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좌완투수 브룩스 레일리(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롯데 자이언츠의 좌완투수 브룩스 레일리(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엠스플뉴스=애리조나]

롯데 자이언츠의 좌완투수 브룩스 레일리는 2015시즌 11승 9패 평균자책 3.91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2016시즌에도 184.2이닝을 소화하며 8승 10패 평균자책 4.34의 성적을 냈다.

그러나 레일리의 재계약은 불투명했다. 롯데가 애초 강력한 구위의 메이저리그 출신 좌완투수를 1선발 후보로 점찍고, 계약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계약은 확실해 보였다. 하지만, 해당 투수가 갑자기 한국행을 포기하고,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를 전하면서, 롯데는 레일리 카드를 다시 집어들었다.

이로써 롯데는 앞서 영입한 우완 투수 파커 마켈과 타자 앤디 번즈 그리고 레일리로 2017시즌 외국인 선수 구성을 마쳤다.

레일리가 롯데의 1순위 투수가 아니었던 건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되레 레일리 잔류에 대한 구단 안팎의 만족도가 높은 상태다. 현실적으로 2시즌 동안 364이닝을 소화하며 19승 19패 평균자책 4.13의 성적을 낸 레일리를 새로운 투수가 완벽하게 대체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롯데 내국인 투수들 가운덴 에이스 역할을 맡을 이가 마땅치 않다. 마켈은 올 시즌이 KBO리그에서 뛰는 첫 해다. 우여곡절 끝에 잔류했지만, 레일리가 다시 선발진의 중심을 잡아야 하는 이유다. 레일리 역시 지난해 성적과 관련해 아쉬움이 많다.

그래서일까. 레일리는 올 시즌 목표를 ‘최고’로 잡았다. 한국에서 뛰는 3시즌째. 2017시즌 화려한 청사진을 그리는 레일리를 ‘엠스플뉴스’가 미국 애리조나 현지에서 만났다.

레일리 "롯데는 내 패밀리(family)다. 그것이 내가 돌아온 이유"

롯데 소속으로 다시 한국에서 뛰게 된 걸 축하한다.

(밝게 웃으며) 고맙다. 나 역시 매우 기대된다. 올 시즌 롯데 소속으로 다시 인터뷰하게 돼 무척 기쁘다. 팬들이나 롯데 선수단, 프런트가 나에 대한 기대가 큰 것 같아 더 즐겁다.

당신 말대로 팬들 역시 재계약 소식을 듣고서 상당히 기뻐했다.

다시 한 번 감사하다. 미국 아니면 일본 리그에서 뛸 생각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한국 KBO리그에서 뛰게 된 게 매우 영광스럽고 기쁘다. 2016시즌 롯데가 8위에 그쳐 많은 아쉬움이 남았던 것도 재계약을 맺은 중요 배경이었다.

롯데에 대한 애정이나 팬들에게 느끼는 감정이 남달랐기에 롯데 잔류를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들었다.

롯데는 가족 같은 문화가 정말 굉장히 잘 조성된 팀이다. 캠프 첫날 선수들이 날 껴안고 ‘Welcome back(돌아온 걸 환영한다)’이라며 진심으로 반겨주는 걸 보고서 한 번 더 가슴이 뭉클해졌다. 많은 팬이 ‘롯데에 남아 달라’는 메시지를 나에게 보내줬다. 이런 부분들이 재계약에 매우 많은 영향을 미쳤다.

구단 안팎의 소식을 잘 아는 느낌이다. 이대호의 롯데 합류 의미도 잘 알던데.

동료들로부터 이대호에 대해 '굉장한 선수'라고 들었다. 난 그가 일본과 미국에서 쌓은 모든 커리어를 존중하고, 존경한다. 롯데로 복귀하게 될 것이란 이야기를 사전엔 듣지 못했다. 캠프에 오고 나서 알았다. 이대호처럼 좋은 선수와 함께 하게 돼 무척 행복하다. 이대호는 굉장히 행복한 느낌과 안정감을 주는 선수다.

비시즌은 휴식기인 동시에 새로운 시즌을 위한 준비기간이다. 어떻게 보냈나.

집이 텍사스에 있다. 아주 좋은 곳이다(웃음). 비시즌 기간에 클레이 사격도 하고, 수영도 하고, 래프팅도 했다. 물론 러닝훈련도 하고 캐치볼도 하고, 웨이트 트레이닝도 하면서 단계별로 내 루틴(routine)을 새롭게 만들면서 차분하게 캠프를 준비했다.

애리조나 캠프에 가족이 함께 와 있는 것으로 안다. 롯데가 미국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하는 게 당신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궁금하다.

당연히 큰 도움이 된다. 훈련 마치고 숙소에 가면 가족이 있으니까 푹 쉴 수 있는 기분이 든다. 뭐랄까. 한국에서 뛰는 동료들의 심정이 이해된다고나 할까. 한국에 가면 아무래도 힘든 부분이 생길지 모르니까 지금 충분히 즐기고 있다. 가족은 와이프와 강아지 한 마리다. 우리 강아지는 암컷이다(웃음).

