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이동현(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LG 트윈스 이동현(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엠스플뉴스=애리조나]

l LG 이동현의 자신감 “강속구 되찾을 자신 있다. 그리고 LG, 2년 내 우승 가능하다.”

LG 트윈스 우완투수 이동현은 풍부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별명이 없다. 그가 프로 17년을 핀스트라이프 유니폼만 입고 뛴 베테랑 선수인 걸 상기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성적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이동현이 2016시즌까지 기록한 통산 104홀드는 KBO리그 통산 최다 홀드 8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여기다 이동현은 통산 15위에 해당하는 615경기에 등판한 데다 구원투수임에도 1천 이닝이 멀지 않은 통산 818.1이닝을 소화했다. 중요한 건 이동현의 기록행진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꾸준하면서 변함없는 LG의 프랜차이즈. 혹자는 그런 이동현을 ‘LG의 인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LG에 남은 인대를 모두 바치겠다”는 이동현의 말에서 따온 표현이다. 그 표현은 어느덧 이동현을 상징하는 말이 됐다.

몇 안 남은 LG의 현역 프랜차이즈 스타인 이동현. 하지만, 이동현은 ‘빛나는 별’ 보단 ‘묵묵히 제 자릴 지키는 투수’로 기억되길 바란다. LG에 대한 애정과 신뢰도 세월만큼 쌓인 상태다.

이동현은 “이젠 LG가 우승을 할 시기”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예전과 비교해 '확' 달라진 팀 분위기 속에서 이동현은 ‘1994년 우승’의 기운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최근 2년간의 부진과 부상을 털어낼 준비를 마친 이동현을 ‘엠스플뉴스’가 미국 애리조나 현지에서 만났다.

이동현의 자신감 "강속구 회복 준비 끝!"

이동현은 프런트가 꼽는 선수단 키플레이어다. 송구홍 LG 단장과 대화하는 이동현(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이동현은 프런트가 꼽는 선수단 키플레이어다. 송구홍 LG 단장과 대화하는 이동현(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프로 17년 차 베테랑의 캠프 느낌은 어떨지 궁금하다.

아직 시차 적응이 안됐다(웃음). 여전히 새벽에 깬다. 애매한 시간에 깨면 다시 잠들 수도 없고, 참(웃음).

컨디션은 어떤가.

컨디션은 굉장히 좋은 편이다. 예전엔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고, 부상도 있었지만, 2016년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면서 지금까지 효과를 보고 있다.

부상 회복은 잘됐나.

지난해 내전근 부상이 있었고, 왼쪽 무릎과 오른쪽 팔꿈치가 좋지 않았다. 지난 시즌 전반기 끝나고, 후반기부터 휴식을 취하면서 몸이 많이 회복됐다.

이전과 비교하면 어떤 차이가 있나.

캠프에 오면 초반엔 늘 팔꿈치 때문에 고생한 기억이 많다. 이번엔 통증 없이 수월하게 보내고 있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7시즌 동안 397.2이닝을 소화하며 이 기간 30승 18패 15세이브 92홀드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LG 구원투수들 가운데 최다 이닝, 최다 홀드 1위이자, KBO리그에선 안지만(전 삼성)의 144홀드에 이은 최다 홀드 2위다. 하지만, 지난해는 다소 주춤했다. 그럼에도 양상문 LG 트윈스 감독은 "속구 구속이 나오지 않더라도 경험을 통한 노련한 투구를 베테랑 투수들이 보여줄 것"이라며 당신에 대한 신뢰를 내비쳤다.

팔꿈치 수술하고, 2010년부터 2016년까지 7시즌을 전부 뛰었다. 중간계투 투수가 7시즌을 꾸준히 풀타임으로 뛰면 몸에 충격이 쌓일 수밖에 없다. 해마다 60경기 정도를 소화하면서 팔에 피로가 누적된 상태인 건 사실이다. 2016시즌엔 그 여파가 있었고. 다만.

다만?

2016시즌 초반 속구 최고 구속이 147km/h 정도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잦은 부상으로 시즌 후반이나 포스트시즌엔 구속이 많이 떨어졌다. 시즌을 치르면서 흐름이 좋은 경우도 있지만, 힘이 떨어질 때도 있다. 그럴 땐 감독님이 말씀하신 ‘경험을 통한 노련한 투구'로 상대와 싸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과거 강속구 투수 이미지가 강해, 속구 구속 회복 기대감이 높은 게 사실이다.

그전에 반성할 부분이 있다. 2015시즌과 2016시즌을 돌이켜 보면 거만하게 운동했다.

어떤 의미인가.

난 늘 ‘슬로우 스타터’였다. 해마다 4, 5월은 돼야 완전한 내 컨디션을 회복했다. 그런데 최근 2시즌엔 시범경기 때부터 속구 구속이 잘 나오고, 몸 상태도 괜찮으니까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만 앞섰다. 그러면서 시즌 중 거만하게 훈련했다. 캠프 때 만들어 놓은 몸만 믿었던 게 내겐 최악의 두 시즌(2015, 2016시즌)으로 이어졌다.

올 시즌엔 다를까.

