편히 훈련할 수 있어 정말 좋다. 지난 시즌엔 수비에서 실수가 잦았는데, 자아발전 시간을 통해 이를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이인행은 이진영의 말에 “네가 제일 안남잖아”하며 면박을 줬다. 동갑내기 내야수 김규성도 “팩트 폭행”이라며 크게 웃었다.

주전 포수를 꿈꾸는 한승택은 자아발전 단골 손님이다. 벌써 3번이나 이 훈련에 참가했다. 한승택은 “자아발전 시간엔 머릿속에 그렸던 훈련들을 직접 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 선수가 많지 않아 여유롭게 훈련한다. 최근엔 힘 키우기에 열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아발전 최다 참가자는 내야수 이인행이다. 그는 “자아발전 시간을 공부로 치면, 복습 같은 개념”이라며 “평소 해보고 싶었던 훈련이나 선배들 타격자세를 따라하면서 많은 걸 배운다. 한마디로 자아발전 훈련은 지극히 우릴 위한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타이거즈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보내는 한마디

'후배 사랑' 앞장 선 나지완(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후배 사랑' 앞장 선 나지완(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더그아웃을 서성이던 KIA 주장 김주찬은 “아직 멀었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며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후배들을 독려했다. 올 시즌 새롭게 팀 주장을 맡은 김주찬. 아직 표현은 서툴지만, 땀 흘리는 후배들의 투지가 내심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외야수 나지완도 '자아발전'에 한창인 후배들을 격려했다. 평소 후배들에게 인기가 많은 나지완이다. 이번 전지훈련에서도 후배들에게 선물할 장비를 잔뜩 챙겨왔다. 나지완은 “아무래도 내가 형편이 좀 낫다(웃음)”고 웃은 뒤 “후배들 연습하는 걸 보면 어릴 적 생각이 많이 난다. 나도 저 나이 때 엄청난 연습량을 소화했다. 생각해보면 당시 연습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라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자아발전에 대해 “좋은 시간이다. 후배들에겐 형들이 없는 게 훨씬 편하다. 특히나 우리 팀 야수 가운덴 스타급 선수가 많다. ‘자아발전’ 시간엔 자신이 원하는 걸 원 없이 할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조계현 수석코치는 '자아발전 훈련' 정착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이다. 조 수석코치는 “선수들이 하고 싶은 훈련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고안한 훈련이 바로 '자아발전 훈련'”이라며 “정규 훈련 시간에 느낀 아쉬움이나 부족한 점을 채우기에 이보다 더 좋은 시간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자아발전 훈련이 순탄하게 진행된 건 아니다. 시행착오가 많았다. 선수 대부분이 누가 시켜야 하는 기존 훈련 방식에 익숙했기 때문이다.


자아발전 훈련의 본질은 ‘창의력 키우기’에 있다. 조 수석코치는 “주는 것만 받아 먹어선 새장 안에 갇힌 앵무새와 다를 게 없다.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 먹이를 사냥하는 새처럼 스스로 훈련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조 코치는 “방망이, 수비, 주루 모두 마찬가지다. 기본만 하기보단 기습 번트도 시도해보고, 다양한 공격 옵션을 열어놔야 한다. 억지로 묶어놓고 시켜봐야 경기 때 써먹지 못한다. 이게 몸에 베면 스스로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캠프를 찾은 ‘KIA 레전드’ 이종범 MBC SPORTS+ 해설위원은 “몇 년 전만 해도 KIA 캠프 분위기가 이렇게까지 좋지 않았다. 해태 타이거즈 시절엔 후배들이 웃을 수조차 없었다. 이젠 모두가 자유롭게 웃고, 훈련한다. 코치진의 노력이 느껴진다"며 KIA 코칭스태프의 노력을 칭찬했다.

사실이다. KIA는 강요가 아닌 선택을 강조한다. 감독, 선배 할 것 없이 후배들에게 호통보단 소통하려는 자세를 보인다. 올 시즌 타이거즈의 포효 소리가 벌써 기대되는 이유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스프링캠프 기간을 맞아 MBC SPORTS+와 엠스플뉴스는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미국 애리조나, 투산, 플로리다와 호주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 미야자키 등 캠프 전역을 현장 취재합니다. [엠스플 in 캠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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