투수들의 리더가 되고픈 레일리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스트레칭을 하는 롯데 선수들(사진=엠스프뉴스 김원익 기자)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스트레칭을 하는 롯데 선수들(사진=엠스프뉴스 김원익 기자)

조원우 롯데 감독이나 선수들이 입을 모아 "레일리가 굉장히 밝아 보인다"고 하던데.

KBO리그에서 2년간 뛰면서 느낀 게 많다. 배운 것도 많고. 지금은 외국인 선수들의 리더 역할을 하려고 애쓰고 있다. ‘한국식 프로 마인드’ 같은 것을 앤디 번즈와 파커 마켈에게 전해주고 싶다.

KBO리그에서 외국인 선수가 살아남는 법을 조언해준다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건가.

KBO리그는 합류하자마자 곧바로 좋은 성적을 내야 하는 측면이 있다. 한국만의 스타일에 빨리 적응해 ‘이기는 방식’을 배워야 한다. 그걸 알려주고 싶다. 정리하자면 한국만이 가진 ‘야구 스타일’에 잘 적응하는 것이 우선이다.


한국에서 3번째 시즌이다. 2017시즌 레일리는 어떤 활약을 펼칠까.

나보단 롯데에 관한 이야기 먼저 하고 싶다. 이대호가 다시 롯데로 돌아온 게 큰 도움이겠지만, 든든한 동료 황재균이 빠져 아쉬움도 있다. 앤디 번즈는 수비에서 좋은 역할을 해줄 거다. 개인적으론 리더십 있는 선배 투수의 역할을 하고 싶다.

예를 들자면?

박세웅, 박시영, 박진형 이 3명의 젊은 투수가 많이 성장하는 걸 보고 싶다. 내가 조언해 줄 수 있다면 우리 팀의 '영건'들을 많이 도와주고 싶다.

2016시즌에도 당신이 에이스였고, 올 시즌도 당신이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개인적으론 2016시즌처럼 좋은 흐름으로 시즌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지난해 기록한 184.2이닝보다 많은 이닝을 던지길 기대하고 있다. 긴 이닝을 소화하는 것이 첫 번째 내 임무다.

지난해는 내용보다 결과가 좋지 않아 다소 꼬인 느낌을 주는 시즌이었다. (지난해 평균자책4.34로 ,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실점 이하) 16회를 기록했으나 승은 8승)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스스로에 대한 단점을 찾은 것 같다. 경기에 완벽하게 집중하지 못했다. 이번 시즌은 그래서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생각이다.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대처'를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제구에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다. 적극적으로 타자와 승부하는 동시에 제구에 더 신경쓰면서 투구하겠다.


한국에서 여러 시즌 뛴 외국인 투수들은 상대 타자들에게 투구패턴이 읽힌다는 단점이 있다. 당신 역시 2016시즌 후반기에 성적이 급락했다.(전반기 평균자책 3.50->후반기 평균자책 5.74)

내가 타자들에게 노출된 만큼 나 역시 한국의 많은 타자들의 스타일과 약점을 알고 있다. 많은 타자의 타격 습관도 이젠 많이 안다. 나 또한 이제 한국 타자들이 익숙하다. 같은 입장이라고 본다.

당신이 자주 언급했듯 부산과 롯데에서 이대호는 선수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제 이대호가 합류한 만큼 많은 롯데 팬은 2016시즌(8위)보다 더 나은 결과를 원하고 있다.

팬들이 사직야구장에 많이 찾아온다면 그건 정말 좋은 일이다. 이대호가 과거 롯데를 떠났을 때 팬들이 상당히 아쉬워했다는 걸 들었다. 일본에서 4년간 엄청난 활약을 했고, 또 메이저리그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가 복귀한 만큼 팀의 상승요인이 충분하다고 본다. 이대호뿐만 아니라 우리 팀엔 강민호와 같은 좋은 선수도 있다. 나 역시 그들과 함께 좋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인터뷰하면서 당신이 굉장한 ‘팀 플레이어’라는 느낌을 받았다. 올 시즌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그게 무엇인지 들려달라.

맞다. 내가 지향하는 것이 바로 '팀 플레이어'다. 난 2015, 2016시즌보다 더 많이 이기고 싶다. 또 더 많은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싶다. 전체적으로 모든 부분에서 지금보다 실력이 한 단계 늘고 싶다. 그것이 내 목표다.

당신의 2016시즌 전반기와 후반기는 확실히 달랐다. 당신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한 가지만 약속한다면?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손가락에 꼽히는 최고 투수가 되겠다. 난 아직 내가 보여준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스프링캠프 기간을 맞아 MBC SPORTS+와 엠스플뉴스는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미국 애리조나, 투산, 플로리다와 호주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 미야자키 등 캠프 전역을 현장 취재합니다. [엠스플 in 캠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