(강한 어조로) 자신 있다. 속구 구속은 시즌 중에도 충분히 준비만 잘한다면 예전의 구속을 되찾을 수 있다고 본다.

2002년 KS 준우승 기억 생생한 이동현

LG 팬들과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을 공유하고 싶은 게 이동현의 유일한 소망이다(사진=LG)
LG 팬들과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을 공유하고 싶은 게 이동현의 유일한 소망이다(사진=LG)

차우찬 FA(자유계약선수) 영입과 데이비드 허프의 풀타임 시즌 예상 등으로 LG 선발 로테이션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최근 수년간 LG 마운드는 구원진의 비중이 큰 팀이었는데.

선발진이 강하면 구원투수 입장에선 편하다. 17년 동안 LG에 있으면서 '이렇게 좋은 선발진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웃음). 선발투수들이 긴 이닝을 버텨주면 구원투수들은 더 좋은 투구를 펼칠 여유가 생긴다. 그리고.

그리고?

불펜투수들의 피로가 풀리는 시간도 늘어날 거다. 그렇게 되면 불펜투수들이 선발투수들을 도와 더 긴 이닝을 소화하는 선순환이 가능하다. 류제국 주장을 비롯해 우리 팀 투수들은 ‘최대한 서로 돕자’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스포트라이트가 선발진에 쏠려 불펜투수들이 서운하다? 서운한 거 전혀 없다(웃음). 원래 구원투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임무를 묵묵하게 수행하는 존재다.

투수조 최선참 가운데 한 명이다. 새로운 필승조인 마무리 투수 임정우와 셋업맨 김지용에게 조언을 자주 하는 편인가.

(김)지용이와 난 역할이 비슷하다. 특히 어려운 자리에서 셋업맨까지 올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선지 시즌 중에 얘기를 많이 했다. 임정우와 김지용은 항상 성실하게 야구하는 선수들이고, 야구를 잘했을 때나 못했을 때나 한결같은 친구들이다. '필승조'로서 핵심적인 부분에 대해 조언을 해줬는데 2명 모두 습득력이 빨라 금방 알아듣고 체화하더라. 그래서 조언해 줄 게 많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부족한 게 많다.

그건 또 무슨 말인가.

투구폼이다. 해마다 투구폼에 많은 변화를 줘왔다. 수술 이후, 투구폼이 더 많이 바뀌었다. 그래서 투구영상을 보며 좋았을 때의 컨디션과 투구폼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 번 더 말하지만, 임정우나 김지용에게 지금 잔소릴 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걸 더 잘하게끔 노력하는 게 더 중요한 때다. 그건 내가 경험해서 잘 안다.

현역선수 가운데 LG에서 가장 오래 뛴 이다. 그만큼 우승에 대한 갈망도 클 듯싶다.

2001년 입단(LG 1차)했으니까, 지금 LG에서 가장 오래된 선수일 거다(웃음).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아쉬움은 15년이 흘렀는데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난다. 다시 우승에 도전해 보고 싶다.

이동현 “LG, 2년 내로 우승 가능하다”

LG는 최근 계속 플레이오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선수들 모두 아쉽고 안타까워한다. 계속 플레이오프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한편으론 계속 한 단계씩 발전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최근 어린 투수들과 야수들이 많이 성장했기에 다시 찾아올 포스트시즌에선 이전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내리라 기대한다.


‘아직 LG가 우승 전력까진 아니다’라는 야구계의 평가가 많다. 당신은 언제쯤 LG가 우승하리라 예상하나.

내가 2016시즌 초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1994년의 우승 때의 향기가 난다"고. 시즌 초엔 ‘내가 괜한 소릴 했나’ 싶었다(웃음). 1994년이면 내가 어린 꼬마였을 때다. 하지만, 그 분위기는 기억난다. 지난해 캠프 때 젊은 선수들을 보니까 ‘김재현이 온 것 같고, 유지현이 온 것 같고, 서용빈이 온 것 같다’는 기분이 정말 많이 들었다. (잠시 생각하다가)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난 ‘AGAIN 1994’가 멀지 않았다고 본다.

이유가 있나.

지난해 누구도 우리가 '4위'라는 성적을 내리라 예상하지 못했을 거다. 야구는 그런 거다. 우승은 '예상'으로 되는 게 아니다. 난 LG 우승이 멀지 않았다고 본다. 올 시즌 아니면 내년 시즌? 2년 안에 팬들께 좋은 장면을 보여주리라 믿는다.

최근 LG의 탄탄한 전력을 보고서 야구계 인사들은 '젊고, 능력 있는 선수들이 많이 나타나 LG가 강해진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팀워크가 좋아지면서 팀이 강해졌다'는 이야길 하곤 한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주장 (류)제국이가 주도해 선수들을 잘 이끌고 있다. 어린 선수들도 잘 따라오고 있고. 1994년 이광환 감독님이 'LG 자율야구'를 주도하셨는데, 지금 우리가 더 ‘자율야구’에 가깝지 않나 싶다.


어떤 측면에서 그런가.

예를 들어 이번 캠프에서도 우리 팀은 다른 팀 투수들보다 투구 단계 진행 속도가 늦은 편이다. 하지만, 그만큼 자신이 할 일에 대해 강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각자 알아서 단계별로 훈련을 진행 중이다.


주장 류제국은 “우리의 끈끈한 팀워크는 주장이 나이기 때문에 만들어진 게 아니라 박용택, 봉중근, 이동현과 같은 선배들이 날 지지해주고, 먼저 솔선수범해주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 주장이 가고자 하는 길을 따라가는 게 팀에 소속된 선수, 특히나 선참들이 해야 할 도리라고 생각한다. 제국이를 믿고, 따라갔던 2016시즌을 돌이켜봐라. 좋은 결과로 나타나지 않았나. 그만큼 제국이가 힘든 과정을 겪으면서 만든 '팀 분위기'이기 때문에 선참들은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예전 LG 분위기와 차이가 있나.

‘빡빡했던 시절’에 야구를 했을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정말 말이 안 되는 수준이다(웃음). 지금은 까마득한 후배와도 선배들이 허물없이 어울린다. 그렇게 서로 믿고 의지하는 장면이 우리 팀이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는 데 있어 원동력이 되지 않나 싶다.

이동현의 고백 "LG 투수진의 묵묵한 존재가 되고 싶다."

LG의 영건 투수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LG의 영건 투수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2016시즌 페넌트레이스와 포스트시즌에서 후배들이 활약하는 걸 지켜보는 일이 많았다.

2016시즌 유일한 목표가 ‘1군에서 시즌을 시작해 1군에서 시즌을 끝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엔트리에서 2번 빠지면서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부상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아주 속상했다. 솔직히.

?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면서 ‘내 자리가 없어진 게 아닌가’하는 불안함이 있었다. 또 ‘나이를 먹으면 기회나 자리가 사라지는 것인가’라는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두 시즌을 돌아보면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되레 '내가 뭘 해야 더 야구를 오래 할 수 있는지' 느끼고 반성한 좋은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아직 '나이'를 논하기엔 이르다.

'서른다섯'이란 내 나이가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나이일 수 있다. LG에선 '최선참급'이지만, 야구계 전체로 보면 여전히 최상급 활약을 보이는 선수들 가운데 상당수가 2001년 내 프로 동기들이다. 나도 그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고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LG 팬들에게 가장 뜨거운 지지를 받는 선수였다. 하지만, 최근엔 그 따뜻했던 시선이 다소 차가워진 것도 사실이다.

내 목표는 항상 똑같다. ‘LG에서 있는 듯 없는 듯한 존재가 되자’는 거다. 내 보직이 중간 불펜투수라 그렇다. 처음 불펜투수가 됐을 때부터 '너무 튀지도 말고, 너무 묻히지도 말고 우직하게 오래 야구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어떻게 보면 난 내 목표대로 잘해온 셈이다. 누구는 그러더라.

무슨?

'이제까지 어떻게 별명 하나 없느냐고(웃음). 팬들께서 (박)용택이 형 보면서 ‘LG의 심장’이니 ‘미스터 LG’라고 부르지 않나. 그런데 난 아직 그런 수식어가 없다. 오히려 난 그게 더 좋다.

왜?

내가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내 자리에서 내 역할을 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트라이트를 크게 받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LG 팬들께서 지금처럼만 사랑해주신다면 난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LG의 인대 이동현(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LG의 인대 이동현(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LG의 인대’ 아닌가? (일동 웃음)

(멋쩍게 웃으며) 인대긴 인대죠. 선수라면 누구나 인기도 얻고 싶고, 밖에 나가서 ‘내가 누구야’라고 얘기하고 싶을 거다. 하지만, 난 그런 마음이 거의 없다. 물론 사람들이 ‘이동현이다’라고 알아보면 기분은 좋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걸 바라면서 지금껏 야구하지 않았다.

올 시즌 반드시 이루고 싶은 가치가 있다면 그게 뭘지 궁금하다.

지난해 빼고, LG 불펜진이 제대로 가동했을 때가 (봉)중근 형, 나, (유)원상이가 활약했던 2013, 2014시즌이었다고 본다. 그때 내 활약상을 되찾는 것이 우선이다. 또 우리 팀 투수 가운데 내 나이가 중근이 형 다음으로 많다. 많은 이가 ‘이동현은 프로에서 17년 차나 됐지만, 여전히 꾸준하구나’하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고 싶다.

정말 그것뿐인가.

정말이다. 개인적으론 매년 목표는 늘 ‘1군 엔트리에 들어가서 시즌 처음부터 끝까지 안 빠지고 남는 것’ 하나뿐이다. 그 마음은 프로 생활 내내 쭉 변하지 않고 있다. 올 시즌 셋업맨 김지용을 뒤에서 잘 받혀준다면 팀 성적은 자연히 따라오지 않을까 싶다. 난 그 역할만 하면 된다. 그게 내 임무고.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스프링캠프 기간을 맞아 MBC SPORTS+와 엠스플뉴스는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미국 애리조나, 투산, 플로리다와 호주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 미야자키 등 캠프 전역을 현장 취재합니다. [엠스플 in 캠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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